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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자니아 종일권을 사서 갔다 왔다. 무려 장장 12시간의 고행이었다. 이건 하루가 리퀘스트한 크리스마스 선물이었기 때문에 내 의사는 낄 자리가 없었다.

ㅎ__ㅎ  산타 있는 척할 걸… 이런 종류의 희생이 따를 줄이야.

5:24분에 기상했다. 해외여행 갈 때 빼고 이런 시간에 일어 난 적이 없다. 나 해 뜨는 거 보면 흡혈귀처럼 죽는 타입인데… 일어나자마자 관에 들어가고 싶음. 흑흑
하루는 아침부터 아드레날린을 뿜으며 눈을 번쩍 뜨고 벌떡 일어나 흐느적거리며 준비하는 엄마를 북돋고 알아서 아침밥을 차려먹고 전장에 나갈 채비를 마쳤다.  

8:30분 오전 1부 입장 시간 30분 먼저 도착했다. 줄 서기 전에 체크인을 미리 하고 번호표를 부여받고 코인 사물함에 겉옷을 넣어놓고 할 게 많다.

자, 입장합니다.
집에서 안 쓰는 아이폰을 한대 더 가져갔다.
어플을 깔고 같은 아이디 공유가 가능했다.
키자니아 안의 와이파이를 이용해 하루가 직접 체험을 예약하고 시간 체크하고 스케줄을 짤 수 있었다. 나는 이 시스템이 복잡해서 이해하는데 한참이나 걸렸지만 말이다. (사실 알고 싶지 않아서 이해 못 함)  
아무튼 오픈하자마자 뛰어간 곳은 연필 공장이었다. 숨 가쁘게 뛰어 온 거에 비해… 너밖에 없는데…?

정말.. 좀 내 아들… 특이할 수도 있다…

슈퍼마리오야 뭐야. 아욱 귀여워 ㅋㅋㅋㅋㅋ
키자니아를 백 프로 즐기는 팁을 알려주는 어떤 유투버가 흰 티에 검정 바지를 입히면 좋다는 것까지 심각한 톤으로 말하길래 빵 터졌다. 어떤 유니폼도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뭘 그런 것까지 어드바이스를 ㅋㅋ 개인적으로 나는 유니폼 빨 잘 받는 거보다는 (오렌지색 티도 연필공장 유니폼 잘 어울리니까요 ㅋㅋㅋ) 눈에 띄는 색 티셔츠 입히길 권장한다. 쥐새끼처럼 돌아다니는 내새끼 멀리서도 한눈에 찾을 수 있다. 내가 정 힘들다고 하면 집에 가기로 약속했는데 그런 말조차 못 꺼내게 날 피해 다녔다. 하지만 여기저기 레이더망에 바로 잡힌 저 오렌지 티셔츠.

나는 2층에 있는 보호자 라운지에서 시간을 보냈다.
먼저 들어가면 300엔 음료수 값을 계산한다. 그리고 영수증을 소중히 보관한다. 무제한으로 리필이 가능한데 가끔 컵을 바꾸고 싶을 때마다 영수증을 보여주면 된다. 전기 콘센트도 쓰고 키자니아 안에서 판매하는 음식을 뭐든지 갖다 먹어도 된다. 음료수를 안 시킨 사람도 성인이면 누구나 테이블 써도 괜찮다. 그리고 늘 사람이 없다.

하루랑 공유한 어플로 지금 무슨 체험 중인지 다음 예약한 체험이 뭔지 확인할 수가 있다. 그래서 가끔 내킬 때 훔쳐보러 갔다.

핸드폰 기지국 설치를 하기도 하고

주식 투자 증권 손님도 됐다.
심지어 여기는 원금이 이윤을 내면 그만큼 키조를 기본급에 보너스로 더 받는단다. 키조는 키자니아 나라의 화폐이름입니다. 저거슨 나라입니다. 그래서 입장할 때 체크인하고 티켓팅하고 스탭은 승무원 옷 입고 비행기 탑승구 같은 곳에서 입장한 것이었다. 키자니아에 뱅기 타고 온 연출이었던 게죠.

폰즈 공장에서 조미료도 만들었다.
틈을 노렸다가 다음 체험까지 시간이 뜨는 걸 확인하고 납치해서 밥을 먹였다. 언제 밥 먹을 수 있을지 몰라 아무튼 들어가자마자 일단 이것저것 사 두었다.

자기 일하러 가야 된다며 앉지도 않고 서서 쉬는 공간에서 밥을 먹고 있다. 큰돈 내고 왔는데 고봉밥을 입에 욱여넣으며 무슨 노비처럼… 이래야 하는 걸까?

