벌써 영어 학원에 다닌 지 4년이 지났다. 누가… 태엽을 돌린 거지. 언제 이렇게 시간이… 학원에서 통용되는 레벨 시스템은 기초반이 5부터 시작한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런데 처음 등록할 때 기초 5를 점핑하고 느닷없이 레벨 6으로 데뷔했다. 그것만으로 기분이 찢어졌었는데 반년만에 레벨 7로 승급을 했다. 이때의 기분이란 이제 3년만 하면 팔구십… 내 영어실력이 순식간에 지붕 뚫고 하이킥 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4년 내내 나는 지박령처럼 레벨 7에서 빙글빙글 원혼이 되어 떠돌고 있다. 어느 정도 알아먹고 일상대화가 되는 상태까지는 고속도로처럼 쭉쭉 나갔지만 그 후부터 퇴근길 정체 아니 눈 덮인 도로에서 고립이다. 늘고 있는 기분이 들지 않지만 그래도 4년 전의 나를 생각하면 무언가 통한다는 느낌을 알..
등산 철도 타고 케이블카로 갈아타서 온천 나오는 경치 구경하러 갔다.하코네 정석 코스.목숨 걸고 저 뜨거운 온천 입구에 펌프 설치하고 온천 시설 만드는 사람들 정말 대단하다. 원액은 어마어마한 온도라고 하던데.케이블카 안에서 보이는 후지산에 모두가 오오…!!! 감탄사를 쏟아냈다. 연말연시 하코네가 핫한 이유는 그런 날 후지산을 보면 매우 신성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또렷한 후지산을 내놓은 날씨에 정말 성은이 망극 해질라 그랬다. 대운이 느껴짐. 진짜… 대박이다…진짜 대박…내 앞에 있는 저 외국인 남자분..대박 잘 생김…좋은 기운이 느껴진다… 다들 후지산을 배경으로 사진 찍고 릴스 찍고 틱톡 찍고 바빠 보였다. 온천 계란을 사서 배 타러 갔다. 매번 하코네에 가면 온천 계란을 꼭 사서 먹었는데 집에..
이거는 자세히 기록 좀 해야겠어요.하코네 온천 여관은 정말 솔직해서 낸 돈만큼 확실한 값어치를 한다. 싼 곳은 정말 허름하고 적당히 돈 낸 곳은 룸 컨디션부터 밥 구성까지 구석구석 적당하고 많이 받는 곳은 진짜 받은 만큼 확실히 해 낸다. 연말연시는 한해의 마지막과 시작을 하코네에서 보내고 싶은 사람이 많기 때문에 몇 달 전부터 예약이 차는 극성수기라고 한다. 게다가 좀 늦게 알아보는 바람에 적당한 온천 방이 한 개도 없었다. 매우 낙후된 곳과 겁나 비싼 방, 극단의 선택만이 남았는데 케군은 돈이란 만들려고 하면 만들어지지만 시간은 만든다고 되지 않는다란 마인드로 비싼 방을 예약했다. 부라보. 여보짱 그 마인드 완전 맘에 들어. 후세에 남길 격언이야. 어~ 잘했어.로비부터 신발 벗고 신발장에 맡기는 시스..
우린 결코 매년 하코네를 가기로 정한 적이 없지만 너무 만만한 하코네. 가도 가도 또 가고 싶은 온천 여관이 수두룩한 것이 하코네라서 끊을 수가 없다. 이렇게 지척에 온천이 있다는 게 감사할 따름이다. 그리고 종합해 보면 은근히 케군이 하코네를 좋아하는 거 같단 말이야… 어디 갈지 의논하고 있으면 기술 좋게 결론을 하코네로 몰아간다. 이좌식 의외로 영업이나 컨설팅을 했어도 되게 잘했을지도 몰라. 백화점 지하 -> 도시락 사기 -> 신주쿠에서 로망스 카-> 하코네 등산 전철-> 온천여관 -> 다음날 케이블카랑 배 타기 -> 온천 계란 까먹기…. 또 어디서 많이 들어본 레퍼토리의 수순을 밟고 있다. 진짜 안 좋아하는데 하코네 여행 예찬자에게 우린 세뇌당해서 또 좀비처럼 따라다님.-엄마 맨 앞에 가서 운전석 ..
