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볼일 없는 착장이지만 내년의 나를 위해 기록합니다. 매년 시즌 옷 정리하고 나면 당췌 작년엔 뭘 입고 다녔나 궁금하기 때문이다. 막바지 세일 때 사서 아주 잘 입고 다닌 줄무늬 민소매 대학가 앞에 오래 된 다방 하나를 찾았다. 특히 서양사람들 뜨악할 정도로 낮은 의자들이 내겐 너무 편했다. 무릎이 아주 직각으로 접히는 것이 공부가… 잘 돼네…. 무슨 효과지. 예전엔 신나게 흡연했을 것 같은 분위기지만 냄새 없고 부지런히 틈만 나면 청소해 놓으신 티가 나는 곳. 케이크 맛은 쏘쏘. 내겐 커피젤리랑 코코아가 맛있었다. 일요일, 피부과에 온 김에 긴자를 휘휘 둘러본다. 적극적으로 무언가 밀어부치는 인물과 무드가 없는 일본은 자연스럽게 위드 코로나가 된 지 오래이지만 그런 일본에서도 이런 느낌의 문화적 이벤..
타오바오 한창 주문할 때 산 중국 니트. 다른 나라 옷은 색감이랑 핏이 확실히 이국적이라서 괜히 소중하다. 유행이 다른 탓이겠지만 비오는 날. 검정 원피스. 베이지 셔츠. 이케아 간 날. 베이지 치마바지에 흰 블라우스 자주 입었던 베이지 원피스 나는 이런 무채색이나 황토색 티에 검정 치마. 채도가 확 죽은 거무틔틔한 옷이나 파스텔톤 투피스에 연베이지 티셔츠 이런 이도 저도 아닌 매우 흐리멍텅한 색을 무한히 짝사랑하는데 이렇게 쨍한 원색을 입어야 얼굴이 산다. 내가 지금껏 찍은 증명사진 중에 지존이다. 와. 그리고 이 증명사진은 드디어 쉐딩의 가치에 눈을 뜬 내 결과물. 이래서 다들 쉐딩쉐딩 하는구나. 이래서 다들 투포투스쿨인지 포투포투스쿨인지 쉐딩쉐딩 팔렸구나. 내가 내 스스로 코를 창조했다. 그리고 턱..
디즈니 씨 다녀오는 길엔 늘 마이하마역 앞에 있는 익스피아리 몰에서 저녁을 먹는다. Ikspiari 무슨 뜻일까. 5월부터 바뀐 삶! 애플워치로 셀카를 찍는다는 사실. 아이폰을 세워두고 애플워치로 카메라를 작동 시키면 후방카메라 뷰파인더가 내 손목에 보인다. 후... 지금까지의 내가 아니다. 내 2021년은 애플워치가 없는 나와 있는 나로 나뉠 것이여! 애플워치가 생기면서 한가지 의외의 메리트는 오히려 이 시계 저 시계 갖고 싶던 물욕이 사라졌다. 시계 디자인이나 소재 따위 철마다 안 따질 각. 교복입고 다닐 때 최대 장점도 그거였지. 꾸미겠다고 쓸데없이 에너지 쓸 필요가 없는 것. 애플워치에 연동되면서 메모하기 좋은 어플을 수십개 깔아보고 어처구니없이 아이폰 기본 어플인 리마인더가 최고란 것도 깨달았다..
3월에는 5년 동안 준비만 (그것도 마음속으로만) 해 오던 일을 해냈다. 영사관과 도쿄 운전면허 센터를 왔다 갔다하며 드디어 일본 운전면허증을 발급 받은 나.한국에서 스무살때 면허를 따자마자 장롱속에 처박힌 내 슬픈 라이센스는 그렇게 다시는 빛을 못 볼 줄 알았는데... 번복과 변심의 여왕인 나답게 마음을 바꿨다.스무살 새벽마다 운전면허 학원에서 뭣 모르고 스틱(이 왠말이냐) 2종 면허를 따고 엄마 차를 몰고 처음 도로로 나온 날. 성격 급하고 항상 역정쟁이인 엄마가 보조석에서 어찌나 소리를 지르던지!! 한 톨도 남김없이 내 자신감을 앗아가고 자존감까지 바닥이 드러나면서 나는 핸들 잡는 손을 점점 떨어야했다. 알던 것도 모르게 되고 나는 어디로 가야하는가, 여긴 어디, 옆에 있는 포악한 맹수는 누규.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