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쉬는날 하루 꼬셔서 타이완 디저트 카페에


아쿠 맛있어하는 너 ‘ㅂ’

나는 고구마 들어있는 고구마라떼 느낌의 타피오카



오래오래 우리 데이트 계속 되길


똑같은 얼굴이 무리지어 다니는 거 봐도 봐도 웃기다.



러시아 전쟁 뉴스를 보다가 하루가 그려서 우리집 창에 붙여놓았다. 파닉스를 배웠더니 알파벳을 불러주면 쓰는 아이. 막 영어 그림책을 읽고 이해하고 이런 거 아니지만 이제 겨우 알파벳 아는 정도도 너무 기특해…ㅠㅠ
나는 한국 어머님들 이야기를 인터넷으로 보다보면 내가 너무 욕심없고 설렁설렁한 거 같기만한데 일본 엄마들 사이에서 얘기들어보면 나같은 교육맘이 없는 기분이다. 어제도 마마토모들이랑 이야기하다가 지금 가라테, 체조, 주판 학원을 다니는데 하나 더 늘리면 너무 애가 불쌍해서…. 라고 하길래. 흠칫 놀랐다.
가라테도 체조도 주판도 억지로 시키는 게 아니라면 아이에겐 오락일텐데 학원이 모두 공부라고 구분하는 것도 공부가 모두 고역이라고 판단하는 것도 공감이 안간다.

신제품 : 위 구멍에 헤어 드라이기를 꽂으면 바람이 새지 않고 알뜰하게 머리를 말릴 수 있는 전용 커버.


피부가 너무 건조해서 크림 좀 바르라고 잔소리를 해도 귀찮고 따갑다고 (이미 피부가 많이 갈라짐 ㅠㅠ) 싫다는 아이. 간단하게 바르는 방법.

얼굴을 그려 줌.
이젠 매일 크림 바르겠다고 손을 내민다.

하루의 성향은 조심스럽고 경계심이 많고 불안이 크다. 그래도 때가 되면 자전거 정도는 알아서 타게 되겠지 안일하게 생각했었는데 2년 넘게 연습을 도와줬지만 불가능했다. 일단, 넘어지려고 하지않는다. 그렇게 많이 연습했는데 넘어진 적이 거의 없다는 놀라운 사실. 왜냐면 누군가 잡아주지 않으면 페달에 발을 올리지도 않고 손을 떼는 순간 바로 바닥에 발을 올리고 꼼짝을 않는다. 결국 균형을 잡아 볼 시도조차 한 적이 없다는 것.
그러다가 올해부터 슬슬 부끄러움이 방해하기 시작했다. 자기보다 훨씬 작은 아이들도 쌩쌩 달리는 자전거를 본인은 못타고 있다는 사실이 슬슬 창피해졌는지 깜깜한 밤이 아니면 연습에 나서지도 않고 어쩌다 밤산책 나온 사람이랑 마주치면 갑자기 서서 “아… 덥다… 엄마 달이 예쁘네… 물 좀 마실까..” 딴청을 피우며 자전거를 세워두고는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하루야. 초등학교 1학년생도 자전거 못타는 친구 많아. 하루만 그런거 아니야. 하루가 연습하다보면 언젠가 타게 돼. 조금 아주 조금 용기가 필요한 거 뿐일걸?” 힘을 북돋아줬다.
그리고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해주려고 만나는 사람들마다 댁의 아이는 자전거 탈 수 있어요? 하고 물어봤다. 세상 초1이 죄다 자전거를 다 탈 수 있진 않을거 아냐. 그런데… 뭐야 단 한명이 없네??? 쌩 그짓말 애미까지 되었다. 지금 어떤 계기를 만들어 주지 않으면 초2, 초3엔 지금보다 더 힘들어 질 거 같았다. 그래, 그 작은 계기를 찾자!
원래 도쿄 중심부에 주말이면 무료로 자전거 교실이 열리곤 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전부 없어져버렸다. 아쉽지만 유료레슨을 찾았고 그마저도 굉장히 경쟁률이 높아서 광클이 필요했다. 100분 수업에 6천엔. 남들은 놀다 타게 되는 자전거를 이런 거액을 주고 배워야하나 상당히 고민했지만 도박이다 치고 여기에 걸어보기로 했다. 100분만에 못타던 자전거를 갑자기 타게 될 거란 기대도 없었다. 그냥 이런 돈을 주고 오는 사람들이라면 분명 초등학생일거야! 나는 하루에게 ‘너만 그런 게 아니야’라고 보여주고 싶었다. 그것이 하나의 계기가 될 거 같은 예감이 들었다.

