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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투명하고
하루는 퉁퉁불고

남바역 주변엔 신기하게 패밀리 마트가 상당히 많았다. 세븐 일레븐이 아주 간간히 보이고 로손의 점유율이 많이 밀렸다. 꼭 가야되는 편의점이 있는 건 아니라서 그냥 신기했다는 이야기. 패밀리 마트에 <닭가슴살, 브로콜리, 삶은 달걀> 반찬을 매일 아침 사 먹었다. 편의점에서 저런 완벽한 1인분 단백질 세트를 구할 수 있다니 기특하고 감사하고 효심같은 게 느껴질라그런다.

호텔 서랍에서 고데기를 발견했다.
까만 레버를 조작하면 반으로 갈라지면서 판고데기로도 변신했다. 오오- 이런 걸 호텔에? 진짜 매력적이다.
근데 고데기를 도데체 몇 년만에 쓰는 건지 모르겠다. 원래도 똥손이라 현란하게 쓰지 못했지만 너무 어려웠다. 내가 만들고 싶은 컬을 만들려면 위에서 오른쪽으로 꺽어야할지 왼쪽인지 아래인지.. 손목을 꺾는 방향은 어디..?고데기로 단번에 원하는 모양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신기해죽겠다. 아마 공간 능력이나 입체적 사고 뭐 지도같은 걸 머릿 속으로 생각하는 지능이 난 없는 거 같다. 어떤 느낌이냐면 백미러 보고 후진하고 싶은데 핸들을 오른쪽으로 꺽어야 할지 왼쪽으로 꺽어야할지 계산이 안 되는 거랑 비슷하다. 결국 몸으로 부딪혀보고 앞머리를 두어번 다시 빨고 나서야 성공했다.
이야… 고데기로 말은 앞머리는 하루종일 짱짱했다. 이래서 고데기가 여전히 팔리는구나. 하지만 난 사양할란다… 내 똥손은 이마를 두 군데 지져버렸다. 이틀간 화상입은 곳이 간헐적으로 화끈거렸다. 이 독한 것들… 살을 지지면서도 짱짱한 앞머리 못보내… (그냥 나 빼고 모두 손재주가 있을 뿐임 )


아침부터 폐장시간까지 오사카 박람회에서 느낀 점 몇 가지.
1. 그늘이 없다. 뙤약볕 주의
거기다가 섬이라 그런지 바람이 너무 불어서 챙겨간 양산은 거의 기능을 못했다. 하지만 난 선바이저를 가져가서 머리에 꼭 끼는 챙을 썼다.

2. 낮 시간 메이저 전시관은 예약 아니면 대부분 못 감.
비인기 장소지만 갈 수 있는 곳을 열심히 돌아다녀야했다.

일본의 나전칠기 느낌의 공예로 만든 마키에 지구본.

옻칠을 하고 금가루를 뿌려서 만든다.
도쿄 지도가 장관이었다.
3. 한국관
추첨에서 다 떨어졌는데 딱 유일하게 한국관에 당첨됐다. (이것도 참 신기 ㅎㅎ) 한국관 인기 좋았다. 예약 없이는 못가는 전시관 중 하나였다. 참고로 가장 인기 많았던 곳은 미국, 다음이 프랑스였다.





여기에 이산화탄소 CO2를 입으로 불어 넣으면

H2 비누방울이 떨어지는 장치.
외관에 엄청나게 큰 한국산 스크린이 반도체 나라의 자존심을 으시대는 것이 참 보기 좋았다.
그런데 대기업들은 그다지 참여하고 싶지 않았는지 거의 대부분을 관광청에서 힘쓴 느낌이었다. 마지막에는 무명 아이돌들이 오글거리는 연기를 하며 케이팝 댄스와 함께 억지스러운 캠페인을 하고 끝났다.
전시보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한국관 스텝들의 메이컵과 헤어 의상이었다. 모든 파빌리온을 통틀어 유니폼이 제일 예뻤다. 다들 볼터치랑 립이 다 뽀용하고 인스타에서 튀어나온 것 같았다. 역시 트렌드의 아이콘 코리아.

