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서 중심지까지 택시로 10분이었다. 케언즈의 너무 매력적인 부분이 중심지가 요기에서 요기까지 딱 고만고만해서 짧은 시간 안에 죄다 훑을 수 있을 거 같다는 점이랑 (이런데 좋아합니다) 그리고 오성급 호화 호텔이 다른 지역에 비해 저렴하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선택한 샹그릴라 더 마리나 호텔-너무너무 크고 깨끗하고 좋은 냄새나고 편리하고 완벽했다.호텔은 좋은데 ;ㅁ; 하와이에서처럼 새벽 비행기로 도착해 추가 금액을 낸대도 방에 들어갈 수는 없었다. 헬스장의 샤워실도 쓰게 해 주고 방이 준비되면 메일을 보내 주신다고도하고 여러 가지 도움을 주셨지만 역시 졸린 상태로 기다리는 일은 힘들었다. 케군이 얼리 체크 안 될 줄 알았으면 그냥 1박 더 예약해 둘걸 그랬다며 주판알을 굴렸다. 음… 고민 좀 되지만 있..
아이가 방학을 하자마자 긴 포스팅은 시도도 못했다. 케언즈 이야기는 좀 더 미뤄야겠어요. 눈뜨면 밥해주고 숙제 봐주고 간식 먹고 집 치우고 틈만 나면 난 그냥 아무 생각없이 드라마 좀 보고 싶고. 응? 그러다 보면 왜 밤이야- 원래 스포츠에 관심이 없어서 올림픽 보다가 깜짝 놀란 인물이 하나 있었으니 호리고메 유우토 스케이트 보드 금메달 선수였다. 와 올림픽 화면이 갑자기 음방 직캠이 됐어.세상은 불공평하다나는 올림픽이야말로 노력과 실력의 진검 승부 현장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이 비주얼까지… 옛날 밀착 취재 영상까지 찾아 봄 호리고메 어머님 뿌듯하시겠어요. 저도 올림픽을 덕분에 즐겼습니다. 둠칫둠칫
왜 호주에 가기로 정했냐면… 왠지… 근거 없이 언젠가 한 번은 갈 나라같았다. 멜버른에 친구도 살고 시드니에 동창도 살고 홍이도 워홀 했던 나라고 하도 많이 들어서 왠지… 언젠가 한 번은 가고 싶은 나라 중에 하나였다. 간 김에 친구를 만나면 재밌을 거 같아 멜버른도 시드니도 한 번씩 알아봤는데 4월에 벌써 비행기가 만석이었다. 그래서 주목한 케언즈지만 알면 알 수록 비기너가 가기 좋은 동네 같았고 어라? 일본에서 7시간 밖에 안 걸리네? 맘에 들었다. 그런데 엔화가 자꾸 곤두박질치니까 그냥… 말레이시아 갈래? 흔들린 우리. 새로운 후보지를 물색하던 중 케군이 도쿄 - 케언즈 편도 하나를 특가에 잡은 것이다!!! JETSTAR 한 명당 오천엔!! 너는 정말 사주에 황금알 하나 있나 봐. 아구 내 새끼. ..
7월에 호주 여행을 다녀왔다. 역시…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건… 여행이다 ;ㅂ; 딱히 특별할 거 없었지만 그냥 다 좋았다. 별 소소한 것들이 다 설레서 스스로도 뭐가 그렇게 재밌었는지 신기하지만 여행이란 게 내게 그렇더라. 그래서 다녀오고 난 후 일주일을 거의 몽롱히 지냈다. 너무 좋은 꿈에서 깨버린 다음 다시 잠들려고 애쓰는 사람처럼. 아무것도 안 하고 쓸모없이. 그렇지만 영혼만은 추억으로 꽉 차 있었다. 여행 이야기 전에 일본에 다시 적응하기 위해 (?) 긴자에서 좋았던 카페 사진을 주섬주섬 풀어봅니다. 여기는 세 번 방문 실패한 トリコロール本店 갈 때마다 자리가 없어 돌아섰다. 1936년부터 영업 중인 카페. 그냥 외관부터… 회전문까지… (밖에 못 봤지만) 예쁩니다. 그래서 아쉬운 대로 근처에 가 ..