천천히 먹어
엄마도 좀 보고

계속 흥분상태여서 투샷은 포기했다.
“엄마 나는 디즈니랜드 같은 데보다 키자니아가 너무 재밌어. 그거 알아? 돈 번 거 은행에 넣어두면 (물론 키자니아에만 존재하는 은행임) 6개월마다 이자가 붙는 거? 빨리 돈 다 넣어놔야 돼. 안 비싸면 6개월마다 오고 싶다. 내 돈 얼마나 돼 있나 보게…“
하긴 디즈니는 우리의 돈과 시간과 체력을 앗아가기만 하지. 키자니아는… 돈 모으면 (별거 아니긴 하나) 상품으로 바꿀 수도 있고

폰즈 공장 체험 하면 폰즈를
연필 공장 체험 하면 연필을… 현물이 남는다. ㅋㅋ
아지퐁 너무 잘 쓰는 조미룐데 잘했다!

건설용 중기 개발 중

이건 렌터카에서 차 빌리는 손님…?

보러 와 줬다고 좋아하기는 했다.
지금 이거 두 번째 하는 거라고 운전실력을 뽐냈다.

엄마 봐봐!! 끝까지 봐!!! 가지 말고 보고 있어!!!
평소 내가 얼마나 중간에 사라졌는지 깨닫게 해주는 외침.. 미안해 아들아. 어어. 엄마 끝까지 봤어. ;ㅂ;
1부가 3:30에 마치면 일단 모든 사람이 밖으로 나간다. 보통은 1부나 2부만 체험하고 돌아가지만 1,2부 세트 티켓을 산 사람들은 전용 라인에 대기하고 있다가 2부 입장권을 산 사람들보다 먼저 20분 전에 입장이 가능했다! 이게 세트 종일권 구입한 사람들의 개꿀 베네핏 포인트였다. 피 터지게 전쟁 치르는 초인기 체험을 일빠로 예약하는 절호의 찬스였다. 그래서 하루는 뭘 했더라… 또 하루 혼자 덜렁 앉아서 다른 애들 기다리는 비인기 종목이라 픕 웃음 터졌던 기억만 난다.

멀리서도 카메라에 잡히는 주황생 너

나는 있는 동안 가져온 만화책 2권이랑 소설… 은 눈이 감겨서 못 읽고 미드를 엄청 보고 블로그를 하면서 키자니아에 파는 음식들 모스 버거 빼고 하나씩 다 맛봤다. 피자는 두 조각 먹었다. 현미 김밥이랑 고구마 맛탕도 괜찮았다. 와플도 사 먹었다. 마침 강원도에 갇혀 사는  사촌에게 전화가 왔다. 임신한 이야기, 강릉에 폐허 같은 산부인과 이야기, 친정 갔다가 언니랑 엄마한테 당했던 설움. 얘는 친척 중에 나랑 제일 친하고 꿍짝이 잘 맞아 한 번 전화가 연결되면 최소 40분이다. 얘기가 고갈된 적이 없다. 그날도 두 시간 긴 이야기를 하다가 배고파져서 베트남 롤 샐러드를 또 사다 먹었다. 통화하는 내내 하루는 한번도 날 찾지 않아서 위치추적기로 가끔 확인했을 정도였다.

밤 9시 반 드디어 영업이 끝나고 다 내 쫓아주는 바람에 아쉬워서 눈이 축 쳐진 하루를 꺼낼 수 있었다. 와 드디어 나는 출소한다.
하루는 밥도 제대로 안 먹었으면서 아직도 체력이 넘쳤다. 아침에도 출근 전철이었는데 밤에도 만원 전철을 타고 집으로 왔다. 키자니아… 우리 아들 떼돈 벌게 해 줬겠지. 잔업수당 줘야 된다. 몇 시까지 부려먹은 거야.

키자니아 12시간  체험 후 알게 된 것

보호자 라운지 직원은 4 교대다. 돈 받고 컵 주고 돈 받고 컵을 주셨다. 돌아가며 쉬러오는 섹션이 아닐까 싶다.
리필무제한 음료수는 1부 2부 따로 내야 하니까 총 600엔이다.

파일럿 체험 중에 찍어주는 사진사는 제일 실력이 뛰어난 게 틀림없다. 너무 멋있어서 돈 주고 사 왔다. 안 사면 폐기 처분될 텐데 그러기엔 너무 (내 눈 기준) 왕자님 흑흑

1년 중 2월이 제일 비수기라고 한다.
아, 평일에 학교 결석하고 가야지 비수기를 볼 수 있음.

생일 선물 한개 납품했다.
에구 허리야… 에구 위 아파 (너무 먹었네..)
다음은 오사카였나… 아.. 다음 주문 건 끝나면 이집이랑 이제 거래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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