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5학년이 되는 하루. 너무 드라마틱한 대화를 많이 해서 다 기록해두고 싶은데 훅훅- 지나가버린다. 사진도 남길 시간이 없다. 우리의 시간이 광속처럼 빠르다. 참 신기한 건, 하루가 나처럼 똑같이 느낀다는 것이다. 엄마랑 있는 시간은 앞으로 점점 더 짧아질 거라고 나랑 함께하는 시간이 소중해서 예전 같으면 뭐든 끝까지 우겼을 텐데 요즘은 적당한 선에서 참는다. 어쩌다 상처가 될 만한 말을 하면 곧바로 아, 미안해.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고쳐 말한다. 이기적이게 굴던 상황에서 한 발 양보를 한다. 유독 그런 날은 자기 전에 침대에 나란히 누워 하루 등을 안아주며 말했다."하루 오늘 엄마랑 좋은 시간 보내려고 애써준 거 알아. 너무 고마워.""하루는 엄마랑 싸우기 싫었어. "어떤 날은 내가 좀 화가 ..

“인터넷 계좌의 이체 금액이 조금밖에 안 되더라고요. 큰 금액을 보낼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어떤 상태인지 봐 드릴게요. “여직원은 내 현금카드로 여러 가지 조회하면서 내가 외국인인 것을 알았을 것이다.그리고 다른 서비스를 가입해야 금액을 늘릴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나는 그냥 단순히 궁금했다. 은행 시스템에 대해 잘 몰랐다.”그렇구나.. 이거랑 그건 뭐가 다르죠? “지금 상태에서도 이체가 가능한데 왜 금액을 늘리려면 다른 서비스가 필요한지 물어 본 것이다. 그런데 여직원은 내가 일본어를 이해 못 했다고 생각했나 보다. 엄청나게 큰 목소리로 ”이. 체. 서. 비. 스. 가. 입. 이. 필. 요. 해. 요. “보청기 낀 할아버지도 깜짝 놀라게 소리쳤다. 나는 웃음이 터져서 뒷 말을 곧이어 할 수가..

스미마셍… 스미마셍…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가 들렸다. 휴지가 없나? 만화나 영화에서 자주 봤던 장면인데 그러고 보니 살면서 처음 있는 일인 거 같기도 하고… 내심 재밌다 생각하면서 얼마큼 휴지를 뜯어줘야 할지 걱정이 겹쳤다. 사람들은 한 번에 얼마나 쓰지?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 이 분은 어떤 경우에 처해 계실까. 짧은 시간 동안 별 생각을 다 하고 있는데 완전히 다른 경우셨다.“구급차 좀 불러 주세요…”깜짝 놀랐다.“괜찮으세요!!? 자… 잠시만요…! “나는 의도치 않게 목소리가 엄청 커졌다. 내 목소리에 내 귓청이 떨어질 거 같았다. (아 놔 아줌마처럼 왜 이러지) 망설임 없이 119에 전화를 걸었는데 신호음만 울리고 아무도 받지를 않았다. 상상했던 것보다 길게 울리는 신호음에 갑자기 나는 119가 아..

다시 갈 때를 위해 기록해 두는 하코네 여행 1. 하코네 교통 프리패스 箱根フリーパス는 출발하는 날 전에 구입해둘 것 (신주쿠 오다큐 타는 곳 창구, 세븐일레븐에서도 가능) 프리패스 이용 가능한 교통편 : https://www.hakonenavi.jp/transportation/ticket/freepass/ 箱根フリーパス|チケット購入|運行情報|箱根ナビ料金 発駅により販売額が異なります。 発駅 2日間有効 3日間有効 おとな こども おとな こども 新 宿 6,100円 1,100円 6,500円 1,350円 町 田 5,820円 1,100円 6,220円 1,350円 藤 沢 6,050円 1,100円 6,450円 1www.hakonenavi.jp 2. 묵었던 숙소 (2번째 방문) 箱根パークス吉野 하코네 팍스 요시노https..

