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 늦잠을 늘어지게 자고 있는데 한국에서 전화가 왔다. 진 에어 담당자가 일본으로 오는 비행기 기종이 작아져서 혹시 다음 시간으로 변경해 주실 수 있냐고 물었다. “아… 진짜요…?” 바꿔주면 뭐 해주실 건데요?라는 말을 어떻게 돌려 말할 까 고민하는데 어휘력이 부족해서 좋은 말이 생각이 안 난다. “아… 음…아….”튕기는 것처럼 보이는 나를 꼬시려고 먼저 제안이 해 왔다.“바꿔주시면 유료좌석 옵션 무료로 드릴게요.” 짐 중량 늘리기보다 좌석이 더 좋았던 나는 바로 입구 근처 자리를 찜했다. 나중에 이게 살짝 재앙이 되었지 뭐람. 사람 일은 참 앞날을 알 수가 없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가는 날 체크인 카운터에서도 진에어는 내게 딜을 해 왔다. 이 녀석들 내가 호구에 핫바지인 거 어떻게 알고 여권에 써..

발단은 어느 날 만난 한국어 학생이었다. 수업 신청할 때 학생의 연령대가 나에게 공개되기 때문에 50대라는 걸 알고 기다렸다.멀리서 테이블을 향해 걸어오실 때부터 너무 아름다운 분위기가 막 뿜어져 나오셨다. 예쁘기도 하지만 세련되셨다. 올린 머리도 그냥 올린 게 아니라 인스타에서 본 것처럼 한 올 한 올 신경 쓴 모습. 마치 프랑스 파리랑 잘 어울릴 거 같은 청바지와 블라우스를 입고 오셨다. 전체적으로 중년 모델의 휴일 같은 느낌이 풍겼다. “세상에~ 너무 아름다우세요!! 혹시 패션 쪽 일 하세요?”“아뇨~ 전혀요! ”반갑게 인사하고 수업을 시작했다. 어디까지 한국어가 하고 싶은지 왜 하고 싶은지 여쭤봤더니 한 달에 한 번 한국 피부과랑 성형외과에서 시술받는 게 취미라고 소개하셨다. 듣는 순간 영어를 취..

역류성 식도염이 나아가서 제일 폭식하고 싶었던 밀가루가 피자랑 타코야끼였다. 어떻게 그럴 수가. 일본 처음 왔을 때 돈카츠 소스가 가장 와닿지 않았던 내가. 일본 사람들은 다들 추천하는데 달고 시고 야릇하게 약품 냄새가 나기만 하지 어디가 어떻게 맛있는지 모르겠더라. 그런데 돈카츠뿐만 아니라 야키소바도 그걸로 볶고 타코야끼 소스도 오코노미야끼 소스도 다 저걸 뿌려대는 게 아닌가. 슈퍼에 타코야키 소스, 우스터 소스, 오코노미 야끼 소스, 돈까츠 소스. 종류별로 팔고 있지만 찍어 먹어보면 농도만 다를 뿐 다 똑같은 맛이 나서 배신감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한 번은 일본 사람을 앉혀놓고 뭐가 다른지 설명해 보라고 따졌더니 그러고 보니.. 할 말이 없다며 오히려 충격을 받던 일도 있었다. ㅋㅋㅋ (괴롭힌 거 ..

점심시간에 일 끝내고 커피 한 잔을 사서 도서관까지 걸어온다. 그리고 한참 끄적이고 잡지도 보고 조용히 놀다 오는데 도서관 2층 화장실에만 가면 신기하게 흰머리가 그렇게 많이 보인다. 왼쪽 테니스 장 쪽으로 뚫린 창에서 자연광이 담뿍 쏟아지는 그 거울이 내 인생에서 제일 흰머리가 잘 보이는 공간이다. 그 장소는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내 모습이 제일 잘 보이는 거울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날도 아침에 머리 묶고 나올 때 한 개도 안 보였는데 다섯 개나 뿅뿅 튀어나와 있는 흰머리가 보였다. 쪽집게가 절실해진다. 다음에 도서관에 올 때 쪽집게를 챙겨 와야겠다는 계획을 세우기까지 했다. 지난번에도 똑같은 생각을 하긴 했다. 막상 에이… 도서관에 쪽집게는 좀 웃기지 하며 아직까지 실행에 옮기지 못했는데..

