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일이 되어버렸네? 지구가 여름엔 달달 달구어지더니 겨울에 하나도 안 추워서 땡잡은 기분이다. 나는 겨울이면 손발이 정말 얼음장처럼 차가워지는데 그것 때문에 겨울이 너무 괴롭다. 어떤 주부가 매년 집 안에서 발에 동상 걸린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남 일이 아니다. 이게 상당히 가능하다. 그래서 포근한 12월이 너무 감사했다. 1월 중순에도 아직 15도를 넘는 날이 많다. 이렇게 어물쩍 이번 겨울을 넘기려나 내심 기대 중. 일본 인형이 서 있는 가옥을 자세히 보니 미용실이었다. 인테리어부터 반전매력… 저 봉고차 어떻게 주차했지..?블로그를 시작했던 이글루스가 문을 닫았을 때 아무도 놀라지 않았다는 게 슬프지만 막상 이사를 하려니 깜깜했다. 이렇게 될 줄 알았지만 아무 준비도 하지 않았던 거지. 의외로..
2년 전에 다녀왔던 가마쿠라의 레스토랑을 다시 한번 가기로 했다. 세상에 먹을 게 얼마나 많고 가 볼 데가 얼마나 많은 데가 기본자세지만 가마쿠라의 Amalfi dellasera는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풍성하기 때문이다. 먼저 가마쿠라까지 가는 동안 1시간 내내 수다 떨 수 있는 지정석에 앉아 워밍업을 하고 (수다를 위한 수다 워밍업?) 가마쿠라부터는 에노덴을 타고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풍경과 일체화 바닷가 철길에 난 좁은 계단을 오르면 갑자기 토토로 세계 느낌 끝에 그림 같은 레스토랑이 출현. 언니 여기 뭐예요? 너무 예뻐요. 에노시마도 보여요! 리카짱과 함께 했다. 리카짱은 제일 살고 싶은 곳이 가마쿠라라고 했다. 지금 친정 부모님이 가마쿠라에 이사 갈 집을 알아보고 있단 소식을 듣고 본인이 살진 못..
야마노떼선 타는 거 정말 오랜만이다. 나는 도쿄에 상경하면 도쿄 한가운데를 빙글빙글 도는 야마노떼 라인은 매일 탈 줄 알았다. 내 생각보다 도쿄는 훨씬 크고 내가 사는 세상은 점점 손바닥만해 질 줄 몰랐지. 이십 대엔 몰랐지 뭐야. 휴루랑 장금이 언니랑 비건 만두 집에서 만났다. 우구이스다니 역에서 10분 정도 걸었다. 조용한 주택가 안에 혼자 반짝반짝 있는 식당이었다. 정말 조용한 주택가 안에 식당이라곤 여기밖에 없었는데 어둑해지기 시작할 땐 이미 테이블이 꽉 찼다. 끊임없이 손님이 왔다. 그것도 외국인만. 우에노나 아사쿠사처럼 관광객이 한번쯤 찾는 곳도 아닌 도쿄 구석 주택가 안에 외국어로 가득 차고 바쁘게 성업 중인 비건 교자집. 이 동네 사람들은 아마 깜짝 놀랐을 것이다. 당최 저긴 뭔데 저렇게 ..
이탈리아 사람들이 들으면 자존심 상하겠지만 스파게티는 일본식 소스가 좋다. 암쏘리 이탤리… 일식 스파게티의 대표는 명란, 버터 간장, 일식 육수가 아닐까 한다. 그리고 이탈리안과 마찬가지로 마늘 오일의 페페론치노도 단골 소스. 나는 그 중에 명란으로 버무린 맛을 제일 좋아한다. 버터랑 섞을 때도 있고 크림이랑도 절묘하지만 오늘은 명란 간장 소스를 시켜보았다. 명란, 베이컨, 시소, 김이 올려져있는 메뉴였음. 한 번 믿고 먹어봐요. 명란 들어간 스파게티. 얘는 인생 그냥 쉽게 사는 놈임. 어디 들어가도 다 정답입니다. 살짝 질투 나는 게 사실 명란젓갈은 한국 거다. 일본에 명란을 전파한 것은 가게의 라는 남자였다. 이분의 이야기도 참 기구한데 일본 강점기 때 부모님의 사업으로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유년..
