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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오쿠보에 있는 쭈꾸미 도사 본점에 가서 촵촵촵.
치즈 넣은 계란찜은 처음 먹어봤다.
진화한 한국음식 접한 느낌이었다. 뫄싯네….
쭈꾸미 양념도 너무 맛있었는데 추억의 야끼만두가 위에 올려져 있어서 반가웠다. 역시나 일본친구들에겐 인기가 없었다. 기름에 쩔은 눅눅한 껍데기에 속은 고기 아닌 잡채면인 것이 노이해인 모양 ㅋㅋㅋ 그래… 뭐… 맛이 있다곤 할 수없네. 쭈꾸미도사는 재일교포, 일본친구 모두모두 열광하며 먹었다. 밥까지 비벼서 싹싹.
집에 오는 길에 분식집에서 김밥을 하나 포장해 왔는데 동남아 국가로 보이는 알바 분이 계셨다. 한글 메뉴로 ‘흑미 김밥’이라고 주문을 해야 할지 여긴 일본이니까 黒米キンパ 이라고 주문해야 할지 순간 망설여졌다. 겜블러의 심정으로 ‘흑미 김밥’ 구다사이. 했더니
하이. 흑미김밥 데스네. 한국 발음 잘하시더라.
오-한국어 잘하시네요.
했더니 서당개 삼 년이니까 라는 너낌의 눈빛을 주셨다.
나도 미국에서 일식식당 알바생하면 엄청 잘할 수 있을 텐데. 아 재밌겠다.
이 날따라 도지마 롤 케이크가 너무 탐스러워 보였다.
달랑 한 피스 샀는데 바리바리 싸 주시는 백화점 서비스. 언제나 황송하다.
딸기 콱 박힌 시즌 메뉴 골랐다.
정말 황홀하게 맛있었는데 로손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롤 케이크도 상당히 흡사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수준 높은 롤 케이크를 먹으면서 로손도 나쁘지 않았다는 걸 깨닫는 순간, 로손이 너무 대단하게 느껴졌다.
열무 줄기를 다져서 짭짤하게 절인 ‘타카나’라는 일본 반찬이 있다. 평소에는 그냥 흰밥에도 먹고 밥이랑 볶아서 볶음밥도 해 먹고 두부에도 올려먹는다. 그러다 불현듯 피자 해 먹을 생각을 했다. 피자 도우만 사서 다카나 시라스 (잔멸치) 올리브 오일, 피자치즈 듬뿍 올려 먹었다. 가게에서 파는 것처럼 그럴싸하고 맛있었다.
Junaida라는 일본 작가를 우연히 알게 되었다. 시부야에서 전시한다는 정보를 보고 이쿠미랑 같이 다녀왔다.
내 친구 이쿠미-
쥬나이다는 꼼꼼하고 어느 한 구석도 소홀히 하지 않는 펜터치로 가득 그리는 스타일인데 사물 인물 하나하나 모든 게 마치 서너 살 아이의 볼따구를 연상케 하는 둥글둥글한 느낌으로 그린다. 마음이 똥그래지는 그림들.
한 폭에 일부러 동색만 쓰는 기술이 어마어마하다.
전시 다 보고 이쿠미가 먹어보고 싶다고 한 팔라펠 가게에 갔다.
최근에 ‘지나 로드 리게즈’가 주연한 Players / 선수의 연애라는 영화를 엄청 재밌게 봤는데 주인공 여자가 우울할 때 먹는 게 이 팔라펠이다. ㅋㅋㅋㅋ 남주가 그 맛대가리 없는 걸 우울할 때 먹다니 이해 못 하겠다는 장면이 있다. 나도 팔라펠이 맛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도파민이 필요한 순간에 고기 육즙이 쫙쫙 나오는 것도 아니고 팔라펠을 왜 먹나 남주에게 공감했던 기억이 난다. 암튼, 먹는 걸로 스트레스 풀고 싶을 때 먹고 싶은 맛은 아니지만 상당히 맛있다. 온리 채식이라곤 믿을 수 없는 맛.
그리고 이쿠미가 말해 준 충격적인 레스토랑에 구경 갔다. ‘코메또 사-카스’ 쌀밥과 서커스라는 이름이었다. 여긴 식용 곤충 전문점이었다. 번데기도 먹고 자라긴 했지만 여기 비주얼이.. 정말이지 충격 그 자체였다.
메뉴에 저… 저 발 달린 애들
파충류 튀김 ….
귀뚜라미 같은 게 파르페에 꽂혀있고 바닥에 알 느낌 와… 닭살이 돋아왔다. 너무 흥미로워!!! 시부야는 역시 앞서가는구나.
이쿠미가 메뉴만 보고도 눈을 질끈 감았다. 나도 같이 온몸을 부르르 떨면서도 세상 재밌는 구경 해서 맘 속으로 박수 짝짝 쳤다ㅋㅋㅋ
-야 우리 이제 식량난 오면 이런 거 먹고살아야 돼
엄청 징그러워하는 이쿠미한테 이랬더니 자긴 굶어 죽을 거랬다 ㅋㅋ
내가 유튜브 있는 시부야 스크램블 라이브 카메라 채널을 켰다.
-나 해보고 싶은 거 있어.
-뭔데?
-유튜브 시부야 라이브 방송 화면 녹화하면서 거기 내가 지나가 보고 싶어. 그럼 찍힐 거 아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 외국인이구나?
가끔 내가 외국인인 거 잊어버리는 이쿠미가 이런 말 하는 나를 대박 신기하게 쳐다보며 다시 못 올 시부야 온 관광객 대하듯 음 그래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 해 줬다.
찍히긴 찍혔는데 이 카메라 방향이 도대체 어딘지 몰라서 너무 깨알같이 나왔다.
이쿠미가 이런 생각하는 사람 처음 봤다고 자기 친구들한테 말할거리 생겨서 좋아했다. 이좌식 ㅋㅋ 나 놀림감 된 거 같은데
그려~ 난 평생 관광객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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