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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날이 되니 몸이 힘든지 아침에 추웠다. 오오오오.. 뼈를 파고드는 한기.. 지금까지는 한국에 온 기쁨과 흥분에 잠시 추위를 잊고 있었나봥. 제가 첫날 추울 거면 이래야지 했던가요? 취소버튼 어디 있나요.
가기 싫어하는 내 멘탈을 위해 몸이 가야 할 이유를 찾아주는 건지도 모른다. 어제까지 하나도 안 춥더니 오늘 아침은 별로 다르지도 않은 기온인데 이렇게 느끼는 게 신기하지 않은가.
어젯밤에 마지막 만찬을 즐긴다고 우리는 마트에서 이것저것 사 왔었다. 호텔방에 돌아와 컵라면에 물을 넣으니 마실 물이 부족해졌다. 하루가 직접 프런트에 전화하겠다고 한다. 케군에게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아들이 나왔다니 신비롭다.
전화로 뭐라고 말하려나.
“저기요. 어 물 세 개만 더 줄 수 있어요?”
진짜 줄 수 있어요? 이렇게 말했다. 틀린 말은 아닌데 어딘가 신선해ㅋㅋㅋ 삐져나오는 웃음을 참았다. 직원분은 아무렇지 않게 통했고 친절하게 갖다 주셨다.
체크아웃 후 우린 왠지 4시 반 비행기는 여유롭게 맞출 수 있을 거 같아서 오전의 인사동을 즐기고
하리보 100주년 전시회도 갔지만
난 배고파서 덜 즐거웠음..
예쁜데 배고프다
<안녕 인사동> 건물을 돌다가 닭갈비를 먹고 싶었던 애비랑 거긴.. 애 먹을 거 없는데… 로 대치하던 우리랑 팽팽한 줄다리기를 했다. 도대체 왜 애는 먹을 게 하나도 없는 밥집을 괜찮다고 생각하는 거지? 그런 걸 존중해 주는 게 인권존중 아냐? 되게 이기적이네 아주 그냥 이럴 거면 인생 혼자 살지 나는 배도 고픈 탓에 속으로 이런 생각을 뇌리에서 쉬지 않고 했다. 그리고 절대 승낙도 거부도 아닌 애매한 뉘앙스로 그래.. 맛있겠는데.. 여기 하루가 먹을 게 하나도 없네.. 다른데도 볼까? 빙빙 돌려 결정해 주지 않고 내켜하지 않는 고통을 줌. 그래도 케군은 둘이 싫다는데 끝까지 밀고 나가지는 않는 정상인이다. 우린 <만석장 가마구이> 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ㅋㅋ
목살 삼겹살 2인분이랑 고등어구이를 시켰다.
그리고 진짜 제일 맛있었던 가마솥 밥… 행복했다. 이거에 나물 반찬에 된장찌개 먹… 쓰러짐..
다 먹고 나서 보니 테이블에 뜨거운 물 포트가 있었다. 이거 누룽지 불려 먹는 거구나!!
인스턴트 누룽지로 처음 영접한 하루는 뤼얼 누룽지를 맛보고 뒤로 쓰러지면서
머리 꽝!! 받았다.
아이쿠 아파라..
엄마 근데 누룽지 진짜 맛있어… ㅠㅠ (울고 있음)
일본도 솥밥은 있지만 뜨건 물 넣어서 불려 먹는 과정은 없기 때문에 같지만 다르다.
너무 맛있어서 엄마 사랑 폭발.
근데…. 주변 테이블을 보고 나중에 깨달았는데 솥밥이 나오면 먼저 그릇에 포슬한 밥을 덜고 뜨거운 물을 넣어 뚜껑 닫아놓고 불리는 작업을 일찍부터 시작하는 거였네… 어쩐지 테이블에 쌓아둔 그릇들의 용도가 궁금했었어. 그리고 다들 밥을 안 먹고 꽁꽁 뚜껑 닫아놓고 있길래 희한하다 생각했지.. 불리고 있었군. 다음에 다시 제대로 가르쳐줘야겠다. (다시 한국 가면 솥밥집 재도전)
그건 그렇고 이 다음 여행 최대 위기를 맞게 된다. 서울역까지 택시 타고 갈 생각으로 여유롭게 호텔로 돌아와 짐을 찾았는데 연말 데모 중이라 광화문을 뚫고 오는 택시가 없다는 청천벽력.
종각에서 서울역까지는 잠깐이지만 지하세계 갈아타는 구역이 토 나오게 먼 데다가 계단지옥 에스컬레이터 지옥이란 말이다. 발 등에 불이 떨어졌다. 우리가 계획한 직통열차를 보기 좋게 놓쳤다. 그냥 사전 티켓 안 사고 무작정 홈으로 내려가서 열차 내에서 계산하려고 불이 나게 뛰었는데 눈앞에서 놓쳤다.
그래서 제일 빠른 공항철도를 타려고 다시 에스컬레이터를 올라가 우당탕당 캐리어를 열쇠고리마냥 들고뛰었는데 또 열차 하나를 눈앞에서 놓쳤다.
