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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제목으로 포스팅한 지 정말 얼마 안 된 거 같은데 1년 전 일이 되어있다. 무서운 세월.
미국에서 사는 언니가 왔다. 이번에는 나비를 데려왔다. 갓 돌 지났을 때부터 봤던 아기가 내 키를 넘어서 너무 충격적이었다. 세월이 가는 것도 빠르고 무섭지만 세포가 성장하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계속 놀랐다. 적응 못하고 며칠 볼 때마다 계속 놀랐다. 지난번엔 보는 것마다 다 사겠다고 핑크 핑크 레이스 샬랄라 했는데 갑자기 너무 쿨하고 합리적인 아이가 돼서 또 신기했다. 다시 처음 만나는 것 같애… 이게 바로 진짜 너의 자아일까? 다음에 보면 또 달라져있을 거야?

매우 합리적인 쇼핑을 하고 만족하고 있음.
이걸론 간에 기별도 안 가던 아이가…

19시간 비행기 타고 날아온 살림살이와 과자.
저 빨간색 옥수수 과자가 단짠 맛탱구리였다.

이런 조용한 동네를 좋아하는 언니랑 달리 사람에 치이도록 미어터진 시부야에 환호했다는 딸. 미국에선 느낄 수 없는 낭만이라고 ㅎㅎ

하루랑도 은근히 자주 만났는데 둘 다 십 대로 들어선 길목에 만나니까 어색하고 뻘쭘해했다. 거의 얘기 안 하고 눈빛과 어정쩡한 미소만 교환하면서도 서로 엄마들한테 무슨 말하는지는 귀 쫑긋 세우며 잠자코 듣는 아이들 ㅎㅎ 관심이 있는데 어떻게 관심을 보여야 할지 너무 어려워 ㅎㅎㅎ

둘이 헤어지고 나서야 나비는 하루가 너무 귀엽다고 하고 하루는 나비 누나가 한국말을 엄청 유창하게 해서 깜짝 놀랐다고 한다. 그걸 직접 말을 못 해 ㅎㅂㅎ

나비는 한국에서 온 아이처럼 모든 문장을 100퍼센트 한국어로 말했다! 막힘없이 술술. 도대체 얼마나 둘이 붙어다닌거지. 언니는 풀타임 일도 하는데 도대체 얼마나 고농도 대화를 하길래 아이가 저렇게 풍부한 한국어를 습득했을까. 대단하고 부러웠다. 나비 누나를 보고 하루가 더 적극적으로 한국어를 알려고 해서 큰 자극을 받은 거 같았다. 이게 웬 떡인가요.

일 년에 최소 한 번 이상 장거리 비행을 마다하지 않고 멀리 그리고 오래 아이랑 여행을 한 언니. 덕분에 나비가 참을성 있게 어른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적응하고 맞춰서 그때그때 넘기는 모습이 있는 거 같았다. 비가 오는 날도 갑자기 돌발상황이 생긴 날도 임기응변으로 여행일정을 바꾸며 둘이 재잘재잘 다녔다. 조금 지치거나 낭패를 봐도 나비는 “뭐 인생이 그런 거죠. 어쩔 수 없지.” 으쓱하고 말아 버리는 눈치였다. ㅎㅎㅎ

다음에 만날 땐 얼마나 달라져있을지 상상도 못 하겠다. 나비한테 일본에서 살면 어떨 거 같냐고 했더니 일본은 너무 귀여워서 슬프다는 말을 했다.

아직까지 귀여운 캐릭터나 설명서 광고 그림을 보면 나비 생각이 난다. 나비는 이렇게 귀여운 것들이 언젠가 다 쓰레기가 되거나 낡고 젖고 없어질 때마다 너무 슬퍼했다. 그러고 보니 젓가락 커버, 냅킨, 할인 스티커…  진짜 갖은것들에 귀여운 그림이 난무했다. 왜 이렇게 사방팔방 눈 코 입을 그것도 동글동글 귀엽게 그려놔서 나비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야. 일본아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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