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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미는 하루가 돌아서면 커져 있는 걸 견딜 수가 없어 지난 과거 사진이 아무리 사소해도 버릴 수가 없숴. 2021년 11월에서 12월 초
그리고 동시에 우리가 뭐 먹었나 알아보는 시간 ㅋ
로얄 호스트 (양식 체인점. 영국식을 강조하는 곳)
여기서 밥 먹고
커피 마시러 툴리스.
하루가 물 마시고 싶다 그래서 먹고 싶으면 알아서 말하라고 했다. 어릴 때부터 이 부분을 좀 신경 썼는데 아무래도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운 케군의 성향을 물려받았을 걸 짐작해서였다. (케군 뒤에 물 받아 오는 아이)
동서가 하루랑 같은 나이의 아들을 걱정해서 고민상담을 해 왔다. 하루의 사촌, 젠쿤도 같은 초등학교 1학년생이다.
-큰일이에요… 어떤 어른하고도 말을 안해요.. 선생님이랑도 1년이 지나도록 의사소통을 안 해서 학교생활이 어려운 지경이에요. 네. 아니요도 말 안 하나 봐요.. 친구들하고는 말한다는데. 하루는 어떻게 이렇게 말을 잘해요?
내가 보기엔 원래 가지고 있는 성향도 있고 부모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자연스레 옆에서 느끼고 똑같이 행동한다고 생각하는데 동서도 서방님도 극도로 내성적이다. 특히 동서는 진짜 부끄러움이 많아서 마마토모가 거의 없다. 그렇게 생각하지만 이게 누구의 잘못도 아니니까 탓이 아닌 것처럼 최대한 돌려 말하고 싶은 나.
-나는 케이타가 저렇게 말을 안하잖아. 그래서 좀 어릴 때부터 인사는 잘하라고 딱 그거 하나 열심히 시켰어. 할 말은 정해져 있잖아. 오하요 고자이마스, 곤니치와, 곰방와,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이 네 가지만 잘해도 물꼬가 터질 거 같았어. 인사라는 것도 언제 무슨 타이밍에 해야 할지 연습이 필요하다고 하대? 그리고 다른 한 가지 내가 생각해낸 방법이 엄마가 오지라퍼가 돼서 모르는 사람들한테 말을 거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기로 했어.
-언니 가요??? 모르는 사람이요???
-응응. 예전에 하루랑 같이 자전거를 타고 학원에 가는 길이었는데 하루가 100 더하기 100이 천이라고 우기는 거야. 아니야 200이야 하는데 씩씩거리면서 천이라고 괘씸할 정도로 우기는 거야. 그래서 횡단보도에 신호 기다릴 때 옆에 걸어가는 고등학교 여학생한테
스미마셍, 100 더하기 100는 200이죠? 물어봤어
학생이 네! 200이에요!
(완전 사이다 애 이겨먹고 좋아하는 철없는 애미)
아니 얘가 자꾸 천이라고 우겨요. 200맞죠?
학생이 계속 웃으면서 네네 200이에요 후후후후 해줬어. 학생이랑 헤어지고 나더니 하루는 (분한 거보다) 너무 놀라서는 눈을 크게 뜨고 엄마… 왜 모르는 사람한테 말을 걸었어….? 하더라고.
모든 사람들 (내 생각엔 특히 일본애들에게 이런 성향이 많음) 에겐 낯선 사람들에게 말을 걸지 못하는 이유가 두려움 거절당할 거 같은 두려움 무시당할 거 같은 두려움 창피당할 거 같은 두려움이 도사리고 있는 거 같아.
그걸 경험으로 한 번씩 한번씩 계속 무너뜨려줘야 용기가 나고 적응이 된다고 봐.
낯선 사람들은 화내지 않아. 이상하지 않아. 뭐라 하지 않아. 사람은 사람과 살아야 해.라는 메시지를 계속 줬어. 버스에서도 어려워하는 사람이 있으면 유모차 일부러 나서서 같이 들어주고 (특별히 이런 성격 아니었음) 지나가다 몰라서 동동거리는 아이들 있으면 가르쳐주고 한마디 해주고 그랬어. 사실 혼자 다닐 땐 나도 좀 모른 척 많이 하거든? 근데 하루랑 다닐땐 이때다 싶어서 말을 일부러 많이 걸었어.
동서는 갑자기 뭔가 아이디어가 떠오른 듯해보겠다며 너무너무 고마워했다. 동서가 모르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이러는 거 얼마나 어려워하는 줄 안다. ㅠㅠ 그래서 내 솔루션이 좀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ㅠㅠ 내 생각은 그래… 파이팅!! 엄마 동서!!!
물 받아왔다.
-엄마 저 누나가 하루 보고 가와이이 했어.
배시시
이런 경험들이 거름이 되어서 하루는 용기를 많이 얻었다.
짤똥해진 바지 입고 머리 자르러.
머리 자르고 라멘 먹는 하루
같이 잔 날.
학교에 리우쿤이라는 좀 명랑한 아이가 있는데 하루는 그 아이가 싫단다. 집에 가는 루트가 같아서 항상 붙으려 하지만 무서운 얼굴을 일부러 하고 큰 소리를 갑자기 지르고 몸싸움하듯 자극하는 게 (그냥 같이 놀아달라는 것이고 상대방이 몸으로 받아주길 바라는 스타일) 하루는 가끔 짜증 나고 무섭단다.
-하루는 그냥 얘기하고 노는 게 좋은데…
-그럼 엄마가 연락장에 선생님 볼 수 있게 이야기해줄까?
-안 돼. 절대 하지 마.
-왜? 하루 곤란할 때 어른들끼리 도와줄 수 있게 연락장이 있는 거야
-그래두 하지 마…
며칠 뒤, 내가 보는 육아책을 뒤적여서 뭘 찾아내더니
-엄마 이거 봐. 이거 봐. 친구 사이에 뭐가 있으면 그걸 선생님한테 말할지 안 할지는 애기가 결정하는 거래.
오… 근거를 제시했어 ㅋㅋ
오케이 오케이 알았다고 안심시켰다.
그리고 더 며칠 뒤.
-오늘은 리우쿤이랑 별 일없었어?
-어 뭐라고 말 시켰는데 내가 그냥 대답 안 했더니 갔어.
오… 적절한 무시를 시전 했어.
정말 하루 말대로 선생님한테 말할 만한 일이 안 되었다. 아이의 예감도 의외로 정확하다.
그리고 갑자기 이런 말을 했다
-엄마… 왜 옛날에 도이츠 (독일) 그 수염 난 아저씨는 왜 그렇게 나쁜 일을 했을까?
히틀러에 대해서 물었다.
너무 사랑스러웠다.
전쟁과 일본과 한국과 북한에 대한 이야기를 가끔 해주는데 나는 일본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에게 나쁘게 했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다. 일본의 나쁜 정치인들이 야심을 품고 중국과 한국 하와이 괌 등지의 사람들을 죽게 했지만 동시에 성실하고 착한 일본인들도 가족과 헤어져 전쟁에 나가야 하는 고통을 겪었다고 말했다.
(바람직한 대답이었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감자볶음, 유부구이, 고등어 튀김, 닭다리, 소시지 넣은 오뎅국물 하루가 좋아하는 반찬 올스타전.
밤에 자기 전에 물구나무서는 법을 알려줬더니 자꾸
-엄마 오늘도 자기 전에 무나물 할래.
이런다. 밤마다 무를 왜 무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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