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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신 장금이 언니의 부름에 우다다다다 달려간 주말. 언니는 도쿄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 마시고 수다 떨지 않을래란 뉘앙스로 톡을 했지만 밑져야 본전. 살포시 떠 보았다.
-언니 우츠노미야라는 역이 있어. 도쿄가 아니야. 근데 말이지 이게 생각보다 금방 갈 수 있는 지방이거든? 신주쿠나 이케부쿠로에서 전철을 타고 한 1시간 40분쯤 가면 나오는데 그린석도 있어서 기차여행 느낌으로 가능 해. 여기가 말이야 교자로 엄청 유명한 마을이고 토치기현인데 토치기현은 딸기의 고장이야.
도쿄를 떠나서 급 여행을 가자구?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거기까지 갈 가치가 있는가 직장인에게 이게 이게 할 소린가 과연 재밌나. 언니의 머릿속엔 이런 말들이 오가지 않았을까 상상하며 일단 고민시켜 보았다.
그리고 우리는 그린석 티켓을 사서 나란히 앉았다.
우츠노미야에 교자 먹으러 간다!!!!
언닌 도쿄 말고는 다른 지역을 잘 모른다는 것도 아쉽고 오랜만에 여행느낌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했다. 그리고 모름지기 믿고 맡기는 동투어가 진두지휘하는데 이런 건 따라 와 줘야하는 거 아니겠나 생각하지 않았을까 라고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ㅋㅋㅋㅋㅋ
브이로그 유툽채널 천명 구독을 목전에 둔 우리 <소장금 채널> 영상도 많이 찍어 보자구요!! 보조 배터리를 챙겨 근황 토크 를 시작하는데 어랏? 뭐야.. 벌써 도착했어... 우허허허허허 도쿄 빠져나가서 다른 현으로 이동하는데 필요한 건 의자 두개와 시간 뿐이라는 것. 놀랍지 않습니까? 이다지도 간단하다니까요?
우리가 찜콩해 놓은 교자집을 향해 걷는 길에
우츠노미야 교자 랭킹 3위 香蘭 코우란 간판을 발견.
홈페이지 https://gyouzakouran.com/
사전 조사 땐 못 본 オリオン餃子 오리온 교자 발견.
2020년쯤에 생긴 모양이다. 앞으로 떠오르는 별이 될지도 모른다. 홈페이지 엄청 맛있어 보였다.
홈페이지 https://oriongyozahonten.owst.jp/
멀리 와서 보면 다 이국적이야.
이게 바로 여행의 맛이지.
동투어 즐길 준비 되셨나요.
고고!!
계단 봐... ‘ㅁ’
이 동네 사는 분들 헬스장 등록비 아끼겠습니다.
횡단보도 건너편에 '일본 제일의 다이후쿠'라고 쓰인 낡은 간판이 보였다. 그 앞에 손님들이 바글바글바글!!! 뭐라고 쓴 거야 저거..? 하루키... &? 마지막 글씨는 장기판에서나 볼 법한 한자라 ... 읽을 수 없지만 일단 줄 선다! 이런 건 집에 가기 전에 사 가자는 백프로 판단미스다. 나중에 앞머리를 치며 후회할 게 뻔하다.
오.. 이치코 다이후쿠를 딸기 농가에서 직거래로 받아 만든대. 딸기 품종 중에 '토치오토메'라는 정말 맛있는 애가 있는데 이 곳 토치기현과 + 소녀 (오토메) 라는 말의 합성이다. 우린 나란히 토치오토메 딸기 다이후쿠를 사고
똥그랗지 않고 푹 퍼진게 어딘가 더 맛있어 보이는 '아야메 당고' 하루에게 선물 할 팥 떡도 샀다. 그리고 계산하면서 가게 이름 뭐라고 읽는 거예요? 물어봤다. 친절하게 숍카드를 주시며 <하루키야> 春木屋라고 가르쳐 주셨다. 아하~ 짐작도 못했네용.
그리고 15분 쯤 걸어 오늘 첫 교자 투어 집에 도착.
매장 안에 들어가 번호표를 뽑고 잠시 근처를 배회했다.
여긴 宇都宮焼きそば 餃子 千代
<우츠노미야 야키소바 교자 치요>
맛집 사이트 별점이 괜찮고 야키소바 면이 오동통한 게 진짜 맛있어 보인다. 뭐야... 발에 차이는 게 다 맛집이야..