언니 애프터 눈으로 예약할까요? 디너로 할까요? 몇 시가 좋아요? 그럼 예약할게요! 여기 항상 자리 없는데 드디어 예약했어요!!!늘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예약 성공하자마자 쏘이 언니를 데려갈 생각에 한껏 신이 났는데 뭔가 주저하는 언니 대답이 맘에 걸렸다. 저도 가끔 눈치라는 게 있어요. (대개는 없어요.) “왜요? 언니 애프터 눈 별로예요?” “아니, 나 요즘 너무 관심 많아.”“그럼 장소가 별로예요?”“아니.. 그… 시간 예약하면 못 지킬까 봐 부담스러워져서…”아하하하하하하하 아 진짜 그 생각을 못 했네요. 아이고 푸하하하하 정말로 전 상상도 못 했어요. “언니 내가 계획해서 동선 짜서 아주 자연~스럽게 모실게요. 언니는 신경 쓰지 말아요.”파워 J 여러분, P를 괴롭히고 싶다면 여기저기 식당에 ..

이글루스 블로그 시절 만나 15년 가까이 알고 지낸 쏘이언니가 왔다. 언니는 지금 미국이고 나는 일본에 남았는데 이렇게 멀리 있어도 맘만 먹으면 비행기 티켓 끊어서 세계 어디든 슝- 날아가는 언니 덕분에 한국에 사는 친구들보다 더 자주 만났다. 유학시절을 거쳐 서로의 아이들이 어울려 놀 정도로 친분이 계속되다니 언니와의 관계는 내 인생 안에서 꽤 큰 기적으로 꼽힌다. 이글루 시절 유명했던 닉넴 (쏘이라떼)대로 이하 쏘이언니 ㅎ 언니와의 재회가 좀 특별했던 건 우리가 10년 넘도록 애들을 끼고 만나다가 지난 연말에 우리 둘만 그것도 1박2일을 입에 근육 생길만큼 떠들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처음으로 같이 숙소에서 잤다. 이렇게 친한데 더 친해질 수 있는거군요. 충분히 친하다 생각했는데 사람과의 관계는 끝..

이틀 칭칭 감은 지혈 밴드는 정말 방망이만 하게 컸다. 누가 봐도 존재감이 뿜뿜이었다. 다친 다음 날 당장 대신해 줄 사람이 없어서 두 시간만 아르바이트를 나갔다. 주문받고 음식 나르고 커피를 내려놓고 그 방망이가 많은 손님들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한국에서라면 처음 간 식당이라도 누가 칭칭 감고 일하고 있으면 “어머~ 아프시겠다~” “에구 다치셨나 봐요.” 지나가는 말을 할 거 같은데…. 열 명 중에 한 명 정도는? 스무 명에 한 명이라도? 그날 일하는 동안 아무도 내 손을 언급하는 사람이 없었다. 눈길조차 주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 같았다. 서른 명 넘는 손님이 단체로 이게 안 보이는 걸까? 그렇지.. 뭐 도쿄 사람들 특기지. 머리론 알고 있었다. 근데 어느 시점에서 정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

어디 다치면 된장 바르는 세대는 아니었지만 (이모들이 진지하게 그렇게 조언하던 기억은 있음) 빨간약을 집에 두던 시절에 자란 나는 여전히 다친 손가락엔 소독약 바르고 반창고 붙이고 물에 닿지 않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씨게 박혀있다. 과산화수소를 뿌리면 상처부위에 부글부글 거품이 나는 걸 멍하니 쳐다보는 게 참 재미있었지. 이제 모르는 사람들도 많을까?그리고 언제부턴가 하이드로콜로이드 반창고를 쓰게 됐지만 (일명 ‘메디폼’) 나는 지금껏 그 원리에 대한 이해가 한참 부족했단 걸 알게 됐다. 솔직히 어릴 때 쓰던 소독약+건식 반창고만 있어도 아쉽지 않았고 하이드로콜로이드 반창고가 미덥지 않았고 새로운 정보를 내 안에 업데이트하는 것도 귀찮았다. 그런데 손가락을 7미리 베이고 이렇게 큰 상처를 하이드로콜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