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란 인간의 최대 장점이자 특징은 매우 스케일이 작다는 것이다. 야망이 없어서 좌절이 흔치 않고 욕심이 거하지 않아 쉽게 만족하는 편이다. 일상에서 명확하게 매 순간 느끼는 건 아니지만 가끔 돌아볼 땐 자기 현실을 꽤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지금 문제없이 사는 것에 감사한 마음으로 벅찬다. 평범하게 사는 것이 어려운 사람들도 많으니까 별일 없다는 게 너무 고맙다. 그런 내가 얼마 전에 심하게 우울했다. 오랜만에 길게 한국에 나갔는데 며칠 후 코로나에 걸려 갇혀있다시피 했다. 첫날 언니들한테 미안하고 그냥 서러운 마음에 엄청 울었다. 몸도 아프고 졸음만 쏟아지고 시간은 가고 여기는 내 집이 아니고 한국에서 하려던 것들은 취소되고 먹고 싶은 음식조차 없어졌다. 여기까지 왔는데 벼르고 벼르던 것들을 아무것도 먹고..

호텔 체크아웃하고 역에 데려다줘서 전철을 타고 아무 생각 없이 수족관을 갔다. 그냥 애들이 좋아하겠지? 시간이 많으니까? 하지만 역시 아무 계획이 없었던 이 날의 스케줄을 후회했다. 수족관이 역에서 늠흐 멀다… 돌아가는 길에 택시를 불러도 늠흐 오래 걸려서 포기했다.. 수족관은 특별히 아이의 관심사가 있는 게 아니면 넘나.. 평범한 장소라 비추였다. 여기까지 돌아보고 느낀 점은 센다이는 대중교통이 불편했다. 관광명소가 전철역에서 많이 떨어져 있고 시내버스 노선이 별로 없고 관광용 루프 버스가 시간을 잘 지키지 않고 버스 대수도 적었다. 수족관 잠깐 다녀와야지 했지만 교통편 검색하고 기다리고 찾느라 시간을 많이 소비해서 센다이 역에 다시 돌아온 시간이 생각보다 늦어졌다. 그래도 점심시간 대를 지나친 덕분에..

이 밥은 할 말이 무엇도 없다. 산해진미를 끌고 오실 때부터 범상치 않았다. 사진만 나열해도 설명되는 최고의 밤이었더랬다. 끌고 오신 재료는 해산물, 야채, 육류 종류도 다양했는데 앞 뒤로 나오는 전채요리와 밥이랑 국 빼고 중간의 코스를 4가지 고르는 신기한 형식이었다. 그것도 한 사람이 각자 4개씩. 하루도 1인분 코스 값을 냈는데 먹을 수 있는 재료를 쏙쏙 골라 먹을 수 있으니 편식이 심하지만 본전 뽑을 수 있었다. 게살 요리 이세에비 (가재) 요리 아나고 튀김. 아까 호텔 뒤에 있던 빨간 다리로 산책 나갈 때 온 가족이 주방 환풍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튀김 냄새를 맡았었다. 그 맛있는 냄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약속한 듯 셋 다 붕장어 튀김을 쪼르르 골랐더라. ‘ㅂ’ 파하하 미래에 냄새까지 풍기는 ..

小松館 好風亭 코마츠칸 코우후테이 http://www.new-komatsu.co.jp/en/ Komatsukan KofuteiNatural hot spring water, flowing from ancient geologic stratum, is smooth and gentle on the skin. Chartered open-air bath/tachiyu (deep bath), “Asahimi no yu” Opening the door, an enchanted sea garden unfolds before your eyes. Between clouds of risingwww.new-komatsu.co.jp호텔 바로 옆 산책로 빨간 다리를 건너면 식물원, 공원이 나옵니다

