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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밥은 할 말이 무엇도 없다. 산해진미를 끌고 오실 때부터 범상치 않았다. 사진만 나열해도 설명되는 최고의 밤이었더랬다.

끌고 오신 재료는 해산물, 야채, 육류 종류도 다양했는데 앞 뒤로 나오는 전채요리와 밥이랑 국 빼고 중간의 코스를 4가지 고르는 신기한 형식이었다. 그것도 한 사람이 각자 4개씩. 하루도 1인분 코스 값을 냈는데 먹을 수 있는 재료를 쏙쏙 골라 먹을 수 있으니 편식이 심하지만 본전 뽑을 수 있었다.

게살 요리

이세에비 (가재) 요리

아나고 튀김.
아까 호텔 뒤에 있던 빨간 다리로 산책 나갈 때 온 가족이 주방 환풍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튀김 냄새를 맡았었다. 그 맛있는 냄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약속한 듯 셋 다 붕장어 튀김을 쪼르르 골랐더라. ‘ㅂ’ 파하하
미래에 냄새까지 풍기는 티브이가 나온다면 홈쇼핑 채널에서 호스트가 아무말 안 해도 전화가 빗발칠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입덧 시작한 임산부는 절대 티브이 전원을 켜지 않겠지. 입덧하는데 시도 때도 없이 음식냄새 맡는 건 상상만 해도 토가 나오네.. 분만보다 입덧이 더 싫었던 경험한 사람들은 공감할 거야.

그리고 등급 좋은 소고기가 메뉴에 있다면 시켜야겠죠

가성비가 주는 즐거움
앜 귀여운 똥방구뇨석

된장 발라서 구운 시소 잎 오니기리

디저트는 라운지로 이동해서 대접받았다.

칼바람은 불었지만 예쁜 달빛 아래 족욕하는 두 남자가 사랑스러워서 내 발은 담그지 않고 동동거리며 둘의 사진을 오래오래 찍었다. 

설계를 잘했는지 난방을 다 껐는데도 방안이 따뜻해서 너무 포근했다. 수족냉증에게 최상이었다는 건 남편과 아들이 쪄 죽었다는 이야기도 된다. 케군이랑 하루는 다 좋은데 너무 덥다며 거의 나체 상태로 잠이 들었다. 나에게 완벽한 곳이 너희들에겐 불지옥이라니. 손발이 차가워 슬프다.
나는 최적의 온도에 잠들지 않으려 용을 써야 했다. 그날따라 더워서 잠들기 어려워한 케군이 드디어 곯아떨어졌을 때 하루를 재촉해서 우리의 계획을 실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생일날 아침 눈을 뜨면 행복할 수 있게 케군에게 생일 카드를 쓰고 잠들었다. 좀 더 세심하게 여행 가기 전부터 준비했더라면 좋았을 걸 너무 급조해서 감동이 반토막..ㅎㅎㅎ 하루랑 이것도 아슬아슬하게 생각해 낸 거라 미안하지만 할 말이 없다. 본인 생일이나 기념일에 드라이한 사람은 남의 기념일이나 생일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단점이 있다. 케군은 점점 나한테 익숙해져 갔는지 서운해하지 않았다. 사람은 각자 다 다르지만 결국 사람인지라 그렇게 일일이 다 다를 수 없다는 점이 참 고맙다. 나처럼 너도 무슨 날을 되게 의미 부여하며 기리는 사람이 아니어서 별 거 없이 살지만 한 번씩 이런 여행으로 삶에 생기를 얻는 사람이어서 참 고맙다. 

굿모닝

정적인 바다 풍경에 커다란 솔나무가 드리운 창 밖이 민속화처럼 동양적인 정경이 나는 너무 좋았다.
그런데 그런 내 등 뒤로 한번씩 케군이랑 하루가 중얼거렸다. 아… 저 소나무만 없었으면 완벽한 오션 뷴데.
어떻게 칼로 자른 듯 편 먹고 이다지도 다른 감상을… 후.. 내 편은 없어… 나 사실 우리 집 깍두기인가 봐..

밥도 뷰도 온도도 좋은 호텔에서 또 내 맘에 들었던 포인트는 목욕탕 바깥에 파우더 룸이 따로 있었다는 것이다. 옷 갈아입느라 어수선한 탈의실 안이 아니라 느긋하고 기분 좋게 아침 화장을 할 수 있었다.

 

마음이 평온해서 화장 잘 먹은 거 봐.
나 너무 이 호텔 맘에 든다고 백번 말해도 어제 더워서 잠 못 잤다는 말만 돌아오는 다른 팀들과 조식을 먹으러 갔다.. 노천탕이 너무 조용하고 아늑해서 정말 좋았다고 칭찬을 하자 남자 목욕탕엔 노천탕 없었다는 말이 돌아와 당황하며 조식을 먹으러 갔다. 헏헏헏

조식은 정석대로 연어구이와 두부요리.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한식은 밑반찬이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식은 조식이다. 특히 온천탕에서 먹는 조식. 뱃속 깊숙한 곳까지 온천에 몸을 데우고 산뜻하게 나와 먹는 담백한 두부와 된장국은 혈관에 아지랑이처럼 퍼져서 막 상냥함이 솟구치는 기분이 든다.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감탄을 자아내는 화려함이나 시설 곳곳의 사치스러움은 하나도 없었지만 지내면 지낼수록 서서히 만족감이 상승하는 곳은 처음이었다. 방이 좁아 보이는 데 굉장히 청결하고 따뜻해. 온천탕이 소박해 보이는데 굉장히 동선이 좋고 충분해. 밥이 평범해 보이는데 코스가 커스터마이즈가 돼!! 직원들이 눈에 잘 안 띄는 거 같으면서도 사실 무지 세심하고 친절해! 화장실도 파우더 룸도 침구도 은근해. 은근히 좋단 말이지. 츤데레 호텔인가. 호텔에 진국이란 표현 붙이고 싶어 진다.

역으로 데려다주는 버스에서 내겐 너무 완벽한 호텔이었다고 다시 한번 우리 팀원들에게 말했다가 더웠네 좁았네 역풍을 맞았지만 말이다. 하룻밤에 참 이렇게 갖은 동상이몽 겪기도 어려울 거 같은뎁쇼. 관광하러 가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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