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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한 하늘이다. CG같다 오오..(좋아함)

날이 따뜻해졌다.
겨울 내내 풍경사진이고 뭐고 찍은 게 없어서 아 이제 나는 늙었나보다,  뭘 봐도 감흥이 없구나. 슬펐는데 기온이 점점 올라가면서 슬퍼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 됐다. 손이 시려웠던 것이다. 장갑으로 꽁꽁 싸 맨 쌩 손을 꺼내 카메라를 들 수 없었을 뿐.

겨울이 되면 손 발이 왜 이렇게 찬지. 혈액이 순환되고는 있는건지. 내 피가 말초신경까지 닿지 않는 감각이실시간으로 느껴졌다. 동상에 겨우 걸리지 않을 즈음 날이 풀려서 다행이다. 사계절이 있어서 다행이다. 내가 요즘 여름이 나은 이유를 생각하고 있는데 (도쿄의 여름을 준비하는 자세랄까) 사진을 많이 찍을 수 있다는 점과 극한의 더위에 숨이 막힐 것 같아도 시원한 곳에 가면 즉시 시원함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겨울엔 따듯한 데로 이동해도 손 발이 따뜻해지기까지 한참 걸린다. 뜨거운 욕탕에 몸을 담그지 않는 한 어렵다.

이렇게 그… 뭐냐… 여름에 대한 메리트를 미리 생각해두지 않으면… 앞으로 일어날 미래에 대해 희망이 없다.. 도쿄 여름 하.. (심한 욕)

오랜만에 쇼핑을 했다.
바지는 합격.  위에 마네킹이 입고 있는 그대로 블라우스를 입어봤다. 탈의실을 나가자 직원 언니가 어머!! 너무 잘 어울려요! 진짜 예뻐요.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 하셨다. 근데…
“저… 저 다른 티도 입어봐도 될까요..?”
20대 언니 눈엔 완전 트렌디하고 찰떡인데 딴 거 하겠다는게 노이해라는 얼굴로 왜요? 왜요? 왜 왜 왜요? 눈빛이셨지만

이게 나만 그럴 수도 있는데….임신해 본 이후로 임산부라고 오해받을 거 같은 스타일이 싫단 말이죠? ㅋㅋㅋㅋㅋ이게 진짜 나만 그런 거 같긴 한데… 솔직히 임산부 때 저런 옷만 입고 다녀서 이제 평생 입고 싶지 않아졌다고 해야하나.

그래서 이렇게 샀다.
이건 내 기준 임산부 같지 않은 거.
(써 놓고 보니 역시 내가 이상한 거 같네 ㅎㅎ)
오사카 여행가서 입어야지 헤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데 길 바닥에 하얗고 넓적한 봉지가 떨어져있었다. 뭐지… 가까이 갔더니 전장김이 장바구니에서 빠졌는지 떨어져있었다.
숫자에 약하고 경제 개념 없는 나도 요즘 김이 너무 비싸서 들었다놨다 하고 있는데… 잠깐 저걸 줏어? ㅋㅋㅋㅋ

후기: 안 줍고 지나감

도쿄 돔에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왔다.
너무 이쁘게 어머님, 할머님들이 화장을 하고 오셨다. 누구지 누구지. 궁금증 폭발.
동방신기의 콘서트였다. 무려 20주년???

도쿄돔 무대에서 팬들 얼굴이 보일리도 없을텐데 꼭 미팅하러 온 아가씨들처럼 세상 이쁘게 차려입은 팬들이 신기했다. 그런데 한국어 수업시간에 토모상이 그 이유를 알려주었다.

토모: 제가 인피니티에 빠진 이유가 있어요. 원래 배우만 좋아했거든요. 그것도 그냥 뭐 드라마 시청하고 속으로 좋아하고 그런 수준이었어요. 근데 좋아하던 배우들이 나락가면서 (ㅋㅋㅋㅋㅋㅋ ) 그 자리를 채울 최애를 기다리던 중에 친구가 인피니티를 추천해줬어요. 가수를 좋아해본 건 처음이었는데 음방을 직접 보러 갈 기회가 있었어요. 그때 00의 이름을 써서 응원 보드를 만들어서 가져갔었는데 노래 끝나고 00이가 방청객쪽으로 내려와서 내 카드를 잡고 그게 방송을 탄 거예요. 제 인생에 그런 일이 생겨버려가지고 그때 이후로 쭉 지금까지 계속 팬이 됐어요. 솔직히 배우 팬미팅은 재미가 없거든요. 뭐 할 게 없어요 ㅋㅋㅋ 근데 인피니티 팬미팅은요 만나서 말하고 줄 서서 사진찍어주고 노래하고 다섯시간을 해요. 저는 한국어 공부해서 팬미팅가서 멤버들한테 한국어 엄청 해요. 그 정도로 한 명 한 명 한테 시간을 많이 줘요.

