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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갔다 온 거 맞아?
크고
높고
반짝반짝 해!

 

소떡소떡이랑 여러가지 치킨을 간식으로 사 먹었다. 푸드코트엔 어린 아기를 데리고 온 가족들이 많이 와 있었다.

한국 남편들 한국 남자들, 참 다정하다.
아내가 물 달란 말도 안했는데 바로 음식을 먹다가도 상체를 일으켜 물 따르러 가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음식을 시키고 가져가고 특히 거의 쓰레기 버려주는 건 아빠들이다.  어떤 분들은 앉기 전에 꼼꼼히 물티슈로 테이블을 닦아 놓는다. 세심해라. 인터넷에서 당근 거래하러 남편들이 나가는 이야기도 보거나 들으면 과장인 줄 알았는데 진짠가보다.

일본에선 안 그런다. (살짝 충격이지 않아요?) 조용조용한 기질이랑 배려심이 많은 건 별개의 문제이다. 사람들에게 피해 안 주려는 배려심이랑 내 가족 내 여친에게 잘하는 배려심은 별개의 문제다. 저런 이중적인 남자들 한국에서는 일관성 없다고 되게 비난받는데 여기선 아주 흔하다.

집에 필요한 물건들을 사서 나오는 부부들이 각자도 아니고 아내가 죄다 들고 나오거나, 말을 할 때까지 우리 가족들한테 지금 뭐가 필요한지 한 개도 모르는 남편의 해맑은 얼굴들을 많이 본다. 가족단위로 움직일 때 뭔가 역동적으로 하는 건 대부분 엄마들이다. 엄마 아들이 그대로 아내의 아들이 된 거 같은 느낌이다. 진짜 그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해맑다. 혹은 알면서도 우린 부부지만 모두가 개인. 너 and 나 and 니애. 이렇게 구는 남편들을 많이 본다.

일본 부인들한테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자기네 엄마가 그랬고 주변이 그렇고 다들 그러니까 이상한 줄 몰랐다고. 그리고 반은 불만이 있어도 싸우기 싫어서 그냥 하는 사람들이다. 참는다기보다 포기한 여자. 그리고 아이들이 대학에 입학하면 (양육권 싸움이 발생하지 않는 시점) 이혼서류 한 장을 남겨두고 짐을 싸서 증발한다. 남자들은 자신이 왜 이혼을 당했는지 미스터리 속에 살다 혼자 쓸쓸히 죽는 사람들 되게 많다.

우리 착한 동서도 알아서 척척하는 (말을 이렇게 돌려했지… 서방님이 진짜 아무것도 안 하고 고목나무처럼 서있거나 핸드폰 함) 스타일인데 한 번은 내가 궁금해서 왜 동서만 맨날 아이 케어하고 다니냐고 물어봤다. (이렇게 직설적으로 아니고 돌려 돌려 물어봤어요 돈워리) 그랬더니  아이를 동서가 원해서 일방적으로 가족계획 한 느낌이라 좀 해 달라 말하질 못한단다.

처음에 이런 이유가 너무 놀라웠는데 많은 부부가 그랬다. 요즘 일본 남자들은 아무것도 책임지고 싶어 하지 않고 갖고 싶어 하지 않는다. 집 안 사. 차 안 사. 애 안 낳아. 결혼 안 해. 그러니까 결혼해 준 것도 큰 결심인 편. 엄마가 되고 싶은 욕구가 더 큰 여자들이 내가 다 할 테니 낳았다는 집이 생각보다 많았다. 일본의 사회 현상이 4년 후에 한국으로 간다는 통계가 있던데 곧 간다. 이런 남자들 우루루….그러니 결혼하기 전에 결혼을 한 남자가 당연히 아이도 원할 거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반드시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결정해야 한다.

베스트 셀러 코너에 파친코 너무 반갑다!
고민 끝에 책을 안 사 왔다. (사진 볼 때마다 후회되네 ㅎ )웬지 이제 혼자 자주 올 수 있을 거 같은 자신감? 이 솟아서

언니! 이거 너무 신기해.
매장 들어가기 전에 여기다가 음료수 두고 가라는 거.
1. 통로에서 자유롭게 마실 수 있게 하는 자유가 느껴져서 좋았다. 일부 일본 쇼핑몰은 통로에서 음료수 마시는 걸 금지한다. 일반적으로도 걸어다니면서 뭘 먹는 성인은 = 애 같음= 매너 없음 = 교양 없음 = 가정교욱 못 배워먹음 까지 가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사소한 자유가 없는 일본의 공공시설 문화가 가끔 되게 지랄맞다 생각했다.  
2. 이런 걸 훔쳐 먹을 만큼 저급한 사람들 이제 없다는 거 좋았다.  드러운데도 저런거 조차 가져가는 나라 있을 거야…
3. 소비자도 공급자도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도입하는 게 너무 좋다. 한국은 무언가 불편한 포인트가 생기면 뭐든 해보고 접는데 일본은 해 보기도 전에 온갖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고 특히 윤리적으로 따지다가 실현이 안 되는 게 더 많다. 아마 상상이지만 한국에선 음료 보관 스탠드가 뚝딱 생겼을 거 같다.

근데 언니가 인터넷에서 봤는데 어떤 아저씨가 저 음료수를 한 모금씩 다 마셔보는 영상이 있다고. 그래서 그걸 본 후에 언닌 안 두고 싶댄다.  (아씨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국 사람 아니었다는 말도 있어요. 여러분 참고하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난닝구에서 옷을 골랐다.
이렇게 하루종일 나만을 위한 쇼핑을 한국에서 하는 건10년만이다.  정말 행복했다. 자꾸 이제 가자고 보채는 사람이 없는, 나보다 더 신나게 고르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 시간 질질 끌어도 눈치 안 보이는 쇼핑이라니.

