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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뭇거뭇 수염 나기 시작해서 슬픈 아들 애미… 울애기 이제 애기 아니에요… ;ㅂ;

어제 산 초바니라는 요거트를 일어나서 먹었다. 왠지 초반에만 좋을 거 같은 이름. 맛은 상상 그대로의 복숭아 요거트였다.

오늘은 11시부터 22시까지 하루 종일 투어를 할 예정이라 호텔 식당에서 아침을 든든히 먹기로 했다. 처음에 무슨 투어가.. 11시간을 하는지 과연 이게 재밌을지 너무 불안했지만 나눠서 갈 수가 없는 구성이었다.
다들.. 이렇게 빡 센 투어를 한다고?

호텔에 묵으면 한 번은 그 호텔 레스토랑을 (너무 궁금해서) 꼭 가야 하는 케군을 위해서라도 브런치를 먹어보세.


빅 아일랜드에서 종종 본 새.
머리에 고추장 찍은 게 참 귀여움.

하루랑 케군은 심플한 아침 식사를 시켰다.
이 모든 것은 당신이 상상한 그 맛이다. 감자에서 감자 맛 나고 소시지에서 소시지 맛 나고 식빵에서 식빵 맛 나고 홍시 맛이 나니까 홍시 맛이 난다고 했사옵니다 오나라~ 오나라~~

나는 호주에서 황홀하게 먹었던 홀랜다이즈 소스를 잊지 못해 에그 베네딕트를 시켰는데 맙소사 버터가 아니라 마요네즈를 엄청 넣었는지 느끼해서 기절할 뻔했다. 그리고 빅아일래드의 식문화의 신기한 점은 빵인지 밥인지 고르는 게 아니라 빵은 당연히 나오고 사이드로 감자인지 밥인지를 묻는 가게가 많았다.
추측인데 일본인이 일궈 낸 빅아일랜드만의 밥 문화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밥을 원하면 까만 비닐에 담긴 간장이 따라 나왔다. 감자는 안 시켰는데 케첩은 왜 주셨는지가 아직도 의문이다. 설마 딸기를 찍어먹으라는 것일까.
그리고 커피계의 귀족. 코나 커피가 바로 빅 아일랜드에 있다. 우리가 묵은 호텔도 코나라는 지역이다. 어디에서 커피를 시키든 정말 맛있었다ㅠ..ㅠ 호주에서 먹은 것들이 다 더 우월했지만 유일하게 빅 아일랜드가 이겨먹은 건 커피.

하루만 호주처럼 야채 주는 섬이 아니라 대만족이었다고ㅋ애미는 허브와 샐러드를 화려하고 정성스럽게 마구 곁들여 준 호주의 웰빙 한 음식들이 그립습니다.

혹시 되려나.. 이거 남은 거 싸 갈 수 있을까요? 물어봤더니 너무 일상인 듯 포장? 네네. 바로 박스를 가져다주셨다. 만약에 투어에 포함된 도시락이 하루 입에 안 맞으면 이걸로 때울 수 있겠다. 자나 깨나 애 입에 들어갈 끼니 걱정이 떠나지 않아 종종 일사후퇴 피난 준비하는 애미 심정 됨.


아침부터 날쒸 보세요.
너무 어마어마하다.




낮 27도 밤에는 6도까지 떨어지는 투어에 참가하기 위해 외투도 단단히 준비하고 나섰다.
아침부터 밤까지 20도 기온차를 넘나드는 대 장정 투어. 진짜 너무 무섭지 않나요. 저게 망한 예약이면 우린 오늘 하루를 고통 속에 제대로 담궈버리는 거야…

두려움을 안고 호텔 1층에서 투어 가이드 차량을 기다렸다. 첫 번째 관문은 하루 종일 우리를 안내해 줄 가이드의 성품과 친화력이 성패를 가를 것이다. 지난번 하와이 여행 때 만난 가이드가 떠올랐다. 멍한 눈빛의 사무적인 말투로 시종일관 매뉴얼을 읊었던 일본인. 청운의 꿈을 안고 온 아메리카에서 여긴 어디고 나는 누구지… 길을 잃은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동하는 차량 안이 싸해서 조용히 괴로웠었다.
조금 기다리자 서양 얼굴의 마르고 예쁜 여자분이 차에서 내렸다. 일본어 투어지만 운전은 현지인이 하는 투어가 많아서 일본어는 못하는 직원일 거라 생각한 나는 영어로 화산 투어 예약한 사람인데요~ 먼저 말을 걸었다.
네! 저 일본어 할 수 있어요! 제가 오늘 가이드를 맡은 미미입니다. 타세요~ 반가워요!
마치 해피 빔을 쏘는 듯한 환한 미소로 경쾌하게 인사해 주셨다. 와! 우리 가족 셋이 눈빛을 교환하며 복권에 당첨된 듯 기뻤다.