예쁜 에리카짱이 긴 도쿄 생활을 정리하고 부모님이 계시는 야마가타로 내려갔다. 이제 더 이상 도쿄에 아쉬움이 없다고 했다. 한 달에 한 번 기분 전환 겸 도쿄로 여행을 와도 좋고 그때 잘 가던 미용실에 머리를 맡길 수 있다면 내가 도쿄에 있을 이유는 없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회사를 때려치우고 이상한 사장과 정 없는 직장 동료들 지루한 업무와 헤어진다고 생각하니 매우 설레기까지 했다. 세타가야구의 좁고 비싼 아파트 물건들을 처분하고 마중 나온 아빠 차로 고향에 내려갔다. 널찍한 방이 기다리고 있었고 딸의 환향을 반기는 부모님들은 에리카짱의 소원대로 고양이 키우는 일을 허락하셨다. 고양이는 에리카짱이 인생의 키를 돌린 가장 큰 열쇠였다.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 나도 고양이를 키우며 살고 싶다! 이 강..
키요스미 시라카와에 왔다.작년에는 산겐자야에 숙소를 잡았는데 이번에는 반대쪽 도쿄로 왔다. 이렇게 맛있게 골고루 잘 댕기는 언니. 도쿄에 질릴 수가 없겠는데? 덕분에 나도 키요스미 시라카와를 구경했다. 조용하고 레트로하다가 갑자기 모던해 버리는 동네였다. 산겐자야하고는 또 다른 매력.또 이 동네가 카페끼리 피터지게 겨루고 있다지 뭐야. 느낌 좋은 카페에 들어왔다. 외국인이 가득했다. 커피도 너무 맛있었다. 우리한테 영어로 서비스해 준 주인 아저씨. 언니는 여기까지 와서 또 영어라며 진절머리를 쳤는데 나는 오랜만에 외국인 취급 받아서 매우 기분이 좋았다. 둘 다 아이들을 떼어 놓고 와서 바지락 솥밥 집을 갈 수 있었다. 언니는 바지락 국밥나는 바지락 덮밥.이렇게 꼬들하고 맛있는 바지락을 못 먹는 덜 자란..
똑같은 제목으로 포스팅한 지 정말 얼마 안 된 거 같은데 1년 전 일이 되어있다. 무서운 세월. 미국에서 사는 언니가 왔다. 이번에는 나비를 데려왔다. 갓 돌 지났을 때부터 봤던 아기가 내 키를 넘어서 너무 충격적이었다. 세월이 가는 것도 빠르고 무섭지만 세포가 성장하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계속 놀랐다. 적응 못하고 며칠 볼 때마다 계속 놀랐다. 지난번엔 보는 것마다 다 사겠다고 핑크 핑크 레이스 샬랄라 했는데 갑자기 너무 쿨하고 합리적인 아이가 돼서 또 신기했다. 다시 처음 만나는 것 같애… 이게 바로 진짜 너의 자아일까? 다음에 보면 또 달라져있을 거야? 매우 합리적인 쇼핑을 하고 만족하고 있음.이걸론 간에 기별도 안 가던 아이가…19시간 비행기 타고 날아온 살림살이와 과자.저 빨간색 옥수수 과자가 ..
기타센주 아싸리 식당이라고 읽고 싶어지는 이름이지만 아사리. 아가리 아니고 아사리. 아사리는 바지락이라는 뜻이다. 일본어는 알고 보면 평범한 뜻인데 어감이 싼마이란 말이야… 영어나 불어처럼 멋있는 말이 아니야… 가끔 일본어가 아닌 다른 말에 흥미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돌이켜보곤 한다. 하지만 몇 번을 생각해도 결론은 일본어다. 당시 나의 경제적 상황이 닿을 수 있는 외국은 일본뿐이었다. 일본어가 매력적이거나 왠지 이유 없이 끌렸거나 이런 이유는 거의 없었다. 이렇게 인생의 대부분은 항상 T적 사고로 결정해 왔다. 머리가 시켜서 한 일이 아니라 가슴이 시켜서 한 일은 뭐가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떠오르지 않는다. 재미없는 인생이지만 장점은 후회가 없다는 것. 몇 번을 돌아가도 결국 같은 선택을 할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