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까불까불 하는 정신 사나운 모습을 참고 싶을 때 내가 하는 생각이 있다. 여행지에서 열나고 몸살 앓는 게 아니라 참 감사하다고. 넘치는 기운을 주체 못 하는 저 모습.. 감사하네…

어제 슈퍼에서 사 놓은 월남쌈을 아침으로 먹었다. 근데 왜 여기에도 마요네즈가 뿌려져 있나요. 베트남을 안 가봐서 할 말 없지만 마요네즈랑 같이 먹는 건 아닌 거 같은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마요네즈는 마른오징어에 찍어 먹을 때. 여기에 고춧가루를 츅츅 뿌려주면 정말 맛있다. 그리고 빵에 옥수수 뿌리고 마요네즈 뿌리고 오븐 토스터기에 굽는 거. 크으.. 마요네즈의 순기능이라고 생각합니다. 

 

흐리고 비가 후둑후둑 오는 넷째 날 아침 예약한 커피 농장 투어를 하러 왔다.

UCC 커피 농장.
자판기에서 자주 보던 UCC 캔커피는 미국산이 아니라 (왠지 미국 거 같았음) 우에시마 커피 컴퍼니! 우에시마상이 만든 커피였다. 심지어 세계 최초로 캔 커피를 제조한 것이 일본 UCC였다고. 어머!  18년 일본 살면서 새로운 충격 ㅋㅋㅋ 매일 마시던 세븐 일레븐의 액상 커피도 UCC 였다. 어머! 그리고 좋아하는 우에지마 카페랑 이 UCC가 같은 우에지마였다. 어머! 

그나저나 이 섬... 모든 투어를 일본어로 진행하고 일본 기업 둘러보고 ㅎㅎㅎ 영어보다 일본어를 더 많이 쓰면서 여행했다…. 눈물이…

무료로 코나 커피 3종류 시음하고 드디어 일본 사장님한테 왜 시럽은 없는지 여쭤봤다. 역시.. 아이스 커피를 거의 안 마신다고 한다. 호놀룰루에선 시럽 많이 봤다니까 오히려 오... 그래요? 하며 놀라워하셨다.  내가 한국사람이라고 했더니 사장님도 마침 잘 만났다고 평소 궁금했던 걸 나한테 물어보셨다.


-한국사람들은…요즘 다… 부자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슨 사정인지 모르겠지만 그냥 뭔지 다 알 거 같아 엄청 웃었다. 요즘 오는 한국 관광객들은 외모도 씀씀이도 다 엄청난 갑부인 거 같은데 물어보면 다 그냥 회사원이라며 십여 년 전과는 확연히 다른 기운을 느낀단다.

 

-맞아요. 사장님~ 한국 사람들 요즘 다 부자예요. 제 친구들도 연봉 엄청 많이 받아요. 일본 사람들은 20년 전 봉급 그대로고요.

 

나도 외국에서 체감한다. 요즘 한국 사람들의 생활 수준이 고퀄이고 소비 액수가 다르다. 많이 벌고 투자도 많이 하고 돈도 멋지게 잘 쓰고. 

 


투어 내용은 우리가 원하는 농도로 로스팅을 직접 해 보는 것이었다.  농장에서 수확한 커피 열매는 연한 녹두 색이었다.

조금 태운 듯한 느낌으로 Full city 한 바가지랑 가장 밸런스 좋은 City 한 바가지 이렇게 두 바가지를 각각 구웠다. 너무너무 재미있음.. 10분 후 부터는 까딱하면 풀 시티에서 프렌치로 넘어가기 때문에 사장님께 확인받으며 아주 집중해서 최적의 타이밍에 로스팅기를 헤까닥 뒤집어야 했다. 

계속 들여다 봄.
약간 어릴 때 할머니랑 후라이팬에 깨 볶던 기억이 난다.

하루 독 사진으로 두 봉지를 포장

가족사진으로 두 봉지를 포장했다. 
가족 2명 + 아이 동반으로 100달러에 체험했는데 나중에 면세점에서 코나 커피 가격을 보니 비슷한 사이즈 커피  한 봉지에 25 달러였다. 4 봉지를 100달러에 샀다고 쳐도 손해가 아닌 가격. 그런데 체험까지 했으니 이건 무조건 너무 추천하는 투어… 지만 일본어랑 영어 투어만 있었다. 일본어가 더듬더듬 정도만 되셔도 다녀오세요! 사장님 너무너무 친절하십니다. 

 

커피 만들고 농장 밖 커피 나무를 보여주시며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 주셨다. 커피 열매가 빅 아일랜드에 들어 온 이례 수많은 섬사람들이 도전했지만 결국 포기하고 버린 사업을 일본인 만이 성공시켰다고 한다. 이곳 열매는 일괄적으로 여무는 게 아니라 항상 랜덤으로 붉어지는 탓에 하나하나 손으로 수확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손이 부르트고 눈알이 빠질 것 같은 고된 작업을 일본 사람들은 끈기 있게 해냈다. (상상만 해도… 정말 잘했을 거 같음…) 이후 일본인들이 코나 커피 발전에 기여했고 빅 아일랜드가 사람 사는 섬이 되었다.
근래에는 수확 철이 되면 멕시코에서 오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밀물 처럼 와서 수확하고 썰물처럼 빠져나가는데 코로나 때 외국인 인력이 오지 않아 진짜 큰 위기였다고. 그래서 대학생 아들한테 용돈 줄 테니 수확을 도와달라고 시켰더니 3시간 만에 포기를 했더란다. ㅋㅋㅋ (이제 그 끈기의 독기의 일본인은 없는 건가요.)

