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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하러 갔던 날. 타무라상이 화장실에서 나왔다. 뒤이어 내가 들어갔는데 화장실 안이 놀랍도록 향기로운 내음으로 가득했다. 타무라상은 똥이 아니라 꽃을 싸는 것일까. 항상 빈틈이 없다고는 생각했지만 이건 정말 와우.

아무리 친해도 이런 민감한 문제는 직접 물어보지 못했다.  그리고 드럭스토어에서 열심히 찾아서 볼 일 보고 변기에 뿌리는 휴대용 방향제를 발견했다. 이런 게 있는지도 몰랐을 땐 안 보이더니 경험한 후에 보이는 것도 참 신기하다. 무슨 향인지는 고르지도 않았다. 어차피 내가 아니라 내 뒷사람이 맡을 향이니까 상관없었다.  분명 꽃 냄새로 그득할 거야. 부디 맘에 드는 향이었길 바라요.

동네에 라홍방이 생겼다. 마라탕을 좋아하진 않지만 한글에 이끌려 한 그릇 먹어봤다. 맛있었다.  땅콩 소스를 빼 달라고 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그럼 짬뽕을 먹으면 되지만 짬뽕집은 너무 머니까.

야채도 듬뿍 먹을 수 있고 곤약이나 두부면으로 채울 수 있어서 은근히 다이어트식이라는 사실을 발견함.

이케부쿠로의 스테이크 라이스와 카레를 파는 가게에 들어갔다.

바질 라이스를 깔은 소고기 덮밥에 수란을 토핑 했다. 1500엔 남짓으로 이런 맛탱구리를 먹을 수 있다니. 애용해야겠어. 매우 맘에 들었다.

카운터 자리가 쪼르륵 길게 늘어선 곳에 한국에서 여행 온 중년 부부가 들어오셨다. 메뉴판을 가리키며 열심히 한국말로 주문하신다. 대학생처럼 보이는 알바생이 알아들을 리가 없다.
“두 개 주는데! (소리 지르심) 하나는!! 이거 없이!!!”
볼륨을 키우시는 게 아니라 언어를 바꾸셔야 돼요. 흑흑. 둘 다 안쓰러워서 옆옆자리에 있던 내가 나섰다.

“제가 도와드릴까요?”
“아이구 한국 분이시구나.. 고마워요. 저희가 두 개를 먹는데 하나는 반씩 고기랑 밥을 따로따로..”
“네..? 이게 이렇게 덮밥이라서 한 그릇에 나오는데요....”
“아니~ 우리 어제도 왔어요. 아는데~ 그게 아니고 ”
몇 번을 들어도 모르겠다.

한국말끼리도 소통이 안 되는 상황을 지켜보는 일본 손님들과 직원들이 재밌다는 듯이 우리를 번갈아 봤다. 뭐지? 뭐지? 저도 모르겠어요. 뭐지? ㅋㅋㅋㅋ

아저씨가 드디어 결심한 듯 말씀하셨다.
“그럼 이렇게 해요. 하나는 그냥 주시고 하나는 밥이 필요 없어요. 밥을 빼요.”
아하!

나는 그대로 통역했고 추가로 샐러드랑 토핑이랑 밥 종류도 원활히 주문해 드렸다.

우리 이모들만 봐도 나이 들면서 두서없는 말이 많아진 게 생각난다. “아~ 이모 이런이런 말이하고 싶었던 거지?” 내가 통역하면 사촌들이 깔깔 웃었다. 논리력이 떨어지지 않게 나이 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계산하고 나가는데 가게 마스터가 도움 주셔서 고맙다며 인사를 했다. 그때 번쩍 어떤 생각이 떠 올라 그분들과 공유하고 싶어졌다.

나: 제 생각에는요. 일본이 소고기가 맛있는 거 같아요. 그래서 저기 한국 손님들도 어제 오고 오늘 또 오신 거 같아요.
직원: 한국은 소고기 맛없어요?
나: 맛있는 한우가 있긴 있죠. 돼지고기는 엄청 맛있고 싼데 소고기는 이렇게 맛있는 질 좋은 고기를 먹으려면 되게 비싸요. 근데 일본은 저렴하게 양질의 소고기를 먹을 수 있는 거 같아요. 한 천 엔에도 이만큼이나 나오는 게 한국에선 잘 없어요.
직원/ 마스터 : 아~~~

그냥 제 생각이지만 말이죠.

가게정보:
ステーキライスとカレーの店
(복사해서 구글에 검색하면 여러 군데에 나오는 체인점이 나와요.)

이런 내 가설이 으뜬가... 홍이한테 전화해서 물어봤다.