미술관 메이트 이쿠미와 전시를 보러 갔다. 1970년생 아라키 타마나상은 대학시절 멕시코 유학을 경험했는데 전신주에서 늘이고 당겨서 질서 없이 전기를 갖다 쓰던 집들이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우리도 하나씩 집을 골라 비어있는 콘센트에 연결해서 멕시코에 집을 지어봤다. 내가 먼저 집을 짓고 다음 이쿠미는 한참을 고민했다. -어쩌지.. 웅...웅... -왜 왜? 둘 데가 없어? -아니~ 동짱 가까이 살고 싶었어.. 내 옆에 살고 싶었다는 말이 웃기고도 감동적이어서 순간적으로 코 끝이 찡했다. 도란나봐. 이런 걸로 찔끔하고. 이런 순간들이 모여 보통의 관계가 훅 깊어지는 거 아닐까. 이곳은 작가님이 사이타마 아파트 단지에서 살던 기억이다. 다닥다닥 붙고 개성 없어 보이지만 하나하나 열어보면 따뜻하고 각양각색. ..
내안의 쌍따봉 스시집 맛 빼고 다 안 좋은데 비싸고 주문을 종이에 써서 내야한다. 타블렛도 없다. 한자 못 쓰는 사람들은 워쩌라는거야. 게다가 메뉴들이 인디언 이름처럼 길고 어려운 한자도 많다. 그리고 폰트가... 매우 외국인한테 친절하지 않아. 읽기 힘둘어.그런데 맛있고 진하다. 해산물의 밀키한 맛을 마구 끌어올리는 게 특기라 굴 좋아하는 사람들이 딱 좋아할 맛. 위의 사진의 기름기 좔좔 흐르는 지방 두둑한 연어 부위 (토로 살몬) 를 간장 양념 발라 살짝 토치로 불맛 낸 스시처럼 말이다. 이건 제철 게살 폭발한 군함 ( 군함= 밥에 김말은 종류를 말함)여기는 또 김이 정말 맛있다. 김주제에 맛있어봤자일 거 같지만 아는 사람들은 안다고. 사실 난 몰랐는데 편식 심한 만큼 입맛 예민한 하루가 그랬다. 김..
오오츠카 역은 집에서 가깝고 재개발이 한창이라 자주 가는 곳이다. 뭔가 재밌는 게 쑥쑥 많이 생기더라고.일단 도덴(노면전철) 보유 동네기 때문에 너무 귀엽다. 댕댕댕 종을 울리며 마을을 돌아다니는 소리와 경치가 점수를 70점 먹고 들어간다. 역 앞에 깨끗한 호텔들이 생겨서 여기를 기점으로 도쿄 여행을 해도 너무 정겹지 않을까. (돈키호테, 대형 다이소, 슈퍼 다수, 유니끌로 있습니다. ) 게다가 야마노테센 정차역. 사람 사는 냄새도 맡고 되게 정겨우면서 이동도 편하다. 예전부터 볼수록 귀엽다 생각한 가게들이 있었다. 동그란 등불(쵸친)이 잔뜩 달린 저 가게. 근데 한 두 개가 아니다. 東京大塚のれん街 도쿄 오오츠카 노랭 가이 라는 이름의 무데기였다. 노랭은 일본 음식점 들어갈 때 입구에 드리워져있는 이것..
사실 2주 전쯤 다른 바베큐장을 예약했었다. 그런데 기온이 점점 오르더니 딱 바베큐 하는 날 38도 폭염이 올 거라는 뉴스. 나는 케군에게 바베큐를 다시 생각하자고 얘기했다. ‘하긴.. 그러네…’ 당연히 이런 반응을 기대했는데 케군 표정은 ㅇㅂㅇ?? 이랬다. 응? 왜 씨알도 안 먹히는 거지? ”38도쯤 괜찮지 않아? 바베큐는 원래 언제 해도 더운 거지. “라는 말이 돌아왔다. 이상하다. 내가 이상한가? 온도에 대한 우리의 온도차가 너무 심한 것을 만난 지 16년 만에 느끼는 충격도 플러스. 결국 가벼운 말싸움까지 했다. 나는 진심으로 그런 날씨에 최소 4시간 노출될 하루가 걱정된다는 것을 메인 의견으로 내세워 승소했다. 아이들은 땅에서 솟는 지열 영향으로 어른보다 7도나 더 높게 체감한다는 연구 결과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