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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군이 ANA주주들만 응모할 수 있는 격납고 투어를 신청해서 세 번의 낙방 끝에 당첨했다. 오로지 ANA 주주투어를 위해 주식까지 사고 아들의 꿈을 응원하는 케아빠. 든든하다.


전국에서 모인 주주들은 딱 보기에도 수많은 주식 가운데 우연히 가지고 있는 ANA주식의 우대 서비스를 받으러 온 분위기였다. 부자의… 때깔들이 많이 다르심 ㅋㅋ


어떤 할머님은 뼛속까지 비행기 오타쿠셨다.
비행기 외길 인생 십 년인 하루도 지지 않았다. 가이드 직원이 낸 퀴즈를 다 맞히고 이유까지 설명하는 신동 포스. 너… 정말 비행기가 좋구나…
우연히 우리 그룹 맨 뒤에 현직 파일럿 할아버지가 동행하셔서 나는 몰래 진로에 대해 엄청 물어봤다. ANA 파일럿의 가장 많은 출신 대학이랑 가장 유용한 스펙이랑 최단 경로랑 아니면 샛길도 있는지 ㅋㅋ 역시 경쟁이 치열한 업계이고 뭐니 뭐니 해도 일단 영어가 제일 큰 산이 될 거 같다. 듣고 나서 LCC도 괜찮고 국내 작은 소형기도 괜찮다는 하루. 꿈이 원대한 건지 소박한 건지 알쏭달쏭하다. 애가 참 현실적이라 우리 부부는 웃었다.
근데 살아보니 좋아하는 분야에 한쪽 발이라도 담그는 거 자체가 인생 성공이고 원대한 꿈이더라는.

케군 헬멧이 너무 꼭 맞아.
뇌에 혈류가 흐르는지 걱정되었음.

어디 막 나서는 스타일이 아닌데 기내용 튜브 체험하고 싶은 사람~ 말이 끝나자마자 번쩍 손을 든다. 너… 정말 비행기 좋아하는구나…

질소로 부풀리기 때문에 바람이 차오르는 순간 차갑다고 한다. 신기하네.
나는 어릴 때 무언가에 열정을 쏟거나 몰입해 본 적이 없어서 보는 내내 되게 부러웠다. 내 국민학교 시절은 정말 뿌옇게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 오랜 시간 동안 그림이라도 열심히 그리고 노래라도 열심히 불렀으면 뭐가 됐든 됐을 텐데. 한번 본 걸 다 외워버리는 아동기에 전문적인 것을 흡수하는 기회는 인생에서 재산이 된다는 걸 그땐 내 주변사람 누구도 알지 못했다.

내용을 요약해서 여름방학 숙제도 마쳤다. 너무 즐거운 연구를 하는 중이라 시간 가는 줄도 모름.

엄마 생일이라고 백엔샵에서 이것저것 사다가 선물을 해 줬다. 토이즈 에그는 왜 넣었을까 물어봤더니 엄마의 간식 취향이 초코랑 과자를 같이 먹는 걸 좋아하는 거 같길래 초코 찍어 먹을 수 있는 과자를 사 봤다고. 쟈가리코는 오징어 땅콩 다음으로 내가 좋아하는 과자다. (오징어 땅콩은 없었다고 함) 수제 배찌는 먹어 없어지는 선물만 있으면 슬프니까 형태가 남는 걸 주고 싶었다고. 이렇게 F스러운 선물은 없다. 감동하고 바로 먹었다. 너무 감동적이라 아까워서 못 먹는 일 따위 없음.

생일 기념으로 엄마가 가고 싶은 가게에 같이 가 준다고 해서 <시아와세노 팡케키>를 골라봤다. 이제 좀 더 크면 이런 낯간지러운 패케이크 집엔 안 가 줄 거 같았다.

제철 복숭아 천지인 팬케이크 생일 상


서로 무서워함


이거 너무 애니 같은 순간이다.

이것도 일본 여름 애니 같은 순간이군.


주황색 하늘이 밀물처럼 밀려오는 순간


어느 중학교 설명회 끝나고 근처에 있던 카페에 들어갔다.


대접에 수제 커피 젤리를 만들어 파는 카페여서 하루는 심봤다. 커피 젤리를 진짜 좋아함.


고구마 들어간 애플파이 기다리는 중.
하루가 어떻게 사과를 넣고 빵을 굽냐고 (제정신이냐고) 이해를 못 했다. ㅋㅋㅋㅋㅋㅋ 너가 안 먹을 뿐이지 맛있는 거다. 이 녀석아.

드럼을 시작하고 반년이 지났다.
음악 학원에서 라이브 하우스를 빌려 발표회를 열어줬다. 여러 연주를 봤는데 고등부 학생들의 연주가 너무 멋있어서 깜짝 놀랐다. 다 큰 하루가 드럼을 치는 모습을 상상하며 벌써 입덕할 지경이다.

엄청 파워풀하게 후드려 때리는 연주 스타일이심.
스트레스 풀려고 드럼 배우는 거 아니지..?

또 다른 중학교 견학을 끝내고 집으로 가는 길. 학교도 영 맘에 들지 않고 역까지 너무 멀었다. 매일 통학하기엔 어렵겠다… 헛걸음한 것만 같아서 둘 다 실망하며 걷느라 더 멀게 느껴졌다. 그런데 눈앞에 아주 작은 호수 공원이 보였다. 저수지? 웅덩이? 아무튼 작은 곳에서 보트 놀이도 250엔 밖에 안 했다. 내가 노를 저을 거니까 엄마는 아무것도 안 하고 타고만 있으라고 꼭 타고 싶단다. 말은 저렇게 하고 결국 나한테 떠 넘겨지겠지. 나름의 각오를 하고 탔는데 30분간 호수를 한 바퀴 돌고 운전 테크닉을 습득해서 보트 반납 시간까지 쉬지 않고 노를 저었다. 생각도 체력도 이제 아이 같지 않다. 뭔가를 배우면 노련해지기까지 하는 모습이 놀랍다.




드디어 아들이랑 데이트하는 기분 남.
아들 낳기 전에 이런 상상을 하면서 아들을 바랐는데 십 년 밖에 안 걸렸네… 죽을 것처럼 힘들고 시간이 안 가서 미칠 것 같더니… 요즘은 눈 감았다 뜨면 성큼 지나있고 훌쩍 커져 있다. 물처럼 모래처럼 줄줄 새는 것이 잡히지 않아 애가 타는 날이 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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