나: 토모상 회화 연습 상대가 아이돌이네요?

토모: ㅋㅋㅋㅋㅋ 네. 맞아요. ㅋㅋㅋ 저 선생님 말고 한국어 그렇게 길게 말하는 한국인은 아이돌이에욬ㅋ 그리고 콘서트 왜 예쁘게 하고 가냐면 콘서트 중에 카메라가 관객 얼굴을 잡아서 모니터에 얼굴이 되게 크게 나가요.

아하…!

항상 수업하는 토요일 카페

어느 날 학생 분이 시골에서 보내 준 과일을 하나 주시고 다음 시간의 학생 분이 좀 일찍 와서 사 왔다며 고구마 맛탕을 주셨다. 너무 기분도 좋고 신기하고 얼떨떨했다. 두 번째 맛탕을 주실 땐 “어머… 저 오늘 생일인가요?” 했다.

이건… 아무한테도 말 안한건데….
선물이 기쁘기도 했지만…. 에코백을 마침 안 가지고 온 나는 신생아 머리통만한 그레이프 후르츠를 받고 당황했었다. 안고 가기엔… 너무 생과일이니까.. 그런데 마침 다음 시간에 넉넉한 쇼핑백에 맛탕을 받은 것이다. 맛탕보다 종이백에 더 감격.. 아 … 진짜 이거 비밀이다. 아무튼, 다 비밀 지켜요.

스타벅스에서 담소를 나누고 나가시는 할머님들 대화가 들렸다.

이건 플라스틱이고 이건 일반 쓰레기지? 아이구 여기 넣으면 안되시지~ 이거 다 나눠야 돼. 그러니까 이제 이거 다 따로따로 해야 돼. 우리 땐 이런 거 없었어. 맞아. 머리 아파. 그러니까 시대가 바꼈어~
라며 한참 쓰레기를 분리수거 하셨다.

우리 지역에선 바로 지난 달에야 플라스틱 분리수거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까암짝놀라셔쬬?
아까 할머님들이 이 동네에서 70년 사신 분들이라면 플라스틱 분리수거를 70년만에 해 보신 것이다. 그 동안은 그냥 다 같은 쓰레기에 모아서 버렸다. (분리하는 건 페트병, 캔, 종이류 뿐이었다.)
내가 일본에 오기 전부터 한국은 이미 하고 있었고 이 동네는 언제 하려고 그러나 내심 기다렸다. 엄청 환경 생각하는 운동가 스타일은 아니지만 뭐 하나 사면 산 처럼 나오는 비닐들 포장지를 보고 섬뜩할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국에 사는 사람들에 비하면 정말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예전에 서녕언니가 티백 말고 가루로 된 녹차 잎을 사다 달라고 한 적이 있었다.  플라스틱제로 만든 티백에서 우러날 위험물질이 싫다고 했다. 일본에 너무 오래 산 나는 속으로 ‘그렇게까지…?’ 라고 생각했는데 홍이한테 너도 녹차 잎으로 사다 줄까? 언니가 플라스틱 티백이 싫대. 하니 “어! 맞아!! 나두! 갖고 싶어. ” 라고 좋아해서 나의 느슨함을 깨달은 적이 있었다.

4월 부터 플라스틱을 분리하고 일반 쓰레기의 부피가 급격하게 줄었다.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의 90프로는 플라스틱이었다. 정말 일본은 어마어마하게 플라스틱으로 포장을 쓴다. 한국인 모두가 아무리 깐깐하게 플라스틱을 제한해도 일본인 인구는 한국의 2.5배다. 한국에서 열심히 분리 수거 하다가 미국에 유학가서 먹던 요구르트며 개똥까지 절대 썩지 않는 까만 봉지에 넣어 버리는 모습을 본 친구가 매우 허무했다는 말을 들었다. 미국인은 한국인의 6배고 중국은 11배다. 지구는 그 어마어마한 인구 나라 사람들이 바뀌어야 비로소 바뀔거 같은데… 말이다…  

(이래놓고 적극적인 무언가도 못 하고 모순된 행동 참 많아 부끄럽지만.. 그냥 이런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

지난 달에 하루의 국적 이탈을 마쳤다.
아들과 나는 다른 국적의 사람이 되었다.
아쉬운 마음에 해야지 해야지 마음 속으로 미루다가 10살이 되어야 영사관에 갔다. 그런데 그 날 조금 더 국적 가지고 있을 걸 하는 마음이 싹 날아갔다.