일본인이세요? 일본어 왜 잘해요? 왜 이렇게 발음이 좋아요? 초면에 와다다다다 궁금함을 쏟아내는 나의 코리언 친화력에도 지지 않을 만큼 유쾌하게 다 받아주시면서 금방 분위기를 후끈 데우셨다.
미미상은 일본인 아빠와 미국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났고 초등학생 때까지 일본에서 자랐다고 한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너무 일본어 어휘가 고급져서 발음은 그렇다 치고 성인이 된 이후에도 계속되었을 그녀의 노력이 티가 났다. 원래 오레건 주에서 남편과 함께 살다가 캠핑카를 개조해 미국 전역을 여행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먼저 이주한 남동생을 따라 하와이에 왔다. 그런 부인을 또 따라와 준 미국인 남편도 리스펙…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투어는 대 성공이었다. 미미와의 만남이 우리의 둘째 날을 아니 투어를… 아니 빅 아일랜드 여행을 잊지 못할 추억으로 만들어 주었다.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가 아니라 누구랑 가느냐가 중요하다는 그 말에 또 한 번 끄덕이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나는 빅 아일랜드에서 미미를 만났기 때문에 이곳에 오길 잘했다 백반 번 떠올리게 되었다.


끊임없이 하와이의 모든 것을 설명해 주던 미미상.
지구상에는 13종류의 날씨가 있는데 그중 11개의 날씨를 가지고 있는 곳이 하와이라고 한다. 변화무쌍. 그리고 늘 마그마를 내뿜는 화산이 있는 빅 아일랜드는 지금 이 시간에도 점점 땅이 넓어지며 크고 있는 섬이라고.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땅이라 용암이 흙으로 되지도 않은 상태여서 지구 태초의 모습을 엿볼 수 있고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고대 동식물들이 여전히 있는 박물관 같은 곳이었다. 얼마나 힘주어 또박또박 신나서 이야기하시는지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그녀의 눈이 초롱초롱할 거란 상상이 갔다. 미미짱… 스고이…

다른 호텔에 있는 투어객들을 마중 가기 위해 달리다가 시간이 남아서 어떤 해변가도 보여주셨다. 이런 세심한 서비스에도 난 일일이 갬동… 미미짱…






화장실 타임을 가졌던 공원.


첫 번째 코스 레인보우 폭포.






두 번째 코스? 지나가면서 포토 타임을 가진
카메하메하 왕 동상 ㅋㅋ

세 번째 코스는 호놀룰루 쿠키 아닌 빅 아일랜드 캔디스의 쿠키 집. 창립자가 일본인이었다. (웬만한 오래 된 곳은 오너가 다 일본인 ㅎㅎ) 차가 아니면 가기 힘든 매장이었는데 구입할 때마다 어디 투어인지 기록하는 걸로 보니 매상에 따라 가이드 커미션 들어가는 옛날 식 영업 중인 듯. 맛은 호놀룰루 쿠키 같은 평범한 맛이었다. 어떤 느낌인지 알지만 몇 가지 샀다. 미미짱의 수입이 된다면 팔아주겠어요.

이런 말 미안한데 호놀룰루 쿠키의 컨트롤 C임ㅎㅎ


네 번째 메인 코스라고 할 수 있는 키라우에아 화산 전망대

한라산 백록담 같이 동그랗고 움푹 파인 지형 일부분에서 벌겋게 화산이 터지고 있었다.

투어객들에게 망원경 무료 대여. (세심해…)

사진으로는 멀어보이지만 실제 육안으로는 정말 잘 보인다. 내 인생에서 용암을 볼 수 있는 것도 신기한데 체감적으로 엄청 가까웠다.


새빨간 용암이 울컥울컥 올라올 때마다 땅이 고무처럼 말랑하게 울렁거리고 벌건 손금 같은 걸 만들며 쩍쩍 갈라진 틈에서 번쩍거린다.
불멍 아니고 용암 멍. 지구의 신비함에 넋이 나가버림. 여기서 한 시간 가까이 엄청 오래 감상했다.
미미상이 말하길 빅 아일랜드에 온다고 전부 저런 빨간 광경을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평균적으로 열흘에 한 번 저렇게 올라오는데 오늘 운 좋게 보여줄 수 있었다고. 모든 네이처 가이드들이 키라우에아 화산 라이브 카메라를 매일 주목하는데 화산이 터지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고 한다. 같은 돈을 내고 오는 투어 손님들이 저 빨간 마그마를 봐야 제일 만족하니까 ㅎㅎㅎ 화산 터지면 좋아하는 나라는 아마 여기밖에 없을 거라 해서 다들 빵- 터졌다.

아이들에게 하와이에서만 나는 고유종 식물들과 번식 방법을 설명해 주셨다. 정말 툭 건드리면 하와이의 자연에 대해 모르는 게 없는 미미상.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온몸에서 느껴졌다.


김 펄펄 나는 화산 근처

이런 길바닥 풀들도 미미상이 다 설명해 줌.

우리 엄청 좋은 데서 밥 먹어요! 오늘 처음 시도하는 건데 혼나면 우리 다른 데로 쫓겨날 수 있지만 한 번 해 봐요. 하며 우릴 <볼케이노 하우스> 레스토랑 안 쪽 마당에 데리고 갔다.

미미상이 픽업해 온 하와이 로컬 도시락을 하나씩 받고 잔디에 앉아 보이는 뷰가

아까 그 용암 분출구. 미쳐씀.
흐르는 마그마 보면서 도시락 먹어 본 사람 있을까요. 될지 안 될지 모르겠지만 최고로 만족스러운 여행을 시켜주려고 여러 고민과 시도를 해 주는 미미상에게 다들 너무 감동해서 우리 투어 식구 (완전 식구 됨) 13명은 투어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계속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아직 미미의 프로페셔널한 투어는 끝나지 않았다. 네이처 가이드의 대단함을 알게 해 준 이번 투어의 후반부는 다음 포스팅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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