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 모공이라고 썼지만 내 피부 고민의 원흉은 기름에 있다. 제일 나를 괴롭혔던 여드름도 결국 얘 때문에. 여드름을 국민학교 4학년부터 서른까지 달고 살았다. 진짜 끔찍한 놈. 한국에서 로아큐탄을 먹고 3개월 만에 치료했을 때 허망하기도 하고 원망스럽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복잡한 심정이었다. 빨리 알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 경험이 나를 꾸준하게 연구하고 탐색하게 만드는 것 같다. 마흔 다섯 여자. 아직도 피부를 포기하지 않았다. 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모공과 기름을 향한 대책으로 하고 있는 몇 가지를 정리했다. 1. 포텐자와 쥬베룩요즘 단골 된 피부과에서 한국 선생님과 함께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고 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수도 있지만 하나만 패 보자라는 독기로 포텐자에 몰빵을 하고 있..
내 머리결이 득음을 한 일화를 기록해 본다.오랫동안 소녀도 아닌데 단발로 살았던 나는 마흔이 넘어서 장발을 시도하다 깨달았다. 내가 단발로 매번 돌아갔던 이유를. 너무 개털인 것이다. 보기 좋지도 않은 머리가 길기까지 하니까 오히려 드러워 보여서 슬프다... 하지만 이번에는 포기하기 싫었다. 이제 나는 점점 흰 머리가 자라고 머리숱이 빠지고 지금 같은 검은 흑발을 길게 늘여뜨릴 기회는 없지 않을까. 그래서 진지하게 내 머릿결을 고민해 보기로 했다. 먼저 비싸고 유명하다는 트리트먼트를 하나씩 더해 봤다. 엘라스틴 살롱 버전도 써 보고 시세이도도 써 봤다. 왠지 점점 좋아지고 있는 거 같은데? 욕심내서 ㅁㅈㅅ 라인 중에 제일 리치해 보이는 보라색 트리트먼트를 써 봤다. 오. 뭔가 다른데? 리치한데...? 그..
-엄마 내가 계획한 여행 가자고 하면 갈 거야?-그 계획이 실현가능한 거면?그런 대화를 나누고 신나진 하루가 노트북 앞에서 뚝딱뚝딱하더니 구글킵에 여행 플랜을 공유해 왔다. 집에서 나가는 시간부터 세세한 일정까지 완벽해서 흠잡을 데가 없었다. 어디 순간이동이라도 해야 하는 뜬금없는 스케쥴이 아니었다. 밥은 어디서 먹을 거며 혹시 모르는 일을 대비 한 준비물까지 적혀있었다. 안 갈 수가 없네. 승차장 번호, 주의 사항, 정확한 열차 스케쥴까지 자세하다. 역 이름이 너무 어려워서 난 읽지도 못하겠는데 다 찾아보고 타이핑까지. 언제 이렇게 컸어. 어흐으으윽....시키는 대로 2시 3분에 열차 타고 간식을 먹으며 갔다. (스케줄에 써 있었다 ㅋ) 내가 서점에서 사 준 노선책. 전국에 있는 전철이 모두 나와있다..
에노시마에 다녀온 다음날도 무작정 전철을 타러 나갔다. 한국은 추석 명절에 연휴를 지내지만 일본은 절기와 상관없이 8월 15일 전후로 여름휴가 기간인 회사가 많다. 그래서 학원 선생님들이 쉬었고 덕분에 학원 수업도 없었다. 8월 15일 즈음의 일본 여행은 피하는 게 좋다. 일본인도 휴가를 가서 호텔이 극성수기 요금이 되기 때문이다. 도쿄 관광지가 일본인 + 외국인으로 더욱 붐비기도 하고. 하지만 보통 출퇴근 열차로 사용되는 사이타마나 치바 외곽 쪽 열차가 텅텅 비어있었다. 계획이 아예 없도다.그냥 한 번도 안 타 본 노선을 타 보는 게 다였다.구름이 지브리네.혼자 있을 때도 저렇게 허리를 꼿꼿이 세우는 습관을 들여야 하는데. 어머님... 정말 건강하십니다!아까까지 청명하던 하늘에 비가 쏟아졌다.우르릉쾅..
