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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에 다녀온 케케묵은 포스팅인데 저장만 하고 혼자만 알기 아까워 올려본다.

크리스마스 장식 민망하군요 ㅋㅋ
나는 긴자 라이온 비어홀을 알고 있다. 일본에 자주 온다면 한 번쯤은 눈도장을 찍었을 간판. 체인 사업화 되어서 하네다 공항에도 있고 번화가나 백화점 식당가에 여기저기서 볼 수 있는데 긴자 본점은 달랐다!!
왜 긴자 라이온인데 긴자에 있는 라이온에 가 볼 생각을 여태 안 했을까. 지나간나자식의과거여.

경양식의 향연. 맛은 일본에서 만드는 경양식이라 꽝은 없다. 일본에서 파는 양식 다 중박은 치지 않던가. 스파게티, 함박스테이크, 새우튀김, 비프스튜, 크림 고로케등이 맛없는 걸 거의 본 적이 없다. 물론 그중에서 존맛 부류는 존재한다.
긴자 라이온 본점이 특별한 것은 일본에 현존하는 비어홀 중 가장 오래된 곳으로 1층 내부 분위기가 깡패라는 것.
어쩐지 전화해서 자리 있냐고 물었더니 1층이라면 예약석은 없고 줄 서야 한다고 1층인지 2층인지 어느 플로어에 가고 싶은지 되게 집착하셔서 1층에 데체 뭐가 있길래 의아했다. (이때까지만도 모름)

입장하니 나를 반겨주는 것은 그리스 신화스러운 이태리 느낌의 벽화와 어느 유럽 양조장 느낌의 공간! 사진에 다 담기지가 않는다. 그냥 압도당한다.

<풍작과 수확>이란 이름의 글래스 벽화
나 지금 도깨비 아저씨 마법으로 다른 나라 문 따고 들어와 앉아있는 기분이다.

나뽈리탄~
넷플릭스 방영하는 <퍼스트 러브> 보셨나요. 그거 보는 내내 나폴리탄 여러 번 나와서 진짜 먹고 싶었음.

그리고 정말 취향 저격했던 낡은 빨간 의자.

딱 이만큼 공간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이런 테이블이 수십 개 다닥다닥!! 어떻게 알고 서빙해 주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넓고 편안한 자리는 아니지만 왁자 왁자한 비어홀 분위기에 빠지기엔 완벽한 곳이다.

전쟁도 지진도 기적적으로 피해 간 건축물.
그것만으로도 생명력이 느껴진다.
이 내부는 1934년에 완성되었다. 그리고 2021년에 일본 유형문화재로 등재되었다. 맥주집이 유형문화재일 수 있다는!!! 일본 전통 술도 아닌데 말이다. 워낙 일찍부터 외래문화를 유입시키면 그게 오래돼서 자국의 보물이 되기도 하는구나. 1934년이면 한창 일제 강점기인데 정말 일찍이도 해외문화 누리고 있었던 점에서 질투, 그걸 계속해서 보존하고 사랑해 온 환경에 질투 난다.

주변 손님들을 보니까 몇십 년을 주말이 되면 같은 시간에 앉아있는 것 같았다. 동네 마실 나온 것처럼 웨이터에게 덕담을 건네고 오늘은 이거 먹어보라며 주전부리가 들어있는 쇼핑백을 건네주었다. 웨이터는 지난번에 갖다 주신 그것도 되게 맛있었다 화답을 했다.
난 오늘 여기 처음 알았는데 저 아저씨는 젊은 시절부터 이렇게 멋진 곳에서 맥주를 즐기셨구나.

테이블이 불편할 수 있지만 일본에 깊숙이 자리 잡은 레트로한 외국문물의 정서를 체험해 보고 싶다면 추천한다. 나처럼 개화기 때 모던보이 모던 걸 좋아하는 분이라면 특히.

디저트는 만네켄의 초코 와플

여전히 장사 잘 돼요.

후… 그리고 크리스마스 장식 구경하고 집에 갔다. 연말 분위기 사진 참 민망하다. 포스팅 게을리하지 말아야지 또 다짐함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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