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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에 해리 포터 전권을 다 읽었다.
나는 그 나이 때 독서에 대한 집념, 흥미 하나도 없었는데 너무 놀랍다. 그리고 상상력이 부족해서 아니 아예 상상 같은 거 할 줄 몰라서 판타지 소설은 도대체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진짜 재미가 없었다. 세상에 없는 것들을 글로만 읽고 상상하는 게 너무 귀찮았다. 하루는 소설로 다 읽고 영화도 전부 봤다. 소설이랑 영화가 다른 점을 찾는 게 재밌었단다.
어느 날은 종이에 자기가 아는 주문을 리스트로 만들어서 학교에 가져갔더니 해리포터 마니아 아이들끼리 복사해서 돌려보고 물개처럼 다들 좋아했다고.
너무 순수해 ;ㅁ;



하루는 새로 자른 머리가 너무 맘에 들었다. 사방으로 사진을 찍으라고 지시하더니 다음에 미용실 갈 때 이 사진을 보여주자고 한다. 나보다 똑똑하다.






케군의 이어폰을 수리하러 애플 스토어에 왔는데

테이블 위에 손을 갖다 대면

위잉-하고 콘센트가 튀어나왔다.
이걸로 20분 놀았음

매일 늦잠 자고

여러 자세로 공부하고



엄마랑 공부하러 카페도 많이 다녔다.
한국에 스터디 카페라는 게 있다던데.. 진짜 부럽다. 여긴 카페 테이블이 너무 작아서 컵 쏟을라 필통 떨어질라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카페에서 공부 좀 하지 말라는 상술이겠지만 꿋꿋이 다들 공부한다 ㅋㅋ


아직 안경이 너무 어색하다는 하루



여름방학 때 학원 성적을 엄청나게 올렸다.
야나기네 엄마가 방학 때 하루 성적이 진짜 많이 올랐던데 비결이 뭐예요!!??? 하고 물었다.

비결은 하루 4시간에서 6시간 동안 내가 옆에서 국어 수학 과학 사회 전 과목을 같이 공부했기 때문이다. 이해 안 되는 건 같이 동영상 보고 기초문제는 시합해서 둘이 똑같이 풀고 과학 사회는 내가 옆에서 계속 퀴즈 냈다.

엄마가 옆에 딱 붙어 감시하면 엄청 짜증 나는 일이지만 우린 내가 가르치는 입장이 아니라 같이 배워나가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산수는 하루가 먼저 이해하고 나를 가르쳐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엄마, 여기까지 알겠어?
-엉.
-진짜 알겠어? 좀 못 믿겠는데?
-ㅋㅋㅋㅋ 진짜 알았어.
-대충 말고 마음속으로 진짜 알았냐고.
(ㅋㅋㅋㅋㅋ 너무 웃김. )
-어 ㅋㅋㅋ 이론적으로 아니고 딱 와닿았어.
-그럼 설명해 봐.
-…..
(모르는 거 들킴)
앞에 나가서 나한테 설명해 주고 있다. 그런데 엄마 학생 휴지심에 그림 그리고 놀고 있음.

외동 특징 : 인형들이랑 대화함


원래 다니던 영어는 쉴 새 없이 계속 단어를 외우고 쪽지시험을 보는 곳이었다. 어느 날 하루가 너무 심각한 발음을 하고 있는 걸 발견했다.
선생님이 그렇게 가르쳤어? (ㅋㅋ 누가 이따위로 가르치든? 이런 말투 아님 ㅋㅋ) 영어학원 선생님 발음은 어떠냐고 물어봤더니 선생님이 영어 하는 거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데? 라지 않는가. 일본인 선생님은 무슨 학습지 채점 알바처럼 쪽지 시험에 동그라미만 줄창 치고 있단다. 그리고 다른 애들이 바글바글한 교실에서 자기 혼자 R발음 굴리며 발음하는 게 창피하다는 말을 했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기 전에 단어 가르쳐주는 영어 학원을 그만뒀다. 그리고 내가 다니는 영어학원 일대일 수업에 하루를 등록시켰다. 영어 학원에 드는 돈이 한 5만 원 정도 비싸졌지만 100프로 원어민 선생님과 하루 단 둘이 이건 뭐… 부라보다. 선생님의 관심이 하루에게만 집중되고 하루 전용 발음 수업, 하루 전용 개그, 하루 전용 숙제가 나가니 영어에 대한 흥미도 엄청나게 커졌다. 그리고 나랑 둘이 같이 다니니까 가족할인, 학생할인, 친구소개 이런 제도를 풀로 활용해 생각보다 저렴했다. 왜 진즉에 이 생각을 못했을까…
이 날도 우에노에 영어 수업을 하고 오오토야에 정식을 먹으러 갔다. 너무 재미난 선생님을 만났다며 수업 끝나고 나오는 하루 얼굴이 계속 배시시 했다.
선생님이 카드 게임도 같이 해 주고 끝말잇기 같은 것도 해 줬단다. 오예 돈 값을 하는 군. 부라보 부라보.
예전에 어떤 방송에서 도쿄대학생들한테 자신이 왜 공부를 잘하게 된 거 같냐는 질문을 했는데 많은 학생들이 사실 사교육비에 대한 지원이 많은 가정에서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는 거 같긴 하다며 특히 영어는 현지에 가지 않는 한 투자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과목인 거 같다는 말을 했다. 영어 학원을 6번째 옮기며 절실히 동감하는 말이었다.



밥 먹고 우에노 시장을 산책했다.

한국 음식점 아저씨가 야 너 한국말 잘한다~ 하시며 공짜로 막 과자를 주셨다. 근데 여기서 이런 시추에이션이 두 번째다. 아저씨 사실 저번에도 우리 애 한국어 잘한다며 과자 주셨었어요. 하니까 허허허허 웃으셨다. 나는 감사하고 미안해서 잡채를 하나 포장으로 시켰다. 자꾸 과자 쥐어주는 남편을 흘기는 듯한 어머님 얼굴을 봐 버렸다. ㅎㅎㅎ




밤 산책 끝



테이블을 이방 저방 옮기며 공부 환경 바꿔주기도 하고


모스 버거 집에서 공부하는 걸 제일 좋아했다.
옆에서 하루 귓구녕을 보는데 입구에 너무 큰 귓밥이 붙어있었다. 이쑤시개로 슬쩍 건드렸더니 툭-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육안으로 확실히 보이는 건더기에 둘이 우왘ㅋㅋㅋ 어떡해!! 깜놀했다. ㅋㅋㅋㅋ생긴 게 너무 치킨 튀김옷 같이 생겨서 그냥 누가 치킨 먹다 부스러기 흘린 줄 알 거라고 말했더니 하루가 빵- 10분을 웃었다.

늦은 오후시간의 모스 버거엔 할아버지 할머님 많이 오셨는데 우연히 옆에 앉으신 할머님이
“아이구~ 몇 학년이야? 열심히 공부하네~”
하셔서 잠시 대화를 나눴다. 아드님은 벌써 나이가 한참 어른이 되었지만 어릴 때 공부해서 중고등학교는 사립을 보내셔서 너무 좋으셨다고. 사립이 좋아! 사립을 가야 혀! 공부 혀! 잘하고 있는 겨! 확신에 찬 격려를 해 주셨다. 그렇다. 하루는 사립 중학교를 목표로 공부중이다. 과연 옳은 결정인지 결과는… 20년 후에 발표되지만 할머니 선배님의 말씀을 들으니 좀 든든하다.







엄마랑 둘이 동네 야경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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