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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2주 전쯤 다른 바베큐장을 예약했었다. 그런데 기온이 점점 오르더니 딱 바베큐 하는 날 38도 폭염이 올 거라는 뉴스. 나는 케군에게 바베큐를 다시 생각하자고 얘기했다. ‘하긴.. 그러네…’ 당연히 이런 반응을 기대했는데 케군 표정은 ㅇㅂㅇ?? 이랬다. 응? 왜 씨알도 안 먹히는 거지? ”38도쯤 괜찮지 않아? 바베큐는 원래 언제 해도 더운 거지. “라는 말이 돌아왔다. 이상하다. 내가 이상한가? 온도에 대한 우리의 온도차가 너무 심한 것을 만난 지 16년 만에 느끼는 충격도 플러스. 결국 가벼운 말싸움까지 했다. 나는 진심으로 그런 날씨에 최소 4시간 노출될 하루가 걱정된다는 것을 메인 의견으로 내세워 승소했다. 아이들은 땅에서 솟는 지열 영향으로 어른보다 7도나 더 높게 체감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상대방 마지막 변론이 아! 알았어 취소하면 될 거 아냐! 이래 가지고 갱장히 불편한 승리였지만 말이다. 그다음 날 시아버님이랑 같이 이자카야에서 저녁을 먹고 있을 때 ”오또상, 케군이 38도 날에 바베큐를 강행하자고 했다니깐요. 말이 댄다고 생각하떼요?“ (어른들한테 귀연척하면서 아부떠는 타입임) 하자, 아버님이 산타처럼 웃으며 “어허허허 나는 오히려 그런 타 죽을 거 같은 날 바베큐하는 거 좋아해서… 어허허허”
아….
케군이 왜 저런 반응이었는지 이해했다.
타 죽을 것 같은 날 많이 나가서 놀아봤겠구나. 여름을 이열치열로 났구나…
동시에 케군 얼굴을 봤다. 아빠가 자기 편들어주는 게 너무 좋아 주인 본 강아지 마냥 눈이 반짝반짝하는 게 웃겼다.
음.. 오케이. 너의 마음 접수.
그래서 나는 닛뽀리 역에 있는 <토네리 공원> 바베큐 장 예약에 성공했다. (여름엔 도쿄 내 바베큐장이 한정적이라 예약이 어렵다) 기쁨의 바우처를 케군에게 보내고 케군은 씬나서 쉐어카를 예약하고 우리는 34도의 바베큐를 즐기게 되었다.
케 : 34도나 38도나 그게 그거 아니야?
동: 응 아니야~
솔직히 34도도 바베큐 할 온도는 아니라고 생각해~라는 말은 구석에서 혼자 했다. 나는 사실 초겨울이나 봄에 하는 바베큐가 좋은데.. 한 여름에 왜 불을 피우면서 좋아하는 걸까.
후루사토 납세로 받은 최고급 소고기 지글지글.
*몰라도 되는 일본 생활 정보
후루사토 납세 : 현재 거주하고 있는 관할청에 주민세를 납부해야 하는 의무가 있지요? 그런데 특정 도시에만 인구가 밀집되니 지방의 재정이 어려워지게 된다. 그래서 주민세를 다른 지방에 납부할 수 있는 제도가 생겨남. 타 지역 주민의 주민세를 받은 지방은 감사의 마음으로 선물을 발송하기 시작함. 더 매력적인 선물로 우리 지방에 납부하도록 경쟁이 시작됨. 어차피 내야 할 세금으로 선물을 골라 먹을 수 있으니 납세자 입장에서는 마당 쓸고 동전 줍는 격이 됨.
납세 금액에 따라 상품도 다양한데 온천 여행권부터 가구, 진주, 전등… 지역 특산품 먹거리뿐만 아니라 공산품까지 있다. 우리 집은 주로 등급 좋은 고기랑 건어물, 쌀을 고르는 경우가 많다.
상추, 쌈장, 찌개, 김치로 줄창 하다가 드디어 우린 새로운 메뉴에 도전하게 되었다. 케군의 제안으로 그 스페인요리도 만들어봤다. 물론 슈퍼에 파는 가루를 사다가 툭툭 뿌리고 올리브 오일을 흥건히 넣은 것뿐이지만.
나는 이걸 뭐라고 부를지 잠시 고민한다.
정식이름은 Gambas al Ajillo ‘감바스 알 아히요’라고 한다는데 한국은 감바스로 알려져 있다. 감바스는 새우라는 뜻뿐이란다. 근데 반대로 일본은 아히요 부분을 부른다. 저긴 마늘이라는 뜻뿐이란다. 솔직히 아히요도 아니고 ‘아히죠’란 생뚱맞은 발음으로 정착한 일본식은 뜻도 소리도 거슬려서 부르고 싶지 않은데 ‘감바스 알 아히요’라고 풀 네임으로 부르는 것도 어색해.. (재수없고부끄러워?) 그래서 감바스 요리라고 써 보기로. 왜 씨잘데기 없이 요 딴 일에 시간을 허비하나 한심해 보이겠지만 그냥 매번 이 요리를 보면서 걸리적거렸던 내 기분의 뿌리를 한번 찾아봤다. 여러분은 내 블로그에 15년간 오면서 나한테 그냥 시간 허비하고 말려든 것뿐이다. 정보도 아니고 웃기지도 않은 글을 줄줄 쓰는 건에 대해서는 진짜 미안한데 내가 이런 생각을 혼자 안 하고 같이 보게 하는 거 하루 이틀도 아니니까 이제 슬슬 익숙해지지 않았겠어? 아.. 얘 또 오늘 의식의 흐름대로 쓰고 있구나. 나는 이걸 왜 보고 있지 하지만 15년 ‘으리’가 있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상상하며 난 이런 말을 쓰고 만다.
그리고 내가 새롭게 도전한 메뉴는 토르띠야~
평소 먹는 쌈 채소에 살사 소스 한 병, 토르띠야 사 오면 준비 끝이었다.
구운 야채도 넣고 돌돌 말아 와구와구.
행!!!복!!!해!!!!
진짜 진짜 진짜 추천합니다.
소고기 닭고기 돼지고기 뭘 넣어도 다 맛있다고요.
그리고 케군이 스틱 파인애플 (일본 편의점에 냉동이 팔대요?) 도 사 와서 구웠다.
이거슨, 브라질 고기 뷔페 슈하스코 스타일이 되시겠다.
경계심 많은 이 아이를 위해 일본 야키소바와 일본식 야키니쿠 소스도 준비해야 했음.
닭날개도 구웠다. 캬.. 닭 날개 정말 추천합니다. 겉이 바삭바삭.
마지막 마무리는 남은 마늘과 감바스 요리에 쓴 오일로 갈릭 라이스를 볶았다. 불 조절이 안 되는 철판에 홀라당 탔지만 보기보단 맛있었다.
그렇게 아침 10시부터 3시까지 바베큐를 즐기고 나의 스릴 있는 운전으로 집에 도착해서 세 식구가 마음의 진정을 한 후 저녁 산책을 다녀왔다.
점점 나아지고 있어요 ㅋ
그렇게 믿고 있어요 ‘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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