이번엔 교통카드 충전하려고 자판기랑 씨름하다가 시간을 먹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한국 돈이.. 너무 꾸깃꾸깃한 것. 죄다 시장 아주머니 앞치마에서 방금 나온 거 같은 질감이다. 인생의 설움과 추억이 느껴지는 현찰들이었다. 모든 자판기가 반드시 한 번 이상 현금을 먹었다가 뱉었다. 고르고 골라 넣어야 겨우 된다. 외국인 여행자에게 골칫거리가 분명하다. 편의점에서 사전에 충전하면 되지만 일반적으로 교통수단 이용하기 전에 충전금액이 부족하단 걸 알게 되면 그 자리에서 현금 충전이 유연하게 돼야 하는데 사람도 없고 헌 지폐에 민감한 자판기만 덜렁.
-자판기의 현금 인식 방법을 달리하거나
-직원이 충전을 해 주거나
-모두가 지폐를 구기지 말고 소중히 하거나
개선되면 좋겠다고 소박하게 주장해봅니다.
여러분 일단 한국을 여행하려는 외국인 친구에게 꼭 알려주세요. 현금으로 자판기 사용이 안될 때가 많으니까 편의점에서 미리미리 충전하라는 팁!
우여곡절 끝에 탄 공항철도.
이륙 55분 남겨두고 도착하게 생겼다. 문제는 제주항공 발권 제한 시간이 1시간 전까지였다. 어뜨케 티켓팅 못하게 생김.. 순간 모바일 발권이 되는지 번뜩였다. 케군이 초 집중하며 모바일 티켓팅에 성공했다!! 이거 일본에서 한국 출국할 땐 코로나 때문에 시기상 잠정 중단 한다고 해서 올 땐 써먹지 못한 기능이었다. 그런데 한국 출국은 가능했다!!! (여러분 나리타발 한국행 제주항공은 모바일 발권이 안 돼요. 일찍 카운터 가셔야 합니다.) 오예! 한시름 놓았다.
지하 세계를 미친 듯이 뛰는 엄마 아빠를 쫓아오느라 놀란 토끼가 총알 피하듯 헐레벌떡 따라온 하루 ㅋㅋㅋ 기특해 기특해.
화장실 갈 타이밍도 없어서 참다가 결국 서울역 홈에서 엄마… 쉬 마려.. ㅠㅠ 호소함.
걱정마세요. 우리에겐 휴대용 화장실이 있지요.
여행할 때 필수품. 흰 가루가 들어있는 봉지에 소변을 싸면 금세 젤리로 변한다. 묶어 버리기만 하면 끝.
전철 홈 끝으로 가니 청소부 아주머니가 쉬는 작은 휴게실이 나왔다.
“어머님 여기 숨어서 봉지에 애기 쉬 좀 싸도 될까요.” 양해를 구하자 “아유 그래요. 요기 숨어. 안 보이게.” 하며 꽁꽁 숨겨주셨다. ㅠㅠ 엄마의 사랑이 느껴져씀..
마지막 엉따를 느끼며 기절 타임을 갖고 있는 하루
도착했다!! 그러나 여전히 짐 부치기 - 보안검색 - 출국심사까지 무탈히 끝날지 조마조마했다.
마구 뛰어 제주항공 짐 부치는 곳에 갔더니 오.. 너무나 여유롭게 모여드는 많은 여행객들. 모바일 티켓을 미리 해 둔 분들일 수도 있고 코리아 타임일 수도 있고 여행에 익숙한 분들일 수도 있고 ‘어머~ 시간 널널해요~라고 말하는 듯한 ‘ 제주항공 직원의 여유로운 모습도 보고 드디어 확 긴장이 풀렸다.
그리고 우리가 구입한 수화물이 20킬로까지였는데 기도하는 마음으로 캐리어를 올리자 19.9!!!!! 예언자 수준의 칼 패킹!!! 갑자기 모든 게 술술 풀리기 시작하는 기분이었다.
마지막으로 던킨 도너츠와 소떡소떡을 사서 비행기에 올랐다.
진정으로 맛있도다
이번 여행으로 배운 것
1. 하루의 페이보릿에 솥밥집 삼계탕 추가
2. 원래 케군을 위한 여행이었는데 닭갈비 못 먹여줘서 미안하다… 일본에서 먹으러 가야겠다..
3. 서울 중심에서 인천공항까지는 생각보다 멀다 일찍 나오기
4. 교통카드 현금 충전은 미리미리
5. esim 가능한 폰이 있음 좋겠다
6. 고속터미널 지하상가 짱 좋음 (지나가기만 했다 아쉬워)
7. 여전히 가게 화장실은 왕따시만 한 키홀더 달린 열쇠 가지고 옆빌딩 계단으로 뛰어가야 하는데 휴지를 많은 관객 앞에서 잘라 가야 하는 것이 오랜만이라 마니부끄러워따..티슈를 휴대하자.
8. 인천공항에서 제주항공 이용 시 (나리타행) 게이트 근처에 가게가 많이 없으니 미리 사서 가기
9. 가능하면 모바일 티켓발권 꼭 이용하기
마지막으로 발랄한 하루의 영상 모았습니다
너무 씬나게 한국을 즐겨줘서 고맙더라고요 https://youtu.be/KJXg_BPFP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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