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돼지갈비와 밑반찬 내가 방 안에서 코로나와 싸우는 동안 하루는 너무 잘 지냈다. 서녕언니는 인생 두 번짼가. 육아도 잘했다. 입에 침 마르게 대답해야 하는 질문쟁이 하루의 질문을 다 접수 대응. 한국에서 처음 보는 거 투성이라 평소보다 질문력이 3배쯤 상승했었는데 그걸 다 막아내었다. 그리고 무슨 질문을 하든 마지막엔 기승전결로 그러니까 엄마한테 잘해야 돼 엄마가 얼마나 힘들겠어. 한 마디씩 꼭 붙였다. 언니 ㅋㅋㅋㅋㅋ 모든 질문의 결론을 어떻게 그렇게 ㅋㅋㅋ. 그 기술 훔침. 나 대신 하루는 언니네 동네에서 젤 맛있는 갈비를 먹고 너무 맛있었다고 감탄 감탄을 해서 언니랑 형부는 사 줄 맛이 났다고 한다. 여행 끝나고 하루 디지털카메라 사진을 노트북에 저장하면서 갈빗집 사진을 봤는데 먹지도 않았을 밑..
# 냥냥한 파라다이스 써녕엉니네는 ‘달이’라는 샴고양이가 있다. 나는 드디어 달이를 만난다는 생각만으로도 설렜었다. 그런데 이게 웬 빅잼. 때마침 언니 지인이 여행가 있는 동안 맡은 고양이 둘이 추가로 득실득실. 이곳은 천국행이었다. 펫이 있는 집에서 자는 게 처음인 하루는 아침에 눈뜨고 밤에 잠들 때까지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냥냥이들과 함께 기상. 아직 꿈인가 싶고요!!애교 작살이던 개냥이 연두새침한 호두 #죽을 준비해 그리고 그 다음날 나는 코로나에 걸렸다. 어쩐지… 죽을 만큼 아프더라… 진짜 천국 가는 줄 알았다. 하아… 검사 결과 나오자마자 나는 고양이 못 만지… 하루는 엄마를 피하고.. (와 이게 제일 슬펐음) 다행히도 나는 집에 남았고 언니들은 예정대로 하루를 데리고 캠프를 가 주었다. 하루..
# 송편은 어디에 일본도 널린 게 떡이지만 나라마다 떡이 또 다르다. 팥, 물엿, 흑당, 인절미 가루와 떡 조합은 똑같이 있지만 꿀떡…. 설탕물에 깨 섞은 그 꿀떡은 일본에서 본 적이 없다. 한국슈퍼에서 냉동 꿀떡을 사 준 이후로 하루는 그 이름을 하루도 잊은 적이 없다. ‘송편’ … 삼송빵집에 가면 팔 줄 알았는데 예상이 빗나갔다. 그래도 납작하게 구운 호떡을 발견하고 무진장 맛있게 먹은 하루. 꿀 들어간 것도 모자라 겉이 바삭바삭 아스라 진다니 삼송빵집 지니어스다. 전철역 근처에 떡집이 있길래 일부러 길 건너 다녀왔는데도 없었고 아무튼 송편 찾아 며칠 다니다가 평택 언니네 갔더니 역 안에 팔고 있었다. 하루 머리 위로 빵빠레가 울렸다. 이모: 하루야 인절미도 맛있는데 먹을래? (도리도리) 인절미는 일..
# 누룽지의 나라 에서 둥둥이랑 하나를 기다렸다. 겨울에 왔을 때 케군은 못마땅해하며 들어간 정식집이었는데 솥밥에 붙은 누룽지에 감격한 하루. 덕분에 ‘누룽지’와 ‘숭늉’이라는 고급 어휘를 획득했다. 서녕언니네 집에선 내내 간식으로 현미 누룽지를 씹어먹었고 광주까지 내려가서 장어보다 솥밥을 제일 맛있게 먹었다. 게다가 블로그 애독자 둥둥이 이모는 누룽지 사탕을 한 봉다리 선물해 줘서 아주그냥 여러모로 누룽지를 만끽하고 왔더랬다. 지금 현재 제일 좋아하는 한국 음식 ‘누룽지’…. (먹을 게 천지빼까리인 나라에서 말이대능가.. 이게) #나는 하나에게 입덕 하나는 하루에게 입덕 드디어 영접한 하나짱. 코로나 전에 둥둥이 뱃속에 세포로 있어서 보지 못했던 너… 드디어!! 드디어!! 너를 보는구나. 하나찡. 똥그..
