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고속도로도 에디슨이 발명한 거야 -엄마 자전거에도 자동차처럼 수신호가 있는 거 알아? 진심으로 놀라운 정보를 가르쳐주는 일이 많아져서 연기가 아니라 오!!! 진짜? 하고 찐 리액션 할 수 있어졌다. 요즘 크레용 신짱 (짱구는 못 말려)가 자주 먹는 초코비 과자에 빠져서 저것만 먹고 스티커 모으는 중 볼이 흘러내려쪙 할아버지가 준 세배 돈으로 산 첫 리모컨 카가 고장 났다. 어린이날 뭘 사줄까 하다가 그냥 2천엔 돈으로 줬더니 한 푼 두 푼 모은 소지금이랑 합쳐서 좀 더 힘 있는 사륜구동 리모컨 카를 장만했다. 나는 지난번 자동차가 살짝 듣보잡 메이커라 쉽게 고장 난 거 같은 느낌적 느낌이 들어서 이번에는 건담 만드는 반다이 회사에서 나오는 걸 사자고 했다. 산 날 바로 공원으로 달려가 개시. 그러..

진짜 오랜만에 하루가 좋아하는 츠케멘 먹으러 왔다. 나 닮아서 오동통한 면을 좋아한다. (보통 오동통한 면을 좋아하나? 도톰한 면이 쫄깃하쥬) 뒤에 큰 글씨는 라이스 바- 마음껏 드세요. 무료. 라멘 시키고 흰밥을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다. 무서운 탄수화물 폭탄 세례 ㅎㅎ 그리고 기분이닷 집에 가는 길에 계속 가 보고 싶다던 네코카페에 데려갔다. 저녁 6시 평일은 매우 한산했다. 너무… 강질강질해… 솔직히… 내가 오고 싶어서 왔… 촛점 안 맞는 저 두 마리가 하루랑 또래였다. 다들 몇 번 반응하다 시큰둥 하는데 고양이 장난감에 지치지도 않고 날뛰던 두 마리. 저 두 마리만 아기 고양이였다. 하루도 얘네도 에너자이저였다…. 참, 얘는 코로나 전에 여기 사장님이 우크라이나에서 데려온 아이라고 하셨다. 특별한..

쉬는날 하루 꼬셔서 타이완 디저트 카페에 아쿠 맛있어하는 너 ‘ㅂ’ 나는 고구마 들어있는 고구마라떼 느낌의 타피오카 오래오래 우리 데이트 계속 되길 똑같은 얼굴이 무리지어 다니는 거 봐도 봐도 웃기다. 러시아 전쟁 뉴스를 보다가 하루가 그려서 우리집 창에 붙여놓았다. 파닉스를 배웠더니 알파벳을 불러주면 쓰는 아이. 막 영어 그림책을 읽고 이해하고 이런 거 아니지만 이제 겨우 알파벳 아는 정도도 너무 기특해…ㅠㅠ 나는 한국 어머님들 이야기를 인터넷으로 보다보면 내가 너무 욕심없고 설렁설렁한 거 같기만한데 일본 엄마들 사이에서 얘기들어보면 나같은 교육맘이 없는 기분이다. 어제도 마마토모들이랑 이야기하다가 지금 가라테, 체조, 주판 학원을 다니는데 하나 더 늘리면 너무 애가 불쌍해서…. 라고 하길래. 흠칫 놀..

어?? 어???!! 하루야 눈 온다! 강아지는 헐레벌떡 밖으로 나갔다. 짓눈개비처럼 애매할까봐 쥐어 준 우산은 장식이 됐다. 아휴 머리에 벌써 이렇게 올라앉았네. 친절히 털어주는 나에게 소스라치며 말한다 -엄마!!! 아까우니까 털지마!! 하루한테 온 눈이니까 하루 거야. 내리는 눈에 소유권을 주장한다. 그도 그럴만 하다. 15년 넘게 도쿄에 살고 있는 나도 하얗게 색을 띄는 눈을 보는 건 손에 꼽을 정도였다. 눈이 도로를 덮도록 소복히 쌓이는 풍경은 도쿄 어른들에게도 동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할 흔치 않은 일. 사실 하루가 태어난 후로 한 번은 왔던 거 같은데 어릴 때 기억은 모조리 나지 않나보다. -엄마 하루 이렇게 발자국 내면서 걷는 거 처음이야 -엄마 하루가 이렇게 혼자 눈 모으는 거 처음이야 -..

