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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잠깐 블랙 데님 멜빵이 가능했는데 금세 또 유독 더웠던 올해 도쿄는 반바지로 버텼다. 반바지의 존재가 고마웠음. 소고기, 버섯, 시금치 소금에 구워 아보카도와 콩알만 한 모차렐라 치즈가 주역인 샐러드 작은 종지에 찰랑이는 저 반찬은 뭐였지 너무 오래된 사진이라 기억이 안 난다. 달달 시큼한 모즈쿠(해조류)였을 거야. 오니기리 정식. 피망을 잘게 잘라 간 고기랑 볶다가 굴소스로 맛을 내면 밥도둑이다. 구운 오니기리(냉동식품입니다. 렌지에 2분) 물 넣고 마늘된장 얹어 구운 가지, 삶은 오쿠라 넣어 오챠즈케처럼 먹었다. 이런 일본요리는 없다. 그냥.. 내 머릿속 레시피 오- 청바지 입고 다닌 날도 있었군. 본격적으로 도쿄에 습기가 차고 청바지 입고 나갔다가 비옷 입고 찜질방 들어가는 체감을 맛봤다.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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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주말에 큰 공원으로 나들이를 갔었다. 그런데 내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 그 자리에서 고꾸라질 것처럼 졸음이 쏟아졌다. 서둘러 집에 가자 보채서 초저녁부터 이불을 뒤집어쓰고 침대로 들어갔다. 늦은 밤 나와보니 설거지 빨래는 그득그득 그대로고 아이는 재우지도 않고 거실에 자유로운 영혼들이 두 마리 … 단전에서 화가 치밀었다. 입을 굳게 닫고 너저분한 물건들을 치우고 있는데 미간의 인상이 많은 말을 하고 있었는지 케군이 이렇게 말했다. “(그런 얼굴 하지 말고) 말해 말해 내가 도와줄게.” 그 한마디에 장전된 총알이 오발되기 시작했다. 난 방아쇠를 당길 기력조차 없었다. 근데 내 의지와 상관없이 “뭐??? 뭘 도와!!? 누가 누굴 도와?? 이거 니가 먹은 거 니가 입은 옷 니가 쓴 거. 니가 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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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구상과의 한국어 수업을 재개한 것은 작년 말쯤이었다. 한 달에 두어 번 메구상 집에서 편하게 점심을 먹으며 모든 대화를 한국어로 하고 공부하다 모르는 것을 알려드리고 약간의 수업료를 받았다. 먼지가 없고 빛이 잘 드는 집이라 매우 쾌적했는데 자주 가다 보니 살짝 궁금한 점이 생겼다. -메구상.. 바닥에 물건이 많이 있으면 청소할 때마다 위로 올리거나 들어야 해서 번거롭지 않아요? -그렇죠. 근데 혼자 사는 집이라 좁아서. -메구상, 바닥에 이 세제들 여기 옆구리 수납을 만들어 끼워 넣으면 어떨까요? (모든 세제와 세탁에 필요한 각종 도구들과 입욕제들이 전부 바닥에 있는 상황. 바닥을 찍는 걸 잊어버림 ) -헤에.... 어떻게요? 그게 돼요? -메구상. 수건을 헹거에 걸어서 지금 문이나 복도에 걸어 두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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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코트 아니라 청자켓 등장. 잡지 부록 크리스피 크리미 도시락 가방. 공부할 책 넣어놓고 다니기 딱 좋다. 트렌치코트 입었지만 날씨가 추워서 앙고라 니트에 숄이 필요했다. 아페쎄 하프문 중고 사이트에서 구입! 3분의 1 가격이었다. 왠지 새거 사면 금방 싫증 나서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은 느낌적 느낌때무네. 근데 한국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일본은 중고가 중고가 아니다. 어찌나 깨끗하게 쓰는지 아니 깨끗한 것만 올라오는지 중고 책방에만 가 봐도 (북 오프) 책 표지 하나 꺾인 곳이 없다. 일본 중고 브랜드 낙찰해서 한국에 보내는 사업을 하나 해도 대박이 날 것만 같아. 지난번 올린 더플코트도 맥킨토시 제품으로 정가가 원래 백만 원이 넘는 건데 9천 엔에 건진 전리품! 가전제품이나 전자기기는 가격 책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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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창조한 낫또 치즈 구이. 철판에 낫또와 치즈를 넣고 토스터기에 구워서 후추를 뿌려 먹어 봤다. 바삭한 치즈 식감도 좋고 아주 맛있었다. 추억의 육개장. 한강에서 먹고 싶다~ 혼자 먹은 빨간 산라탕. 색깔 만큼 맵지않았다. 아무리 내가 맵찔이라도 어디 내놔도 부끄럽진 않을 만큼 매운걸 소화하는 한국인 혀는 되나보다-하고 외국음식 먹을때 가끔 생각한다 ‘ㅂ’ 서비스로 받은 타이완 카스테라 찜통에 나오는 카스테라 촉촉해서 맛있다. 늦은 겨울 중고 사이트에서 더플 코트를 겟했다. 더플 코트를 만드는 브랜드는 참 많은데 이게 질의 차이가 모든 분위기를 좌우하더라. 그래서 비싼 브랜드를 중고로 구입! 와… 한번 밖에 안 입었다더니 진짜 깨끗! 큰 맘먹고 구입한 캐시미어 목도리랑 찰떡이다. 굴 튀김 정식 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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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생전에 입버릇처럼 미안해하던 게 두 가지 있었는데 몸에 점이 많은 유전이랑 치아가 누런 것이었다. 언니와 나는 쉽게 갈변하고 원래부터가 치아 색이 예쁘지 않았다. 그런데 점은… 언니는 없고 내 몸에만 왜냐??? 나만 이 유전인자를 받은 거냐??? 내 왼쪽 어깨부터 손가락까지 한 쪽 팔이 점으로 은하수를 이룬다. 어릴 땐 그게 부끄러웠는데 어느 순간부터 아무 신경도 쓰이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일본인들은 정말 몸에 점이 많아서 토너먼트가 열리면 나 정도는 예선 통과도 못하겠더라. 아무튼, 나름 커피를 빨대로 마셔보고 되도록이면 차가 아니라 물을 마시고 미백 치약도 써보고 했지만 역시 내 치아는 어딘가 불결해 보이는 색을 띄었다. 치과의 화이트닝 메뉴도 몇 번 기웃거려봤지만 너무 비싸서 엄두가 안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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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친 시금치에 멘츠유 (소바먹을 때 그 소스) 촙촙 넣고 다진마늘, 참기름 넣어서 조물조물해 먹어도 맛있답니다. 한일 국제결혼 스타일 시금치 나물이랄까 ‘ㅂ’ 밥 위에 갈은 마, 낫또 넣고 멘츠유나 간장 초로롭. 무청으로 만든 김치가 너무 잘 익어서 아무 밥이나 꿀맛이 되었다. 겨울 스끼야끼 수도 이음새에서 물이 줄줄 샌다. 이 집도 벌써 10년을 살았고 여기저기 바꿔야 할게 생겼다. 내일 아침 의사 선생님을 맞이하기 위해 단식을 시작한 싱크대 환자. 물건들을 싹 치우니 새 집에 온 그날 같다. 도너츠에 커피 모닝 비싸지만 인터넷으로 시킨 종이 책. 리뷰만 보고 샀는데 너무 재밌어서 몇일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스포할 만한 반전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아무말 하지 않고 강하게 추천만 하겠습니다. 아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