학원이 없던 어느 날. 새로 생긴 스터디 카페에서 공부를 하려고 집을 나왔다. 오전부터 불이 붙었는지 맹렬한 속도로 암기 과목을 끝냈다. (제대로 한 거 맞아? 애미의 본심) 점심 시간 전에 공부 다 마무리하고 오후에는 쉬어도 되겠다. 그랬더니 그럼 도쿄를 떠나서 멀리 어딘가 가고 싶단다. 게임도 없고 스마트 폰도 잘 안 보여주고 어릴 때 부터 여기 저기 끌고 다녀서 그런가 집 보다는 밖으로 나가는 걸 좋아하는 역마살이 붙었나보다. 게임이나 스마트 폰을 어떻게 안 보여주냐 가끔 물어보는 친구들이 있는데 내 경험상 해 줄 수 있는 말은 : 일단 하나만 낳으세요. 쉴 새 없이 상대해 주며 애미가 스마트 폰을 대신해 주는 게 유일한 방법이다. 그러려면 일대일 마크 필수. 심지어 쉴 새 없이 콘텐츠 쏟아내는 성..
모두를 냄비에 넣고 팔팔 끓이던 날씨가 지글지글하던 걸 잠시 멈추고 27도까지 내려간 날이었다. 그날 하루만 냄비에서 꺼내져 찬물에 씻기는 당면이 되는 것이다. 이때다. 당장 하루 종일 나가 놀 계획을 세웠다. 잡채가 되기 전 마지막 냉수마찰!이케부쿠로에서 토부선을 타고 가와고에 역에서 내렸다. 역에서 관광지까지 길게 상점들이 이어져 있었다. 없는 게 없는 상권이었다.오늘은 백의 민족으로 외출했습니다.내가 애정하는 조끼보고 케이타가 치즈 같다고 그랬다. 하루가 저 옷만 보면 엄마 왜 치즈를 입었냐고 놀린다. 그래서 나 혼자 놀러 갈 때만 꺼내게 된 치즈 베스트... 생각보다 나 소심하다고 ;ㅂ; 구제 가게에 갔다가 살까 말까 고민했던 양고기 볶음 티셔츠. 촙이라니... 촙 귀엽다... 보통 버스로 이..
우리 집 인테리어는 거의 다 됐다. 너무나 아늑해서 궁궐도 부럽지 않다.이런 서랍도 옴.한 달 기다렸다.진짜 오는 게 맞나. 내 주문이 확실히 들어갔을까. 사기당한 거 아닐까. 불쑥불쑥 고개를 드는 의심을 누르고 두고 봤는데 무사히 도착했다. 철제에 모서리 부분도 고급스럽게 둥글고 사진보다 훨씬 예뻐서 후회 없는 쇼핑이었다. 포스터도 왔음. 뭔가 이력 있는 작가의 작품이 틀림없다 잘 모르지만... 싸지 않았다. 신기하게 지금 읽고 있는 영어 원서와 한국 소설 커버가 오렌지 색이다. 스카이블루 X오렌지 컬러가 테마인 집주인에게 잘 보이려는 것 마냥.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아래 보이는 곳마다 빼이보릿 조명과 소품을 배치하고 차은우까지 보고 있으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그런데 나는 곧 믿을 수 없는 증상..
케군이랑 나의 오붓한 외식은 이제 가구라자카 도장 깨기가 되었다. 집에서 걸어서 갈 수 있고 끝도 없이 레스토랑이 분포되어 있는 밀집지역이기 때문에. 그리고 다른 지역보다 압도적으로 오랫동안 맛집으로 사랑받은 가게들이 많은 느낌이다. 평점 높은 가게들이 진짜 많다. 여기도 언젠가 가 보고 싶은 모던 레트로 일식집. 하지만 오늘은 옆집 이탈리안을 간다. 저녁 장사 시작하자마자 들어가서 겨우 두 자리 잡았다. 뒤로 계속 예약 손님뿐이었다. 얼마 안 가 가게가 꽉 찼다. 아니 허름한 이자카야 같은데 뭐지? 이 예약률... 심지어 우린 화장실 옆 협소한 카운터.자리가.. 쫌.. 이러면서 툴툴대던 케군그 입을 싹 다물게 해 준 첫 요리.해산물에 상큼한 드레싱 뿌린 세비체였다.그리고 사골같이 깊은 맛 났던 스튜요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