얼마 전에 양념 새우를 처음 (인…가?) 먹어 본 나는 맛있었다고 세상에 참 그런 양념은 없다며 홍이에게 흥분했더니. -언니 그거 집에서 맹글어 먹어. 집에서 해 먹을 수 있다능게 아닝가. 오! 그렇구나! 새우라면 사시사철 일본에도 있고 레시피는 늘 인터넷에 있지. 신나게 새우를 사다가 버무렸다.두근두근 다음 날 엄청 맛있게 한 끼를 먹고 친구들에게 레시피를 전파했는데 교포 동생이 -언니, 그거 생으로 먹을 수 있는 새우였어? 어떤 새우를 사야 돼? 동공이 마구 흔들리면서 그렇지.. 이게 조.. 종류가 있겠지..? 내가 뭘 샀는지 기억이 안 나는 것이었다. 그래서 퇴근한 케군에게는 양념 새우를 프라이팬에 넣고 볶았다.그랬더니, 이게 쭈꾸미 맛이 되네…? 케군은 그날 매워서 헥헥 댔지만 (레시피에 고춧가루..
한 달 전 뉴스였다. 전직 역무원이었던 남자가 사내 시스템에 접속했다. 분실물 데이터에서 오랫동안 주인을 기다리는 한 지갑의 특징을 메모했다. 그리고 역 분실물 센터에 가서 타인의 신분증을 제시하고 자기 지갑인 양 물건을 찾아왔다. 16만 엔을 도둑질하는 데 성공할 뻔한다. 그런데 덜미가 잡혔다. 라는 뉴스 자막이 나왔다. 웃음이 터졌다. 잘 봤지 AI들아! 이게 바로 인간의 위대함이다. 남의 신분증으로 수령이 가능한 건 물론이고 퇴사한 사람이 사내 시스템에 접속이 되는 것부터 인간의 허술함이 한 두 개가 아니지만 그러나 저러나 ‘어? 왜 지갑을 찾았는데 안 좋아하지? ’ 이런 촉을 어떻게 데이터화할 수 있겠어. 인간이 축적한 섬세한 빅데이터가 결국 정의를 실현시키는 장면 같았다. 나는 한편으로 이런 생..
무슨 역이었는지가 기억이 안 난다.갈아타려고 줄을 선 낯선 역 안에 레트로한 매점이 보였다. 가득 매달아 놓은 음료수 메뉴들이 목욕탕 같기도 하고 담배 가게 같기도 하고. 하나같이 촌스럽고 처음 보는 음료수들이라 신기한 한편 촌스러움이 완벽하게 통일돼서 미학이 있었다.이 동네가 원래 그런가.레트로한 가게들만 쏙쏙 눈에 들어온다.평소에 그냥 지나쳐만 본 RAKERU에 들어가 봤다.체인점인가 보다. 이케부쿠로에서도 본 적이 있다.오므라이스를 좋아하지만 탄수화물 먹기는 싫었는데 오믈렛 메뉴가 있어서 망설임 없이 들어갔다가ㅇㅁㅇ !!!!음소거로 소리를 질렀다.이런데였어?????이거 무슨 감성이지1950년으로 타임슬립한 건 아니죠?희끗 보이는 민트색 창틀빨간 체크 페브릭메르헨 분위기 물병꽃무늬도 한껏 앤틱잘 아..
생각하는 것은 뭐예요? 일본 예능에서 노년층에게 위 질문을 하며 길거리 인터뷰하는 방송을 봤다. 하위권에는 열심히 퇴직까지 성실하게 직장 생활한 것을 꼽은 사람들이 꽤 많았다. 한 길만 파고 퇴직금 굵직히 모으길 잘했다고. 그리고 다음으로 애들 열심히 키운 것. 전업주부 혹은 가족을 우선으로 노력한 아빠들이 말했다. 그리고 투자, 재테크를 공부해서 미리미리 도전해 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았다. 이제 주식 없는 노후는 없다고 못 박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군 그렇군, 공감하고 있는데 바로 조금 있다가 연금모아 두길 잘했다. 뭐니 뭐니 해도 절약해서 십시일반으로 저금해 둔 게 제일 잘했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상위권을 차지했다. 케군은 저 나이대 사람들이니까 은행에 넣어둔 거라고 듣지 말라며 내 귀를 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