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와 홍콩 사이에서 국제연애를 하던 블로그 구독자님이 계시다. 우린 블로그를 통해 친해졌고 결혼을 하고 무려 같은 동네에서 살았다. 지구가 의외로 쪼꼬맣게 느껴지는 대목이지만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서로 다른 나라에 살고 있던 젊은 여자 둘이 알게 될 우연. 같은 동네에 살게 될 우연. 친해질 우연. 소름 돋는 우연의 연발. 그런 친구가 조금 옆 동네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내 집 장만에 성공한 것! 그게 얼마나 심신의 안정을 주는지 너무 잘 알 ㅠㅠ 정말 축하해 줬다. 프렌치 런치 코스를 먹으며 그녀의 엄청난 리서치 이력과 집 계약에 이르기까지의 모험을 듣는데 들어도 들어도 스펙터클하고 흥분되었다. 결혼도 그렇고 출산도 그렇지만 집 장만 스토리는 각자 이런.. 이런 드라마가 없다 느꼈다. 요즘 화..
어린이 신문에 소개된 특별한 곳을 직접 가 봤다. 로보트 카페. 먼저 입구부터 로보트가 반겨준다. 안녕하세요~ 몇 분이신가요. 하지만 로보트를 통해 말하고 있는 분은 리얼 인간. 로보트 카메라를 통해 원격 조종하고 있는 재택근무 스타일인 것이다. 예약 정보를 알려주고 잠시 기다렸다. 옆에 작은 로보트 (오리히메)도 우릴 반겨준다. 사실은 아까 안내하던 로보트를 조종하는 분이 여기서도 말 상대를 해 주고 계셨다.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텔레포트 느낌. 어떻게 재택근무가 가능한지 손님들도 체험해 볼 수 있었다. 아이패드가 하나 놓여있고 손, 발, 고개를 자유자재로 게임처럼 움직이고 로보트에 달려있는 카메라의 범위도 체험해 볼 수 있었다. 너무너무 간단한 사용법이라 놀랐다. 자리에 안내 받았다. 테이블마다 작..
올해의 오세치는 호텔에서 시켜 보았다. 아니 난 아무거나 상관없는데 케군이 시켰다. 왜 설탕에 절인 음식을 30만 원에 사야 하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신선하고 좋은 재료여도 설탕에 절일 거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라는 기분.. 하나하나 뜯어보면 오세치 (새해 명절 음식입니다) 란 이름을 붙이지만 않았어도 저런 금값이 아닐 텐데. 나는 거품 가득한 이 사치품을 매년 불편한 기분으로 먹는다. 하지만 이번엔 어디 걸 사 볼까 고대하는 케군에겐 하나의 문화이자 자신에게 주는 선물 같아 보여서 가만있는다. 그리고 사골곰탕 엑기스 넣은 소고기 만둣국도 같이 먹었다. 새해 소원을 빌러 신사에 가고 하루랑 둘이 다카오산 등산도 갔다. 하루는 새해 첫 해돋이를 산에서 보고 싶다고 영화 같은 부탁을 했다. 잠깐 시뮬레이..
지난 연말에 블로거 이웃 분께서 일본에 온 김에 만나주셨다. 가끔 온라인으로 (마치 눈앞에 있는 듯한 텐션으로) 찐 수다를 떨 수 있는 이웃분으로 어떤 부분에선 맞고 어떤 부분은 극으로 다르지만 서로 선을 지키는 분이다. 거기에서 오는 안정감과 신뢰감은 상당히 크다. 그 보더라인을 정성껏 존중하는 분이시라니 어떤 취향을 가진 분이든 좋은 교류가 가능하지 말입니다. (내가 실수한 건 없을런지!!!) 기타센주는 나와 이웃님 거처의 중간인 것도 있고 도쿄 못지않게 은근히 괜찮은 가게가 숨어져 있다. 이런 응답하라 갬성의 레트로 카페도. 오래된 물건들에 먼지가 쌓이면 으스스한데 반짝반짝 닦아 놓으니 귀엽고 컬러풀한 소품들을 의식해서 모은 듯하다. 나는 블로그로 너무나 활짝 오픈되어 있어 더 이상 비밀이나 사적인..
