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투리 배추를 부쳐먹었다. 내가 최근에 알게 된 일본 생활 정보 중에 이걸 왜 이제 알았지 통탄한 게 한 가지 있다. 부침가루가 아니라 타코야끼 가루로 부침개를 만들면 끝내주게 맛있다는 것이었다. 한국 부침가루에는 특별한 게 없다. 부침가루도 아니고 그냥 집에 있는 밀가루를 뿌려 부쳐도 부침개는 부침개다. 부침개는 주인공으로 태어난 녀석이 아니라 남은 재료들의 처치하려다 존재하게 된 부산물이기 때문에 당연하다. 그런데 타코야끼는 반대로 안에 들어있는 건더기 보다 반죽을 먹으려고 하는 요리다. 반죽 안에 지극 정성 다랑어랑 다시마를 고아 넣은 육수가 그득그득하다. 그래서 타코야끼에 문어는 쥐똥만큼 들어있어도 불만스러워할 사람이 없다. 그러니 감칠맛 넘치는 반죽 속에 부실하게 문어 한 조각씩 넣고 먹는 게 ..
얼굴에 모공밖에 안 보이는 어느 날이 있지 않나. 거울의 내 얼굴을 마주칠 때마다 눈 코 입을 제치고 거뭇거뭇하고 무수한 모공만 계속 보였다. 저 속엔 뭐가 있는 거지? 케미컬 필링, 모공 레이저를 열심히 검색하다가 흔하디 흔한 블랙헤드 팩을 안 해봤구나 큰돈 쓰고 후회하기 전에 작은 돈을 질러봤다. 까만 모공은… 아직 까맣다. 잘 모르겠다. 그런데 손으로 우둘투둘 만져지던 화이트 헤드가 줄어들어서 안 하는 것보다는 나은 거 같다. 음.. 잘 모르겠지만한국의 티몬 위메프 사태가 터졌을 때 큐텐 사이트도 술렁였다. 오로지 큐텐에서 한국 화장품을 배송받았는데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서 차선책을 찾다가 올리브 영 글로벌 사이트가 오픈한 사실을 알게 됐다. 게다가 첫 구매는 40프로 할인. 이건 1+1 서비스가..
지난 번에 날 잡아서 특정 온라인 영어 서비스를 호되게 추앙하며 그게 마치 전부인 양 포스팅했지만… 예. 이제 전 그걸 안 해요. 마흔 넘게 살며 드디어 깨달은 것 중 하나가 내게 영원한 건 없단 것이기 때문에 별로 놀랍지는 않다. (여러분도 적응을 하셨을 거예요) 한 서른 중반부터 포스팅 말미엔 ‘지금은 그렇다.’ ‘나중엔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추가 조항이 꼭 써 있지 않았나요. 나는 그거 하나 깨달은 걸로도 스스로 성장했구나 되게 기특했다. 자화자찬하는 이 버릇은 개를 못 주는구나. 내가 쓰던 온라인 서비스의 최강점은 아무 때나 레슨을 시작할 수 있다는 거였는데 회원수가 급증하고 이용자가 많아지면서 결국 좋은 선생님은 쟁탈해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타 회화 서비스랑 다름없는 예약제에 손을 대야 수..
우연히 발견한 브런치 북이 있다. 울고 부들부들 치를 떨다가 무릎을 치면서도 필력에 감탄 또 감탄하는 중인데 아직 완결이 안 났다. 목요일만 목이 빠져라 기다리다가 몇몇 친구들한테 가르쳐줬다. 내 친구들은 그 자리에서 싹 다 정독을 하고 나랑 같이 목 빠지게 기다리는 신세가 되었다. 나만 기다릴 땐 매우 약 오르더만 같이 기다리니까 좀 낫구만? ㅋㅋ 그래서 여러분들에게도 알려드릴려고요. (심술보 백만개) 이게 다 실화라는 게 믿기지 않을실 겁니다. 급한 일 없을 때 읽기 시작하세요. 시간이 순삭! https://brunch.co.kr/brunchbook/chaeakyoung [연재 브런치북] 고딩엄빠의 파란만장 인생 분투기원조 “고딩엄빠”입니다. 준비없이 갑자기 어른이 되었기에, 인생을 겪으면서 배웠습니..
