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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챙이가 따로 없네.
어릴 때 나도 저랬는데 나는 시커멓고 말라서 정말 없어 보였다. 피부는 아빠 닮아 다행이고 체격은 날 닮아 다행이다. 케군 초등학교6학년 때 사진을 봤을 때 충격을 잊을 수가 없어서…. 학교 모자 밑으로 두개골이 튀어나오고 란도셀이 어깨에 꼭 끼어 피가 통하는지 걱정스러운 거대한 몸집이었다. 놀이터에 앉아있기만 하는 모습이 꼭 주변 애들 삥 뜯는 모양새였다.

아직 재잘재잘 이야기도 많이 하고 안아달라 하는 걸 보면 사춘기는 아닌가 싶다가도 한없이 센티해지는 순간이 있다.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애가 별 처량맞은 상상을 자주 해서 환장하겠다.
원숭이 동물원 갔다 온 날 밤, 원숭이가 갑자기 불쌍하다며 펑펑 울었던 것처럼 툭하면 세상 모든 것에 측은지심이 발동한다. 하물며 학교에서 잃어버리고 온 몽당연필이 혼자 어디서 자길 찾고 있지는 않을지 속상하다며 눈물 (실제로 눈에서 물이 났음)을 흘리질 않나. 청소하다가 오래전에 잃어버린 지우개를 찾아줬더니 웃진 않고 너무 미안한 마음에 (지금까지 혼자 둔 것에 대한 죄책감) 울고 있지 않나.
갱년기 아니냐.

처음으로 하루가 영어 검정시험을 보러 갔다.
올해 시작한 온라인 영어 회화에서 신박한 이벤트를 하는데 영어 검정 시험 합격증을 인증하면 수업료 반을 돌려준단다. 마케팅 끝내준다. 실적으로 다시 홍보하면 되니까 이건 윈윈이다. 실제로 아이들이 부릉부릉 시동이 걸린다.

주인님 아들이 시험 보러 갔나 봐.

시험 끝나고 빵 무제한으로 주는 파스타집에 갔다.

역시 제일 좋은 포상은 탄수화물이지

아직 이마에 솜털 있는 주제에 인상 쓰긴 ㅋㅋㅋ

이불을 돌돌 말아 부린 애교
얼마 전에 산토끼 토끼야~ 하는 한국 동요를 알려줬다. 왠지 모르겠지만 그 어감이 너무 귀엽다면서 맘에 든단다. 왜 그냥 토끼 아니고 산토끼라고 해? 하길래 나도 궁금해서 찾아봤다. 그러다가 알게 된 충격적인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귀여운 토끼랑 산토끼는 완전 다른 느낌이었다. 심지어 영어로도 rabbit 과 hare로 구분 짓고 있었다.

산토끼 움직이는 모습을 같이 찾아봤는데 무지 빠르고 싸울 땐 마치 캥거루처럼 위협적으로 움직여서 겁나 무서웠다. ㅋㅋㅋㅋㅋ그 뒤로 저 동요를 귀엽게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일본 예능에 나온 신인 배우이름이 山時 산토끼상이었다. 하루랑 내가 동시에 소리 지르며 이름이 산토끼래!!!!!!! 아하하하하하 웃었다. 아빠한테도 흥분하며 공유했지만 그게 뭐? ㅇㅂㅇ 케군 둥절이었다. 한국말로 산토끼를 알아야 이게 웃기지 맞다. ㅋㅋㅋㅋㅋㅋㅋ 너무 귀엽네. 저 사람은 알까? 자기 이름이 산토끼라는 걸? ㅋㅋㅋㅋ

안녕하세요 배우 산토끼입니다

어느 날 밤엔 사람은 왜 암에 걸릴까 이런 대화를 하다가 (안 좋은 예감이 든다) 엄마가 암에 걸리면 어떡해?로 흘렀다. 아무리 밝게 대화를 이어가도 결국 펑펑 울었다. 죽음을 대수롭지 않게 말해도 울고 진지하게 말하면 더 울고 냉랭하게 원래 그런 거래도 울었다. 허허….
나는 운전면허증 뒤에 소생을 원치 않고 장기를 기증하겠다는 서명을 해 두었는데 그런 사소한 것까지 언제 다 봤는지 얘기를 꺼내며 그래도 내가 싫으면 어떡해? 내가 엄마 살리고 싶은데 어떡해? 엄마는 그래도 싫어? 눈물바다가 됐다.
T죽네…
있지도 않은 일 상상하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시간 아까운 나…. “만약에….” 당첨되지도 않는 복권, 생기지도 않은 1억, 말도 안 되는 초능력… 그 만약에… 나는 어떻게 이 네버엔딩스토리에서 빠져나와 애를 재울 것인가 오로지 그 생각만이 머리를 맴돌았다. 미안하다. 아들…

어릴 때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고장 난 자동차. 동네 시장 구석에 여전히 있었다.
오늘도 타 봐. ㅋㅋㅋ 놀릴 생각에 한 말이었는데 냉큼 올라탄다. 부끄럼 따위는 엿 바꿔 먹은 거냐. 남 시선 신경 쓰고 부끄러워한다는데 이상하네.




둘 중에 뭐로 할지 고민에 빠졌다.
-엄마 이거 사진 찍어 봐.
-눈앞에 있는데 이걸 왜 사진 찍어서 비교해?

-그리고 내 얼굴 사진 찍어 봐.
뭘 시키려는 걸까.
-그리고 제미나이에 이런 애한테 어울리는 신발 색깔 골라달라고 해.
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요즘 애다.
너무 좋은데? 어차피 도찐개찐이면 누가 정해주는 게 제일 편하다. 제미나이는 오른쪽 신발을 골랐다. 게다가 나름 이유도 있더라 ㅋㅋㅋㅋ 저 색이 침착함이 드러나고 질리지 않을 것 같다나. 너무 납득해서 사고 난 다음에도 전혀 후회가 남지 않았다. 볼 때마다 침착함이 돋보이고 질리지 않는 신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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