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대학 학생식당에서 저녁밥을 먹은 날. 연신 두리번거리며 소곤소곤 주문하고 살금살금 자리에 앉아 좀도둑마냥 밥을 먹던 하루. -엄마… 여기 우리가 와도 돼? -응, 여기 관광하러 오는 외국인도 많아~ 진짜로 사원증, 학생증 없이도 일반인으로 그냥 돈 내고 먹으면 됩니다. 특별히 맛있는 메뉴가 있는 건 아닌데 건물 구경 캠퍼스 산책 기념품 사기도 좋아요. 하루는 자꾸 도쿄 대학생들이랑 눈이 마주칠까 봐 조바심 냈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또래 아이가 한 명도 없어서 그게 부끄러웠단다. ㅎㅎ 웃겨~ 사춘기인가. 도쿄대 학생식당의 대표음식 ‘아까몽 라멘’ . 빨간 앙카케 (녹말가루 풀어서 소스로 쓴 음식)는 색깔만큼 맵지는 않다. 먹을만합니다. 또 다른 주말. 이동1 : 시나가와역 근처의 유통박물관 (流通博物館)..
코로나 때문에 일부 미각을 잃은 나는 회복한다는 핑계로 자극적인 음식을 진짜 많이 먹었다. 아주 신이 났지. 임신했을 때 생각이 난다. 그때만큼 좋았던 핑계는 없었다. 내가 먹꼬 싶은 게 아니야~ 우리 애기가 먹꼬싶대. 그리고 60킬로를 넘겼지. 와하하 진보쵸에서 깔끔한 국물의 라멘을 먹었다. 맑은 국물 음식 사 먹는 게 예전엔 돈 아까워 보였는데 이제는 안다. 그게 더 어렵다는 걸. 미각에 살짝 나사가 나가 있는 상태에서도 정말 맛있다고 생각했는데 제대로 다 돌아온 지금 먹으면 얼마나 맛있을 거야. 다시 가서 먹어봐야겠다. 구글 맵 첨부
한국에서 작년 대히트를 기록한 전시가 2023년 도쿄에서 열렸었다. 내가 보기엔 한국에서 대박을 친 걸 보고 가만히 내버려 둬도 SNS을 통해 알아서 마케팅될 전시이니 데리고 온 것 같았다. 전시 소개 제일 앞 문장이 "한국에서 00명 동원!!!"으로 시작하더라고. 한국에서는 이었고 일본에서는 너무나 웨스 앤더슨 한 풍경전. 이런 느낌의 타이틀로 열렸다. 같이 가자고 먼저 말해 준 건 사실 이쿠미. 이게 또 얼마만이냥. 첫째는 학교, 둘째는 유치원에 간 틈을 탔다. 이쿠미의 특징: 식욕은 있는데 위장이 작아서 항상 마름 의외로 나처럼 기름진 거 좋아함 나보다 심한 수족냉증이라 여름에도 가디건 가능 항상 짐이 많음 = 걱정이 많음 색 조합을 잘함 사진이나 전시에 컬러감이 눈에 띄는 걸 좋아함 목소리 진짜 ..
편의점 디저트계의 왕좌는 로손인 줄 알았는데 패밀리 마트가 분발 중이다. 를 사 봤다. 가벼운 크림이 아니고 묵직한 버터가 샌드위치 되어있음. 너무너무너무 맛있습니다. 그리고 동네에 비싼 파티시에 집에서 버터 밀푀유를 사 먹었다. 이건 한 조각에 800엔이 넘었으니 말해 모해. 꿈이야 생시야. 아츠시 하타에라는 파티시에 집이었다. 근데 사실.. 아오야마 로컬 샵이나 백화점에서 파는 일본 파티시에 케이크는 뭘 먹어도 황홀하다. 나한테 선물 주고 싶을 때 가끔 아주 비싼 한 조각을 고민했다가 고이고이 사 오곤 한다. 그리고 로손… 로손. 역시 로손!! (훙와리는 어감처럼 뭔가 몽글 몽글하다는 뜻이에요) 버터 디저트를 내 놓았다. 순삭이다. 생크림 케이크와는 전혀 다른 이 느낌. 버터는 진하고 무겁고 부드러운..
