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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많았지만 지하철 경로 정리가 잘 되있어서 여유롭게 박람회장에 도착했다.

쓰레기 매립지였던 섬 전체를 단기간에 박람회 장으로 만든 오사카.

오늘은 17시부터 입장할 수 있는 야간권, 내일은 종일권을 구입했다.
이번 박람회의 야심은 모든 걸 디지털화로 예약해서 줄 서지 않는 스마트함을 이룩하고 싶었다고 들었다.

그놈의 예약 시스템 때문에 개최 전 티켓 종류가 30일 전 구입 할인, 일주일 전 구입 할인, 개최 후 정가, 야간권 종일권, 프리패스권에다가 입장 시간 정하기, 그리고 동쪽 게이트 서쪽 게이트까지 지정해서 티켓을 사야 했다. 티켓 산 후엔 파빌리온 별로 날짜랑 시간 응모해서 추첨하는 시스템이 7일 전, 3일 전, 따로따로에… 신발.. 오지 말라는 말을 이렇게 돌려 말하는 건가 싶었다.

오사카도 너무 갔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종이티켓도 만들고 요즘엔 퀵 티켓이란 메뉴가 생겨서 간단히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겼더라.

부디 알기 쉽고 간단하게 시스템 만들어 주길.. 그 정도로 박람회는 기대보다 정말 재밌고 장관이어서 안타까웠다.


내가 느낀 그레잇 포인트 몇 가지를 기록해 본다.

1. Grand ring
엄청나게 큰 박람회 전체를 감싼 목조 건축물이다.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체력만 된다면 계단으로도) 올라가서 위를 걸을 수도 있다. 정말 한 마디로 압권이었다.
The largest wooden architectural structure 세계 최대 목조 건축물로 기네스에 등재되었다. 총길이가 2킬로미터였다.

풍경, 건축 좋아하는 분들은 이것만 봐도 배부를 수 있다.

2. 파빌리온 건축물 외관들

3. ISP세포
생각보다 박람회는 테크놀로지나 신기술을 소개한다기보다 컬처와 아트 비중이 더 많았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라그래서 가 보니 비행기 같았고… 이미 다 아는 것, 봤던 것이 대부분이었다. 과학기술은 이제 한계에 다달았을까? 아님 우리의 상상력이 고갈된 걸까?

가장 신기하고 유일하게 소름 돋았던 기술이 여기였다.
<오사카 헬스 케어> 파빌리온에서 간사이의 자랑, 노벨상에 빛나는 ISP세포였다. 심장 근육을 만들어서 반창고처럼 붙이는 시트였는데 저 반창고 자체가 심장처럼 심박을 가지고 뛰고 있었다. (실물 볼 수 있었음)

심장을 만들어내다니….

3. 젠더 뉴트럴 화장실
남녀 구분 없이 들어가서 각자 방 하나를 쓰는 화장실이 많았다. 사치와 여유의 폭발이다. 정말 쾌적했지만 공간이 너무 많이 필요하고 설치비가 어마어마해질 거 같다.

일단, 남친 몰래 화장을 고칠데가 없는게 문제군ㅎㅎ 진지하게 감시가 어려운 화장실에서 일어나는 범죄를 어떻게 예방할지 문제… 땅 넓고 시민 의식 수준이 높은 나라라면 있어도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예쁜 화장실이 많아서 여러 화장실 도장 깨기 하듯 방문하는 것도 재밌었다. 항간에 어느 화장실 제작비가 2억 엔이란 소문이 돌아 특이한 화장실에 갈 때마다 이게 2억 엔? 이건가? 이게 2억 엔인가? 추측하는 목소리가 웅성댔다 ㅋㅋ 그래서 모든 화장실 입구마다  <2억 엔 화장실> 갔다 오라고 배웅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염분을 느끼게 해주는 마스크.

4. 환경이 테마였던 점도 너무너무 좋았다.
박람회가 새로운 기술 자랑하는 경연대회 같은 이미지였는데 모든 나라가 한 마음이 되어서 국제 사회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내는 곳인 줄 처음 알았다. 지금 가장 필요한 건 기술이 아니라 불편함을 감수하고 지속 가능성을 위한 무언가다라는 메시지가 전반적으로 깔려있었다.

개인 텀블러 가져오면 생수 넣어주는 기계
자판기는 CO2를 흡수하는 기능이 장착되어 있었다.

파빌리온 건축물들 잠시 감상

파나소닉 관

그랜드 링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

그랜드 링 위에서 본 독일 관

일본 기업인디.. 뭐였지.

5. 푸드 코트 예약 시스템
이건 그레잇 포인트에 넣을까 말까 고민했다. 한.. 굿 포인트 정도로 하겠음.. 시스템은 훌륭한데 결국 예약이 힘들어서 무용지물이기도 해서 말이다. 우린 야간권이서그런가 예약에 성공했다.

한 사람당 500엔 유료였다. 뭐??!! 자리에 500엔이나 내야 한다고? 당황했지만 이런 걸 신기해하는 케군이 꼭 해보고 싶다해서 따라갔다.

근데 물 3병, 고구마 과자 3개를 (사람 수대로) 선물로 주셨다. 오…어차피 물은 사 먹으니까 나쁘지 않은 계산이다. 그리고 저 고구마 과자…. 돌았… 너무 맛있었다. 500엔 주고 사 먹을 의향 있음.

킬 포인트는 따로 있었다. 유료석 이용자들만 받는 리스트 밴드를 손목에 차고 있으면 푸드코트 음식을 먼저 받는 우선권이 있었다. 이런 패스트패스였다니!
사람들이 줄 서 있는 가게 앞에서 손목을 휘휘 돌리면 전용 창구에서 바로 주문을 받아주고 금방 음식이 나왔다.
이런 거면 부모님이나 어린아이들 데리고 온 가족들에게 가치 있겠다. 굿굿..!!

아… 하지만 푸드코트 음식은 푸드 코트…
정말 실망스러웠던 파 오코노미야끼랑

무난한 카레…

유일하게 어디에서도 실패가 없는 구시카츠였다.
구시카츠 드세요. 여러분.

터키관

별로 참가하고 싶지 않았나 봄.
대충 전시한 느낌이 나는 나라도 있었다. ㅎㅎ

가 본 파빌리온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멋졌던 스페인.

예술

해양 과학

소통과 화합

마지막으로 다양성
오렌지가 스페인다웠다.

날씨가 흐려서 매일 밤하는 드론 쇼가 취소되었다. 폐장 시간보다 일찍 나와 남바로 돌아갔다.

하루는 밤 11시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보는 게 신기했다고 한다. ㅎㅎ
-하루도 대학생 되면 저렇게 돌아다닐 거야.
-그렇게 될까? 좀 무서운데..?
하면서 내 손을 잡았다. 이 귀여운 얘길 아빠한테 하려고 하자 손목을 덥석 잡고 나를 말렸다.
내 귀여움을 아빠에겐 알리지 말라
라는 눈빛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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