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케이크 모양의 스폰지에 데코한 꽃이었다. 식욕을 돋우는 꽃은 처음보네… 이건 여자들이 좋아할까요, 안 좋아할까요. 길을 걷다가… 자꾸 꽃이랑 풀을 찍어서 나이 먹은 거 들통나는 기분이긴한데가로수 길 밑에 산딸기가 열렸다구요. 이건 솔직히 너무 신기하잖아요. 올 여름 참 잘 산 거. 액정 커버랑 시계 줄을 따로따로 사서 코디했다. 하… 맘에 들어.하루랑 도서관 가서 관심있는 책들 가져와 나열해보니 자기긍정감을 키우는 딱 한 가지 습관 작은 일에도 화 내지 않게 되는 책 1일 3분 천재로 바꾸는 방법 미인은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테크닉 평소에 뭘 생각하면서 사는지 까발리고 다니는 느낌이 들었다. ㅋㅋㅋ 다들 이런 거 보면서 살죠?저 미인 어쩌구 하는 책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렇치! 내말이! 고럼 고럼!..
오예 둠칫 두둠칫 둠둠 평소처럼 오픈 준비를 하고 있는데 샐러드 바에 놓을 양파를 꺼내다가 커다란 반찬통을 엎어서 바닥에 철퍼덕 죄다 쏟았다. 오 마이 어니언… 어흑… 죄송해요 점장님… 스물 세 살 점장님에게 인자하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지만 으흐흐흐흐 하고 웃어줬다. 그리고나서 오픈 전 은행 업무를 처리하려고 밖에 나갔는데 하늘 위에서 어떤 액체가 툭하고 내 팔뚝에 떨어졌다. 우웩!!!! 이게 뭔지…. 절대 알고 싶지 않다…. 팔을 최대한 얼굴에서 멀리 떼고 매장으로 뛰어 가 박박 닦았다. 에라이 오십엔 안 한다. 안 해… 아직도 생생한 액체 빛깔. 보라색이었어… 폴라포 국물 느낌.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오십엔이 갑자기 고맙게 느껴졌다. 아무 일도 없었는데 연속으로 수난을 당했다면 짜증이 밀려오거나 기..
히토미상은 어느 4월 처음 만난 한국어 학생이었다. 60대 청순한 느낌의 미인이셨는데 한국 드라마를 보는 것도 아니고 최애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여행을 좋아하시는 것도 아니었다. 히토미상에게는 네 자녀가 있고 그중 둘째 딸 코토미가 한국 남자를 만나 한국으로 시집을 갔다. 코토미를 보러 한국에 가면 한 달 정도 머무는 동안 사위와 다른 한국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서 한국어 공부를 시작하셨다고 한다. -어머, 코토미상은 어떻게 한국 남자를 만나서 국제결혼을 했어요? 나는 한국어 회화 수업을 핑계로 무엇이든 물어볼 수 있는 상태이다. 상호 합의 간의 오지라퍼 겸 넌씨눈. 히토미상은 후쿠이에서 오랫동안 공무원으로 근무하셨다. 아이들도 다 같이 후쿠이에서 살았다. 코토미가 사위를 처음 만난 건 24살 후쿠이에서였..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가만 보니까 발음을 후드려 패면 언어 습득이 극적으로 빨라지는 게 아닐까라는 가설이 생겼다. 내가 본 한국어 학습자는 다양해서 (이제 곧 수업이 100회 달성이에요 유후) 10년을 배워도 아직 회화가 서툰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배운 지 2년밖에 안 된 독학파가 끊이지 않고 술술 말하기도 한다. 사실 말한 내용을 전부 타이핑 쳐 놓으면 10년 공부한 분이 문법적으로 훨씬 정확하고 2년 학습자는 애매하게 아는 말도 많고 조사도 많이 틀리는데 압도적으로 2년 학습자가 ‘한국어 잘한다!’라는 강한 인상을 준다. 학습이력을 모르더라도 말이다. 그런 분들의 특징은 발음이 너무 좋다는 것. 그분들은 발음 공부를 자주 한다. 단어 하나하나 여러 번 듣고 자주 따라 하고 소리 내서 해 본다. 그리고 오..
