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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카라로 유명한 키스미
얼굴에 땀을 틀어막는 베이스를 출시했다.
런치 아르바이트 할 때마다 혼자 사우나에서 곰탕 먹은 사람처럼 땀을 흘리는 게 남사스러워서 사 봤는데 이거 약간 다한증 치료제 수준으로 얼굴의 땀을 다 차단해 준다. 무서울 정도로 소량만 발라도 효과가 좋고 그 위에 화장도 너무 잘 올라감. (뭐가 들어간 거야… 무서워.)
대신에 클렌징이 잘 안 돼.. 물이 튕겨… 그래서 결국 진짜 절박할 때 빼곤 쓰지 않는다. 땀 흘리는 사람 처음 보슈. 구경들 하슈.

서네언니가 여행 가기 전엔 다이슨 청소기 헤드를 빨아둔다고 그래서 무슨 소리지…? 못 알아듣고 있었다.
세상에 이 말이었어. 몇 년 동안 이 헤드 분리하는 법을 모르고 있었다. 때 구정물이… 정말 미안하다 헤드야. 우리 헤드 얼마나 목욕하고 싶어쪄.
다음 사진은 더러움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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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옆구리에 낀 머리카락을 가위로 잘라서 다 풀어줬다. 머리카락이 결합해서 동아줄처럼 헤드 사이드를 옭아매고 있었다….
우리 다이슨 거의 쇠고랑 차고 있었네 ㅠㅠ 청소하고 소리가 달라졌다. 윙윙!!
숙취 해소하고 밤새 푹 자고 개운해져서 달리는 소리.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혼자 동네 산책하다가 어느 신사에서 특이한 오미쿠지 (점괘) 파는 걸 발견했다. 무, 당근, 가지 ㅎㅎㅎ 야채들 모형이라니 너무 간질간질하다.

근데 뭘 하시는 거지? 들어보니
특별한 의식을 거행하는 날이었는데 옛날 방식으로 불을 피워서 그 불을 초에 옮겨 담아 비로소 식이 거행되는 오마츠리였다. 몇 팀으로 나눠서 열심히 비비고 문대보지만 너무 습한 나머지 불씨가 금방 사라지고 또 사라졌다. 조금만 해도 손바닥이 아팠다. 난 선사시대에 태어났으면 굶어 죽었어…. 여러 사람들이 바통을 넘겨받아야 했다. 나중엔 너도 나도 싫증이 나서 거의 떠 넘기듯 폭탄 돌리기였다. ㅋㅋㅋ

그런데 여기서 놀라운 아이를 만났다.
초등학교 6학년쯤 되었을까 깡마르고 키가 크고 안경을 쓴 여자아이가 제일 힘든 세트를 잡고 처음부터 끝까지 안간힘을 썼다. 한 마디 불평도 없이 절대 포기를 모르는 눈빛으로 무려 40분을 끈질기게 이어갔다.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점점 형용할 수 없이 어마어마한 오기와 근성이 느껴졌다. 아이 엄마는 그런 아이가 기특하지만 익숙하다는 듯이 옅은 미소로 뒤에서 동영상 기록을 하고 있었다. 모두가 엄숙하게 바라봤다.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잘하는 것도 아닌데 인내와 뚝심이 나이의 적고 많음을 떠나 존경스러운 수준이었다. 저것은 재능이다. 게다가 그 어떤 분야에서도 최고점을 찍을 수 있는 만능 재능이다. 진짜 저런 면모를 지니고 있다는 게 너무 부러워서 시샘이 났다. 나도 아무리 하찮은 것도 계속하면 저렇게 존경받을 수 있을까. 작은 꿈을 꾸기도 했다. 저 아이는 정말 뭐가 됐든 뭔가 된다…

날씨와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해가 질 때까지 구경하고 있었더니

공짜로 수박도 주셨다.
저 이 절에 시주 한 번 한 적 없는데…고맙수다. 굽신굽신 받아먹었다. 헤헤

마지막은 작은 센코 하나비도 나눠주셔서 하고 왔다.
아련하게 떨어지는 불꽃 망울이 되게 귀여운 녀석이다. 90년대 발라드 뮤비에 꼭 빠지지 않는 장면인데 특히 여자 가수 뮤비에 애달프게 꼭 등장함. ㅋ

오랜만에 맛집 감!! (혼자 맛집이라고 침)
와우!!
막 비집고 나오려고 발버둥 치는 텐푸라들 좀 보소. 텐동입니다요. 저기서 무슨 회의들을 하는 것이야. 영롱한 것들!!! 내가 요즘 텐동에 빠져서 여러 가지 텐동을 먹고 보고 있지만 이건 비주얼 볼륨 맛 전부 다… 우월하였다.