구글 맵 : https://goo.gl/maps/21PteBTqDP3MCzb38
첫 가게로 데려간 곳은 완벽히 내 취향인 교자집. 동투어는 이렇듯 개인의 취향을 존중합니다. 그 개인이 동투어의 동이라는 점만 주의하세요. もちっと餃子 餃天党 <교텐도> 부제: 쫄깃하고 쥬시! 쫄깃 만두 라고도 써 있다.
깨끗한 내부 좋아요.
물 대신 녹차.
酢 식초
醤油 간장
ラー油 고추기름
여러 곳에 교자를 먹으러 다니는 여행객들이 많기 때문에 소량으로 나오는 메뉴가 준비되어 있었다. 우리도 그런 메뉴를 시켜보았다. 나는 물만두 3개 구운 만두 3개 세트.
먼저 물 만두가 나왔다. 이거슨 만두인가 쑥떡인가.
일단 너무 포동하고 귀여워서 깨물쭈가없쪄.
저 물은 진짜 그냥 물이었다. 저기에 좋아하는 양념을 뿌려먹으래서 신기하게 물에 간장 식초 기름등을 뿌려서 휘휘 저어 먹었다. 일본 교자 많이 먹어봤지만 저런 스타일은 처음이었다. 희안함. 저 물의 맛은.. 간장 식초 기름 맛? (넣었으니까 당연해?) 물은 일단 제쳐두자. ㅋ 와... 이 만두는 쫄깃하지 않다. 뚈깃하다! 좋아!! 뚈깃뚈깃 해!
그리고 이 집의 간판메뉴 군만두
신기하게도 마요네즈랑 고추가루를 찍어 먹는 방법을 추천하는 가게였다. 이런 조합은 처음이지만 뚈깃하고 바삭한데 꾸덕한 마요네즈에다가 고추가루의 매콤한 맛이. 황금레시피 아닙니까. 이걸 누가 안 좋아할 거야. 앞으로 기름진 것을 전부 마요네즈에 찍어 먹고 싶게 만드는… 마요네즈에 각성하게 만드는 맛이었다.
가게를 나오면 바로 수 많은 교자집이 널려 있었으나 만두 찔끔 먹고 배가 불러진 이 연비 좋은 여행객 둘은 모든 유혹을 가뿐히 뿌리치고 역 쪽으로 돌아왔다.
이래가지고 뭐 먹방이고 유툽이고 되겠어?
이거 아무나 하는 거 아니네라며 서로를 한심해했다. ‘ㅂ’ 다음은 우츠노미야 교자 랭킹 부동의 1위 みんみん <밍밍>을 찾아갔다.
새로 생긴 쇼핑몰 안에 오픈한 체인점으로 들어갔다.
날이 따수워 목폴라를 뜯어버리고 싶지만 배운 여자라 차마 그렇게 못하고 머리를 묶고 있는 장금님.
평화로워보이지만 곡예수준의 자세로 이리저리 각도뽑아 준 장금님.
캄사 캄사합니다.
메뉴는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군만두, 튀김만두, 물만두 세트가 있었다. 둘이 와도 셋이 와도 딱 나눌 수 있게 6개씩 나온다는 게 굿이었다. 가운데 양배추 절임도 시켜보았다.
개인적으로 물만두가 제일 맛있었고
다음 군만두 마지막 튀긴 만두.
튀긴 만두는 내가 생각하는 그 튀김이 아니었다. 기름기가 없이 오븐으로 구운 느낌? 그나저나 만두보다 이 집의 히든카드는 바로 매운 장이었다.
매워보이는 소스가 테이블마다 놓여져있었다. 먹기 전에 궁금해서 이게 뭐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97년생쯤 되보이는 앳된 직원분이 스나? (모래라는 뜻. 주방에서 통하는 말인데 이걸 말해면 되나 하는 느낌으로) 그냥 여기서 만든 소스인데 이거 때문에 오는 분들도 많다며 일단 드셔보시라고 한다. 진짜 모래사장의 모래 질감이었다.
딱히 이름이 없어 보였다. 아니 궁금해해 본 적이 없어 보였다. 어릴 때부터 먹었던 밍밍의 소스는 밍밍의 소스 그 이상도 이하로도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느낌 ㅋㅋ
서울 사람이 처음 부산 가서 순대를 시켰더니 된장이 나와서 이게 모예요? 하고 물으면 된장이 된장이지 뭐긴 뭘까 하고 당황하는 현지 사람 느낌이었다.
