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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학교에서 준 중요한 종이 (서류) 같은 거 집에 안 주고 가방에 ‘쑤셔 넣은’ 애들 되게 많아.

오오 쑤셔 넣다!

이런 표현 쓰는 한국어 학습자를 본 적이 없다.
구겨 넣다까지는 불가결 한 표현이지만 ‘쑤셔 넣다’는 굳이 쓸 필요성이 없기 때문이다. 과격하고 지나친 행동을 감정적으로 묘사하려고 기어코 쑤셨다는 말을 고른 것이다. 가끔 하루가 이런 네이티브 면모를 보이면 너무 즐겁다.

어떻게 알았냐면 당연히 내가 과격하고 지나친 행동을 감정적으로 묘사하려고 굳이 썼기 때문이지만 말이다.
하루야 도대체 왜 양말을 이런데 쑤셔 넣는 거야~
하루야 아니 왜 휴지를 쑤셔 넣고 안 빼!
하루야…. 누가 여기다가 지우개 쑤셔 넣으랬어… 그것도 아주 그냥 산산조각을 내서!!!
등등 수많은 예시를 들어주었지.

이유가 어찌 됐건 애미 걈둉… ;ㅂ;

할머니가 병상에 누운 지 이제 5년이 지났다. 할머니랑 손잡고 놀러 다니던 기억은 멀리멀리 잊은 지 오래.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쭈뼛쭈뼛한 시간을 얼버무리려 그림을 그리는 하루.

학교 급식이 이렇게 나온대요~
나는 마치 중간에 통역사처럼 하루 그림을 설명한다. 호스를 꽂고 누워계시는 시어머니께 음식 이야기는 안 하는 게 우리 가족 암묵적 룰이지만 손주가 고사리 손으로 그렸으니까 괜찮아. 귀여워서가 아니라 그림이 맛있어 보이지 않아서 괜찮다.

츠키지 시장 안에 있는 바베큐 장에 예약해서 가 봤는데 재료를 꼭 츠키지 시장 안에서 구입해야 하는 시스템이었다. 내부 경제 순환 느낌으로.
근데 여기… 완전 바르셀로나네?
일본인은 거의 없고 외국인만 가득인데 재료랑 음식들 값이 아주 그냥… 대 놓고 등쳐먹는 숫자다.

고기 한 조각에 2천엔 3천엔…
너무 비싸서 지갑이 안 열린다.
뭐 뭐!!! 도대체 얼마나 신선하고 고급이길래!!

바베큐 장에 사람 없는 거 봐…
다들… 지갑이 안 열리는 거지.

바베큐 기본 옵션에 있는 것만 먹기로 했는데 확실히 조개랑 해산물이 맛있긴 했다.

근데.. 솔직히 막 월클까진 아니고… 외국인들이 먹고 떡실신하고 그렇지는 않을 듯..

성게 덮밥이 9980엔.
그냥 참치, 연어 올린 밥이 개나소나 만 엔이었다.
슈퍼에서 3천 엔어치 사시미 사다가 올려 먹어도 저 느낌은 나오고 가까운 바닷가 (치바, 가마쿠라 등등) 가서 달라고 해도 엄청 신선한 해산물 덮밥 3천 엔이면 먹을 것이다. 호텔이나 백화점 식당가에서 신선함과 맛 보장된 해산물 덮밥을 먹을 수 있는데 비싸도 5천 엔대 확신한다.
츠키치… 추천하지 않습니다.
최근 이렇게 추천하지 않는 곳은 없다.
정말 말리고 싶다.

양심적인 딸기 다이후쿠였다. 간판 너무 귀여워 ㅋㅋㅋㅋ

걷다가 발견한 주인 잃은 인형…
오모나.. 관광객이 잃어버리셨나 봐.
이게 무슨 캐릭터지? 느낌상 아시아 인형 아닌 거 같아.
한국인이 달고 다니는 인형은 거의 카카오톡 캐릭터고 일본인이나 중국인이 달고 다니는  인형은 산리오, 포켓몬, 스미코쿠라시 캐릭이 많은 기분이 든다ㅎㅎ 저런 형광색 알록달록은 왠지 북미일 거 같은데? (인형에 관한 나의 선입견ㅋㅋㅋ)

근시 진행 시작 ‘ㅁ‘
(아구 속상해…)

나고야에서 사 온 오미야게가 있었다.
도자기 많이 생산하는 도코나메에서 변기도 만든다는데 변기 모양 모나카가 있었다. 변기 뚜껑 열고 팥 앙금을 안에 넣어 먹는다. 뿌지직. 넣는다.