4학년 때 쥐어 준 (정말 대놓고 읽으라고 찔러 주었다) 해리포터 책에 푹 빠져서 완독을 했다. 떡밥 뿌리는 보람이 느껴지는 낚시였다. 나중에 장금이 언니랑 토론하다가 하루가 대왕 대문자 F여서 해리포터에 풍덩 몰입한 게 아니냐는 결론을 냈다. 영화도 다 보고 책도 다 읽으면 에 데려가 주겠다고 했다. 그 약속의 땅에 왔도다.토시마엔 역에 있던 아주 오래된 유원지+수영장을 밀어버린 자리에 생겼다. 여기도 하루랑 둘이 전철 타고 수영복에 타월에 튜브 짊어지고 왔었던 추억의 장소인데… 이렇게 이뻐지다니! (쓸쓸하지 않음) 와우! 역부터 해리포터 분위기 빌드 업 하고 있었다. 조… 좋은데..?비싼 해리포터 입구가 나왔다.성인 7000엔청소년 5800엔어린이 4200엔 이제 이런 데는 디즈니가 아니어도 기본..

마스카라로 유명한 키스미 얼굴에 땀을 틀어막는 베이스를 출시했다.런치 아르바이트 할 때마다 혼자 사우나에서 곰탕 먹은 사람처럼 땀을 흘리는 게 남사스러워서 사 봤는데 이거 약간 다한증 치료제 수준으로 얼굴의 땀을 다 차단해 준다. 무서울 정도로 소량만 발라도 효과가 좋고 그 위에 화장도 너무 잘 올라감. (뭐가 들어간 거야… 무서워.)대신에 클렌징이 잘 안 돼.. 물이 튕겨… 그래서 결국 진짜 절박할 때 빼곤 쓰지 않는다. 땀 흘리는 사람 처음 보슈. 구경들 하슈.서네언니가 여행 가기 전엔 다이슨 청소기 헤드를 빨아둔다고 그래서 무슨 소리지…? 못 알아듣고 있었다. 세상에 이 말이었어. 몇 년 동안 이 헤드 분리하는 법을 모르고 있었다. 때 구정물이… 정말 미안하다 헤드야. 우리 헤드 얼마나 목욕하고 싶..

일본에는 환타가 포도맛 말고 잘 없다.딸기는 정말 한국에서도 본 적 없네.그래서 사진 찍고 있는 베테랑 트래블러 곰돌이.왜 오렌지 환타는 일본 시장에서 모습을 감췄을까 잠깐 생각해 봤는데… 일본의 오렌지 맛 (과즙 100%가 아닌 오렌지 향) 쥬스를 장악하고 있는 ‘낫짱’의 위엄 때문이 아닐까. 한국의 쿠우 맛이랑 똑같다.이렇게 생겼음.희안하게 낫짱은 사과도 있지만 오렌지만 그렇게 많이 본다. 그리고 오렌지 맛을 마셔보면 그냥 오렌지만 찾게 된다. 환타가 없는 이유는 아마... 낫짱...불입?슈퍼에 파는 컵 커피.카우 커피가 너무 궁금했지만 빌린 차에 쏟을까 봐 소심하게 참았다.고구마 칩스.과자조차 자극적이지 않은 맛.달지도 않고 짜지도 않아…마지막 날에 벼르고 벼르던 멕시칸 요리도 포장하고갈릭 쉬림프도..

까불까불 하는 정신 사나운 모습을 참고 싶을 때 내가 하는 생각이 있다. 여행지에서 열나고 몸살 앓는 게 아니라 참 감사하다고. 넘치는 기운을 주체 못 하는 저 모습.. 감사하네…어제 슈퍼에서 사 놓은 월남쌈을 아침으로 먹었다. 근데 왜 여기에도 마요네즈가 뿌려져 있나요. 베트남을 안 가봐서 할 말 없지만 마요네즈랑 같이 먹는 건 아닌 거 같은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마요네즈는 마른오징어에 찍어 먹을 때. 여기에 고춧가루를 츅츅 뿌려주면 정말 맛있다. 그리고 빵에 옥수수 뿌리고 마요네즈 뿌리고 오븐 토스터기에 굽는 거. 크으.. 마요네즈의 순기능이라고 생각합니다. 흐리고 비가 후둑후둑 오는 넷째 날 아침 예약한 커피 농장 투어를 하러 왔다.UCC 커피 농장.자판기에서 자주 보던 UCC 캔커피는 미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