4. 음식은 최저가가 1000엔
하루가 우동 먹고 싶다고 해서 (얘는 언제나 우동을 먹고 싶다고 하지만) 평소처럼 우동, 오니기리, 튀김을 적당히 시켰다. 보통 둘이 2000엔 쯤 나오는 양이었는데 영수증에 4400엔이 찍혀있었다. 어이쿠야…




케군이 옆에 베트남 음식도 먹고 싶다고 그래서 1400엔짜리 튀김을 하나 시켰더니

누가 먹다 남은 접시같은 게 나왔다.
무시무시하구만.

케군이 독일 음식 집에서 30분 줄서서 받아온 음식은 좀 맛있었다. 그리고 역시 비쌌다.

이번엔 맥주 사러 맥주 줄에 다시 선다고 해서 그의 집념에 나는 경의를 표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 줄이 아무리 길어도 독일 맥주와 독일 음식을 완벽하게 세팅해놓고 먹기 시작하는 케군은 정말 행복해 보였다. 나는 케군이 가끔 인내심이 많은 게 아니라 그냥 좀 바보 같아… 아니야.. 진짜 인내심이 많은 거겠지? 하루랑 나는 케군의 독일 잔치를 말 없이 존경의 눈빛으로 기다렸다.
동: 우리 진짜 독일에 여행가자.
케: 응!!
또 행복해 보인다.


아무래도 2억엔 화장실을 찾은 거 같다.
그림같은 계단 벤치 아래에 화장실이 있었다.
(진실은 아무도 모름)
5. 전시 말고도 산책의 재미
우리는 동쪽 출구에서 서쪽 출구까지 가로질러 보기로했는데 곳곳에 신기한 거울 아트나


아방가르드한 놀이터를 만나고

계곡처럼 물이 첨벙대는 곳도 있었다.
동네 사람들 부럽…

6. 전기차

잠시 쉴 수 있는 전기차가 현대차였다! 여기저기 핸드폰 케이블이 연결되있어서 다들 핸드폰 충전을 하러 쉬다 갔다.


옆에 옷 맞춰입고 온 쌍둥이들 너무 귀여벙..
7. 개그쇼. 오와라이 무대가 있었다.
오사카 하면 희극인 등용문인 요시모토 소속사가 있는 곳.


8. 서쪽 문에서 볼 수 있는 거대 건담과 아톰



캐릭터 먀쿠먀쿠를 징그럽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얘는 정말 천재적이라고 생각한다. 저 징그러운 비주얼 한 번 보면 잊을 수가 없다. 덕분에 빨강 파랑이 믹스 된 무언가를 보면 바로 오사카 박람회를 떠올리게 만든다. 쟤는 빨간 부분이 세포고 파란 부분이 물이라서 고정된 형체를 가지고 있지 않고 아메바처럼 변형이 가능하다. 고양이로 변신한 모습도 있고 사람 모양으로 서 있을 때가 있고 사자 같은 애도 있다. 여러 버전으로 굿즈를 팔기에도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 디자이너의 레퍼토리도 끝없이 나오기 쉽고 돈 벌기 쉽고 임팩트 쩔고. 뒤에 꼬리도 있었음.
9. 너무 멀어서 왕복은 무리다.
서쪽에 도착해서 동쪽 출구까지 전기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유료였다. 버스 대수도 그렇게 많지는 않다. 잘 생각하고 동선을 짜야한다. 박람회장은 엄청나게 넓은데 거의 대부분 걸어서 이동해야했다.


10. 진동이 전해지는 전화기
냄새나는 티비 이런 거 나올 거라고 어렸을 때 들은 거 같은데 그런 건 없고 진동이 전해지는 전화기가 있었다. 반대편에서 쾅쾅 내리치면 여기에 쿵쿵 진동이 울렸다. 와…신기하다…
… 어따 쓰지?
상대가 얼마나 열받았는지는 잘 알아듣겠군..
상상력이 없어서 유익한 활용법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



잠시 건물 감상을 해 보실까요.

모나코

아제르바이잔 공화국

와… 중국!!
한자의 창조국
따거!

따거!!
황비홍 보고 자라서 따거! 형님!
이거 여태껏 잊지않음.

감탄하다가 어디였는지 잊어버림.


일본기업…인디…

노을이 지면 압도적으로 아름다웠던 프랑스!!