주말에 열린 레슨에 케군도 끌고 갔다. 일단, 이게 얼마짜리인지 비밀에 부치자 ㅋㅋ

나는 속으로 만세를 외쳤다. (2번이 하루) 하루보다 더 큰 8번, 5번 형아, 10번 11번 누나들이 아주 많았기 때문이다. 하루는 그 레슨 그룹 중에서 쪼꼬만게 나름 균형을 잘 잡는 꽤 하는 아이로 보였다. 본인도 느꼈는지 표정이 매우 밝았다.
솔직히 애미 애비로서는 더 이상 가르쳐 줄 게 없어서 도데체 프로들은 어떻게 가르칠까 궁금하기도 했다. 근데 선생님들은 너무나 뻔한 이야기를 정직하게 하셨다.
페달은 발로 밟고 눈은 정면을 보고 자, 앞으로 달리세요 였다. ㅋㅋㅋㅋ 별다른 기업기밀도 훔칠 수 없었으므로 수업이 끝나도 일단 이게 얼마짜린지 케군에겐 비밀에 부치기로 하자.

고생한 하루를 위해 (매우 핑계) 삼겹살이랑 감자탕을 먹고 집에 돌아왔다.

고생해서 아니라 꽃가루 알레르기로 부은 눈 ㅎㅎ

배 빵빵하게 집으로 돌아 와 말했다. “하루야, 우리 선생님이 해주신 말들 잊지않게 집에 있는 자전거로 한 번 연습해볼까?”
“어!! 좋아!! 하루 오늘 좀 잘했거든”
그리고 자전거에 올랐는데 어딘지 느낌이 달라서 심장이 두근두근했다. 그래서 이건 찍어야 할 것 같았다. 동영상 버튼을 눌렀다. 그냥 그런 느낌이란게 있었다.

그리고 믿을 수 없는 영상이 아이폰에 담겼다.
갑자기 하루가 페달을 밟으며 50미터 정도를 달리는게 아닌가!!! 생애 첫 자전거를 성공하는 장면을 담은 것도 하루가 하루아침에 이걸 성공하는 것도 다 너무 믿을 수가 없어서 둘이 소리를 지르며 기뻐했다. 방방 방방 기뻐했다.

그리고 또 그 다음날 낮에 골목을 턴하며 원래 탈 수 있었던 아이마냥 막힘없이 달렸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게 얼마만에 낮에 자전거 가지고 나간 날이던가
웃기다. 진짜 아이들은 기적이다.
-여보짱, 하루가 자전거를 탔어!!!!
-에? 어떻게?
-이거 봐!!! 엄청나지!!???
히죽히죽 웃으며 동영상을 보고 있는 케군에게
-여보야 그 레슨 육천엔이었어 ㅋㅋㅋㅋㅋㅋ
그러자 케군 눈이 ㅇㅂㅇ 순간 이렇게 되더니 다시
*ㅅ* 평정심을 찾으며
- いいんじゃない?それくらいは
(괜찮지않아? 그 정돈)
별거 아닌 말들을 듣는데 6천엔씩했던 사실에 놀래놓고는 결실을 보자 싹 잊어버린게 눈에 보였다. 여보야 나도 똑같애 ㅋㅋㅋㅋ 그 동안 내가 얼마나 이 수업에 들어간 돈을 두고 옳았는지 어쨌는지 고민한 것을 드디어 막 토로했다.
케군은 잘 찾았다고 괜찮다고 내 고민을 말끔히 씻어주었다. 내가 느낀 고민은 남편이 버는 돈을 아내가 쓰는데에 대한 죄책감을 느낀다거나 하는 종류의 이야기가 아니다. 나는 부부가 같은 금전감각을 가질 필요가 있고 그러지 않더라도 서로의 기준을 알고 존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케군도 6천엔 정도 되는 금액이면 그 돈의 가치를 깊이 고민하고 쓰길 바라는 마음에서 내가 이만큼 고민했다고 내 금전감각을 공유한 것이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비밀에 부치지 말고 같이 고민해야겠지만 ㅋㅋ (아 되게 앞뒤 안맞았어) 이건 큰 돈이란 걸 느끼고 있지만 매우 가치 있는 일이니 투자하고 싶었다는 강한 어필로 받아들여주길 바랬다. 그리고 아이 뿐만 아이라 부모로서의 성공체험으로 쓰이길 바랬다.

저절로 되는 것은 사실 하나도 없을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매일매일 작은 기적을 일으키며 하나하나 익혀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른이 되어도 계속 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예전에 할 수 없었던 일들이 가능하게 되는 모든 것들이.
'아들과 여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만 7살 봄 일상 (15) | 2022.06.24 |
---|---|
하루 만7살 1-2개월 : 고양이랑 하나(친구 개)/ 베스트 키드/ 소림축구 (15) | 2022.05.25 |
도쿄에 눈 오는 날 (16) | 2022.03.01 |
하루 7살 0-1개월 : 생일 (16) | 2022.02.26 |
하루 만 6살 11개월 : 라이온킹/연말보내기 (19) | 2022.0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