아니 어느 한국 아줌마가 영사관이 떠나가라 계속 징징 거리는데… 내용이 아들 국적 이탈을 시키러 왔다. 솔직히 간단한 과정은 아니었다. 안내 창구에서 설명을 듣고 직접 n번 창구에서 가족 증명 서류를 떼다가 신청서를 작성하고 다른 창구에 가서 신청을 하고 인지를 자판기에서 사고 신분증을 복사하고 굉장히 손이 많이가고 복잡하지만 어려운 건 아니다. 다 모국어로 할 수 있는 일이고 모르면 적어가면서 천천히 하면 된다. 다그치는 사람도 혼을 내는 사람도 없다.

근데 이 아줌마가 “아유!!! 난 모르겠네~ 아이 왜 이렇게 복잡해~~ 하나도 모르겠네~ 아유 머리 아파 저 이렇게 어려운 건 몰라요~ 미치겠네 증말~ 어떡해 어떡해~~ 아유 무슨 소리야~~~”

국적이탈은 자녀가 15살 미만이면 엄마 혼자 와도 되지만 그 이상이 되면 본인도 와야했는데 이미 미루디미뤘는지 다 큰 아들이 따라와 있다. 엄마가 저러고 있는데 그냥 무시하고 옆에 앉아 폰 게임만 하고 있었다. 아들은 한국말은 전혀 못알아듣는지 엄마가 물으면 일본어로 대답하고 엄마의 저런 하소연이 익숙한지 들은체도 안했다.

처음은 영사관 직원이 몇 번에 가서 이거 이거 떼시고 이거이거 쓰시고 자상하게 알려주시다가 이 아줌마가 여기가서 징징대고 저기가서 징징대는 동안 질려버려서 아무 말을 안했다. 모르면 뭘 물어보는 건 맞는데 이 아줌마의 질문은 질문이 아니라 그냥 난 모르겠으니까 내 손발이 되서 알아서 다 해 주라. 수발을 들어라. 난 알아들을 기본 자세가 아예 없다는 어필을 하고 다녔다.

참 내.
아주머니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아요…

창구 직원들은 저희 점심시간이니까 00시에 업무 마감합니다. 냉담하게 대답했다. 아줌마는 영사관이 떠나가라 징징대다가 아유~~ 나중에 다시 와야겠다. 아유~~ 하며 아들을 끌고 나갔다. 아줌마… 저러다 아드님 군대 영장 나와요…

와… 미리미리 나 혼자 국적 이탈 하러 오길 잘했다.
아쉬움 하나 없어졌다. 어차피 할 거 뭐든 빨리 하자. 피한다고 어려운 것이 절대 더 쉬워질 수 없다.

대통령 선거 하고 왔다.

괜히 가기 전에 투표 도장을 네모 칸 안에 쏘옥 찍는 연습이라도 하고 가야하나 긴장했다.
나: 그거 삐져나오게 잘못 찍으면 무효되는 거 아닌지 걱정했잖아 ㅎㅎ
홍: 그럼 종이 한 장 다시 달라고 하면 안되나?
나: 내가 간 투표장소가 되게 외지고 작은데였거든 작고 오래된 건물에 한국에서 막 선관위 사람들이 직접 왔나봐. 아저씨들이 빽빽히 있는거야. 엄청 많이 왔더라고. 그 상황에… 말 못해. 종이 하나 더 달라고 절대 분위기상 말 못 해 ㅋㅋㅋ
홍: 아  ㅋㅋㅋㅋㅋㅋㅋㅋ

도장은 정확히 가운데 잘 찍고 왔다.
신분증 제시하니까 막 디지털로 내 전용 투표 용지가 쭈욱~ 하고 프린트 되는 첨단 시스템이 너무 멋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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