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모공밖에 안 보이는 어느 날이 있지 않나. 거울의 내 얼굴을 마주칠 때마다 눈 코 입을 제치고 거뭇거뭇하고 무수한 모공만 계속 보였다. 저 속엔 뭐가 있는 거지? 케미컬 필링, 모공 레이저를 열심히 검색하다가 흔하디 흔한 블랙헤드 팩을 안 해봤구나 큰돈 쓰고 후회하기 전에 작은 돈을 질러봤다. 까만 모공은… 아직 까맣다. 잘 모르겠다. 그런데 손으로 우둘투둘 만져지던 화이트 헤드가 줄어들어서 안 하는 것보다는 나은 거 같다. 음.. 잘 모르겠지만한국의 티몬 위메프 사태가 터졌을 때 큐텐 사이트도 술렁였다. 오로지 큐텐에서 한국 화장품을 배송받았는데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서 차선책을 찾다가 올리브 영 글로벌 사이트가 오픈한 사실을 알게 됐다. 게다가 첫 구매는 40프로 할인. 이건 1+1 서비스가..
7월에 호주 여행을 다녀왔다. 역시…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건… 여행이다 ;ㅂ; 딱히 특별할 거 없었지만 그냥 다 좋았다. 별 소소한 것들이 다 설레서 스스로도 뭐가 그렇게 재밌었는지 신기하지만 여행이란 게 내게 그렇더라. 그래서 다녀오고 난 후 일주일을 거의 몽롱히 지냈다. 너무 좋은 꿈에서 깨버린 다음 다시 잠들려고 애쓰는 사람처럼. 아무것도 안 하고 쓸모없이. 그렇지만 영혼만은 추억으로 꽉 차 있었다. 여행 이야기 전에 일본에 다시 적응하기 위해 (?) 긴자에서 좋았던 카페 사진을 주섬주섬 풀어봅니다. 여기는 세 번 방문 실패한 トリコロール本店 갈 때마다 자리가 없어 돌아섰다. 1936년부터 영업 중인 카페. 그냥 외관부터… 회전문까지… (밖에 못 봤지만) 예쁩니다. 그래서 아쉬운 대로 근처에 가 ..
무슨 역이었는지가 기억이 안 난다.갈아타려고 줄을 선 낯선 역 안에 레트로한 매점이 보였다. 가득 매달아 놓은 음료수 메뉴들이 목욕탕 같기도 하고 담배 가게 같기도 하고. 하나같이 촌스럽고 처음 보는 음료수들이라 신기한 한편 촌스러움이 완벽하게 통일돼서 미학이 있었다.이 동네가 원래 그런가.레트로한 가게들만 쏙쏙 눈에 들어온다.평소에 그냥 지나쳐만 본 RAKERU에 들어가 봤다.체인점인가 보다. 이케부쿠로에서도 본 적이 있다.오므라이스를 좋아하지만 탄수화물 먹기는 싫었는데 오믈렛 메뉴가 있어서 망설임 없이 들어갔다가ㅇㅁㅇ !!!!음소거로 소리를 질렀다.이런데였어?????이거 무슨 감성이지1950년으로 타임슬립한 건 아니죠?희끗 보이는 민트색 창틀빨간 체크 페브릭메르헨 분위기 물병꽃무늬도 한껏 앤틱잘 아..
신오쿠보에 있는 쭈꾸미 도사 본점에 가서 촵촵촵. 치즈 넣은 계란찜은 처음 먹어봤다. 진화한 한국음식 접한 느낌이었다. 뫄싯네…. 쭈꾸미 양념도 너무 맛있었는데 추억의 야끼만두가 위에 올려져 있어서 반가웠다. 역시나 일본친구들에겐 인기가 없었다. 기름에 쩔은 눅눅한 껍데기에 속은 고기 아닌 잡채면인 것이 노이해인 모양 ㅋㅋㅋ 그래… 뭐… 맛이 있다곤 할 수없네. 쭈꾸미도사는 재일교포, 일본친구 모두모두 열광하며 먹었다. 밥까지 비벼서 싹싹.집에 오는 길에 분식집에서 김밥을 하나 포장해 왔는데 동남아 국가로 보이는 알바 분이 계셨다. 한글 메뉴로 ‘흑미 김밥’이라고 주문을 해야 할지 여긴 일본이니까 黒米キンパ 이라고 주문해야 할지 순간 망설여졌다. 겜블러의 심정으로 ‘흑미 김밥’ 구다사이. 했더니 하이. ..
