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엄마가 생전에 입버릇처럼 미안해하던 게 두 가지 있었는데 몸에 점이 많은 유전이랑 치아가 누런 것이었다. 언니와 나는 쉽게 갈변하고 원래부터가 치아 색이 예쁘지 않았다. 그런데 점은… 언니는 없고 내 몸에만 왜냐??? 나만 이 유전인자를 받은 거냐??? 내 왼쪽 어깨부터 손가락까지 한 쪽 팔이 점으로 은하수를 이룬다. 어릴 땐 그게 부끄러웠는데 어느 순간부터 아무 신경도 쓰이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일본인들은 정말 몸에 점이 많아서 토너먼트가 열리면 나 정도는 예선 통과도 못하겠더라.
아무튼, 나름 커피를 빨대로 마셔보고 되도록이면 차가 아니라 물을 마시고 미백 치약도 써보고 했지만 역시 내 치아는 어딘가 불결해 보이는 색을 띄었다.
치과의 화이트닝 메뉴도 몇 번 기웃거려봤지만 너무 비싸서 엄두가 안 난다. 백만원은 그냥 기본요금.
이런 상황이면 내가 뭐 연예인도 아니고 현실에 만족하며 적당한 타협을 해 본다. 아직 내가 제정신이군-이란 뿌듯함도 느끼며.
그런데 지난 연말에 이케부쿠로 파르코 지하를 구경하다가 신박한 체인점을 발견했다. 병원은 아닌데 화이트닝이 가능하다구? 그리고 셀프로 하라고? 근데 집에서 하는 것보단 낫다고? 의료는 확실히 아니라고? 미용 가게라고?? 영문을 모르겠지만 1회 체험이 매우 저렴했다. 4000엔 정도였다. (한국은 얼만지 모르겠어요. 일본에선 상당히 파격적인 편이랍니다.)

이게 어디까지나 셀프로 진행되는데 과정과 방법이 중요해서 설명을 엄청 오래 꼼꼼히 들어야 했다.
먼저 개인실로 들어가 지금 내 치아 색을 측정하고 사은품으로 전동칫솔과 각종 도구들을 배급받았다.
1. 양치를 한다.
2. 마우스피스를 장착한다.
3. 페이퍼로 치아 표면의 물기를 닦아낸다.
4. 젤을 꼼꼼히 발라준다.
5. LED 라이트에 15분간 양 쪽으로 번갈아서 노출시켜준다.
6. 마지막으로 분리된 얼룩을 닦기 위해 다시 한번 양치한다. (치약은 없어도 됨)

1회 체험으로 나는 大1 (큰 거 1번. 犬개라는 한자 쓰신 줄 알고 깜짝 놀랐던 거 비밀 ㅋㅋ) 이라 표식한 이빨에서 5칸 하얗게 변했다!! 오오… 야매가 아니었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효과가 좋아서 흥분했다.
연말에 또 화이트닝 가게가 심하게 관심 간 이유가 윗니에 잿빛 얼룰이 생겼는데 아무리 닦아내도 안 지워지고 이유도 모르겠어서 속이 상하던 차였다. 왜 노란 것도 아니고 회색으로 더러운 건데… 무섭게…그런데 그게 싸그리 지워졌다. 워허허허허허허허 (이유는 여전히 모르겠다.)
하지만, 그럼 그렇지
체험만 단발적으로 가능했고 꾸준히 이용하려면 목돈 내고 장기 플랜을 등록해야 되는 시스템이었다. 아주 가끔 한 두 번 하면 좋겠다 싶은 정도지 10회짜리 20회짜리 100만원도 넘는 돈을 덜컥 낼 마음은 내키지 않았다. 누차 말하지만 내가 뭐 연예인도 아니고.
그리고 폭풍 검색을 하니 아마존에서 홈케어 할 수 있는 장비를 찾아냈다. 오 이거얏!!! ‘화이트닝 바’의 (아까 그 가게) LED 라이트가 좀 강력할 뿐이지 원리는 똑같았다. 어차피 의사들이 하는 그것이 아니라면 집에서도 할 수 있다는 말 아닌가!! 대신 이걸 하나 사면 집에서 더 자주 할 수 있고 길게 할 수 있고 말이야.

가격은 연말 세일로 5천엔 정도에 구입.

화이트닝용 젤은 따로 구입했는데 (2500엔가량) 메커니즘이 뭐냐면, 젤을 구성하고 있는 산화티탄을 발라놓고 광선을 쪼이면 오래된 얼룩이 불어서 치아와 분리되는 것이다. 마지막에 브러시로 닦아낸다.

충전은 USB로


마우스피스를 이용할 것도 없이 마우스 피스 모양의 LED를 입에 물고 집안일하다 보면 어느새 이가 하얘져있다!!
그래서 결론은 어떻냐고요? 포스팅하는 이유가 뭐겠어요. 내가 이걸 너무 잘 샀기 때문에 동네방네 알리려는 것이죠. 젤도 하나 사면 꽤 오래 쓴다. 왜냐면 많이 바르면 오히려 좋지 않기 때문에 정말 조금씩만 소비된다. 커피도 뜨거운 거 후룩후룩 마시고 녹차 둥굴레차 촙촙 마시고 아~무 걱정이 되지 않는 게 가장 좋뜹니다!
본보기로 내 치아를 찍어볼까 했지만.. 비포를 안 찍은 데다가 연예인처럼 하얘진 게 아니라 비로소 보통 사람들 치아색처럼 평범해진 수준이 되어서.. 좋은 샘플이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 너무 만족하구 있어요
'살림 하는 여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2년 3월 봄 착장 (4) | 2022.04.27 |
---|---|
집밥과 더플코트 (8) | 2022.04.26 |
2022년 1월 집밥/일상/착장 (6) | 2022.03.04 |
착장인 척 일상사진 2021년 12월 (10) | 2022.01.26 |
가끔 살림 : 책꽂이 다시 거실로/생선전과 김치찌개/웨지우드 가스레인지/ 집 밥/ADRENAL FATIGUE/카오만가이/이끼들 (19) | 2021.1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