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막 날 아침입니다. 바닥에서 자라고 우리가 시킨 거 아님. 이거시 바로 생후 100일부터 시작한 수면 교육의 결정체이지요. “엄마 하루 잠을 푹 자고 싶으니까 혼자 잘게.”라는 소리를 초2가 한답니다. 한번 푹 잘 자 본 아이는 수면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다. 잠을 잘 못 잤을 때의 컨디션을 느끼고 스스로 조절하는 법을 배운다. 짜증이 많으면 엄마도 힘들지만 아이 본인이 가장 힘드니까. 아침 먹으러 왔습니다. 맑은 국이랑 깔끔한 아침 상. 탱탱 볼이야? 난 일찍 온천에 다녀와서 밥 먹으러 갔고 케군이랑 하루는 밥 먹고 온천에 갔다 올 동안 테이블을 창 가에 옮겨 화장을 시작했다. 아주 유난일까 봐 말하기 부끄러운데 이따시만한 거울을 여행지마다 들고 다닌다. 어두운 데서 화장하는 게 너무 스트레스라..

같은 날. 금산 구경을 끝내고 차로 5분 거리인 유적지에 들렀다. 근데 입구에 (입장료나 티켓이 필요한 곳은 아님) 멋진 그릇 가게 발견. 이끌리듯 들어감. 마침 케군 맥주잔에 금이 가서 새 장만을 했다. 이곳은 예전 광물을 처리하던 공장지대이다. 마치 몰락한 미래 세계 같지 않나요. 北沢浮遊選鉱場 기타자와 후유센코바 구글 맵 링크 인공과 자연의 혼재가 스산하면서도 멋집니다. 비 올려 그런다 노을 지는 길을 달려 사도섬에서 묵을 온천 여관에 도착했다. 체크인을 하고 호다닥 안내받은 방 침대가 있는 다다미방 바다가 보이는 뷰! 의자가 너무 예쁘다 남자 둘이 온천탕에 간 사이 테이블에 있던 서비스 과자를 먹으며 (하나 먹고 너무 맛있어서 다 내 가방에 챙김) 이런 노을을 구경했다. 추우니까 겉옷도 챙겨 입었..

커피 한 잔 마시며 아침 일찍 화장을 했다. 깨끗하고 쾌적했던 그랜드 호텔 료우토 다리를 건너 햐아~ 드디어 청명해진 날씨 페리를 타러 왔다. 하루는 니가타에서 ‘사도’섬으로 들어가는 이 페리를 학수고대했다. 케군은 초고속으로 달리는 ‘카 페리’로 가자고 3시간 반 항해라니 이게 무슨 짓이냐며 매우 반대했지만 카 페리 왕복 견적 가격을 보고 -괜찮겠어? -음.. 편도 하나는 그냥 페리로 갈까? 바로 수긍했다. 걸리는 시간이 3분의 1이 되는 카 페리의 요금도 당연히 두배 세배다. 다들 바보도 아니고 빨리 가고 싶음 빨리 가겠지 ㅋㅋ 돈이 문제죠. 하지만 하루는 더 오래 탈 수 있기 때문에 더 크기 때문에 일반 페리를 고대했다. 3층 여객선의 로비 모습. (이미 우리는 승선했다) 짐을 맡기는 방. 가끔 깜..

택시를 타고 호텔로 이동합니다. 택시 기사 아저씨랑 도란도란 여행 정보 이야기하는 게 나름의 깨알 재미인데 아저씨는 많이 조용하셔서 닥치고 가만히 갔다. 냉정하신건가 조용하신건가 헷갈리는 경계에 있달까. 니가타 그랜드 호텔 Niigata Grand hotel 그런데 내리고 마지막에 다음에 또 택시 타실 일 있으시면 쓰세요. 하면서 300엔 할인 쿠폰을 주셨다. -엄마, 아저씨 안 그래 보였는데 엄청 친절하시다. 하루가 말했다. 어린 너도 그렇게 느꼈구나 ㅋㅋ 시내 호텔은 스도마리 (素泊まり). 조식 석식 없이 오로지 잠만 자는 걸 말한다. 세 명이서 골든위크 2만 엔이었다. 그런데 요즘 여행 운이 영 꽝이라 여기도 첫날 어찌나 우중충하던지 비바람이 거세서 앞으로 걷기 힘들었다. 호텔 바로 앞엔 일본에서 ..

