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엔샵에서 그릇만들게 점토 사 달라길래 도예 체험이 없을까 찾아 봤다. (집에 점토 들러 붙는게 싫었던 이기적이고 못된 애미...) 하루는 자기가 만든 그릇에 진짜 따뜻한 밥을 담을 수 있냐고 한 열 다섯 번 확인하고 나서도 반신반의한 얼굴로 따라나섰다. 허당 애미는 엄청 멀리도 예약하고 말았다. 지하철에서 내려 버스로 갈아탔다. 일찍 도착해서 애매한 시간을 메꾸려고 아이스크림을 사 주고는 다 먹기도 전에 이제 시간 없다고 재촉하는 이럴거면 처음부터 시작하지를 말지 상황을 만드는 나 진짜 반성합니다. 나는 왜 이런 작은 일들부터 이렇게 어른스럽지 못할까 사스가 (역시) 에비수.. 역하고 상당히 떨어진 주택가였는데도 맛집 멋집 밀집 되있기로 유명한 곳이라 우연히 들어 간 곳도 분위기가 좋았다. 반려 동..
100엔샵에서 나를 엄청 졸라 꽃가루 박을 사더니 엄마 생일상 차려주려는 거였다. 위에 금색 동그라미에 밑으로 나있는 끈을 당겨 도르르르 ‘축하합니다’ 라는 글씨가 굴러떨어졌다. 이 박을 일본말로 くすだま쿠스다마 라고 하는데 동서가 듣더니 “쿠스다마로 축하해줬어? しぶいね〜” 라고해서 쿠스다마가 가진 이미지를 나도 처음 배웠다. 시부이라는 형용사는 늙은이 같다. 중후하다. 연식있다. 애늙은이 같다. 그렇게 부정적이지 않은 뜻의 늙은 느낌을 말한다. 한국말로는 요즘 세대 같지 않은 멋을 뭐라고 수식할 수 있지? 화이트보드에도 엄마 40살 축하해. 이제 만나이도 마흔을 찍어버렸다. 내 깊은 슬픔을 알 턱이 없이 하루는 계속 축하하고. 이때가 아니면 이런 장난은 못하지. 아주 맛있는 얼굴을 하고 신나게 폭죽을..
7월 말이었다고 한다. 잊어버려서 사진첩을 뒤적여 언제 적 일이었는지 찾아냈다. 포스팅이 하얗게 비워진 공간만큼 내 인생이 지워져 버리는 것 같아 마음이 급했지만 계속 시간이 안 났다. (블로그의 부작용인가 그만둘까) 겨우 자리 잡고 쓰려는데 까맣게 기억이 안 난다. 날 '도리'라고 불러야겠다. 도리는 니모를 찾아서의 니모 친구 생선이다. 뒤돌아서면 깡그리 잊어버리는 그 단기 기억상실증 물고기. 장금이 언니가 이번에는 키치죠지로 안내했다. 도리도리 따라 간 그 곳. 四歩 네 걸음이라 쓰고 '십뽀' 라고 읽었다. 밥 집이었는데 잡화도 파는 곳이었다.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을 쓰고 자연스럽게 구경을 했다. 마치 강가에 고기잡이 하러 온 아이들 물장구에 아무 생각 없이 그물로 흘러들어 가는 송사리 떼 마냥. 쉭..
“도쿄 마루비루 (마루노우치 빌딩)에 좋은데 알아!” 이양의 주도 아래 애리, 나 이렇게 셋이 7월에 런치를 했다. 뭐든 물으면 다 나오는 정보통 이양은 어머님이 도쿄에 올라오시면 가끔 모시고 간 맛집이라며 조금 눈을 적셨다. 이양의 부모님은 말레이시아인이다. 의과대학 공부를 하러 오신 아버지는 의사 자격을 얻고도 일본에 매료되어 평생 이 곳에 살기로 하셨다. 그리고 공부가 끝나면 다시 돌아갈 줄 알고 따라 온 어머님은 어쩌다가 남의 나라에서 살게 되셨다. 예전에 이 이야기를 듣고 내내 고국을 그리워하게 된 삶을 상상하며 정말 마음이 아팠는데 그런 어머님 몸이 요즘 많이 안 좋아서 말레이시아는 커녕 딸이 사는 도쿄도 왕래할 수 없게 되었단다. 언젠간 말레이시아에 가시게 되겠지… 혹시 노후엔 그 곳에서 생..
