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연히 하버드 대학에서 실시하는 한 연구에 대해 들었다. 사춘기 관련 동영상을 줄기차게 보다가 조선미 교수의 강의에서 봤으니 우연도 아니다.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수백 명을 추적해서 자손의 자손까지 행복한지 조사하는 초대형 연구였다. 고학력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몇십 년 후 행복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가르는 열쇠는 무엇인지 심하게 흥미로웠다. 지금도 연구는 진행 중이지만 현시점에서 유력한 결론으로 알려진 것은 불쾌함, 곤란함, 우울감을 겪거나 크게는 삶의 역경을 겪을 때 얼마나 잘 극복하고 빨리 잊느냐였다. 한마디로 회복탄력성이 행복감에 직결된다고 한다. 여기저기서 들어온 말이라 놀랄 정도는 아니었는데 나는 같은 영상에서 행복의 기간적 정의를 다시 듣게 된 것이 매우 새로웠다. 행복은 좋은 느낌..

이번 시즌 교복처럼 입었던 베이지 코트 단점은 금세 여기저기 때가 탄다.얇은 코트가 도쿄 겨울을 나며 제일 쓸모 있었다.근데 얇은 코트에 손 넣고 다니면 단추구멍이 점점 비명을 지르며 찢어진다.한국어 학생이 겨울에 한국에 가면 꼭 먹는다는 음료수. 먹어 본 적 없다고 했더니 사다 주셨다. 확실히 일본에는 잘 없는 편의점 상품이다. 있을 듯~~ 하면서 의외로 없네? 체코에 다녀온 마마토모가 사다 주었다. 향이 엄청 좋다. MANUFAK.. 자꾸 언뜻 읽고 마더퍼커 연상해 버리는... 뭐 그런 이름이었다. 미드가... 좋은데 공부보단 이런 게 참... 뇌리에 박힌단 말이야. 어제 하루랑 (반 셀프식) 우동집에 줄 서 이었다. 뒤에 외국인 관광객이 하나도 모르는 눈치여서 여기 쟁반만 들고 저 사람한테 메뉴..

거의 몇 달 동안 나는 아이 공부를 가르치며 본업이 가정교사인 듯 보냈다. 내 블로그를 다 정독하는 사람들만 있는 건 아닐 테니 다시 덧붙이자면 내가 아이에게 공부하라고 시킨 게 아니다. 중학교 입시에 열을 올리는 건 나보다 아이 본인이다. 주변이 다 하니까 친구 따라 강남 가는 것도 있고 거기다가 정말 큰 동기가 있는데 어이없게도 도시락을 먹고 싶다는 거다. 공립 중학교는 전부 급식이지만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사립학교에 가면 도시락을 먹을 수 있다. 편식이 심한 하루는 못 먹는 음식을 남기면서 초등학교 생활 내내 고통스러운 기분을 느낀다고 했다. 난 좀 일본이 이해가 안 가는 대목이 학비 엄청 비싼 사립 중학교마다 삐까뻔쩍 시설 차려놓고 실력 좋은 선생님 고용해 놓고 왜 밥은 안 해 주는지가 의문..

저런 어려운 이름의 레스토랑을 아무튼 갔다.이탈리아 말인데 뜻이 ‘첫 키스’였다. 라는 오글거리는 이름이었다니 이탈리아 사람들이 읽으면 어떤 기분인 간판일까. 아무튼 필기체로 휘갈겨서 마냥 이쁘고 이노카시라 공원 바로 입구라는 환상적인 위치에 무엇보다 외벽이 쨍한 당근색을 뿜어내는 이국적인 곳이었다.지난 연말부터 올해 초, 인생의 토네이도가 한 번 훑고 간 장금이 언니를 만나 축하파티를 했다. 잔잔했던 언니 인생에 커다란 돌이 날아왔다. 듣기만 해도 내가 다 정신이 혼미해지는 일이었다. 그런데 짠! 나타난 옛 동료의 소개로 다음 징검다리로 건너갔다. 눈 깜짝할 새의 일이었다. 다음 면접과 서류 작업이 쳐 들어와 카오스였고 절망할 틈도 없었다. 오랜만에 밀린 이야기를 듣던 나도 위로를 스킵하고 새 직장 ..

절친의 존재는 위대하다. 초등학생의 인생을 좌우한다.하루가 지금 행복한 초등학생인 이유는 유마라는 절친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하루는 유마를 만날 수 있어서 매일매일 학교에 가는 게 즐겁고 토요일마다 유마랑 놀기 위해 숙제하고 밥 먹고 잘 자고 잘 씻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로 사소한 모든 것을 공유하는데 나까지 유마이야기를 하도 많이 들어서 유마의 입맛, 취향, 성격, 특기를 파악해 버렸다. 들으면 들을수록 너무 착하고 좋은 아이가 절친이 되어서 참 다행이었다. 얼마나 좋은 아이냐면 한 번은 둘의 담임선생님이 유마랑 하루가 같이 노는 모습을 보고 "하루는 좋겠다. 선생님도 초등학교 4학년 때 유마처럼 착한 친구랑 친했으면 참 좋았겠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하루랑 친구가 된 이후로 유마는 엄..

키자니아 종일권을 사서 갔다 왔다. 무려 장장 12시간의 고행이었다. 이건 하루가 리퀘스트한 크리스마스 선물이었기 때문에 내 의사는 낄 자리가 없었다. ㅎ__ㅎ 산타 있는 척할 걸… 이런 종류의 희생이 따를 줄이야. 5:24분에 기상했다. 해외여행 갈 때 빼고 이런 시간에 일어 난 적이 없다. 나 해 뜨는 거 보면 흡혈귀처럼 죽는 타입인데… 일어나자마자 관에 들어가고 싶음. 흑흑하루는 아침부터 아드레날린을 뿜으며 눈을 번쩍 뜨고 벌떡 일어나 흐느적거리며 준비하는 엄마를 북돋고 알아서 아침밥을 차려먹고 전장에 나갈 채비를 마쳤다. 8:30분 오전 1부 입장 시간 30분 먼저 도착했다. 줄 서기 전에 체크인을 미리 하고 번호표를 부여받고 코인 사물함에 겉옷을 넣어놓고 할 게 많다. 자, 입장합니다.집에서..

이제 5학년이 되는 하루. 너무 드라마틱한 대화를 많이 해서 다 기록해두고 싶은데 훅훅- 지나가버린다. 사진도 남길 시간이 없다. 우리의 시간이 광속처럼 빠르다. 참 신기한 건, 하루가 나처럼 똑같이 느낀다는 것이다. 엄마랑 있는 시간은 앞으로 점점 더 짧아질 거라고 나랑 함께하는 시간이 소중해서 예전 같으면 뭐든 끝까지 우겼을 텐데 요즘은 적당한 선에서 참는다. 어쩌다 상처가 될 만한 말을 하면 곧바로 아, 미안해.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고쳐 말한다. 이기적이게 굴던 상황에서 한 발 양보를 한다. 유독 그런 날은 자기 전에 침대에 나란히 누워 하루 등을 안아주며 말했다."하루 오늘 엄마랑 좋은 시간 보내려고 애써준 거 알아. 너무 고마워.""하루는 엄마랑 싸우기 싫었어. "어떤 날은 내가 좀 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