2022년 4월 29일 ~ 5월 1일 2박 3일의 니가타 여행. 요즘 여행의 사전 준비에는 반드시 하루의 여행 계획표 만들기가 포함되어있다. 같이 워드로 만들었었는데 엑셀로도 해 보고싶다고해서 엑셀을 가르쳐줬다. 초2는 의외로 시켜보면 입력(일본어 타자는 엄마가) 엔터, 폰트 고르기 정렬, 레이아웃, 저장, 은근히 할 수 있는 게 많다. 쪼꼬만게 표지도 만들고 타이틀은 글씨 굵게하고 참내 하고 싶은게 많아서 보고 있으면 웃기다. 이런 걸 같이 만들면 제일 좋은 건 여행 내내 엄마 이제 뭐해? 우리 어디가? 뭐로 가? 언제 내려? 좀 만 더 있을래! 이런 말을 절대 하지 않게 된다.반대로 차 시간 다 되 가 빨리 와. 여기서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 주객이 전도 아니 뭐지? 청출어람? 아닌데? ㅋㅋ 아무..

얼마 전에 이케부쿠로 파르코(쇼핑몰) 옥상에 생긴 코리안 바베큐를 다녀왔다. 일주일 동안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지난 포스팅 참조. 말해두지만 원인은 너다 ㅋ 확실히 하자) 케군을 위로하려고 만든 자리. 한국음식을 바깥에서 직접 구워 먹고 술이 무제한이라.. 이거슨 케군에게 맞춤 메뉴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1인당 4500엔 를 골랐다. 아이 요금은 절반 정도인데 고기는 당당히 3인분이 나온다. 고기, 야채, 상추, 김치, 마늘, 쌈장, 나물, 부침개가 포함되어있다. 한국 고기 문화의 요점을 아주 잘 파악했어! 너무 기대된다. ㅇㅅㅇ 그런데 … 예약시간 7시 15분에 잘 맞춰 도착했건만 입장을 못하고 계속 기다리고 있어야 했다. 오픈한 지 3일째라 그런가… 드디어 긴 줄 끝에 우리 차례가 돼서 돈을..

한 달 전, 주말에 큰 공원으로 나들이를 갔었다. 그런데 내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 그 자리에서 고꾸라질 것처럼 졸음이 쏟아졌다. 서둘러 집에 가자 보채서 초저녁부터 이불을 뒤집어쓰고 침대로 들어갔다. 늦은 밤 나와보니 설거지 빨래는 그득그득 그대로고 아이는 재우지도 않고 거실에 자유로운 영혼들이 두 마리 … 단전에서 화가 치밀었다. 입을 굳게 닫고 너저분한 물건들을 치우고 있는데 미간의 인상이 많은 말을 하고 있었는지 케군이 이렇게 말했다. “(그런 얼굴 하지 말고) 말해 말해 내가 도와줄게.” 그 한마디에 장전된 총알이 오발되기 시작했다. 난 방아쇠를 당길 기력조차 없었다. 근데 내 의지와 상관없이 “뭐??? 뭘 도와!!? 누가 누굴 도와?? 이거 니가 먹은 거 니가 입은 옷 니가 쓴 거. 니가 니가..

진짜 오랜만에 하루가 좋아하는 츠케멘 먹으러 왔다. 나 닮아서 오동통한 면을 좋아한다. (보통 오동통한 면을 좋아하나? 도톰한 면이 쫄깃하쥬) 뒤에 큰 글씨는 라이스 바- 마음껏 드세요. 무료. 라멘 시키고 흰밥을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다. 무서운 탄수화물 폭탄 세례 ㅎㅎ 그리고 기분이닷 집에 가는 길에 계속 가 보고 싶다던 네코카페에 데려갔다. 저녁 6시 평일은 매우 한산했다. 너무… 강질강질해… 솔직히… 내가 오고 싶어서 왔… 촛점 안 맞는 저 두 마리가 하루랑 또래였다. 다들 몇 번 반응하다 시큰둥 하는데 고양이 장난감에 지치지도 않고 날뛰던 두 마리. 저 두 마리만 아기 고양이였다. 하루도 얘네도 에너자이저였다…. 참, 얘는 코로나 전에 여기 사장님이 우크라이나에서 데려온 아이라고 하셨다. 특별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