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으로 친구들과 이야기하다가 여긴 설날이라고 3번이나 듣고야 외웠다. 듣고 또 잊어버리고 다른 친구한테 듣고 또 잊어버리고 ;ㅂ;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게살 좋아하는 하루. 지난 새해에 이례적으로 꽃게가 저렴했다. 집에서도 먹고 시댁에 가서 다 같이도 먹고 원없이 먹었다. 새롭게 먹일 수 있는 게 생기면 어찌나 안심되는지. 나는 우리 부부 사이에서 이렇게 편식 심한 아이가 태어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케군은 자기 취향 아닌 음식이라도 눈앞에 있으면 다 먹어치우는 녀석이고 나는 내장, 비계, 닭껍질, 멍게, 해삼 혐오식품일수록 더 좋아하는 음식에 있어서는 비위 갑인 사람인데 말이다. (몇 개 못 먹는 것도 있긴 있어요ㅋㅋ) 애착인형 목 조르며 양치하는 하루 근데 애착인형은 평생에 한 개 정도인 줄..
11월엔 나도 좀 감기에 걸렸었는데 초등학교는 무슨 저주받은 것처럼 코로나, 독감, 전염성 어쩌고저쩌고 돌림노래처럼 돌고 돌아 매일매일 3분의 1이 결석을 했다. 전문가들은 마스크 벗고 처음 맞는 겨울이라 밀린 숙제처럼 애들이 면역력을 키우는 중일 거라고. 한국도 그랬다면서요? 하루에게는 11월 어느 주말에 돌림노래 차례가 왔다. 배가 아파 뭔가 기분이 안 좋아.. 이 말을 할 때 이미 나는 알고 있었다. 와- 내가 어떻게 알았는지 나도 신기했다. 육아 짠밥? 하루야! 빨리 화장실로 가! 화장실!!! 충분히 가고도 남을 시간이었지만 아이는 싫어했다. 그리고 거실에 다 토해냈다. 그나마 내 예견으로 러그 한 장에 가둬서 큰 피해를 막았다. 하루는 엄마 미안해.. 하며 토를 했다. 으이구. 너 이건 진짜 미..
돈키호테를 둘러보다가 쇼와시대 초기 엄청 레트로한 크레파스가 재탕된 것을 발견!!! 아.. 예쁜데… 이제 하루는 크레파스 안 쓰는 사실을 깨닫고 매우 아쉬워하며 내려놓았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순수하고 천진한 아이의 시절은 어느 한 계절처럼 순식간에 지나가는구나. 생각보다 삽시간에. 여기는 다이소가 야심 차게 내놓은 디자인에 힘 좀 쓴 잡화점 . 불꽃놀이 세트 패키지가 너무 이뻐서 충동 구매했다. 연필 세트도 샀다. B1부터 B6까지 연필심의 농도를 대변해 케이스 색이 점점 짙어진다. 모아보면 너무 기발하고 간질간질한 디자인… 조하! B5는 흔히 볼 수 있는 흑심이 아니라 사 봤다. 애가 아직 연필 쓰는 나이야. 크! 좋았어. 나의 문구 소비욕을 애로 때우는 슬픈 사실. 필기구 쓰고 싶으니까 영어 필사라도..
입국심사는 쫄깃했다. 우리 앞 앞 줄에 서 있던 여행객이 37번 데스크에서 심사를 받고 있었는데 갑자기 입국 심사원이 불같이 화를 내며 언쟁이 일었다. 중국어를 쓰는 아시아 여행객이었다. 좀처럼 심사는 끝나지 않고 일행이 자꾸 안 나오자 상황을 보려고 기웃거리는 사람한테도 나가요!!!! 막 극대노까지 하는데 제발… 37번이 우리를 맡지 않게 해 주세요.. 부들부들 떨었다. 도대체 심사원한테 뭔 짓을 한 거야… 가뜩이나 긴장돼서 내가 얼마나 미국 입국 연습을 했다고요. 그리고 간발의 차로 우리는 38번에 불려 갔다. 우리 뒤의 사람들.. 37번으로 ;ㅁ; 사요나라… 38번 직원은 유쾌한 사람이었다. 한국인, 일본인 부부에게 번갈아서 그 나라 말을 써 줬다. 나한테는 UmG 엄쥐~ (손가락 스캔~ ) ㅋㅋ너..