# 바늘에 실 꿰듯 5년 만에 만나는 고등학교 동창 친구가 멀리서 와 줬다. 무지 좋은 차를 운전해서 왔다. 분명히 삼겹살집 아저씨가 주차장 있다고 했는데 건물을 빙글빙글 둘러봐도 그런 건 보이지 않았다. 다시 들어가서 물어보니 저기가 맞단다. 저긴… 화장실로 가는 복도 아니에요? 일단 뒷 꽁무니를 살살 맞춰서 넣어보기 시작했는데 너무 꼭 끼는 듯한 느낌에 자신 있게 유도를 못하겠다. 내가 왼쪽 오른쪽 왔다 갔다 하며 불안해하자 담배를 피우러 나온 남자 손님 두 분이 “예~ 안 부딪혀요~ 쭉쭉 들어가세요” 도와주셨다. 후진하던 바퀴가 보도블록 턱에 걸리자 나랑 친구는 ‘이거 맞아?‘ 눈빛을 교환하며 순간 얼음. 다시 아저씨 두 분이 “밟아요~ 괜찮아요~” 안심시켜 주셨다. 더더! 더더!! 호령에 맞춰 바..
# 엄마 앞에 봐!!! 비행기가 바퀴를 내리고 착륙하려고 할 때 안전벨트를 다시 한번 확인하라는 아나운스가 나왔다. 몸을 거의 90도로 틀고 하루한테 쪼잘대던 나한테 하루가 소리를 지르며 다급하게 말했다. -엄마!! 엄마!!! 빨리!! 앞에 봐!!! -… 왜? 선생님 왔어? -… 응? 큭… -쉬는 시간 끝났어? -ㅋㅋㅋㅋㅋㅋㅋ 자기가 생각해도 왜 착륙할 때 조용히 앞에 봐야 하는지 모르겠어서 엄마 말에 막 웃었다. 학교 다니니까 이런 개그도 통했다. # 한국의 냄새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엄청나게 익숙한 냄새가 났다. 예전에 나리타 공항에 도착해서 자취방이 있는 치바로 가는 전철을 타면 딱 가정집 불빛이 나오기 시작하는 구간부터 간장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달달한… 조림냄새. 예전에 그 얘기를 케군한테 하니..
가는 날이 되니 몸이 힘든지 아침에 추웠다. 오오오오.. 뼈를 파고드는 한기.. 지금까지는 한국에 온 기쁨과 흥분에 잠시 추위를 잊고 있었나봥. 제가 첫날 추울 거면 이래야지 했던가요? 취소버튼 어디 있나요. 가기 싫어하는 내 멘탈을 위해 몸이 가야 할 이유를 찾아주는 건지도 모른다. 어제까지 하나도 안 춥더니 오늘 아침은 별로 다르지도 않은 기온인데 이렇게 느끼는 게 신기하지 않은가. 어젯밤에 마지막 만찬을 즐긴다고 우리는 마트에서 이것저것 사 왔었다. 호텔방에 돌아와 컵라면에 물을 넣으니 마실 물이 부족해졌다. 하루가 직접 프런트에 전화하겠다고 한다. 케군에게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아들이 나왔다니 신비롭다. 전화로 뭐라고 말하려나. “저기요. 어 물 세 개만 더 줄 수 있어요?” 진짜 ..
무장을 하고 제일 먼저 국민은행을 찾아갔다. 인사동 너무 좋다. 술집, 밥집, 서점, 찻집, 카페, 옷집 (종각역 지하상가 옷집 많음!!) 은행, 경찰서 (이건 왜 ㅋ) 다 가까워 너무 편리하다. 고객이 아무도 없었다. 여유로운 은행의 모습. 일본은 점심시간이고 뭐고 오전부터 영업 종료까지 은행 창구에서 일을 보려면 하염없이 기다리는 건 기본이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절대 온라인 업무 안 하시고 (ATM도 안 쓰시는 분들이 많다) 가게나 회사들도 아날로그 방식으로 은행 창구 이용해서 업무를 봐야 하는 게 많아 영원히 차례가 돌아오지 않음. 한국은 원래 이렇게 늘 여유로운가? 뭐 하나 인터넷에서 처리할래도 핸드폰 인증 해야 한다는 시스템 때문에 창구를 찾아야 하는 나는 감사할 따름이었다. 차례가 돌아와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