커피 농장 사장님한테 일본 체인점 카페 중에 제일 맛있다고 생각하는 가게가 뭔지 물어봤다. 재밌는 질문이라며 엄청 웃고 고민하시더니 하와이에서 만든 커피는 너무 비싸서 일본 체인점에선 마실 수 없다며 맛있는 집은 모르겠지만 <코메다 커피> 는 의외로 원두가 아니라 액상 커피 섞어줘서 참 맛이 없었다고 하셨다. ㅋㅋㅋㅋㅋ 유일하게 도토루가 가끔 하와이에서 난 원두가 가기도 하는데 왜냐면 도토루 농장이 빅 아일랜드에도 크게 있기 때문이라고! 오오!! 도토루! 야루나!  다음에 도토루에 가서 커피를 좀 음미해 봐야겠다.

빨간 커피 열매를 주시면서 한 번 과육을 먹어보라고 하셨다. 은근히 맛있었다. 뱉은 씨를 어정쩡하게 들고 있었더니 어디 마음에 드는 장소에 심어보라신다. 3년 전에 투어에 왔던 남자 아이가 씹다 버린 씨를 대충 저기 심어놨는데 지금 저렇게 컸다며 한 나무를 가리키셨다.

우아 ㅋㅋㅋㅋㅋ 하루는 설레하면서 소중히 자기 씨를 심고 증거 사진을 찍어댔다. 3년 후에 진짜 와서 나무가 자라있으면 너무 재밌겠다.

증거 사진

한국 관광객들한테도 히트 메뉴가 된 UCC의 아포가토를 먹었다. 한국인들이 입소문으로 아포가토를 먹으로 UCC 농장에 많이 들린다고 한다. 아이스크림마저도 코나 커피로 만든 커피 아이스… 진짜 맛도리였다… 

커피를 너무 너무 좋아하는 하루.

여기가 포토존

사장님에게 추천받은 햄버거 맛집을 찾아갔다. 우리 드디어 맛있는 거 먹는 거야?
<Ultimate burger> 얼티메이트 버거

나는 아보카도를 추가하고

하루는 치즈버거

도데체 왜 감자튀김에 마요네즈를 주는 거야...

진짜 커피와 마요네즈를 사랑하는 섬일세.

 

대망의 제 맛평은요... 

맥도널드보단 맛있지만 버거킹 정도...? 솔직히 모스버거가 더 나을 거 같다. 좀 맛있는 프랜차이즈 버거 맛이었다. 수제버거는 좀 더 우월한 무언가가... 있던데. 간판이 겸손했으면 더 맛있게 느껴지진 않았을까? 얼티메이트 막 최강의!! 극강의 버거!! 이렇게 쓰여 있으니까 내가 은연중에 엄청난 기대를 하고 말았다. 버거보다 감자튀김이 얇고 바삭한 수제 튀김 맛이라 너무너무 맛있었다. 내가 모르는 마요네즈의 진가를 알게 될지도 모르니까 한 번 찍어먹어 봤는데. (우웩...) 조용히 구석에 밀어 둠. 

어머님 다 드셨으면 일어날까요?

바로 옆 월마트에서 티셔츠랑 선물도 조금 샀다.

참, 수영장 이야기.

어제 밤 10시까지 수영을 했다. 걱정과는 달리 물이 따뜻해서 온천 여행을 온 느낌도 나서 행복했다.  물에 잠수하는 것도 겨우겨우 내 손에 이끌려해 낸 하루. 수영 수업이 있는 일본 초등학교에서 물장구를 못 치는 학생은 이제 반에서 하루를 포함 단 두 명 밖에 남지 않았다. 내 아이가 마지막 한 명이 될까 봐 수영만 생각하면 너무 안쓰러웠다. 그런데 어제 일단 물에 띄운 하루에게 팔을 쭉 뻗고 다리를 쭉 펴 보라고 했더니 뭔가 평소와는 다른 자신감이 생겼는지 발장구 치는 데 성공했다. 엄마가 옆에 있으니까 하루는 죽지 않을 거 같았다나. 숨을 못 쉬는 물속은 죽음의 공포를 느끼는 장소지만 엄마만 옆에 있으면 다른가보다. 자신에게 생명을 준 존재니까..? 아무튼 아이가 설명해주진 않았지만 결국 지금까지 내 말에만 물속에서 조금씩 도전에 성공한 셈이다. 감동적인데... 앞으로 수영의 모든 프로세스를 나를 통해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하아.. ㅋㅋㅋㅋ (수영은 나도 잘 못한다구ㅋㅋ)

발장구 치는 자신이 너무 신기하고 재밌어서 빨리빨리 수영장 고고!!! 

기다란 미끄럼틀... 어른은 무거워서 잘 안 내려가고 중간에 멈추더이다. 타지 마세요.. 부끄러운 일만 기다리고 있어요.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