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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카트에 담은 건 고무장갑이었다.
일본에 살고나서 알게 되었다. 마미손이 대단한 물건이었다는 거. 이렇게 쫀쫀하고 길고 믿음직한 고무장갑이 다른 나라엔 없었다. 게다가 색깔이 뽀용해졌네? 꽃분홍색인게 유일한 아쉬움이었는데 진짜 갓벽하다…

생각해 보면 마미손은 김장 문화의 일부였던 거 아닐까. 김장할 때 도구들이 전부 고춧가루 색으로 물드니까 그 커다란 ‘다라이’도 고무장갑도 고춧가루 색이어야 제일 효율적이었던 게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드네.

본토에도 없는 다이소 캐릭터가 한국에 있었다. 스타필드 캐릭터인가? 하루가 같이 왔으면 반할만한 캐릭터가 여기저기 많구만요.

핸드솝 통도 너무 귀엽구, 필통, 그릇, 다 디자인이 간질간질하게 귀여워서 언니는 이거 하루 사다 줄까? 이거 하루 엄청 좋아하겠다. 이거 하루가 좋아하지 않을까? 계속 좋아하는 하루 얼굴이 아른거리는듯 애절히 말했지만
호되게 나는 놉. 끝없이 거절했다. 언니.. 이거 이제 망가지고 벗겨지고 드러워져도 귀엽고 맘 아파서 못 버린다 그런다. 아예 처음부터 집에 들이지 말아야 해.

언니는 엄마가 T라 불쌍한 하루라며 쯪쯪… 안타까워하며 그럼 모아놨다 결혼할 때 주라고 ㅋㅋㅋㅋ 끔찍한 솔루션을 줬다 ㅋㅋㅋㅋ 상상만 해도 싫엌ㅋㅋㅋ

마트의 음식들이 너무 크고 대량으로 나오니까 여기서 레토르트 소스 같은 음식을 자잘하게 사 왔다.  오뚜기 낙지 덮밥 소스가 대박 맛있었다. 그리고 여기서 마이쭈를 하나 사 갔는데 하루가 그걸 다시 사러 한국에 가고 싶다고 말할 정도였다.

산 걸 담아가려고 산 다이소 에코백이 너무 맘에 들어서 일본에서도 엄청 잘 쓰고 있다. 반대로 내가 대충 과자, 볼펜, 녹차가루를 담아 간 일본 에코백을 서네언니가 보자마자 너무 예쁜 색이다!! 나 줘! 한 눈에 반해 가져갔다. <내추럴 키친>에서 산 300엔짜리 천이었는데.
서로서로 다른 나라에서 산 잡화가 눈에 익지 않은 신선함에 너무 이국적인 것이다 ㅎㅎㅎ  


20년 넘게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던 일본을 겨우겨우 바꿔 놓은 것은 코로나였다. 드디어 팩스를 쓰는게 이상할수도 있다는 자문을 하게 만들었지. 코로나 전부터 한국은 보급률 98퍼센트였던 전자결제가 이제야 일본은 꽤 보편화 되었다.

그랬으니 코로나 시절을 맹렬히 지나온 한국은 박차에 박차를 가해 그 변화가 눈이 부실 정도였다. 나는 5년 전의 한국이 마지막 업데이트여서 더욱 확실히 비교되었다. (2년 전 한국에 오긴 왔었는데 코로나에 걸리는 바람에 거의 아무것도 못하고 갔었다는 )

일단, 스타필드 주차장에 몇 대 비었는지 알려주는 저 숫자들 너무 좋드라… 인천공항에 체크인 카운터도 확연히 한국 항공사에만 줄이 적다. 다들 온라인 체크인 하고 짐만 부치러 오니까.

그런데 일본도 그런 서비스가 없어서 그런 게 아니다. 대부분이 인터넷으로 티켓 구매하거나 큐알 코드 찍으면 다 알려주는 스마트폰을 통한 서비스를 다 제공하고 있다.
나는 이제 일본에서도 신청은 무조건 온라인으로 안내문도 온라인으로. 오히려 애플 페이가 되는 나라기 때문에 애플 워치로 교통카드 쓰고 편의점, 자판기는 손목 대고 결제한다. 한국에서 놀러 온 메텔이 손목으로 음료수 사는 미래적 모습에 오~ 해 줌.
이렇게 찾아 쓰면 여기도 디지털 세상인데 소비자가 문제다. 찾아볼 생각을 안 해. 그냥 줄 서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냥 서류에 써서 우편으로 부친다. 아 왜 전자 서비스가 일본은 없지? 이런 불만도 없다. 왜냐면 줄을 서면 되니까- 하-나도 그거시, 불편하지 않아서. 메텔이 일본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불편한 게 항상 공항버스를 창구에 가서 줄 서서 사는 거라고 했다. 갑자기 일본에 왔구나 실감이 난다고 ㅋ

나는 한국에 가면 전화번호가 없는 탓에 종이 티켓이 필요한 순간이 가끔 생기지만 인증받을 전화번호도 있고 다 핸드폰으로 된다면 그쪽이 좋다. 이게 보통의 한국 소비자 심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새로 생긴 편리한 서비스가 급속도로 확산하기 쉬운 게 아니었을까?

라고 생각했는데 가만히 보니 한국은 기존에 있던 아날로그 서비스를 아예 폐지하고 없애서 선택지가 하나인 건 아닐까도 생각해 봤다. 인천 공항에서 기계로 체크인하고 있으니까 뒤에 줄 서신 아주머니께서
- 요즘엔 저렇게 죄다~ 기계로 하는데 젊은 사람들이야 좋지 우린 다 배울 거 투성이야.
적성에 안 맞는다며 한탄하셨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일본은 선택지가 있다는 장점이 보인다. 아직 아날로그가 좋은 사람들이 있다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기존의 방법을 최소 10년 안고 간다. 츠타야라는 DVD대여점이 불과 3년 전까지 동네에 있었다. (대박이지 않나요?) 디지털이 시스템이 힘들어? 괜찮아요~ 종이로 써서 내세요. 전화로 예매하세요. 창구가 열려있어요.라고 말한다.
메텔이 말한 공항버스 티켓을 찾아보고 이메일로 회원가입만 해 두면 온라인 구매가 가능한 걸 알았다. 메텔에게 보내줬다. 그러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메텔이 이런 이야기를 해 줬다.
-일본은 꼭 유럽 같고 한국은 미국이랑 비슷하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중요시하는 부분이 좀 다르잖아요?

나도 그런 식으로 생각하기 시작하고부터 미국과 한국이 효율성과 합리성을 우선으로 하는 것 같고 일본은 효율보단 보이지 않는 가치를 우선하는 느낌이 들었다. 너무 작은 것에도 의미 부여하는 걸 좋아하는 경향은 있다만 ㅎㅎ

세상에- 혼자 여행하니까 보이는 것도 느끼는 것도 너무 다르다. 뭐든지 자세히 보고 계속 곱씹고 깊게 생각하고 그걸 언니랑 의견을 주고받고.
이런 식으로 5일을 지낸 거 같다. 내 한국여행기는 끝나려면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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