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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류성 식도염이 나아가서 제일 폭식하고 싶었던 밀가루가 피자랑 타코야끼였다. 어떻게 그럴 수가. 일본 처음 왔을 때 돈카츠 소스가 가장 와닿지 않았던 내가. 일본 사람들은 다들 추천하는데 달고 시고 야릇하게 약품 냄새가 나기만 하지 어디가 어떻게 맛있는지 모르겠더라. 그런데 돈카츠뿐만 아니라 야키소바도 그걸로 볶고 타코야끼 소스도 오코노미야끼 소스도 다 저걸 뿌려대는 게 아닌가.
슈퍼에 타코야키 소스, 우스터 소스, 오코노미 야끼 소스, 돈까츠 소스. 종류별로 팔고 있지만 찍어 먹어보면 농도만 다를 뿐 다 똑같은 맛이 나서 배신감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한 번은 일본 사람을 앉혀놓고 뭐가 다른지 설명해 보라고 따졌더니 그러고 보니.. 할 말이 없다며 오히려 충격을 받던 일도 있었다. ㅋㅋㅋ (괴롭힌 거 아님)
그런데 저 소스…
은근히 이제
맛있네요.
‘ㅡ‘ 숙연….
튀김이나 밀가루 폭탄에 마치 고구마에 김치 먹듯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나한테도 해 주기 시작했다.
사실, 좋아지게 된 계기를 아주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시어머니가 함박 스테이크 만들어 주실 때 곁들인 소스가 있었는데 돈카츠 소스에 케찹, 미림을 섞어서 만든 어머님표 레시피였다. 그게 너무 맛있었다. 그 이후부터 돈카츠 소스가 맛있게 느껴지기 시작했던 것.

교토에서 온 두부 정식 체인점
혼자 먹었다.

동네 밥집에 들어가서 시킨 정식 + 니쿠자가 추가.
원래 라멘집이었을 거 같은 작고 길쭉한 정식집이다. 입구에서 자판기로 식권을 사서 안 쪽 카운터 자리에 일렬로 앉는다. 음식이 나와서 먹기 시작하려고 할 때, 대학생 같은 여자애 둘이 들어와 식권을 사려는 참이었다.
"에? 에…? 스미마셍~~ 이거 기계가 안 돼요~~."
주인 아저씨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뚠뚠하고 험상궂어 보이는 아저씨가 엄청 귀여운 목소리로 お!?壊しましたね?(오? 고장 내셨네요?) 주저 없이 반응하셨다. 순간적인 드립력에 거기 있던 모두가 빵 터졌다. 여자애들은 까르르르 넘어갔다. 다시 태어나면 조폭 같은 아저씨도 매력남으로 바꿀 저런 드립력을 유전자로 받고 싶다. 어떻게 1초도 생각 안 하고 저런 드립을 치지.. 장도연급이셨어.
가끔 자기 전에 환상적이고 완벽한 노후를 꿈꾼다. 작은 가게를 하나 차려서 오픈부터 마감까지 단골손님에게 드립을 치는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스낙크를 열어보는 거다. 한국 반찬, 일본 반찬, 가끔 창작 요리를 시험하면서.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쇼츠로 제작해서 돈을 벌어... 오예... ) 그러려면 나도 뭔가 우여곡절이 있어야 나한테 털어놓을 텐데... 불행이여 와라!! 이렇게 생각하다 보면 불행도 설레며 기다릴 수 있다는. 일단, 일본 드립을 배워야 하니까 일본 개그 영상을 많이 봐야겠다. 하면서 유튜브를 또 켠다. (그냥 빈둥거릴 핑계가 필요하다. )

델리 앤 델루카 런치



하루하고 먹은 로얄 호스트의 오므라이스.
쟤는 오므리고 있어서 오므라이스일지도 몰라.

이케부쿠로 Comfort stand (서쪽 출구)


먹고 싶었던 피자를 하루랑 같이 먹었다.

어느 날의 이케부쿠로 밤 데이트


미래의 하루 여친에게 데이트 코스 미리 짜 줬다. 이케부쿠로에서 밥 먹고, 인형 뽑기 놀이하고, 서점 가서 문구 사고, 책 구경하고, 미나미 이케부쿠로 파크에서 노닥거리기.




진짜 자상한 남자 친구 같다.
데리고 다니면 너무 재밌습니다.

가족끼리 오코노미야끼 & 몬자 집.


조사서 먹음.
이건 치즈랑 떡을 꼭 추가해서 비주얼을 파괴할수록 맛있다는 걸 깨달았다.



어느 날, 산책하러 아키하바라에 갔다. 어린이 신문에서 봤던 (옛 모습 그대로의) 밀크 스탠드를 보고 하루도 우유를 골라 마셔봤다. 이제 도쿄에 현존하는 유일한 밀크 스탠드라고 한다.
얼마 전에 잔잔한 일본 영화를 하나 봤는데 거기에 밀크 스탠드가 소재로 나왔었다. <初恋~お父さん、チビがいなくなりました> 첫사랑 ~ 당신, 치비가 집을 나갔어요. 이런 뜻의 제목이었다. 한 노부부가 사는 집에 치비라는 고양이가 집을 나갔다. 할머니는 고양이를 찾으려고 한참을 노력하는데 자꾸 인생의 허무함이 밀려온다. 그 대부분의 이유가 남편 때문인 거 같다. 남편은 할머니의 첫사랑이었다. 1950년대 회사원들이 출퇴근하는 지하철 역 안에 빵이랑 우유를 파는 매점이 있었다. 할머니는 거기 점원이었다. 정확히 같은 시간에 빵을 사러 오는 남자. 그 남자는 다른 여자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포자기하며 선을 보러 나갔는데 글쎄 선 보러 온 상대가 바로 그 남자였다. 그런데 이 남자. 좋아한다, 맘에 든다 그런 말은 한 번도 해 주지도 않고 '저는... 이번에 선 보는 여자랑 결혼하기로 하고 나왔습니다.'라는 게 다였다. 그래서 50년을 모호한... 마음으로 살아왔다는 이야기. 그런데도 사랑했다는 이야기.... 마지막엔 따뜻한 결말이 있었다. 나는 정말 좋았다. 그런데 리뷰랑 별점이 낮아서 당황함. ㅋㅋㅋ 느리지만 잔잔한 이런 영화도 가끔 보고 싶을 때가 있던데.







하루한테 처음으로 아키하바라를 보여줬다.
이런 데는 진정한 오타쿠가 아니면 별 관심 없는 거 아닐까 했지만 하루 눈이 초롱초롱 빛나고 입꼬리가 올라가고 있다. 확실히 남자들 마음 속에 불씨 하나는 자리 잡고 있나 보다. 아키하바라는 그 불씨에 화력을 더해주는 동네인가 보다. 신기한 프라모델 중고품을 파는 가게를 구경하고 나와서 컴퓨터, 피규어, 캐릭터, 각종 딥한 가게들 사이를 걷기만 해도 텐션이 올라가는 게 보인다. 나중에 돈 많이 모아서 또 오고 싶다고 한다. (너도... 그런 마음이 드는구나.. ㅎㅎㅎ)

카피바라 오타쿠들을 위한 홍보...?

건강 검진 끝내고 먹은 베트남 음식.
피 많이 뽑았으니까 많이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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