맛있게 먹은 곳은 많으나 사진 찍길 게을리해서 아쉬운 포스팅.. 흑흑. 하지만 기억나는 대로 올려봅니다. 분위기만 찍고 요리 없음. 인트로가 길어서 죄송. 코로나가 끝나가나 실감했던 결정적인 사건은 아주 자주 만났던 마마토모 5명 중에 3명이나 다른 나라로 이사를 가게 된 것! 원래 남편들의 해외 발령이 많은 직장 때문에 이나라 저 나라로 옮겨 가는 생활이었는데 최근 3년간 일본에서 정착 아닌 정착을 해야 했다고 한다. 이 그룹의 마마들은 굉장히 글로벌하고 활동적인 사람들이라 이걸 발이 묶였다고 자주 표현했다. 그중 한 명은 칠레에 가게 되었다. 와오.. 심지어 이 집은 아이가 4명인데 기러기 아빠? 노노 당연히 온 가족이 가는 거다! 인터 스쿨에서 영어 배우고 스페인어 덤으로 얻고 다문화 체험하고 나이..
다음날은 하루가 학교에 간 사이 긴자에 가서 같이 점심을 먹었다. 틈틈이 만나줍니다. 알바하러 가면 매일 볼 수 있던 서로가 일 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사이가 된 것을 깨닫게 된 어른이 되었을 때 촘 슬펐는데 코로나로 그 마저도 못 보게 되니 우리에게 남은 기회가 평생에 걸쳐 얼마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성큼 다가와서 더 그런지도 모른다. 아이한테 일본 카이세키 요리 (일식 전통 코스요리)를 체험시켜 주고 싶다는 멋진 메텔. 난 이런 생각 해 본 적이 없네.. 너무 좋다. 이라고 쓰고 라고 읽는 곳이었다. 긴자 CORE 쇼핑몰 9층에 있었다. 마지막 남은 자리를 전화로 예약 성공해쓰! 예쓰! 인터넷으로 예약할 수 있는 시간이 지나서 급하게 전철 안 차량과 차량 사이에서 양쪽 문을 닫고 전화했다. (..
뇌출혈로 엄마가 쓰러지고 한국으로 소환되었지만 가족이 공중분해돼서 갈 곳 없던 나를 재워주고 먹여주고 함께 살게 해 준 소중한 메텔. 오랫동안 블로그를 함께 한 분들이라면 아시리라. 그때, 내가 몸 뉘일 곳을 준 사실보다 혼자였다면 한 없이 새까만 절망 속에 들어갈 뻔했던 시기에 지루할 틈 없이 내 마음을 뉘일 곳을 만들어 준 사람이다. 평일엔 일 끝내고 아무도 없는 고시원에 들어가 주말이면 내게 대답조차 할 수 없는 엄마를 병문안하고 적막한 고시원에 들어가 사는 생활을 했다면 난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어떤 지옥을 살고 있었을까. 물론 이러나저러나 슬펐겠지만 메텔이 있었기 때문에 어느 밤은 슬프고 어느 밤엔 의미를 찾고 어느 밤엔 같이 웃었다. 내 인생에 분명 언젠가 의미도 이유도 찾을 수 있는 과정일..
일본 생활 15년 만에 드디어 와 봤다. 시세이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시세이도 파라! 간판을 자세히 보고 느낀 첫 충격. 다들 시세이도 파라 파라 하길래 파라다이스를 줄여 말한 줄 알았는데 Parlour 팔러! 응접실, 접객실이란 단어였다. 시세이도란 이름의 매장에 화장품이 없다는 것이 새삼 신기. 익숙한 발걸음으로 입장하는 중년부부 뒤를 따라 두리번두리번 따라 들어가는 나는 영락없는 시골쥐다. 매장 깊숙한 곳에 레스토랑으로 이어진 엘리베이터가 있구나. 위층으로 이어진 수단에 불과한 것까지 비밀스럽고 특별해 보인다. 또 팥죽색이 이렇게 고급스럽운 색이었구나. 대기 의자 뒤에 있는 오묘한 팥죽색 그림이 오로라를 방불케 해서 기분을 고양시켰다. 시…시세이도 파라에 왔어.. 메구상이랑 밖에서 외식을 하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