도쿄에서 신칸센으로 2시간 걸려 도착하는 센다이 역은 도쿄와 북해도의 중간쯤인 미야기현에 있다. 1박 2일의 짧은 로컬 여행 시작! 도쿄역 플랫폼 매점에 항상 줄이 길게 서 있는데 뒤로 돌아오면 셀프 레지 기계가 있었구만요. 다들 모르고 반대쪽 점원 있는 창구에 줄을 서는 중. 근데 정말 아무도 훔쳐가지 않는다. 물티슈 하나 잡지 하나 껌 한 통 손 내밀면 닿는 물건들… 범죄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지만 이 정도면 일본이랑 한국은 지구 최고 안전하지 않은가. (유툽보면 유럽여행하는 사람들이 소매치기 조심하는 영상이 많잖아요? ) 나는 우물 안 개구리라 또 어떤 안전한 나라가 있는지 궁금하다. 그런 나라에 여행 가 보고 싶다. 깨 소스 치킨 토르티야를 먹으면서 출발하루는 쌀쌀이 가족 중 막내 쌀일이를 데려왔..

일본에는 1년에 대여섯 번 초등학교 공개 수업이 있다. 마지막에 참관한 시간은 국어시간이었다. 1년을 뒤돌아보고 제일 기억에 남았던 수업이나 경험에 대해 작문을 하고 발표시간이 되었다. "제일 먼저 발표해 볼 사람" 모두가 주저하고 있는 교실에서 하루가 손을 들었다. (오오오오!!! 이런 게 된다고??? 이런 면모가 있다고????!!) 맨 손으로 단상에 나온 하루에게 선생님이 원고는? 원고는 안 가지고 올 거야? 하며 걱정 반 지도 반의 심정으로 물으셨다. 아마도 스무 명 정도의 보호자 모두 교실 뒤편에 서서 나와 같은 맘으로 걱정했을 것이다. "귀찮으니까 됐어요~ " 하루가 뺀질거린다. 아이고- 이거 괜찮을까. 손을 번쩍 들었을 때 잠깐 기특했던 마음이 갑자기 사그라들었다. 그런데 그런 걱정을 뒤엎고 ..

예전같으면 당일날 약속 취소란 낭패가 아닐 수 없었는데 MBTI도 바뀌는 건가 요즘은 이것도 꿀이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면 다른 데 놀러 가면 그만인 것. (절대 집에 있을 생각은 없음) 가 보고 싶었던 이케부쿠로의 브런치 집에 왔다. 하지만 예약을 안 하면 먹을 수가 없었다. 일본사람들은 압도적으로 J가 많을 거야… 근데 몇 번을 해도 나 역시 ESFJ다. 계획 없이 친구 없이 살 수 없다.그래서 다른 카페로 갔다. 여기도 잠들기 전 구글맵으로 다 본 카페. 이미 사진으로 잔뜩 들러놓고 실제로 가면 뭐가 재미있을까 싶지만 몰라… 그냥 갈 계획을 세우는 그 순간이 즐겁고 그 계획이 이루어지는 이 순간이 즐거운가 봐. 실제로 보면 사진보다 배로 예쁘다. 사진에 담을 수 없는 것들도 몇 가지 있지 않던가. ..

누운 하루가 정말 길다. 남의 애가 훌쩍훌쩍 큰다던데 매일 보는데도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고 우리 애가 너무너무 빨리 큰다. 치과에서 나오면서 무슨 바람일까. -엄마, 하루 삼학년 되면 지금 먹는 간식의 반으로 줄일거야. 설탕 많은 거 대신에 좀 건강한 걸로 먹어야겠어. -기특한 생각을 했네. 왜 내일 당장이 아니고 3학년이 되면인지 이건 그냥 해 본 소리가 될 확률 90프로라고 맘 속으로 생각하면서 기대하지 않는 내 모습이 내심 맘에 들었다. 아이랑 가장 잘 지내려면 아이한테 기대만 안 하면 된다. 그러고 보니 남편에게도 직장 동료랑 친구한테도... 그렇긴 하군. 여기 치과는 진료가 끝나면 지우개 하나 주신다. 오늘은 헬리콥터 모양을 골라 버스를 탔다. -하루야 이 버스 싸다. 오늘은 반 값이래. 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