설명서에 너무 응가처럼 짜면 비위 상할 수 있으니까 조심하라고 쓰여 있다 ㅋㅋㅋㅋㅋㅋㅋ 빵 ㅋㅋㅋㅋㅋㅋ

학교 갔다 오니 소노다가 하루 자리에서 공부 중.
하루 빵 터짐 ㅋㅋㅋㅋㅋㅋㅋ

치아 정기 검진.
이제 어금니가 반 넘게 빠지고 새로 나왔다.
이렇게 무럭무럭 급성장해도 되는 거예요?

치과 가면 지우개 장난감 하나씩 받아온다.

언제 찍었어.

뭐야ㅋㅋㅋㅋ
여기는 <하마 스시>라는 회전 초밥 체인점인데
하마 스시니까 하마 데려가야 한다며 하마스시 갈 땐 쟬 꼭 챙긴다.

-파파, 얘는 하마니까 하마스시 집에 온 거야.
-걔 이름이 하마구나~
-아니 얘를 하마라고 해.
-이름이 하마구나~
-아니 ㅋㅋㅋㅋ 아.. 됐어.

한국어 모르는 아빠는 괜히 소외당한다.

다 같이 오랜만에 철도 박물관에.

철도 운전 시뮬레이션 코너에 너무 진지한 어른들이 많아서 매번 컬처쇼크 온다.
찐한 오타쿠의 세계.

누룽지들고 피난가시나요


4학년이 되고 담임선생님이 너무 좋은 선생님으로 당첨됐다. 인도네시아에 있는 일본인학교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분이셨다. 어느 날 이스라엘 여행을 하다가 근처에서 총격전을 경험하셨단다. 그리고 아! 나는 좀 더 세계 어린이들을 위해 많은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하셨다고. 아이들과 첫 만남 때 인도네시아어로 자기소개를 했더니 아이들이 우스꽝스러운 선생님 발음을 듣고 자지러지게 웃었더란다. 그 모습을 보고 더 우스꽝스럽게 장난치더라는 말을 듣고 정말 너무 좋은 선생님이다!! 마음에 들었다.

첫 학부모 회의 때 한 명씩 일어나서 엄마, 아빠들끼리 자기소개를 했다. (어우 일본어 스피치 시간 다가옴.. 젠장… 벌벌…)
-저희 아이는 운동이나 스포츠는 소질이 없지만 이야기하면서 노는 거 좋아하고요. 특히 여자 아이들이 말 걸어 준 날엔 집에서 자랑하고 그래요. 집에서 저랑 한국어로 대화하는데 솔직히 한국어는 배워도 써먹을 곳이 없거든요. 그래서 소소하게 ‘이건 한국어로 뭐라고 해?‘ 하고 물어봐주면 이중언어를 계속할 작은 힘이 됩니다. 잘 부탁드려요~
하고 소개했다.

그랬더니 담임 선생님이 적극적으로 나서주셨다.
어느 날은 급식 먹기 전에 ’ 하루군 한국어로 이따다키마스‘ 뭐라고 해? 하고 물어봐 줘서 하루가
-어… 있긴 있을 텐데 저희 집에선 잘 말 안 해서 모르겠어요.
대답했단다. 그리고 집에 오자마자
-엄마! 이따다키마쓰 한국말로 뭐야?
물었다.
-잘 먹겠습니다… 긴 한데.. 학교나 유치원에서 단체로 말하지 않고선 잘 안 해. ‘와~ 맛있겠다~’는 하겠지 ㅋㅋ
현실 조언을 했다.
하루는 음.. 내가 틀린 답을 한 건 아니 군하며 안심했다.

어떤 날은 선생님이 축구 응원가 이야기를 하다가
“하루군 한국에선 ’대~!!한 민!국!‘ 이렇게 응원하지? 그거 힘내라~~ 이런 말이지?”
하시길래 하루가
-아뇨. 대한민국이란 뜻이에요.
하고 가르쳐줬다고. 그리고 집으로 부리나케 달려와서 아는 거 물어봐서 엄청 기뻤다했다. 우연히 얼마 전에 유튜브에서 2002년 월드컵 송들 몰아 들으며 둘이 놀아서 알았던 것이다.

내 생각엔 선생님이 알면서 일부러 틀린 척하신 거 같기도 하고 아무튼 틈틈이 하루가 한국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시는 거 같다. 애미 걈둉…

오랜만에 하루 유튜브 영상 2개 올렸어요.

하루 유튜브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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