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엔 나도 좀 감기에 걸렸었는데 초등학교는 무슨 저주받은 것처럼 코로나, 독감, 전염성 어쩌고저쩌고 돌림노래처럼 돌고 돌아 매일매일 3분의 1이 결석을 했다. 전문가들은 마스크 벗고 처음 맞는 겨울이라 밀린 숙제처럼 애들이 면역력을 키우는 중일 거라고. 한국도 그랬다면서요? 하루에게는 11월 어느 주말에 돌림노래 차례가 왔다. 배가 아파 뭔가 기분이 안 좋아.. 이 말을 할 때 이미 나는 알고 있었다. 와- 내가 어떻게 알았는지 나도 신기했다. 육아 짠밥? 하루야! 빨리 화장실로 가! 화장실!!! 충분히 가고도 남을 시간이었지만 아이는 싫어했다. 그리고 거실에 다 토해냈다. 그나마 내 예견으로 러그 한 장에 가둬서 큰 피해를 막았다. 하루는 엄마 미안해.. 하며 토를 했다. 으이구. 너 이건 진짜 미..
작년 일이 되어버렸네? 지구가 여름엔 달달 달구어지더니 겨울에 하나도 안 추워서 땡잡은 기분이다. 나는 겨울이면 손발이 정말 얼음장처럼 차가워지는데 그것 때문에 겨울이 너무 괴롭다. 어떤 주부가 매년 집 안에서 발에 동상 걸린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남 일이 아니다. 이게 상당히 가능하다. 그래서 포근한 12월이 너무 감사했다. 1월 중순에도 아직 15도를 넘는 날이 많다. 이렇게 어물쩍 이번 겨울을 넘기려나 내심 기대 중. 일본 인형이 서 있는 가옥을 자세히 보니 미용실이었다. 인테리어부터 반전매력… 저 봉고차 어떻게 주차했지..?블로그를 시작했던 이글루스가 문을 닫았을 때 아무도 놀라지 않았다는 게 슬프지만 막상 이사를 하려니 깜깜했다. 이렇게 될 줄 알았지만 아무 준비도 하지 않았던 거지. 의외로..
어느 영어권 인스타에서 또르띠야 레시피를 발견했다. 프라이팬에 똘띠야를 한 장 깔고 위에 시금치, 계란 치즈를 올려서 잘 구운다음 반으로 접어 먹는 방법.처음엔 어설펐는데 두번짼 성공했다.진짜 맛있어요. 여러분. 샐러드용 닭가슴살이나 머슈룸. 단백질과 채소 재료를 취향대로 바꿔도 좋다. 일본에선 배추 반 포기를 사면 국에 넣고 겉절이로 먹고 쬐끔 김치 만들고 남아버린다. 남은 걸 전으로 부쳤더니 케군이 헐레벌떡 막걸리를 담아 온다. 부침개 할 거면 미리 말해야지 하면서 입꼬리 계속 상승 중. 일본사람 중에 부침개 싫어하는 사람을 아직 본 적 없다. 케군이 인터넷으로 산 달달하고 짭짤한 고기반찬인데 너무 짜서 어지러울 지경. 이런 건 밥 위에 올리면 간이 딱이다. 니쿠자갸. 밥 위엔 유카리 가루. 케군이 ..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요상한 생리 전 증후군을 가지고 있다. 검색해도 나 같은 사람이야기는 잘 나오지 않았다. 뭐냐면 생리 전만 되면 신기하게 결벽적인 구석이 생긴다. 애지중지 자라지도 않았고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습한 반지하 말곤 살아 본 적 없고 평소엔 안 그러는데 생리 전만 되면 더러운 걸 참지 못하겠다. 누구나 그렇듯 나도 생리 전에 화가 난다. 그때마다 지금 이 분노의 원인은 뭘까 곰곰이 거슬러 올라가 보면 꼭 지저분한 집안, 정리 안된 물건들, 흘리거나 묻은 이물들이 방아쇠였다. 그럼 깨끗하게 치우게 되고 좋지 뭐 하겠지만 참 골칫덩이인 게 아이랑은 끊임없이 더러운 상황이 생기는데 내 인내심이 생리 전과 후의 차이가 너무 심해서 아이에게 혼란을 준다는 것이다. 평소에는 세상 아무렇지 않았던 집..
