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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을 나와서 저녁 먹으러 걸었다.

일본 요리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다랑어. 카츠오다.
오코노미 야끼, 타코야끼, 우동에 뿌려먹고
간장이랑 섞어서 조물조물 밥에 넣으면 오카카 오니기리,
물에 우려서 만든 육수가 혼다시.
그 혼다시는 미소시루, 반찬에 죄다 넣는 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카츠오가 많이 잡히는 코치현에선 모두 카츠오 타타키를 맛보고 간다.

모두가 구경온다는 히로메 시장에 왔다.

맘에 드는 가게에서 사서 아무 테이블에 앉아 먹으면 되는 푸드코트 시장이었다.

야키니꾸 마키 (고기말이 주먹밥?)
문어 튀김

두툼한 이 접시가 ‘카츠오 타타키’
원래 카츠오는 비려서 회 떠먹는 습관이 없었다는데 여기 코치현 사람들은 겉만 불에 달궈 반 익힌 사시미 메뉴를 창조했다. 그 후 전국적으로 퍼져 지금은 어느 지역에 가도 볼 수 있게 되었다. 나도 시즌이 돌아오면 한 번씩 사서 먹는데 와사비가 아니라 마늘 찍어먹는 게 참 한국인 입맛에도 딱이다. 역시 오리지널 고장의 맛은 더 진하고 맛있었다. 소금 뿌려서 레몬즙에 찍어먹으라는 게 매우 특이했다.

우나기도 조금 유명하다고 함

스텝들이 그릇을 치워줘서 리턴은 필요없었다.

마지막에 아무생각 없이 사 먹은 고구마 튀김이 너무 맛있었다.

고구마를 도넛 반죽에 싸서 튀긴 <이모텐>
맛있는 것끼리 손을 잡고 기름통에 들어갔다 나왔으니 이건 뭐 입 안에서 축제가 벌어졌다. 바로바로 튀겨주는데 금방 튀긴 걸 먹으면 정말 태어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대기시간이 엄청 길었던 교자는 생각보다 그냥 그랬다. 이것 저것 각자 흩어져 시키고 나중에 정리해보니 돈이 빵꾸난 물주머니처럼 술술 새었다. 게다가 현금밖에 안 되는 곳이라 언제 쓸지 모를 적은 현금이 거의 바닥나 있었다.

빵꾸난 물주머니처럼 계속 배고프대는 케군에게 만족감을 주기에는 부족했다. 이 가게 저 가게 셀프로 왔다갔다 하면서 계속 배가 꺼지나보다. 묶어놓고 밥을 줘야하나. 연비가 왜 이렇게 안 좋지.

여기는 간식이나 잠깐 한 잔 할 때 들어와 먹어보고 저녁밥은 다른 이자카야나 식당에 갈 걸 그랬다.

7시쯤 되자 시장 안이 꽉 찼다. 앉을 자리를 찾느라 눈치보는 어느 여행객에게 손짓해서 우리 이제 갈 거니까 여기 앉으세요~ 하고 자리를 양보했다. 한참을 돌았나보다 아리가또 고자이마쓰! 스고이… 야사시이.. 너무 고맙고 착하시다고 계속 꾸벅꾸벅 인사를 하셔서 기분이 좋았다. 여행은 이런 작은 친절을 베풀고 받으며 풍부해진다. (봐찌- 하루야- 이러케 살아라. ㅋㅋㅋ 조건 없는 선행은 없다. 다 보여주기식 자비임.)

일본에 심플하고 유명한 비스킷이 하나 있는데  이름은 <미레> 비스킷.  엄청 소박한 맛이다. 그런데 절묘하게 단짠해서 한 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다. 한국에도 분명 있었고 있을 맛이다. 이름은 생각 안나지만…  
도쿄에서 보는 커피 맛이랑, 기본 맛 말고도 엄청나게 많은 맛들이 있어서 즐거웠다. 선물도 여기서 몇 개 골랐다.

호텔까지 밤 산책.

걱정된다 케군. 산책까지해서 배가 점점 꺼지고 있는 거 아니냐.

옆으로 살짝 틀어 봐.
옆모습 주문했더니 진짜 리얼하다 ㅋㅋㅋㅋㅋ

실제로 와 보고 제일 실망한다는 일본 다리.
이게 다였다.
실망하러 다녀왔다.

밤 산책하다 하루랑 말 싸움했다.
뭐가 이유였는지 기억도 안 난다.

하루가 되게 불손해서 내가 엄청 기분 나빠했더니 지가 더 삐져대는 바람에 어처구니가 없어서 냅뒀는데 길거리에서 소릴 지르고 억울해해서 딱 세우고 자초지종을 따박 따박 따지니까 입은 대빨 나오고 지가 잘못한 건 알겠어도 심통 난 기분은 그대로고 그래도 엄마는 하루를 용서한다 어쩌고 부드럽게 나오자마자 갑자기 애기처럼 눈물 훔치면서 우엥우엥 안겨와서 극적으로 화해하고 다시 깔깔거렸다는 뭐 맨날 있는 그런 너낌이어따… (피곤…)

모든 게 한국말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케군이 보기엔 그냥 정신 나간 애랑 여자의 정신 나간 모노드라마 한 편이다. 아주 이를 갈며 싸우더니 이젠 또 죽고 못 살아서 붙어 다니는 꼴을 보며 헛웃음을 짓는다.

푸하하
우리도 그러고 싶지 않지.
누구 하난 넙죽 지면 안 그럴 텐데 둘 다 아주 똑같다. 그래도 매번 사랑을 확인하고 좋은 점도 있긴 있는데… 아닌가. ㅎㅎㅎ

화해의 뜻으로 노면전차에 있던 뽑기를 시켜줬다. 500엔이나 하다니. (소중한 현금… )

역 근처 편의점을 가다가 계단을 보고 하루랑 깜짝 놀랐다. 호빵맨의 고장.

ㅋㅋㅋ 애교 부리는 중

호텔 로비에서 공짜 티를 받아서 들어갔다.

방전 된 나와

자기 직전까지 파워풀한 너.

케군 배고플까봐 ㅋㅋㅋㅋ(아 진짜 많이 먹어 이좌식) 선물용으로 산 미레 비스켓 캬라멜 맛을 뜯었다. 고급진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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