우리나라 복날엔 닭을 먹고 일본은 보양식으로 장어를 먹는다. 처음엔 이 비싼 돈을 주고 설탕 발라 구운 생선을 먹는 게 이해가 안 됐지만 점점 장어 먹는 날을 즐기게 되었다. 이건 적응이 아니라 최면에 가깝다. 케군이 술에 취하면 단 걸 찾는 주사가 있다. 그 주사에 가장 덕을 보는 건 하루다. 말차, 녹차, 팥, 얼음 킬러 아이들마다 (특히 남자아이들) 과학 분야 중에 좋아하는 종류가 거의 하나씩은 있는데 생물을 좋아하면 기계는 별로고 별자리 좋아하면 동식물은 별로고 두루두루 좋아하는 아이를 본 적 없는 거 같다. 하루는 화학이나 기계, 날씨 쪽은 엄청 좋아하지만, 생물이랑 별자리는 전혀 관심이 없다. 곤충, 벌레는 책에 있는 그림만 보고도 우엑.. 거리며 문제를 풀 정도다. 심지어 식물 뿌리 단면 같..
올해에 해리 포터 전권을 다 읽었다. 나는 그 나이 때 독서에 대한 집념, 흥미 하나도 없었는데 너무 놀랍다. 그리고 상상력이 부족해서 아니 아예 상상 같은 거 할 줄 몰라서 판타지 소설은 도대체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진짜 재미가 없었다. 세상에 없는 것들을 글로만 읽고 상상하는 게 너무 귀찮았다. 하루는 소설로 다 읽고 영화도 전부 봤다. 소설이랑 영화가 다른 점을 찾는 게 재밌었단다. 어느 날은 종이에 자기가 아는 주문을 리스트로 만들어서 학교에 가져갔더니 해리포터 마니아 아이들끼리 복사해서 돌려보고 물개처럼 다들 좋아했다고. 너무 순수해 ;ㅁ;하루는 새로 자른 머리가 너무 맘에 들었다. 사방으로 사진을 찍으라고 지시하더니 다음에 미용실 갈 때 이 사진을 보여주자고 한다. 나보다 똑똑하다. 케군의 ..
대부분의 상황에선 연예인이 연애를 하든 말든 연기만 잘하면 된다. 물론 둘이 만나다가 시간을 갖자 해 놓고 금세 다른 여자 친구랑 하와이에 갔다는 이야기는 한 때 개꿀잼이었다. 그렇다고 막 열 올릴 것까진 없고 팝콘 좀 씹고 싶은 정도. 근데 얼마 전에 어느 연예인의 사생활 때문에 깊은 빡침을 경험했다. 오랜만에 엄청 재밌는 미드 시트콤을 발견해서 정주행을 하고 있었다. 잘생긴 동생이랑 웃긴데 알고 보면 깨알같이 성실하고 맘이 너무 따뜻한 형의 티키타카가 실없이 터지게 만드는 대사가 계속 나왔다. 주인공인 콜트 (동생)보다 루스터 (형) 때문에 푹 빠졌다 해도 과언이 아닌 드라마였다. 막 동생 구박하는 척하면서 뒤에선 동생이 돈 없어서 다른 지역에 못 가고 있을 때 자기 돈 탈탈 털어서 몰래 돈 대 주고..
벌써 1년 넘게 정기적으로 수업을 예약해 주는 학생이 있다. 30대 초반, 직장인 에리(가명). 마른 몸, 하얀 피부에 항상 손톱 큐티클과 긴 생머리 헤어 트리트먼트까지 꼼꼼하게 관리하는 미인. 베이지색 원톤만 위 아래 세트로 입어도 밋밋하지가 않는데 이유는 얼굴이 악센트이기 때문이다. 원래도 예쁘지만 화장을 어울리게 정말 잘해서 매번 볼 때마다 감탄하게 된다. 하지만 남자보다 최애가 좋고 연애하느라 소모하는 돈과 시간이 있음 한 번이라도 더 한국에 가서 덕질하고 싶다는 그녀. 두어 달 전에 얘기 좀 들어달라며 하소연을 했다. 에리는 온라인으로 하던 한국어 수업이 하나 더 있었다. 한국인 남자 선생님에 한 50대쯤? 2년 정도 이어오고 있었는데 남자 선생님이어도 매번 아내가 화면 뒤에 앉아있어서 끈적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