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에 밥 해 주신 지인을 집으로 초대했다. 아무리 예의상 본인이 좋아서 밥 해 주신거라고 하지만 받은 호의만큼 꼭꼭 성의를 보답해 드리기로 결심한 까닭이다. 이런 당연한 일을 깨닫는데 참 많은 시간이 걸렸다. 40대가 되기 전에 알게되서 다행이야. 애매하게 사춘기 때 일본으로 이민을 온 언니는 재일교포라기도 뭐하고 유학생이라기도 뭐한 한국인인데 (뉴커머라고 요즘은 부른다.) 이미 일본어가 편하다며 일본어로 TMI를 엄청나게 많이 쏟아내고 갔다. 성격은 영락없는 한국사람 ㅋ 나보다 수다스러운 사람 만나면 마음이 편하다. 투머치 한 내 수다가 안 미안하게 만들고 스스로 날 닥치게 하면서 자기 타이밍을 잡으니까 잘 할 줄도 모르는데 서툴게 배려 할 필요가 없다. 일본은 재첩이 미소시루 단골 건더기라 1년 내..

월요일 케이타 유급휴가를 내고 셋이 디즈니랜드로 향했다. 출산 후 불어 난 몸으로 유모차 끌면서 이 자리에 뙇 서면 다이어트 광고를 만나게 하다니. 비상한 사람들 ㅋ (그 시절 절박했던 기억이 떠오르는 구나 눈물..큼큼) 지난 번 한국에서 형아들 왔을 때 단체로 사 준 팝콘 통은 오늘도 잘 가져왔다. 물세척을 할 수도 없고 이걸 어떻게 재활용하나 고민하다가 비닐을 붙여봤다. 크읏. 내 손 칭찬해. 여느 때 보다 더 설레는 12월의 디즈니랜드. 오매불망 또 타고 싶어하던 토이스토리의 버즈 우주선을 제일 먼저 타고 정문에서 시계반대 방향으로 투어를 시작해 처음으로 툰 타운에 갔다. 내 몸땡이에는 무슨 프로그래밍이 되어 있는지 항상 디즈니를 시계방향으로 도는거다. 툰 타운까지 도저히 당도를 못하고 바로 앞에서..

오시아게역 스카이트리 앞을 지나는 스미다가와였다. 명동에서 일이 끝나면 종로 학원까지 걸어가던 길에 만나던 청계천 같기도 하고 뭣 모르고 설레기만 하던 (지금도 생각이 없어 어딜가도 설레지만) 오사카에서 밤새 어학교 친구들이나 일본친구들이랑 깔깔거리던 도톰보리 같기도 하다. 지금은 술 먹고 올 일 없지만 ‘ㅂ’어느 날 핸드폰을 보니 나도 모르는 사진이 잔뜩 찍혀있어서 내가 필름이 끊겼었던가 순간 헏. 하루의 예술활동이 ....뭔데..작품 해설 좀 ㅋㅋㅋ혼자 긴자에 나갔던 날 도쿄 영화제 이벤트를 봤다.같은 날 도쿄역 쪽에 특산품 이벤트를 지나는데 여기도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은거다. 유명인사가 온 게 틀림없다!!! 사람들 틈에 끼어 까치발을 들고 한 참을 궁금해댔다.헛!!!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분이..

한국은 큰 병 없이 1년을 살아 낸 아기들을 축하하고 앞으로 무병장수 할 수 있도록 돌잔치를 한다면 일본은 남자아이가 5살이 되는 해에 앞으로도 건강하게 성장하라는 기원을 담아 시치고상을 치른다. (여자아이는 3살, 7살 두 번) 하아.. 근데 이게 대략 돈지랄. 이 때다 싶은 장삿속이 해도해도 너무하는 거다. 기모노 빌리고 입혀주고(한복과 달리 도저히 스스로 입을 수 없음) 촬영해 주는데 세트상품이 최저 5만 엔. 가을은 성수기라 (보통 11월 15일 전후로 행하는 일) 시즌 요금이 8천엔. 근데 예쁜 옷은 더 비싸니까 퀄리티에 따라 추가 요금이 발생한대. 한화로 100만 원은 순식간에 등처먹히는(왜 난 납득이 안되니. ㅋㅋㅋ) 느낌이다. 포기하려다가 사진촬영기사를 자청한 추짱이 힘내!! 너라면 할 수..

우리는 아점으로 팬케잌과 분위기를 먹으며 제한 된 시간 안에 브리핑을 마쳐야 할 것 마냥 두두두두도도도도도 쏟아냈다. 코운이가 중간에 빵 터져서 찰싹찰싹 제 정신을 차리게 하기도 하며 팬 케잌을 연료삼아 에너지는 대게 입을 통해 연소되었다. 떼 쓰는 것이 일과의 전부인 두 살 아이를 키우는 코운이는 끝이 안 보이는 터널 안에 홀로 남겨진 기분으로 육아와 싸우고 있는 중이다. 그걸 나라고 왜 모르겠니. 힘들긴 커녕 두세살이야말로 제일 귀여운 때지~ 라는 성모마리아 스타일 엄마도 있겠지만 하루는 미국 아동학자에 의해 유명해 진 아이 기질 세 가지, 순한아이/까다로운 아이/느린 아이 중 안타깝게도 까다롭고 느린 아이에 심지어 나란 여자는 겁나 불행하게도 개또라이 스타일이었기 때문이다. 순한아이는 적응도 잘 하..
유치원 마치고 동물원에 가고싶다고 해서 버스로 15분거리의 우에노 동물원에 간 10월의 어느 날.깍아 온 사과를 간식으로 먹고동물은 뒷전으로 모노레일에 탄다. 오늘따라 큰 카메라 들고 혼자 온 deep한 손님들이 많네 싶었더니 이번 달 말일까지만 운행하는 좀 역사적인 시기였다 17년간 팬도 많았는데. 하루도 모노레-루 아리가또~ 하면서 탑승했다.자, 이제 동물들 잘 있나 보러갈래?모델체형 빼빼마른 호랑이. 감성젖은 물개. 긴팔 원숭이는 추위를 느끼고 있었다. -추워요... 문 닫아주세요... 아기 원숭이 발견.-엄마, 옆에 있는 원숭이가 엄마 원숭인가 봐.-맞아. 우리 엄마얌.동물들에게 인사하고 가오나시와 집으로 돌아갔다.참고로 가오나시란,센과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그 녀..
이제 모든 것을 구마몬과 함께합니다. 조식먹고 롯데 호텔까지 마중 오는 마이크로네시아몰 셔틀버스를 탔다. 미국이니까 영어 나오는 애니매이션 dvd가 신나게 팔리고 있을 줄 알았는데. 다들 유투브 보나요...? 없네..? 이 아이는 여기서 움직이지 않고요. 박제처럼 땅 파고 붙어버려서 그냥 냅두고 나 혼자 찾으러 갔다. 애니매이션? 디브이디? 이런 단어로 찾아다녔더니 어떤 직원이 지캅? 지 캇? 을 알려줬다. 너무 못알아 들어서 써 주기까지... ;ㅂ;.. geek out 이구나. 안 들립니다... 여러분들과 귀 사양이 다른가 봐요. 여기는 일본만화 캐릭터 전문점이었다... 일본에서 사는 여자를 여기로 안내하시면 ;ㅂ; 결국 포기하고 서점에서 스폰지밥이랑 몇 권 영어 책을 사 왔다. 요즘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