음식, 한국책, 화장품과 더불어 한국에 와야하는 이유 한가지를 더 발견했다. 청.바.지.
옛날엔 노동자들이 입던게 청바지라며~ 뭐 만드는데 어려울 거 같지도 않은데말야 일본은 데님이 너무너무 비싸다.
물론 유니끌로, 지유, 무인양품에서 싼 데님이 있지만 너무 획일적이고 종류도 별로 없다. 그 시즌 유행 스타일이 나한테 안 맞으면 끝이다. 세 군데 브랜드에서 내 스타일을 못찾으면 걍 나가리다. 옷가게는 물론 넘쳐나지만 백화점, 쇼핑몰 브랜드 다 비싸다. 내 체형에 어울리고 디테일 맘에 드는 데님을 발견하면 보통 50만원씩 한다. 셀렉샵이나 브랜드에서 옷 못 살 돈 없는 애들은 나만의 스타일이나 패션 취향따위를 가질 수 없다. 그냥 그때 그때 나오는 유니끌로나 무지루시의 디자인이 그 해 너의 패션이 될 뿐이다. 이게 정말 일본에서 답답한 일이었는데

한국은 … 저 디자인의 홍수 ;ㅂ;
아무리 저렴한 라인에서도 내 이상을 실현시킬 수 있다. 청바지, 셔츠, 맨투맨 한 원단으로 수많은 디자인을 만들어 걸어놨다. 트렌치코트 코너는 같은 베이지 톤으로 대충 30가지는 되는 거 같더라. 긴 거, 짧은 거, 팔에 시보리 들어간 거, 통으로 떨어지는 거 , 어깨에 버튼 있는 거. 아님 벨트 있는 거, 허리 라인 있는 거, 오버 핏. 에라이 뭐라도 하나 걸려라. 네 맘에 드는 거 여기에 하나는 있을 지어다!!! 이런 기세다. 가능한 모든 디자인을 다 뽑아 놨다. 청바지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가격은 3만 원대. 네임 밸류가 갖고 싶은 사람들이 돈을 쓰는 구조다. 얼마나 공평한가.

게다가 제 몸뚱이가 정말 시장핏이거든요. 한국 로컬 옷 입으면 팔 다리에 촥촥 감긴다. 바지 수선해서 입어 본 적이 없는 한국 시장 맞춤 체형. 너무 행복했어요.

한 가지 또 발견한건,
한국 사람들이 일본 사람보다 옷을 밝게 입는 거 같다. 파스텔 톤도 쨍한 색도 밝은 색 옷을 많이 입어서 분위기가 유쾌하고 경쾌한 기분이 든다.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고 주말에 일본과 한국을 돌아다니다보면 내가 느낀 이 느낌 아마 공감할 거 같다. 일본사람들 되게 무채색에 칙칙하고 톤 다운 된 색을 많이 입고 스스로가 웜톤이다. 나는 비비드 안 어울린다 말하는 친구들이 많다. 자기 최면인 거 같은데… 입어보면… 다를 수도 있는데 쩝쩝.

기가 세보이는 사람들은 동성에게도 이성에게도 인기가 없는 사회 분위기도 한 몫하는 거 같다. 미국의 모든 영웅 캐릭터는 사람들 앞에서 내가 구했다는 어필을 하고 짠!!! 하고 모습을 드러내지만 반대로 일본 영웅 캐릭터는 자신의 정체를 숨긴다고 ㅋㅋㅋㅋ 거의 100프로 스토리상 세상에 영웅이라고 알리는 캐릭터가 없댄다. 일본에선 자기가 한 일을 제 입으로 말하는 자신감 넘치는 모습은 극비호감이 된다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한국 사람들 캐주얼 스타일 너무너무 이쁘게 잘 입는다. 여자도 남자도 아이들도 힙하고 스타일리시하게. 차로 시내를 지나가는데 어느 상가에서 나오는 고등학생 남자애들 셋이 츄리닝도 너무 예쁘게 입었더라. 적당한 사이즈, 예쁜 스니커, 안경까지. 절대 꾸민 느낌이 아닌데 평소 걸치고 다니는 옷이나 가방 같은데 너무 이쁘다.
일본에 돌아와서 동네 돌아다니는 남자 학생들을 보다 너무 비교돼서 경악했다. 목이 다 늘어난 티셔츠에 머리는 대충 이발소에서 한 것 같고 바지도 신발도 사이즈도 전체적으로 굴러댕기는 거 입고 나온 느낌. 아니 무슨 학대당하는 애들 같더라. 애들은 저래도 되지만 평균적인 분위기가… 참 다르더라는.

하루를 위한 서비스 컷

언니가 내가 좋아하는 편육을 마트에서 사서 가자고 했다. 나는 웃기게 결혼식이나 잔칫집가면 편육을 그렇게 먹고 온다. 의외로 특별한 날 아니면 먹을 수 없는 음식이다. 잡채는 일본에서 많이 팔지만 편육은 팔지도 않는다는.
가오리 회인가? 같이 들어있던 저 새콤 달콤 회!!! 너무 맛있어……

마지막으로 기차 티켓 환불하려고 창구에 줄 섰는데 미군 손님들 사이에 끼어 이건 완전히

한국인지 미국인지였다 ‘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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