야끼토리를 먹으러 갔습니다. 배경이 된 하루가 저렇게 좋아 죽는 이유는 어미가 베이컨 망또 입은 메추리에 고추장으로 얼굴을 그려줬기 때문이죠. 하루는 생일에 자기 취향의 초콜릿 케이크( 하얀 크림이 없는 게 좋다고 합니다)를 리퀘스트했었다. 생일이 1월이라 크리스마스 전부터 스펀지 케이크를 사 뒀다. 생크림은 (초코에 살짝 섞으려고) 미리 사 둘 수가 없어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크리스마스 때만 잠깐 품절이다가 금방 편의점에 다시 나와줬다. 집에 있는 물건들로 어찌어찌 케이크를 올리고 생크림과 밀크초코를 녹여 코팅 중! 사실... 이런 거 나도 처음해봐서 이게 맞는지..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건지 긴가민가하며 만들고 있다. 어디서 주워 본대로 초코를 감자 깎는 칼로 갈아 놓았다. 내가 생각한 건 이런 톱밥 ..

-엄마 지금 테레비 뭐라고 하는 거야 뉴토리노가 뭐야? 과학 다큐를 보고 있던 하루가 초조하게 물었는데 엄마도 그걸 알리가 없잖아… -엄마도 모르지… -그니까 빨리 지금 인터넷에 찾아봐달라고 -아니 이걸 찾아서 읽는다고 하루가 알… 일단 시키는대로 위키피디아를 열었지만 읽을 엄두가 안 나서 (자기가 이해하지 못하는 말을 읽는 게 양심에 걸림) 얼어있었더니 화면을 제 쪽으로 당겨보곤 - 아!! 츄우세이시! (중성자) 하루 알아. 그게 뉴트리노구나? 라는 게 아닌가!! 한글로 찾아봤는데도 못 알아듣는 건 매한가지. 그냥 내 정신 줄이 우주로 갔고 멘탈이 베타 붕괴했다. -하루는 이걸 어디서 봤어? 어떻게 알아? 을 꺼내오더니 -이 쪼매난 거 이게 츄우세이시야. 페이지를 펴 든다. 맨날 팔락 팔락 빠르게도 넘..

애미는 하루가 돌아서면 커져 있는 걸 견딜 수가 없어 지난 과거 사진이 아무리 사소해도 버릴 수가 없숴. 2021년 11월에서 12월 초 그리고 동시에 우리가 뭐 먹었나 알아보는 시간 ㅋ 로얄 호스트 (양식 체인점. 영국식을 강조하는 곳) 여기서 밥 먹고 커피 마시러 툴리스. 하루가 물 마시고 싶다 그래서 먹고 싶으면 알아서 말하라고 했다. 어릴 때부터 이 부분을 좀 신경 썼는데 아무래도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운 케군의 성향을 물려받았을 걸 짐작해서였다. (케군 뒤에 물 받아 오는 아이) 동서가 하루랑 같은 나이의 아들을 걱정해서 고민상담을 해 왔다. 하루의 사촌, 젠쿤도 같은 초등학교 1학년생이다. -큰일이에요… 어떤 어른하고도 말을 안해요.. 선생님이랑도 1년이 지나도록 의사소통을 안 해서 학교생활이 어..

드디어 올 것이 온 것인가. 우리 집에 3D 사진으로 난자와 정자의 수정부터 태반의 형성 9개월간의 태아가 성장하는 사진이 실린 과학책이 있다. 내가 임신한 걸 알고 케군이 서점에서 (내 뱃속 상황이 너무 궁금해서) 구입한 책이었는데 하루는 자주 그 책을 들여다보곤 했다. 예전엔 아기의 손, 발, 통통한 배와 큰 머리를 관심 있게 봤는데 얼마 전 이런 질문을 했다. -엄마 아빠 거랑 엄마 알이 만나서 짠!!! 이렇게 된 건 알겠어. 근데 엄마 거랑 아빠 거는 둘이 어떻게 만난 거야?? 오은영 선생님이 했던 말이었나? 어떤 육아책이었던가? (출처를 기억 못 하겠는데) 어떤 멘토가 그러셨다. 내가 누구인지 자신의 정체성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고 나는 이런 사람이라는 것을 어릴 때부터 작은 순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