그리고 우린 한 입 먹고 밍밍이 랭킹 1위인 단순한 이유를 깨달~ 매콤한 소스와 교자는 그냥 무한 반복 가능한 조합이었다.
흔하다면 흔한 만두 맛에 고추장 찍은 건데 이게 랭킹 1위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만두 6개들이 한 접시에 230엔이었다. (2023년 3월 현재 330엔으로 가격 올랐어요. ) 둘이 18개를 먹고 1500엔도 안 내고 나왔다는. 누가 이 만두집에 평점을 깎고 돌을 던질 것이야. 우리도 맘 속으로 절을 하고 나왔다.
역으로 돌아와 집에 챙겨 갈 선물도 스캔하고 (여행은 여행이군!)
토치키현에 닛코라는 온천지역이 있는데 그 곳에서 시작한 푸딩집이 입점되어 있었다. 냉큼 줍줍!!
사실 우리 계획은 생딸기와 크림이 화려하게 건축 된 멋진 파르페를 벼르고 있었는데 알콜 쓰레기도 아니고 위장 쓰레기. 위쓰들. 몇 개 먹지도 않고 만족해버려서 파르페를 포기했다. 공짜로 누가 주면 먹겠다만 ㅎㅎ
그래도 힘내서 토치기현 디저트를 쓸어 모았다.
토치오토메 치즈케이크 샌드를 샀다!
정말 손바닥 3분의 1만 한 작은 아주 작은 녀석인데 하나에 780엔이었다. 아이랑 있을 땐 저렇게 비싼 한 조각을 아무렇지 않게 사기 어렵다.
나 때문에 금전감각 이상해지면 어쩌지. 엄마도 먹었으니 나도 비싼 거 사 달래면 어쩌지. 맨날 내가 이런 거 먹는 줄 알면 어쩌지. 오만가지 어쩌지를 생각해 내기 때문이다. 혼자 있는 이 소중한 시간에 내가 내게 주는 선물이니 산다! 이런 찬스는 오지 않아 쿠쿠쿠
그리고 바로 옆집에서 커피 두 잔을 테이크아웃해서
아.. 까눌레가 또 눈에 밟히네. 산다!!
집에 가는 기차에 올랐다.
겉은 딱딱하고 안은 쫄깃한 까눌레
꼬소한 카페라테 대 성공이었다.
그리고 상온 보존이 어려운 치즈 케이크는 냉동상태에서 구입해서 30분 뒤에 꼭 먹어야하니 (어쩔 수 없이?? ㅋㅋㅋㅋ) 먹었다. 치즈와 딸기버터? 크림? 알 수 없고 천재적인 맛이었다. ;ㅂ; 울면서 먹음….
그리고 후식의 후식으로 이치고 다이후쿠도 상미기한이 오늘까지라 (어쩔 수 없다? ㅋㅋㅋㅋ) 먹어 줌.
밥 배와 달달이 배는 따로 있다는 가설은 이렇게 증명됩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언니와 선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일본생활을 어디까지 해야할까, 돌아가는 선택은 언제 어떻게 해야할까. 직장, 부모님, 생활.. 언니가 한 말 덕분에 내 선택에 대해서 생각해 봤다. 나는 내가 선택했다고 착각한 모든 것들이 사실은 답정너였다는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내몰렸고 내가 갈 수 있는 곳의 선택지는 정해졌고 거기에서 소소한 선택을 반복한 건 아닐까. 일본을, 한국을, 회사를, 과거의 남자들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늘 외부에서 왔다. 다음 환경을 위해 움직이고 나아가는 일은 굉장히 귀찮았고 설렌다는 거짓말을 보탠 두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당하기 전에 태세를 갖춰서 내가 먼저 행동해야 선택했다는 착각에 마지막 자존심을 지켰던 게 아닐까. 무력하게 들리지만 반대로 힘을 빼도 사람은 살아진다는 희망도 생긴다.
아, 그래도 절망이 닥치기 전에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한 수 먼저 선택한 척하는 계략은 필요할지도.
변화와 적응이 더 이상은 귀찮은 벌써 마흔. 아무리 두려워도 웬만한 일은 꽤 해 낼 거 같은 아직 마흔. 나는 지금 그곳을 지나는 중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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