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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하루 여행 가방은 하루가 싼다. 역시나… 양말 모자라게 가져왔다. 한 쌍을 손빨래했다. 아침이 되도 축축하다면 최후의 수단이다.  불이라도 붙을까 봐 신경 엄청 쓰인다.

삼박 사일 정도는 보통 파자마는 한 벌씩만 가져가서 같은 거 계속 입다 오는 거 아닌가? 나랑 케군은 지금까지 그렇게 해서 문제없었다. 이제 밤에 지도를 그릴 일도 없는 초딩도 파자마 한 벌만 챙겨 왔는데 엄청난 판단미스였다. 마지막 날 하루를 깨우다가 기절초풍하는 줄 알았다. 파자마에서 하수구 냄새가… 코를 찌르는 것이다. 뭐지 이.. 썩는 냄새!!! 안된다!! 애들 파자마 3일 이상은 절대 안 되는 것이었다!!! 자면서 땀을 얼마나 흘린 거야. 우리 잘 때 혼자 뛰고 온 거 아냐? 얼른 벗겨서 파자마를 밀폐 밀봉 해서 가져왔다. 무시무시한 신진대사다.

공항으로 가는 택시
20킬로까지 가능 safe~

시간이 엄청 남아서 밥을 먹고 싶었는데 공항에는 아주 작은 가게에 스낵만 몇 개 팔고 있었다.
케언즈는 국제공항보다 국내공항이 더 이용객이 많았기 때문에 국제공항은 찬밥 신세였다. (우리는 케언즈-나리타 직항이었다.)
그래서 꽤 용기가 필요한 일에 도전해 봤다.
도보 10분 걸어서 국내 공항에 이동, 보안 검사를 하고 여권 보여주고 면세 구역까지 들어가는 것이다. 국내 공항이니까 출국심사가 없었다. 어느 일본 블로거가 밥만 먹고 다시 나오는 방법을 상세히 포스팅해 놨다. 이게 된다고? 상당히 쫄렸지만 케군은 식당이 더 많다는 말 한마디에 홀랑 콜! 을 외쳤다.

진짜로 소지품이랑 몸수색 같은 검사 하고 여권도 보여주고 들어왔다! 비행기 티켓을 요구 안 해서 아무 문제가 없었다. 케언즈 사람들도 그냥 밥 먹으러도 간다더라.

파스타를 주문하고 있는 하루랑 케군.
사실 하루가 이것저것 못 먹는 게 많아서 궃이 여기를 데려온 거였다. 빵 말고 다른 거 먹이고 싶어서. 근데 가이드와 매뉴얼대로 살고 싶은 아홉 살은 불만이 너무 많은 것이다. 얕은꾀를 내거나 규칙의 빈틈을 노린다거나 이런 게 너무 싫단다. 엄마가 하는 건 반칙이 아니라 꿀팁이래도 막 범죄에 손댄 사람 취급. 왜 이러는 거야… 정의의 사도냐고.
아이 키울 때 좀 힘든 게 난 이런 거다. 효율 있게 사는 게 너무 좋은 나랑 케군은 비효율적인 생각을 하는 한 생물체를 시간과 마음을 써서 설득하는 거 (인생 아까움)
이럴 땐 내가 월급 주는 사장이고 아이가 직원이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한다. 까라면 까는 관계 아… 너무 좋겠다.ㅋㅋㅋ

케군은 결국 국제공항에도 있는 스낵 종류로 배를 채웠다. 그게 제일 맛있어 보였단다.
그냥 오지 말 걸 그랬어… 또르르..
우린 애를 설득하다 좀 지쳐서 후회했다.

나는 그래도 쌀국수를 시켜서 케군한테 나 너무 따뜻하게 속을 채워서 너무 좋았어!! 진짜 나 너무 좋았어!! 우리의 수고가 헛 되지 않음을 엄청 알렸다.

케군이랑 이런 특수한 상황에서 아이 설득하는 건 하지 않기로 했다. 결국 파스타도 먹는 둥 마는 둥 했기 때문이다. 아이는 다수를 위해 수용한 척했지만 진짜 마음을 열지 않으니까 음식이 넘어가지 않아서 억지로 먹으려다 역류까지 할 뻔했다. 그 모습에 우리 부부는 절로 반성했다. 미안해.. 엄마 아빠가….

집에 유일하게 사 온 물건은 꿀이었다.
평범했다.

하루의 디카로 찍은 기록들

너무 잘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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