6월이었나.. 7월이었나.. (장금이 언니 제가 드디어 이 포스팅을 했어여.. 참 오래 걸렸다 ;ㅂ;) 오기쿠보 터주대감인 장금이 언니의 가이드를 받으며 찾아간 밥 집. 언젠가 인스타에서도 본 적 있는 꽤 유명한 고민가 (古民家) 정식 집이었다. 오래 된 주택을 이용해서 만든 가게라고 설명해야 맞는데 짧고 좋은 한국어 표현 없을까. 고민가는 마치 하여가, 단심가에 이어 고민하는 내용의 시조같고 말이죠… 언니가 예약 해 줘서 기다리지 않고 들어 갈 수 있었다. 분명 취업 축하한다고 내가 밥 사준지 한 달도 안 된거 같은데 벌써 첫 월급을 받았다고 해서 깜짝 놀랐고 그 사이에 이미 언니는 지칠대로 지쳐있어서 (ㅋㅋㅋㅋ) 화들짝 놀랐다. 상사는 워커홀릭이고 동료는 단 한명이고 새벽에도 주말에도 문자가 오고 퇴..
타오바오 한창 주문할 때 산 중국 니트. 다른 나라 옷은 색감이랑 핏이 확실히 이국적이라서 괜히 소중하다. 유행이 다른 탓이겠지만 비오는 날. 검정 원피스. 베이지 셔츠. 이케아 간 날. 베이지 치마바지에 흰 블라우스 자주 입었던 베이지 원피스 나는 이런 무채색이나 황토색 티에 검정 치마. 채도가 확 죽은 거무틔틔한 옷이나 파스텔톤 투피스에 연베이지 티셔츠 이런 이도 저도 아닌 매우 흐리멍텅한 색을 무한히 짝사랑하는데 이렇게 쨍한 원색을 입어야 얼굴이 산다. 내가 지금껏 찍은 증명사진 중에 지존이다. 와. 그리고 이 증명사진은 드디어 쉐딩의 가치에 눈을 뜬 내 결과물. 이래서 다들 쉐딩쉐딩 하는구나. 이래서 다들 투포투스쿨인지 포투포투스쿨인지 쉐딩쉐딩 팔렸구나. 내가 내 스스로 코를 창조했다. 그리고 턱..
월요일 되기 2시간 남은 늦은 밤. -추짱! 내일 뭐 해! 나 내일 5시까지 시간 많은데 무례하고 상식 없는 권유에도 추짱은 콜을 해줬다. 동네동갑친구플렉스. 게다가 나는 도쿄에서 한 시간 넘게 떨어진 가마쿠라에서 에노덴을 갈아타고 바다 보며 밥을 먹고 싶다는 황당한 희망 사항을 늘어놓았다. 근데 좋대. 추짱..너의 자비로움이란… 다음엔 내가 아무리 느닷없고 장황해도 너의 버킷리스트를 다 들어주겠노라 다짐했다. 밤 11시 45분에 패션쇼가 벌어졌다. 빨간 티를 입었다가 다시 벗고 초록 티를 입었다. 요즘 나의 공식은 롤업 한 진청에 흰 양말이지만 왠지 내일은 이 베쥬 바지가 정답이다. 늑낌이 왔어. 우에노에서 만나 가마쿠라로 가는 전철을 타고 그린석에 카드를 찍었다. 이 한 장은 오늘 있을 일을 누군가 ..
슬슬 외모에 신경쓰시나봐. 모자를 사 달랜다. 그리고 거울 앞에 서서 한참을 멋부렸다!!! 낯설다 ㅎㅎㅎ 울애기 이러는 거 라멘 먹을 땐 벗어두자 했더니 뒤로 쓰면 된대요. 엄마에게 사랑해. 내일 프로그래밍학원 끝나면 점심 밥 뭐 먹을까? 하루는 아직 생각 중이야. 내용도 알차고 일러스트도 있네. 앞머리가 너무 대머리라 내가 앞머리만 채워서 그려넣음 (앞머리에 집착하는 정신병자엄맠ㅋㅋㅋㅋ) 이건 바닷 속 숫자가 높을 수록 바다 깊은 곳이고 0인 곳의 해수면에는 튜브를 타고 노는 아이가 있음 아래로 내려갈 수록 문어, 오징어, 해파리, 물고기, 가장 아래 미역이 있다. 오오… 납득이 가는 그림. 둥둥이 이모는 화장품 뿐만아니라 귀한 한글 학습지도 보내줬다. 어려운 거 쉬운 거 골고루 보내줌 센스센스. 진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