장금이 언니랑 토요일에 만났다. 그리고 나의 기똥같은 획책으로 토라노몬 힐즈를 향했다. 얼마 전에 시부야에서 전시를 보고 평일인데도 넘쳐나는 외국인 인파에 진심 놀랐기 때문이다. 토라노몬 힐즈는 오피스 위주로 꽉꽉 찬 빌딩인 데다 얼마 전 아자부다이 힐즈가 따끈따끈하게 오픈해서 살포시 각광이 비껴간 곳이다. 하지만 여전히 삐까리 뻔쩍하고 매력적인 가게들이 많다. 게다가 출근하는 사람도 없고 관광하는 사람도 없고. 원래 가려고 했던 델 찾던 중에 너무 맛있어 보이는 브런치 가게를 발견했다. 탐스럽게 늘어뜨린 드라이플라워들에 홀리듯이 들어갔다.식기도 예쁘고 음료수 추가 안 해도 홍차를 계속 무료로 따라주는데 20분에 한 번씩 다른 종류로 교체가 됐다. 자원봉사 수준.우리는 샐러드+빵, 파스타+빵 브런치를 하..
올해부터 하루는 일주일에 두 번 학원 갔다 깜깜한 밤이 되어 돌아오는 본격 사교육 키즈가 되었다. 내가 이것도 할 말이 차-암 많은데 하늘에 맹세코 우리 부부가 시킨 게 아니라고 메가폰 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응원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희한하게 우리 집은 애가 제일 교육열 높다는 게 시트콤이다. 가끔 -하루야 이렇게 숙제 안 하고 시간 보내면서 학원 보내달라고 하면 아무리 부모지만 돈이 아까워. 중학교 입시 하지 말고 친구들이랑 같이 동네 학교 가서 재밌게 지낼까. 하면 눈물을 그렁그렁하며 절대로 할 거라고. 제발 시켜달라며. 시트콤이다. 그리고 내 멘트는 전부 진심인데 이게 마치 하고 싶은 아이 못하게 해서 안달 나게 하는 전략처럼 돼버리는 게 아이러니. 우짜뜬, 하루가 일주일에 두 번 이른 저녁밥..
케케묵은 외식일기를 펼쳐볼까 여기는 처음 가 본 이자카야였는데 오랜만에 맘에 쏙 드는 것이었다. 맛은 기본으로 좋았고 1. 전체가 금연공간이고 2. 아이가 먹을 밥이 충분히 있고 3. 대부분 간이 짜지 않고 (술 안 마시는 사람들 입맛도 존중해 주라!) 4. 저렴했다. 일본 반찬 중 마요네즈계 양대산맥 포테이토 샐러드랑, 마카로니 샐러드를 반반씩 담아 그 위에 계란 그 위엔 후추로 화려하게 엔딩 되어 있었다. 저것들은 탄수화물과 지방(마요네즈)의 조합인 주제에 샐러드라는 이름을 뽐내고 있는 모순 덩어리지만... 거부할 수 없다. 욕하며 먹는 수 밖에 없다. 가격도 저렴한데 음식들이 너무 맛있어서 이것저것 종류별로 시키는 즐거움이 있었다. https://sanzo.jp/평범하지 않았던 돈카츠 소스 トップ ..
가을이 되면 일본은 밤타령이 시작된다. 밤과자, 밤떡, 밤빵, 밤밥, 밤케이크 한국도 그런지 모르겠는데 일본은 절기마다 꼬박꼬박 챙겨야 하는 아이템처럼 제철 음식으로 어떻게든 매상을 올리려 열심이다. 그리고 잘 먹힌다. 가는 곳곳마다 고구마랑 밤 제품이 지금 아니면 못 먹을 것처럼 기간한정을 앞세우면 다음 해에 내가 살아있을지 장담은 못하니 꼭 먹어야 할 거 같다. 밤 타령이 시작되면 (다른 건 안 그럽니다.) 난 혼자 머릿속으로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연평바다에 어얼싸 돈바람 분다. 진짜 밤타령을 한다. 이해받지 못할 똘짓거리를 말할 데가 있어서 참 좋구나. 밤 가공된 음식 별로 안 좋아하지만 어쩐지 몽블랑 케이크는 매년 한 두 번 시험해 보게 된다. 비주얼에 끌려서. 하지만 늘 지나치게 달아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