博多天ぷらやまや 하카타 텐푸라 야마야
체인점이다. 도쿄에는 이케부쿠로, 오오테마치, 키바 이렇게 세 군데 있었다.
(홈페이지 매장 찾기 페이지 참조 )
店舗検索 | 博多の味 やまや 公式レストランサイト
世界に誇る九州・博多の食文化をお届けする「やまや」の公式レストランサイトです。
restaurant-yamaya.com

7월이 가기 전에 수국 한 컷

딸기 우유 네일 한 컷

슈퍼에서 발견한 후무스는 실패했다…
이것도 잘 만들어야 맛있는 거구나. 너무 짜고 약간 비렸다.

우리 가족에게 새로운 룰이 생겼다.
항상 자기가 먹고 싶은 걸 관철시켜야만 직성이 풀리는 케군 때문에 누군가는 늘 불만이 생긴다. 그래서 외식할 때마다 이제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먹고 싶은 걸 정하고 나머지는 군말 없이 따라가기로 했다.
케군은 항상 고칼로리에 육식위주고 하루는 탄수화물 아니면 디저트가 많은 뷔페 종류다. 나는 가능하면 다양하고 균형 잡힌 식당을 제일 좋아한다.

오늘 내 차례!
이케부쿠로의 일식집으로 정했다.

이런 거 시켜 먹음.
양쪽 남자들도 군말 없이 정식 메뉴랑 생선 구이를 먹었다. 우리 집 평균 수명 늘리는 건 내 덕입니다.

8월 초에 길이길이 기억될 작은 기적이 있었다.
몇 년 전부터 블로그에 정성스러운 댓글을 남겨주시며 인연이 닿은 구독자님과 일본에서 만났다. 나는 항상 모든 것이 오픈되어 있기 때문에 구독자 분들은 날 알지만 짧은 댓글로 내가 상대방을 알기엔 너무 역부족이라 깊은 관계가 생기기는 어려운데 징쥬님은 항상 거의 포스팅 분량으로 댓글을 남기시며 자신의 이야기를 진짜 많이 해 주셨다. 내게 그런 글은 정말 특별하다. 나에 대해 공감해 주시는 분들도 물론 너무 애틋하지만 내가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는 순간에 비로소 존재에 대한 실감이 든다. 댓글로만 이지만 나는 항상 그분이 처한 상황이나 심정을 (아이폰 메모에 정리해 두며) 계속 마음에 두고 있었다.
어딘가에서 열심히 살며 내 글을 간간히 읽고 있을 내 또래에 대한 마음.

그리고 남편 일 때문에 2주일 일본에 오시는데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이 분, 되게 여리고 조심스러우신데 이런 추진력은 또 시원시원해서 참 매력적인 것!

아카사카 샤부샤부 집 개인실을 하나 잡았다. 예약 시간에 도착해서 창호지 문을 연 순간. 너무 아름다운 여자분이 방긋 눈웃음을 지으며 환호성과 함께 나를 반기는데 아무 기대 없이 나간 소개팅에서 잭팟 터진 남자처럼 너무 심장이 터질 뻔했다. 나는 이렇게 허름해서 너무 송구하잖아요.
소개해준 애는 없지만 걔한테 카톡 할 뻔. 야… 이렇게 이쁘면 이쁘다고 말을 해 줘야 할 거 아냐.


