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산책 VEGAN Gyoza

야마노떼선 타는 거 정말 오랜만이다. 나는 도쿄에 상경하면 도쿄 한가운데를 빙글빙글 도는 야마노떼 라인은 매일 탈 줄 알았다. 내 생각보다 도쿄는 훨씬 크고 내가 사는 세상은 점점 손바닥만해 질 줄 몰랐지. 이십 대엔 몰랐지 뭐야.

휴루랑 장금이 언니랑 비건 만두 집에서 만났다.

<VEGAN Gyouza> 우구이스다니 역에서 10분 정도 걸었다. 조용한 주택가 안에 혼자 반짝반짝 있는 식당이었다. 정말 조용한 주택가 안에 식당이라곤 여기밖에 없었는데 어둑해지기 시작할 땐 이미 테이블이 꽉 찼다. 끊임없이 손님이 왔다. 그것도 외국인만. 우에노나 아사쿠사처럼 관광객이 한번쯤 찾는 곳도 아닌 도쿄 구석 주택가 안에 외국어로 가득 차고 바쁘게 성업 중인 비건 교자집. 이 동네 사람들은 아마 깜짝 놀랐을 것이다. 당최 저긴 뭔데 저렇게 유명한지.

마늘교자, 셀러리교자, 생강교자, 부추교자…. 스파이시가 아낌없이 맛을 낸 도톰한 교자는 고기 따위 필요 없었다. 여기는 휴루의 비건 미국인 남편이 알려 준 곳이었는데 비건이 아닌 휴루도 여기 교자가 맘에 들었고 아무도 비건이 아니지만 우리도 대박 인정하며 맛있게 먹었다.
비건인들이 여행 갈 때 세계 어디에서도 비건 식당을 찾을 수 있는 네트워크가 있다고 하대? 그런 곳에선 유명한 모양이었다.

같은 시기에 같은 공간에 사는 사람들도 세대며 조건에 따라 다른 정보를 가지고 있는 거 재밌다. 나도 일본에 사는 한국 주부들 네트워크를 보는데 우리끼리는 어디에 무슨 한국 음식점이 오픈하는지 왜 그 가게가 금방 망했는지 한국인 의사와 미용사가 어디에 있는지 일본 간장이랑 한국 간장이 뭐가 다른지 뭘 쓰면 한국음식이랑 가장 비슷하게 되는지 전혀 다른 시각에서 일본을 바라본다.

최근에 알게 된 건, 비싸게 수입된 미숫가루 살 필요 없이 그냥 편의점 키나코 가루 (대두 콩가루는 150엔이면 어디서든 살 수 있다.)에 우유 넣으면 미숫가루나 다름없다는 것. 오뎅 파는 코너에 가면 ’치쿠와부‘ 라는 길쭉한 식자재가 파는데 그거 어묵 아니고 그냥 밀가루 뭉쳐놓은 거라는 거. 그래서 썰어서 떡볶이 만들면 싸구려 학교 앞 떡볶이 그 맛 된다는 거. 멸치 액젓 찾으러 다니지 말고 동남아 요리에 많이 쓰는 ‘난프라’ 넣으면 된다는 거.

없으면 없는 대로 살지만 이름만 다를 뿐 다른 나라 사람들도 사실은 쓰고 있거나 알맹이 들여다보면 그게 그거라 별로 어렵지 않게 구해졌다. 이럴 때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네 싶다.

그래서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면 재밌는가 보다. 나는 절대 알 수 없는 그들의 정보가 있다. 내가 모르는 비건의 도쿄는 진짜 재밌었다.

마지막으로 뉴욕 식당인 척 사진을 부탁했다.

긴시쵸에 질 좋은 야키니꾸집인데 그렇게 비싸지 않은 집 발견해서 축제 분위기였던 우리 가족. 한 알에 300엔도 넘는 비싼 달걀을 시켜봤다. 저렇게 귀하신 몸 대접받으며 테이블에 온 게 너무 귀여워ㅋㅋㅋㅋ 하루가 날달걀에 밥을 비벼 먹는 일명 ‘타마고 카케 고항’을 먹을 수 있게 되어서 기쁘다. 새로운 텍스쳐 접수해 준 편식쟁이에게 칭찬. 칭찬.

록뽄기 힐즈 구경

오오츠카의 유명한 오니기리 집 <봉고>
한 번도 못 먹어봤다. 줄 서는 게 싫어….
사진의 뛰어서 길 건너가는 분도 봉고에 줄 서시더라고…. 그 정도라고..? 한 번은 먹어봐야되나… 근데 왜 아침부터 밤까지 줄이 있지…. 이런 생각으로 망설이는 난 아직 안 땡기나 봉고.

동네에 중국집이 문을 닫고 프렌치 가정식이 생겼다. 빵도 맛있고 키쉬도 맛있고 파테도 맛있다. 런치 메뉴에 파테가 들어있어서 너무 좋았다. 나는 저 고기 내장 막 뭉친 거 같은 덩어리 순대 같아서 맘에 든다.

한국어 수업 가는 날. 25살 한국어 진짜 잘하는 우리 학생에게 과자 하나 선물했다. 빼빼로 데이 기념이었는데 기분 나게 수입과자로. 길쭉하면 되는 거 아닌감.

휴루랑 장금 언니랑 두 번째 만남.

휴루가 한국에 짐을 다 보내고 평소 안 입는 캐주얼한 옷차림으로 왔는데 너무 귀여워서 까암짝 놀랐다. 위 아래 아이보리 색이 찰떡이었다. 이렇게 자신의 퍼스널 컬러를 찾는 건가 싶었다니까. 키가 작아서 통바지나 품이 큰 옷 피했다는데 아니다. 너무 귀엽다. 너무 잘 어울렸다. 훨씬 어려 보이고 뭐지? 분위기가 더 빛이 난다고 해야 하나? 피부도 좋아 보이고. 뭘까, 옷 색이 좌우하는 이 이미지 변화는 데체 뭘까.

휴루는 미국인 남편과 아들을 데리고 한국에 간다.
큰 부담과 불확실한 미래를 안고 가는 거라고 하지만 나는 부러움이 훨씬 컸다. 생활력과 계획력 침착함의 상징 휴루가 하는 일이라 걱정이 안 되는 것도 있고 너무나도 정착해 버린 내 인생에서 이제 모험과 큰 결정은 오지 않을 것 같은 예감에 조금 쓸쓸하기도 했다. 작년에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었다. 해외 항로가 풀리자마자 일본에 발이 묶여있었던 마마토모 중 절반이 해외 주재원으로 떠나버렸을 때 나 빼고 새로운 도전과 설레는 세상으로 뛰어드는 모습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이런 게 역마살인가. 아니지 가고 싶은데 못 가는 거니까 역마살이 없는 게 맞나. 그럼 역마살 있는 사람이 나는 부럽나 보다.

일본까진 왔는데.. 왜 역마살 끼다 만 거지. 아쉽네 아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