나: 홍아 전에 일본 왔을 때 너가 일본은 소고기가 맛있네 맛있네 했잖아. 그게 싸고 맛있다는 소리지? 싼 것도 맛있더란 말이지?
홍: 어! 맞아. 그거야!  쿄토에 갔을 때도 당연히 소고기는 비싸야 맛있을 줄 알고 엄청 비싼 소고기를 시켰는데 너무 배가 안 차는 거야. 그래서 싼 것도 시켜봤거든? 근데 대박 그것도 맛있더라고.  

20년 살면서 처음 깨달은 일본의 매력이었다.

그날 밤, 슈퍼에 파는 로스트비프를 사서 갈릭 라이스를 챱챱 만들어서 온센타마고를 올리고 케군한테도 재현해 줬다.
이건 오늘 내가 먹은 메뉴와 거의 흡사해!!!
케군도 호로록 호로록 맛있게 먹었다.
내가 이래서 맨날 밖에 나가 좋은 거 사냥하듯 먹고 오는 거라니까. 이게 다 가족들을 위해서.

하지만 케군은 마지막에 “로스트 비프랑 갈릭 라이스를 따로 먹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을 남겼다. 여러 번 복사하다보면 원본이랑 조금씩 괴리가 생겨난다는 게 살짝 아쉬운 점이다.

오늘의 집에서 카펫이 왔다. 픕픕픕... 너무 촉감이 좋아.

스테인리스 선풍기는 내가 자취할 때부터 쓰던 20년 지기다. 유학생활 시작하고 처음으로 내 집을 꾸몄을 때 자취방 근처 홈센터에서 첫눈에 반해 데려왔다.

그때 같이 갔던 민지가 옆에서 어찌나 면박을 줬는지 모른다. 5살이나 어린데 일찍 독립해서 경제관념이 확실한 짠순이였다.
”언니... 무슨 선풍기에 그런 돈을 써요. 저기 저 흔한 거 반값인데 저거 사요. “
나는 잘못한 것도 없이 (돈도 없는 유학생이 디자인 따지는 게 잘못이라면 잘못이지만) 쭈글쭈글 민지 눈치를 보며 ”서... 선풍기 하... 하나만 이거 살게. 너무 맘에 드네.. 오앙..“ 조르다시피 샀다.
그만큼 민지가 너무 단호했다. ㅎㅎ

근데 민지야.
언니 이 선풍기 클래식한 집에도 어울리고, 미드 센츄리에도 어울리고, 내추럴 하우스에도 어울리고 이사 갈 때마다 데리고 다니며 지금 20년째 쓰고 있다. 민지야. 보고 있니 민지야.

그렇다고 내가 정답이라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민지는 마흔이 되기 전에 널찍한 아파트를 장만하고 일찍 아이 둘을 낳아 키우고 있다. 정말 똑 부러진다.  

일본 사이트에서 발견한 사이드 테이블

3코인즈에서 사 온 멀티 스탠드.
뭐가 하나씩 늘어나고 있죠?

나는 그리고 실물을 보고 싶어서 시부야에 갔다 왔다. 신주쿠에 있던 이케아가 철수되고 도심형은 시부야만 남았다. 평일 저녁에도 시부야는 사람 혼을 쏙 빼놓았다.

나 이거 직접 보고 사고 싶었다우.

무인양품 큰 쇼핑백에 넣어서 사 왔다.

시부야 카페는 항상 사람이 미어터지는데 여기 꼭대기 이케아 레스토랑 오아시스다!

미트볼과 드링크 바를 시켜서 저녁까지 해결하고 왔다.

한참 또 외국인, 술 취한 일본인, 꺅꺅대는 여고생, 여기저기 핸드폰을 들고 라이브 방송을 하는 사람들을 지나 역으로 향했다. 제일 이상한 놈은 골판지에 자기 생일이니까 아무거나 뭐 좀 달라고 소리 지르는 사람이었다. 김미 썸띵, 마이 벌뜨데이!!!  영어로도 말했다. 구걸 참 참신하게 하네.

엄청난 인파와 함께 전철을 기다렸다. 퇴근길에 거대한 쇼핑백을 들고 있는 게 너무 미안했지만 아무도 싫은 내색, 불만스러운 얼굴을 하지 않았다. 무표정하게 이동을 그저 견디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들은 수많은 출퇴근 속에 얼마나 많은 도라이를 만났을까. 나처럼 거대한 쇼핑백을 맨 여자와 같은 칸에 케이크를 머리에 이고 가는 여자쯤은 아마 사소한 일상이었을지도 모른다.
힘내라.
청춘들.

이렇게 조명을 달아놓았다.
밥 먹다가 고개 들고 한 번 웃고
영화 보다 고개 들고 한 번 웃는다.

내 방엔 새로운 포스터가 도착했다.
하루 종일 더운 여름을 잊고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집에서 커피를 내려 마셨다.

해가 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더위가 좀 가시면 집 근처에 나와

편의점 한 번 들리고

밀크티랑 홍콩 디저트를 사서 집에 왔다.

지난번에 못 보여준
홍콩 파인애플 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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