여기는 도쿄 돔 야구장. 어린이를 위한 무료 개방의 날이었다. 운 좋게 인원수 제한하는 추첨에 뽑혔다. 구장에 직접 서 보고 공놀이도 하고 달려보는 것뿐이었지만 언제 이런 랜드마크 (야구장 상태일 때) 안에 들어와 보겠어. 솔직히 이 프로모션의 목적이 알쏭달쏭했다. 어린이들이 야구에 호기심을 가지게 하는 것인지 도쿄 돔을 홍보하는 것인지. 그게 안정성인지 규모인지 시설인지. 참 마케팅의 세계는 어렵네. 그냥 하루가 귀여움. 그냥 중계로만 보던 선수들 자리라던가레트로한 분위기의 선수용 전화기라던가 선수들 대기실로 이어지는 복도를 훔쳐보는 게 좀 재밌었다.집에 가는 길에 이런 VIP 시트도 보였다. 부자들은 이런 데서 야구나 콘서트를 보는군요?되게 개미처럼 보이는데 좋은 자리 맞는 것인가. 뭘 라이브로 관람..
여름방학 시작 전이지만 다 털지 못한 유월의 사진. 뒤태가 이제 청년스럽네.근데 하는 짓 좀 보래요. 박스에 뭘 덕지덕지 붙여 수제 책상을 만들었다. 과자 통은 청테이프로 붙여 연필꽂이로 하고 쓰레기 봉지도 달려있고 뭐가 많다. 문제는 숙제하려고 앉으면 지우개 한 번 연필 한 번 쓸 때마다 각각의 소재지에 넣었다 뺐다가 주객이 전도돼서 개정신머리 없다는 것이다. 지금은 다행히 싫증 났다. 바로 퇴출시킴.산타 할아버지에게 받은 자전거를 마지막으로 탔던 날. 새 자전거는 살 건데 산타한테 받은 자전거는 버리지 말아 달란다. 둘 데도 없고 나중에 버리려면 돈이 드는데 (헌 자전거 공짜 처분 서비스가 있어서) 새 자전거랑 교환하면 될 것을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진짜로 산타의 존재를 믿는 어린 영혼이 너무 사랑..
# 돼지갈비와 밑반찬 내가 방 안에서 코로나와 싸우는 동안 하루는 너무 잘 지냈다. 서녕언니는 인생 두 번짼가. 육아도 잘했다. 입에 침 마르게 대답해야 하는 질문쟁이 하루의 질문을 다 접수 대응. 한국에서 처음 보는 거 투성이라 평소보다 질문력이 3배쯤 상승했었는데 그걸 다 막아내었다. 그리고 무슨 질문을 하든 마지막엔 기승전결로 그러니까 엄마한테 잘해야 돼 엄마가 얼마나 힘들겠어. 한 마디씩 꼭 붙였다. 언니 ㅋㅋㅋㅋㅋ 모든 질문의 결론을 어떻게 그렇게 ㅋㅋㅋ. 그 기술 훔침. 나 대신 하루는 언니네 동네에서 젤 맛있는 갈비를 먹고 너무 맛있었다고 감탄 감탄을 해서 언니랑 형부는 사 줄 맛이 났다고 한다. 여행 끝나고 하루 디지털카메라 사진을 노트북에 저장하면서 갈빗집 사진을 봤는데 먹지도 않았을 밑..
# 엄마 앞에 봐!!! 비행기가 바퀴를 내리고 착륙하려고 할 때 안전벨트를 다시 한번 확인하라는 아나운스가 나왔다. 몸을 거의 90도로 틀고 하루한테 쪼잘대던 나한테 하루가 소리를 지르며 다급하게 말했다. -엄마!! 엄마!!! 빨리!! 앞에 봐!!! -… 왜? 선생님 왔어? -… 응? 큭… -쉬는 시간 끝났어? -ㅋㅋㅋㅋㅋㅋㅋ 자기가 생각해도 왜 착륙할 때 조용히 앞에 봐야 하는지 모르겠어서 엄마 말에 막 웃었다. 학교 다니니까 이런 개그도 통했다. # 한국의 냄새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엄청나게 익숙한 냄새가 났다. 예전에 나리타 공항에 도착해서 자취방이 있는 치바로 가는 전철을 타면 딱 가정집 불빛이 나오기 시작하는 구간부터 간장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달달한… 조림냄새. 예전에 그 얘기를 케군한테 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