하와이에서 묵었던 호텔 바로 앞 쇼핑몰은 물이 흐르는 정원처럼 꾸며져있었다. 그때 우리는 왜 거기를 지나갔었더라? 아 나랑 케군이 하와이 구석구석 거닐면서 구경하고 싶었었다. 무슨 가게가 있나 사람들은 어떤가 이 동네는 어떤 분위기지. 그런데 하루는 그게 재밌을리 없었다. 물놀이하러 언제갈건지만 중요했는데 마침 나는 기분이 좋고 정원 물 속에 플라스틱 스푼이 하나 보였다. -하루야, 저 스푼 보이지? 쟤는 지금 조금씩 움직이고 있어. -거짓말. -진짜야. 우리가 눈치 못채고 있을 뿐이지 쟤 움직여. -어떻게 알아? -쟤는 사실 3층 푸드코트 카레 집에 있던 스푼이었어. 우리도 밥 포장할 때 거기 스푼 받았지? 그 통에 들어있었어. 어떤 사람이 카레를 포장해서 스푼을 받고 날이 너무 좋아서 여기 1층에 와..
1. Found 다큐영화중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여성 3명이 뿌리를 찾아주는 전문가와 함께 부모를 찾는 이야기였다. 그 넓은 중국이라니 망망대해 같은 곳에서 과연 찾을 수 있을까 추리 영화 요소를 살짝 느끼기도 했다. 2. Our farther 다큐영화원래 이런 종류 안 보고 웃기고 실없는 장르를 좋아하지만 예고편이 강렬해서 본편 때렸다. 살짝 난임치료의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이딴… 장르의 범죄를… 그렇게 오랫동안 실제로 했다고??? 믿기가 어려워서 내내 어안이 벙벙한 내용이다. 체외수정을 위해 찾아온 환자에게 자신의 정자를 수정시킨 산부인과 의사 이야기. 개소름. 과연 최종적으로 몇 명의 아이가 태어났는지 궁금하시면… 영화를. 3. 일본 드라마 소개일본 드라마도 가뭄에 콩 나듯 가끔 본다. 거창한 이..
나가노현 마츠모토 長野県 松本로 가는 여행 신주쿠를 출발해 마츠모토에 도착하는 특급열차 시간은 11시였다. 우리 집에서 신주쿠까지는 30분이면 도착하는데 9시 반에 서둘러 나가야 한다는 케군. 서두를 필요까지 있을까 갸우뚱했지만 집에서 나오고 5분 뒤 케군이 옳았다는 걸 직감했다. 가방에 걸어 둔 시계가 보기 힘들다고 하루는 길거리 한복판에서 가방을 열어 핸드폰을 찾기 시작했고 물건들을 이리저리 꺼내고 떨어뜨리고 (지금 찾지 말래니까.. 진짜…) 금방이면 된다면서 또 줍고 또 떨어뜨리고 목적은 이루지 못하고…. 보다 못한 내가 ”장갑을 벗어 왜 지금부터 장갑까지 끼고 난리야 도쿄는 15도라고 한 개도 안 추워.” 화를 내니 아이 풀이 확 죽었다. (그렇다. 장갑 끼고 물건 찾고 있었다. 절대로 안 벗겠대..
2년 전에 다녀왔던 가마쿠라의 레스토랑을 다시 한번 가기로 했다. 세상에 먹을 게 얼마나 많고 가 볼 데가 얼마나 많은 데가 기본자세지만 가마쿠라의 Amalfi dellasera는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풍성하기 때문이다. 먼저 가마쿠라까지 가는 동안 1시간 내내 수다 떨 수 있는 지정석에 앉아 워밍업을 하고 (수다를 위한 수다 워밍업?) 가마쿠라부터는 에노덴을 타고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풍경과 일체화 바닷가 철길에 난 좁은 계단을 오르면 갑자기 토토로 세계 느낌 끝에 그림 같은 레스토랑이 출현. 언니 여기 뭐예요? 너무 예뻐요. 에노시마도 보여요! 리카짱과 함께 했다. 리카짱은 제일 살고 싶은 곳이 가마쿠라라고 했다. 지금 친정 부모님이 가마쿠라에 이사 갈 집을 알아보고 있단 소식을 듣고 본인이 살진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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