아… 정말이지.. 미모에 한 번 놀랐지만
이 친구의 (나보다 어려서 동생 됨) 매력은 까도 까도 너무 예쁜 내면이었다. 겉도 속도 이렇게 예쁘면 양면 잠바잖아요.
그리고 나는… 이 날… 징쥬한테서… 겸손의 기술을 봤다. 아무리 겸손을 떨어도 너무 잘난 건 티가 나게 마련이라 겸손을 가장한 자랑이 되기 쉬운 법 아닌가. 그래도 겸손이란 건 떨어주는 것 자체가 예의고 매너라 기특함을 느끼며 종결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저는 00동에서 나고 자랐어도 정말 후줄군하고 평범한 집에서 아빠는 그저 돈 없는 공무원이시고 00을 역임하셨는데 그건 그냥 동네마다 있는 교장선생님 같은 거라며. 그 말투와 대화체가… 뭐랄까.
아~ 그럴 수도 있구나. 그렇구나.
나 진짜 속았잖아….
정말 깜빡 속았다.
(먼저 말을 꺼낸 적은 없지만 내가 꼬치꼬치 물으니 어쩔 수 없이 자기 이야기를 한 거임)
나중에 홍이한테 아무 생각 없이 말해줬더니, 홍이가 실소를 터뜨리며 (아유!!! 이 바보야!!) 언니야!!! 세상 사람들은 그걸 ‘부자’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엄청 대단한 거야. 어마어마한 집이네!!! 뒤로 넘어가며 가르쳐줬다.
와- 정말 진심으로 상대방이 소박함을 느끼도록 완벽하게 하는 게 가능하구나. 겸손의 진수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징쥬의 교양 수준과 마음씨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화여대 나오고 아나운서 출신에 영어권 유학까지 다 다녀온 아이가 나처럼 아무것도 아닌 사람 말을 이렇게 귀 기울이고 대등하게 이야기해 주는 것도 좀 놀라워… 나를 깎아내리는 게 아니라… 정말 그냥 순수하게 놀랍다. 내가 블로그를 안 했으면 평생 스칠 일도 없었을 저 너머 사람 중의 하나인데.
그리고 한 가지 내가 사회에 대해 너무 무지하단 부족함을 느꼈다. 너무 아무것도 모르고 철 없이 지내서 겸손한 사람들이 나에 대해 배려해도 하나도 모르니 말이다. 열심히 책도 읽고 더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살아야겠다.

아, 카페에 가기 전에 우리가 만났던 샤부샤부 집에서 웃긴 일이 하나 있었다.
징쥬가 애기랑 같이 올 줄 알고 다다미 방을 예약했다. 모든 테이블이 다 개인실로 이루어진 샤부샤부 집이었는데 매니저로 보이는 남자분이 나를 방으로 안내해 주셨다. 문 열자마자 한국어로
“꺄아~~ 안녕하세요~~ 어떡해~~~~”
서로 반갑게 인사하는 젊은 여자 두 명을 보더니 그 매니저가 무릎을 꿇고 정중하게 명함을 나에게 내밀며 자기소개를 하셨다. 다음에도 꼭 저희 가게를 이용해 달라며.
우리 시어머니랑 시어머니 친구들이랑 그렇게 아카사카에 런치를 먹으러 많이 왔어도 이런 적은 없었는데. 뭐지?
잠시 시간차를 두고!!! 순간적으로 이게 뭔지 알았다.
이곳은 아카사카. 국회 의사당과 TBS 방송국 바로 옆. 정치인과 언론인이 밤이 되면 돈을 뿌리는 접대의 요충지다. 지금은 베트남 필리핀계 여자들이 많지만 1980년대 한국인 호스티스가 이 모든 접대를 도맡아 여기에 고급 홍등가를 이룬 일등공신이었다. 그래서 아카사카에는 신오쿠보 다음으로 여전히 고급 한국 식당이 즐비한 제2의 코리아 타운이다. 젊고 이쁜 (둘 다 이쁘다고 해 줘요) 여자 둘이 한국말을 하니까 잘 나가는 호스티스 (마담 나이로 보였을지도)로 보였던 거심. ㅋㅋㅋㅋㅋㅋ 손님 데리고 가게 가기 전에 밥 먹으러 오라고 영업하신 거심 ㅋㅋㅋㅋㅋ 아 대놓고 물어볼걸. 진실을 알 길이 없네. 진실이 너무 궁금하네 ㅋㅋ

아무리 봐도 너무 이쁘고 착한 징쥬.
900그램짜리 삼계탕을 두 봉지나 들고 왔다. 거기다 책에 냉면에… 진짜 숙연해지더라.. 나는 이런 생각 못하는데… 착한 사람이 세상엔 너무 많다. 그리고 얜 정말 넘사벽으로 착하다…
근데 나는 꼭 이런 말이나 한다.

제일 무거웠던 삼계탕 제쳐두고
가루 스틱으로 나온 냉면 육수 폭풍 환영함.
냉면 육수를 가루 스틱으로 만들었더라고요. 한국이.. 와.. 한국도 대박 이걸 고른 징쥬님도 대박… (기능이나 성능에 감동해서 미안… 난 왜 이렇게 생겨먹은 거야) 하지만 진심으로 감동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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