한국어 수업을 하면서 다양한 타입의 일본인을 만나고 있는데 마리아상 (가명) 은 가히 독보적이었다. 마리아상의 특징. 1. 시간과 일정을 정확하게 맞춘 적이 없다. 지금까지 열 번 가까이 함께 수업을 했는데 놀랍게도 우리가 약속한 시간에 시작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10분 이상 지각하는 것은 기본이고 어떤 날은 마리아상이 내려야 할 전철역을 지나쳐서 늦기도 하고 어떤 날은 날짜를 잘 못 알고 허둥지둥 오시기도 했다. 첫 수업 전 날 -선생님 언제 오세요~ 라는 메일을 받고 어? 어…?! 어!!!! 심장 철렁할 만큼 당황했던 나. 수 없이 확인한 후에 -수업은 내일인데요!!! 메세지를 보냈다. 이렇게 하루 일찍 오신 날도 있다. 자주 오기 귀찮다며 한 번에 100분짜리 수업을 예약하신 일도 있었는..
아르바이트 출근 했더니 미얀마 출신의 묘상과 나, 단 둘이었다. 오픈 준비에 여념이 없는 내게 묘상이 애호박을 가지고 왔다. 묘: 이거 완전 상했는데 버릴까요? 누가 봐도 변질된 상태였다. 당연히 사람에게 먹일 수 없으니까 폐기 처분이겠지만 뭔가 일본에서 좀 살아 본 고인물로 촉이 발동했다. 동: 일단, 타무라상 오면 보여주고 버릴까요? 묘: 이거 완전히… 아. 네. 그 뒤의 프로세스는 모르겠지만 맘대로 버리면 안 될 거 같았다. 타무라상이 출근했고 애호박이는 어떻게 될까 묘와 나의 이목이 집중됐다. 뭐 셋이나 증인이 있으니 충분히 그의 운명을 결정지어도 될 것 같았는데 … 타무라상이 애호박을 해부해 (반으로 갈라) 내부 사진을 접사하고 그룹 챗에 있는 상부에 (에리어 매니저)에 보고를 하더라. 아무리 ..
영어 그룹 레슨에서 60대 여성분을 만났다. 자기소개를 하시는 첫 문장부터 발음이 예사롭지 않으신 게 일본인에겐 들을 수 없는 느낌이었다. 현지에 살다 온 게 아닌데 이렇게 영어 발음 굴러가는 일본 사람 처음 만났다. 모두가 궁금한 눈빛으로 바라보자 스스로 오랫동안 중국어 선생님을 하셨고 특히 중국어 발음 교정이 전문이라고 하셨다. 오오- 그 어렵다던 중국어를. 내 옆자리에서 나랑 짝을 이뤄 다이얼로그 파트너를 하게 됐다. 다른 팀들보다 일찍 끝내고 도쿄의 맛있는 중국집 가르쳐달라거나 영어로 사담을 나누면서 살짝 친해진 기분이 들어서 좋았다. 이 분은 참 아는 것도 많고 이력도 굉장하고 그런 나이임에도 열정 있고 노력하시는 모습이 보여 너무 호감이다…라는 인상 속에 수업을 마치고 일어났는데 나한테 J..
혼자 우에노에 산책하러 갔다. 사실 온 가족이 같이 갔는데 가는 길에 하루가 엄마한테 너무 짜증을 내서 늬들 둘이 박물관 가. 나는 이런 기분으로 쟤랑 휴일을 못 보내겠네. 이따 만나자. 하고 우에노 안에서 헤어졌다. 여자들이 생리 전에 불안정할 때 처럼 사춘기 애들이 자기 맘이랑 다르게 빗나간 태도가 나가버린다는 걸 안다. 호르몬 핑계대고 여자들이 계속 저러다간 연인이랑 헤어지고 친구도 잃는 것처럼 사춘기라고 영원히 이해받을 수는 없는 법이다. 우에노 분수대를 지나 더 안 쪽으로 들어가면 클래식한 건물들이 보인다. 국제 어린이 도서관도 클래식한 건물 중 하나인데 건축가 안도 타타오의 디자인으로 모던과 클래식이 버물버물 되어 있다. 가자마자 테라스가 보이는 식당에서 커피 한 잔을 마셨다. 우에노가 사람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