어떤 타이요리 집에 가도 똠양꿍이랑 팟타이에 실패한 적이 없다. 나는 그냥 거기에 쓰이는 조미료 자체를 좋아하는 건가봅니다. 이날 거구의 외국 남자분이 영어 할 줄 아냐고 물어봐서 주문 도와드렸다. 그렇지!! It’s time!! 때가 온 거시야. 드디어 관광객이 밀려오는 도쿄 거리. 2년 넘은 영어 공부가 막 빛을 보려 하고 있어! 남자: 싱하도 마실 수 있어요? 나 : 네? 싱하가 뭐죠? 점원: 아 싱하 있어요. 싱하는 태국 맥주였다. 문제는 그 밖의 상식이 부족해서 사람을 도울 수 없었다. 남자: 저는 다른 고기 못 먹는데 이 카레 치킨인가요? 나: 이거 치킨이에요? 점원: 네 맞아요. 나: 이거 치킨이래요. 치킨은 일본말로도 통하는데 치킨 치킨거리며 치킨을 통역하고 앉았었다. 나 빼고 두분이 그냥..
예전엔 10중 7할은 함께 노는 걸 좋아했는데 지금은 5대 5 정도로 혼자 노는 게 좋다. 그렇다고 쭉 혼자 있는 건 치를 떨 정도로 싫어하는데…아 그렇다. 일할 땐 무조건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일하는 게 좋고 쉴 때의 반은 혼자가 좋은 거 같다. 요즘 혼자 놀기 코스는 모르는 동네의 영어 회화 수업을 예약하고 (체인점 회화 학원인데 전 지점 레슨의 예약이 가능하다) 수업 가기 전 모르는 동네를 산책해 보는 것이다. 오늘은 아무 몬젠나카초 역 門前仲町 긴 상점가가 뻗어있어 재미있었다.길게 줄을 서 있던 센베이 과자 집. 궁금해서 어느 주부에게 물어봤다. -ここ何が有名ですか? 여기 뭐가 유명해요? -全部…? 그냥.. 다? 죄다 맛있다고 한다. 뭐 하나 콕 찝어주심 그걸 사 가려했는데 ‘젠부..’라고 하시니..
예전같으면 당일날 약속 취소란 낭패가 아닐 수 없었는데 MBTI도 바뀌는 건가 요즘은 이것도 꿀이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면 다른 데 놀러 가면 그만인 것. (절대 집에 있을 생각은 없음) 가 보고 싶었던 이케부쿠로의 브런치 집에 왔다. 하지만 예약을 안 하면 먹을 수가 없었다. 일본사람들은 압도적으로 J가 많을 거야… 근데 몇 번을 해도 나 역시 ESFJ다. 계획 없이 친구 없이 살 수 없다.그래서 다른 카페로 갔다. 여기도 잠들기 전 구글맵으로 다 본 카페. 이미 사진으로 잔뜩 들러놓고 실제로 가면 뭐가 재미있을까 싶지만 몰라… 그냥 갈 계획을 세우는 그 순간이 즐겁고 그 계획이 이루어지는 이 순간이 즐거운가 봐. 실제로 보면 사진보다 배로 예쁘다. 사진에 담을 수 없는 것들도 몇 가지 있지 않던가. ..
내 몸뚱이의 결점이 이것만은 아니지만 나는 위가 약한 편이다. 이십 대부터 걸핏하면 위경련, 위궤양, 위산역류. 이유도 다양하게 위통을 발발시켰다. 기름진 걸 좋아해서 그런가 보다 추측했었는데 꼭꼭 씹어 먹는 케이디 다이어트 때 단 한 번도 위 트러블이 없었다는 걸 깨닫고 항상 허겁지겁 삼키기부터 하는 습관이 그렇게 만들었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그 좋은 습관은 잠깐이었다. 슬슬 유지어터라는 간판 달은 채 다이어트 폐업한 실상 때문에 또 요즘 덜컥 위에 경고를 먹었다. 그날도 일을 보러 나왔다가 밥은 먹어야겠고… 그래, 죽 파는 곳 어디 없을까? 검색하다 중국요리 집을 찾았다. 새로 오픈한 곳이라 일단 쾌적해서 첫인상이 좋았다. 그리고 90프로 넘는 손님들이 중국어로 대화하는 소리가 났다. 여긴….. 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