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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루스 블로그 시절 만나 15년 가까이 알고 지낸 쏘이언니가 왔다. 언니는 지금 미국이고 나는 일본에 남았는데 이렇게 멀리 있어도 맘만 먹으면 비행기 티켓 끊어서 세계 어디든 슝- 날아가는 언니 덕분에 한국에 사는 친구들보다 더 자주 만났다. 유학시절을 거쳐 서로의 아이들이 어울려 놀 정도로 친분이 계속되다니 언니와의 관계는 내 인생 안에서 꽤 큰 기적으로 꼽힌다. 이글루 시절 유명했던 닉넴 (쏘이라떼)대로  이하 쏘이언니 ㅎ 

언니와의 재회가 좀 특별했던 건 우리가 10년 넘도록 애들을 끼고 만나다가 지난 연말에 우리 둘만 그것도 1박2일을 입에 근육 생길만큼 떠들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처음으로 같이 숙소에서 잤다. 이렇게 친한데  더 친해질 수 있는거군요. 충분히 친하다 생각했는데 사람과의 관계는 끝없이 깊어지고 친구란 건 죽을때까지 더 친해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동네 소꿉친구로 만나서 80노인 될 때까지 친하게 지내시는 할머님들 계시던데 얼마나 친한거야... 그 끈끈함을 나는 가늠조차 못하겠다.

언니는 정말 행복해 보였다. 치솟는 달러 환율,  곤두박질치는 엔화, 제자리 걸음의 일본 물가. 트럼프 당선 후 달러를 가지고 도쿄에 온 언니는 정말 행복해 보였다. ㅋㅋㅋㅋ 뭘 사도 상상이상으로 싼 가격에 망설일 일이 없었다. 언니가 물욕이 없는 사람이라 다행이었다. 안그랬다면 보이는대로 쓸어담았을거야. 부러웠어요. 진심 ㅋㅋ 

언니 덕분에 나도 세타가야구의 산겐자야역 근처에서 도쿄 자취생활 바이브를 만끽했다. 룸메이트랑 지금 막 도쿄에 도착해서 동네 구경하는 느낌. 옛날 생각도 나고 모르는 동네 가니까 여긴 또 외국같고. 너무 재밌네-
 
산겐자야는 살고 싶은 동네 탑을 다투는 세타가야구답게 생활하기 너무 좋은 분위기였다. 매일 슈퍼 탐방을 했는데 해도 해도 끝나지 않을 수많은 슈퍼를 발견해서 정말 놀랐다. 와우- 이런데 였군요. 거기다가 젊고 멋있는 사람들이 몰려들어서 골목도 가게도 굉장히 분위기가 좋았다. 요샌 이 동네가 잘 나가는군요. 

이건 술마신 간장새우 느낌 - 특이함

그저 웃기고 공감한 이야기도 많이 나눴지만 언니는 새로운 세계의 이야기와 정보를 방대하게 알려줬다. 이틀 뒤에 약간 내 인생관이 바뀐 것도 있을 정도였다. 어쩜 그렇게 신기한 이야기를 많이 알고 있을까. 500페이지짜리 과학, 세계사, 육아, 철학, 역사가 합쳐진 교양책 읽고 헤어진 느낌이랄까?

미국에서 중학교 교사가 된 언니 인생부터가 드라마틱해서 일상 이야기 자체가 다 흥미진진했다. 제일 기억에 남는 거-
히스패닉 아메리칸 학생이
“ 어? 선생님 지금 인종차별 하신 거예요? “
하고 짓궂은 장난을 하니까 언니가 손으로 자기 얼굴을 가리키며
“지금 그런 쪽 이야기 한 번 시작해 볼래?”  나도 아시아인인데 어디서 인종차별 거론하냐고ㅋㅋ  했다는 이야기… 개쩔어… 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일본어를 잘하고 싶었을 때, 하나의 척도로 삼은 것이 일본어로 농담이 되는 실력이 되고 싶었었다. 근데 수십 명을 앞에 둔 단상에서 외국어로 조크라니. 너무 멋있어 쓰러짐.

시부야도 가고 산겐자야도 가고 요츠야도 가고 하루종일 도쿄를 다녔는데 사실 얘기하느라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고 어디든 상관없고 숙소에 들어와서도 몇시간을 떠들었는지 모르겠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거지. 너무 말을 많이 해서 죽은 사람들은 없겠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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