포르투갈



오스트리아. 저건 멀리서 보면 음표모양이었다. 멋짐 폭발…
이렇게 바깥을 구경만 하는데도 볼 건 많았지만 정말 너무 걸어서 지쳐갔다. 근데 누구보다도 하루가 얼굴을 찡그리고 짜증을 내길래 진실을 깨우쳐줬다.
동: 힘들면 호텔에 갈래? 엄마랑 아빠는 하루가 가자고 하면 갈거고 있자고 하면 있어줄거야. 여기 하루를 위해서 온 거 안 잊었지?
갑자기 자신의 처지를 깨달은 하루는 정신이 번쩍 들었는지 얼굴을 활짝 피며 기운을 냈다.
하: 안 가. 엄마 나 안 힘들어. 응 괜찮아.
아이가 주도권을 가지고 선택을 해야하는 이유를 실감한다. 여기는 하루가 가자고 해서 온 거고, 니가 힘들면 우리가 징징대는 아이를 끌고 다닐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아이도 전적으로 동의한 후에 이런데를 와야 좋다.
11. 말레이시아 관




12. 콜롬비아 관
들어가자마자 커피 향이 황홀하게 가득찼다.





13. 미츠비시 관
1시간 기다려서 입장했다. 17시 이후부터 줄이 줄어들어서 열심히 다녔다.


우주여행 느낌. 과학 교육이라 대만족을 하고 나왔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일본어라서 외국인들에게 추천할 수 없는 전시관이었다.


또 다른 푸드코트에서 저녁밥을 해결했다.


볶음밥을 주문하고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옆에 아주머니랑 한참 수다를 떨었다. 우리처럼 도쿄 옆 요코하마에서 와서 야간권이랑 다음날은 종일권을 끊었다고 한다. 오오.. 신칸센을 하루 차이로 비슷하게 타고 왔다.
그래서 하루 일찍 온 슨배로서 여러가지 좋았던 파빌리온이랑 별로 였던 데를 콕콕 찝어드렸다. 요코하마 어머님이 열심히 핸드폰에 메모하셔서 뿌듯했다. 둘이 음식 값이 어이없다고 박람회를 같이 까고 급 친해졌다.

14. 야경 속 드론쇼
밤 9시쯤 엄청난 사람들이 그랜드 링 위로 올라가길래 뭔가가 시작되겠다는 직감이 왔다.

그리고 드론쇼가 시작되었다.
나는 태어나서 처음 드론쇼를 본 거였는데 심장까지 닿는 폭음과 함께 터지는 하나비도 좋지만 고요함 속에 빛나는 드론쇼엔 무음이 전해주는 감동이 있었다.






귓가에 수없이 많은 드론의 엔진과 날개짓 소리만이 우우우웅- 하고 들려왔다. 수 많은 사람들이 조용히 한 곳을 응시하며 집중하는 모습이 왠지 간절히 기원하는 것 같아서 경건해지더라.

그리고 마지막에 나타난 이 글귀로 다들 진짜 하나가 되었다.
다음 장면에서 바로 스폰서의 광고가 나오는 덕분에 다들 빵 터져 웃었다. 그리고 출구를 안내하는 드론들.

미쳤다.
하늘을 스케치북 삼아서 뭐든지 그릴 수 있다는 게 완전 미래다. 하나비에 쓰는 화약은 한 번 쇼를 하기 위해 1년의 제작기간과 숙달된 장인이 필요하다고 한다. 위험천만해서 국가 고시 급의 자격증도 필요하다고. 그런데 그에 비하면 거듭 테스트를 해도 타격이 적고 표현도 자유자재로 가능하다. 와… 심지어 소음도 없어.
다음 세대의 새로운 챕터를 맛 본 거 같아서 감격스러웠다.


꼬리 잡는 사진을 부탁했다.
하루가 알았다더니.. 뭘 알았다는 거지.. 내가 하는 한국말을 평소에 얼마나 알아듣고 있는지 불안해지는 순간이었다.

드론쇼를 보느라 다 같이 출구로 나가는 바람에 지하철 역까지 정말 많은 사람들과 이동해야했다. 펭귄처럼 뒤뚱뒤뚱 아주 천천히 그리고 신중히 행동했다. 어린 아이들도 섞여있기 때문에 모두가 인내심과 주의력을 엄청나게 발휘하며 조심히 당도했다. 서로서로 양보하며 안전하게 이동해 준 모두에게 한 아이 엄마로서 너무 고마웠다.



드디어 오사카 박람회 마무리!
하루는 침대에 눕자마자 기절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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