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1년 전부터 오려서 화장실에 붙여둔 잡지 기사가 있었다. 지구 광장이라는 박물관 소개가 있어서 꼭 가보고 싶댔다. 집에서 두 정거장 떨어진 가까운 곳인데도 박물관 문 여는 시간엔 학교에 가니 별 거 아닌 것 같은데 참 시간이 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어쩌다 학교 빠진 날, 집에서 감정만 상해 있지 말자고 박물관에 다녀왔다.아프리카 학교를 재현해 놓은 교실인데… 선생님들의 교육도 미달이라 칠판의 산수가 오답이었다 ㅠㅠ 디테일 리얼하네. 이걸 열심히 받아 적을… (받아 적을 만한 것도 없어서 그냥 눈으로 외우고 있을…) 아이들이 짠했다… 가난과 전쟁으로 생활 수준이 처참한 나라들에 대한 소개가 많았는데 새롭게 알게 된 충격적인 사실이 아프가니스탄이나 여전히 내전이 계속되고 있는 나라들에서 소년 소녀들이 군..

5월에 장미꽃으로 치장한 오오츠카 노면 전차 길세상 촌스러운 이 장미 길이 순박하고 촌티 나는 오오츠카와 어우러져 예술적으로 레트로 하다. 나는 매년 이 길 끝에 분홍색 립스틱을 칠하고 분홍색 원피스를 입은 고은애가 서 있을 거 같은 상상을 한다. (달려라 하니 홍두깨의 아내를 아시나요) 얼마 전에 더위가 싹 가시는 괴담을 하나 들었다. ”선생님 제 친구가 겪은 무서운 이야기 해 드릴까요?“”오- 좋아요. 준비됐어요.“”얼마 전에 BTS 페스타가 있었잖아요.“”네. BTS는 안 오는 그거요?“”맞아요.“”어우 벌써 무섭네요ㅋㅋ“”ㅋㅋㅋ 저도 아미는 아니라 이해 안 가는데 아무튼 팬들끼리 즐기나봐요. 근데 친구가 도착해서 줄을 섰대요. 그리고 다섯 시간 정도 기다렸대요. 미국에서 온 사람도 있고 중국, 타..

오랜만에 이쿠미한테 연락이 왔다. 아이들 방학하기 전에 빨리 날 잡아 만나자고. 정기적으로 만나자고 하는 멀리 사는 친구가 있다는 게 새삼 너무 행복했다. 사는 게 바쁘고 귀찮아서 이게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 안다. 이제 우리는 접점도 없는데 같이 있는 시간이 편하고 같이 가는 곳이 취저인 친구. 감사하다.대학시절 사진 동아리에서 만났다. 같이 사진 찍으러 가고 동아리 방에서 수다를 떨다 보니 참 배려심 깊고 착한데 호기심이 많은 얘였다. 조용히 나한테 밥 먹으러 갈래? 쇼핑 같이 갈래? 먼저 권할 줄 아는 게 반전 매력이었다. 쇼핑을 같이 갔더니 얘는 색 조합을 기가 막히게 잘했다. 목소리랑 말투가 어른스러운 앵무새처럼 중독적인 구석이 있다. 블로그라서 들려줄 수 없는 게 애석하다.. 그래서 유머러스..

요즘엔 사춘기 시작한 하루랑 심도 있는 대화도 많이 하고 꽤 평온해졌다. 한국어 학생이며 나의 인생 선생님인 신상에게 아들도 남편도 내 맘 같지 않아서 정말 마음에 안 들 땐 어떻게 하냐고 호소했더니 이런 말씀을 하셨다. "그들이 나를 참아주는 부분도 많다고 생각해요..." 아...누굴 흉보기 전에... 너 같은 거랑 살아주는 게 어디냐. 다른 집이었으면 네 성격 누가 참아주겠니... - 이렇게 와닿아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나는 결국 내 고집 내 방식이 아니면 속이 뒤집어졌던 거였구나. 입장 바꿔 생각해 보니 시간 쪼개서 학습하라고 쪼는 것도 뭐든 썼으면 바로바로 갖다 놓으란 것도 충전 케이블이 바닥에 닿아 있는 것도 잘못된 게 아니라 그냥 내 방식이 아니라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을 뿐. 니들..

날씨가 포근하면서 시원하기도 한 완벽한 날이었다. 우울하고 사람이 고파서 장금이 언니한테 톡을 했다. 집에 있으면 쳐지니까 일단 나카노에 나왔다고 하는 걸 보니 언니에게도 내가 필요할 거 같았다. 딱 기다려-. 한국어 수업을 마치고 부랴부랴 달려가며 오무라이스 잘 하는 집 있냐고 물었다. 언니는 나카노가 자기 손바닥만큼 훤하다는 듯 뚝딱 나왔다. 카페에서 1차 수다를 떨며 가게 오픈 시간을 기다렸다가 오픈 런을 했다. 건물이 맛있게 보인다.오오… 네네.. 저런 거 저런 오무라이스 맞아요.오무라이스 집이라 벽이 노란색인가 봐.오늘 장금이 언니 패션도 너무 깜찍해.이산 가족 상봉나카노에 맛있어 보이는 가게가 이렇게 많았구나.뭐 때문에 울적했었는지는 벌써 잊어버렸고 언니랑 한참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다가 헤어..

이제 일어나실 분저요!체크아웃을 하고 유명한 구리코 간판을 보여주러 나섰다.첫날 먹어두길 잘했지. 도똠보리 근처 호라이 551에 어마어마한 줄이 있었다. 일명 이민가방으로 불리는 싸구려 천떼기 가방 하나로 오사카에 온 나는 작은 사이즈 캐리어를 상점가에서 샀는데 기억 속 가방가게랑 여기가 너무 흡사하다. 그때 온 지 얼마 안 돼서 어쩌다 알게 된 일본인 친구한테 이것저것 물어보느라 바빴다. 가방을 사고 나와 또 필요한 거 없냐고 묻는 친구한테 그 왜… 여자들이 쓰는 그거 있잖아 아 왜… 생리대란 말을 일본어로 몰랐다. 직접적으로 설명하기 너무 난감했지만 너무 말이 안 통해서 어쩔 수없이 밑에서 피가 나오는.. 거기까지 설명하고 수치스러워서 얼굴이 빨개졌던 기억이 난다. 말이 안 통하는 약간의 서러움 같은..

하늘은 투명하고하루는 퉁퉁불고남바역 주변엔 신기하게 패밀리 마트가 상당히 많았다. 세븐 일레븐이 아주 간간히 보이고 로손의 점유율이 많이 밀렸다. 꼭 가야되는 편의점이 있는 건 아니라서 그냥 신기했다는 이야기. 패밀리 마트에 반찬을 매일 아침 사 먹었다. 편의점에서 저런 완벽한 1인분 단백질 세트를 구할 수 있다니 기특하고 감사하고 효심같은 게 느껴질라그런다. 호텔 서랍에서 고데기를 발견했다. 까만 레버를 조작하면 반으로 갈라지면서 판고데기로도 변신했다. 오오- 이런 걸 호텔에? 진짜 매력적이다. 근데 고데기를 도데체 몇 년만에 쓰는 건지 모르겠다. 원래도 똥손이라 현란하게 쓰지 못했지만 너무 어려웠다. 내가 만들고 싶은 컬을 만들려면 위에서 오른쪽으로 꺽어야할지 왼쪽인지 아래인지.. 손목을 꺾는 방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